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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경찰청마저 못 막는 무소불위의 블라인드

기사 입력시간 : | 최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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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한눈에 보기]

① 팀 블라인드, 긍정과 부정 그 사이 어딘가

② 건강한 기업 문화의 조성을 가로막는 서비스, 블라인드

③ 불륜과 조건만남의 장이 된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

-> ④ 경찰청마저 못 막는 무소불위의 블라인드

칼부림에 온 나라가 흉흉하다. 동시다발적으로 곳곳에서 칼부림 예고글이 게시되고 있으며, 또 일부는 실제 칼부림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이른바 ‘살인 예고’ 글인데,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되는 이른바 ‘살인 예고’들을 둘러싼 사건들이다. 신림역 사건을 시작으로 서현역 칼부림 사건, 대전 교사 칼부림 사건 등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많은 이들은 현재의 사태를 불러온 주된 요인으로, 스스로를 내보이고자 하는 게시판의 이용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게시판에서 시작된 칼부림 예고

국내에서 잇따라 벌어지는 ‘묻지 마 칼부림’ 사건으로 인해, 다양한 사회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의 불안 심리가 자극되면서 호신용품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으며, 심지어 지금껏 신변의 위협을 실감하지 못했던 남성들도 호신용품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보급된 호신용품을 활용해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도 보고되는 상황이다. 현대의 대한민국이 사회 전체적으로 미증유의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작금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는 것이 보편화된 상황이다

사회적 문제의 시초가 된 칼부림 사건은 모두 인터넷 게시판의 예고글에서 시작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건을 저지를 것임을 예고하고, 또 이를 실제로 자행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동을 인터넷 게시판에서의 자기 과시욕, 인정욕에 기반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는 실제로 일부 게시판에서는 이용자 사이에서 칼부림과 같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이들을 인정하고 심지어 부추기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

경찰청 블라인드 게시판의 살해 예고

이러한 글이 게시되는 게시판은 보통은 익명을 전제로 한 서비스다. 일간베스트의 시초가 된 디시인사이드와 그와 유사한 서비스가 대다수의 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기에 새로운 익명 게시판 서비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직장인 익명 게시판 서비스인 ‘블라인드’다. 얼마 전에는 여기에 ‘경찰’이라 추측할 수 있는 인물의 살인 예고 글이 게시돼 충격을 가져다준 바 있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블라인드의 게시글

블라인드에는 다양한 기업, 단체가 등록돼 있다. 그중에는 ‘경찰청’도 있다. 블라인드의 경찰청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는 인물은 당연히 누구나 경찰이라 추측하게 된다. 블라인드는 이메일 등의 인증을 통해, 현재 해당 단체에 몸을 담고 있음을 증명해야만 서비스에 가입하고 글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블라인드의 경찰청 게시판에는 “오늘 저녁 강남역 1번출구에서 칼부림한다”, “다 죽여버릴꺼임”이라는 글이 게시된 바 있다. 살인 예고 글이 게시된 것도 충격이건만, 심지어 현직 경찰이 이러한 행위를 예고했다는 것은 사회적인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경찰관이 아닌 회사원이 범인

블라인드 경찰청 게시판에 경찰청 직원의 신분으로 살인 예고 글을 쓴 이는 지난 8월 22일 체포됐다. 8월 22일 아침 8시 30분경 서울 시내 주거지 인근에서 긴급 체포됐는데, 그는 실제로는 경찰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인드 게시판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퇴사한 이가 마치 현직인 것처럼 글을 쓸 수 있는 점인데, 그는 심지어 전직 경찰관 출신도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블라인드 아이디는 실제로 사람들의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블라인드 게시판의 이용 행태를 잘 아는 이들은 살인 예고 글을 쓴 이가 경찰관 블라인드 계정을 ‘거래’했을 가능성을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블라인드를 비롯해 익명성을 전제로 인증이 필요한 사이트의 아이디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블라인드 아이디 거래의 목적은 다양하다. 게시판에 광고성 글을 게재하기 위해, 경쟁사의 내밀한 정보를 캐기 위해, 회사 메일이 없는 자영업자나 주부 혹은 무직인 이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그리고 금번과 같이 범죄에 악용하기 위해 등으로 이야기된다.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서비스

금번 사태로 불거진 블라인드 서비스의 또 하나의 문제는 그 익명성이 사회적 이익에 부합되더라도 어찌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디시인사이드를 비롯한 대다수의 게시판에 살인 예고 글을 쓴 이들은 모두 빠르게 검거되고 있다. 하지만 블라인드에만 글이 남겨진 경우에는 다른 게시판과는 달리 검거가 쉽지 않다. 금번 살인 예고 글의 경우에는 여타 경로로 작성자가 자신의 정보를 다수 노출했기 때문에 검거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살인 예고 글을 비롯해, 자신을 훈남 경찰관으로 소개하며 “누드사진 찍어줄 누나 있냐”는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검거는 이를 통해 작성된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의 경로를 통해 가능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금번 경찰관 사칭 블라인드 게시글 작성자는 다른 글로 덜미를 잡혔으리라 추측된다

실제로 LH 직원이 “꼬우면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라는 글로 전 국민을 조롱한 블라인드 게시글의 작성자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LH는 이 작성자를 명예 훼손과 모욕,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작성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블라인드에 익명으로 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키고, 실제로 경찰 수사까지 이어진 것은 이외에도 많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블라인드 서비스, 그리고 운영사인 팀블라인드의 상황으로 인한 결과다.

경찰의 수사망 밖에 위치한

블라인드의 운영사인 팀블라인드는 미국에 본사를 둔 미국 법인이다. 실제로 서비스는 우리나라를 주된 서비스 지역으로 삼고 있지만, 회사는 지난 2014년 본사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옮긴 바 있다. 그렇기에 여타 커뮤니티와는 달리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기 힘들다. LH 사태 당시에는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팀블라인드 미국 본사로부터 일부 자료를 받고, 국내 통신 업체 2곳 등을 압수수색해 데이터를 확보한 바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글 작성자를 특정할 수는 없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팀블라인드

회사에 따르면, 게시물 작성자를 특정할 수 있는 개인 정보는 IP 주소를 포함해 대부분을 시스템 내부에 저장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증에 사용되는 이메일 계정 정보는 재직 여부 확인, 중복 계정 확인만 이뤄지면 곧바로 암호화된다. 불투명한 것은 팀블라인드에 전송되는 정보만이 아니었다. LH 사태 당시에는 회사의 한국 앱 운영사의 소재지 파악도 어려워, 초기 수사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과연 이대로 보기만 해야 할까

블라인드는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서비스라 할 수 있다. 굳이 금번 살인 예고 글 사태, 그리고 이전의 LH 사태를 들지 않더라도 말이다. 회사 익명 게시판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내의 누군가를 저격하는 글이 넘쳐나고, 임원진과 직원, 심지어 직원과 직원의 사이를 갈라치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블라인드 게시판을 매개로 벌어지는 범죄의 시도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금번의 살해 예고 글은 그 단면일 뿐이다.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을 위해서라도 다른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블라인드의 글을 사람들이 그나마 여타 커뮤니티의 것보다 주의를 기울여 보는 것은 게시자의 ‘직장’이라는 정보를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 정보는 심지어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운영사는 우리의 손길이 닿기 힘든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과연 이러한 서비스를 지금과 같이 지켜만 봐야 할까. 팀블라인드를 벤치마킹하는 곳이 혹여나 생겨나고 많아지게 된다면 이 혼란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피해자가 더 늘어나고 사회 구성원들의 고통의 신음이 더 커지기 전에, 제도권 밖에서 활개 치는 이 서비스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관련 기사 한눈에 보기]

① 팀 블라인드, 긍정과 부정 그 사이 어딘가

② 건강한 기업 문화의 조성을 가로막는 서비스, 블라인드

③ 불륜과 조건만남의 장이 된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

-> ④ 경찰청마저 못 막는 무소불위의 블라인드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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