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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팀 블라인드, 긍정과 부정 그 사이 어딘가

기사 입력시간 : | 최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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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한눈에 보기]

->① 팀 블라인드, 긍정과 부정 그 사이 어딘가

② 건강한 기업 문화의 조성을 가로막는 서비스, 블라인드

많은 직장인들이 ‘블라인드’를 이용하고 있다.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에 따르면, 이 서비스의 가입자는 8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국내 3대 대기업 재직자로만 보자면 10명 중 8명이 블라인드에 가입했다. 시가총액 1000대 기업으로 확대하면 그 비율은 10명 중 9명으로 늘어난다. 이토록 많은 이들이 블라인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이를 과연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을까.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익명 게시판

우리나라의 직장인들은 평균적으로 6시간을 자고, 10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낸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보내는 평균 시간은 10시간 55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퇴근하며 길에서 보내는 시간까지 합하면 사회인들이 직장을 위해 소모하는 시간은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이토록 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일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나름의 의견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익명 게시판 서비스 ‘블라인드’

블라인드는 이러한 마음을 쏟아낼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글쓴이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익명 게시판이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회사의 이메일 주소 하나다. 이메일로 인증을 받기만 하면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글을 게재할 수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기에 이용자들은 평소에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화두들을 꺼낼 수 있다. 직장인들이 일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익명성에 기대어 가감 없이 털어놓을 수 있다는 점이 블라인드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사례도 있지만

이용자가 많아지고 게시되는 글도 많아지면서, 블라인드가 가지는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블라인드 게시글의 영향력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온 사례도 많았다. 대한항공의 소위 ‘땅콩 회항’ 사건은 그 전모가 블라인드의 글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이 밖에도 하나의 게시글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회사의 부조리가 밝혀지고 이것이 개선되는 결과를 가져온 경우를 많이 찾을 수 있다.

부조리를 밝혀내는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낸 경우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긍정적 효과 이상으로 부정적인 효과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사람의 뇌는 긍정적인 표현보다는 부정적인 표현에 훨씬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부정성 효과’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오클랜드대학교 심리학과의 크리스틴 한센 교수는 실험자들을 대상으로, 군중 속에서 특정 인물을 찾는 과제를 부여하는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목표물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을 때보다 분노한 표정을 지었을 때 훨씬 쉽게 목표물을 찾아냈다. 이 실험은 부정성 효과를 증명하는 흥미로운 사례로 지금껏 회자되고 있다.

부정적인 글이

넘쳐나기 쉬운

블라인드에 모인 이들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글을 남기고 있을까. 누군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를 통해 공감을 얻기 위해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가장 손쉬운 방법은 부정성 효과를 유도하는 것이다. 회사의 다른 이를 욕하거나, 회사의 정책을 비판하고 때로는 비난한다. 혹자는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글을 쓰기도 할 것이다. 눈에 거슬리는 누군가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거나, 그 스스로가 더 좋은 평가를 받고 더 많은 보수를 얻기 위해 경쟁자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말이다.

블라인드를 통해 게시되는 글의 대다수는 일터의 누군가를 향한 ‘저격’이다

실제로 블라인드에는 그러한 글들이 실로 넘쳐난다. 회사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것처럼 보이는 글도, 이면을 살펴보면 자신이 받게 된 인사상 불이익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 괴롭힘의 수단으로 블라인드를 악용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주변으로부터 근태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누군가는 인사 담당 직원의 소소한 실수를 부풀리고, 사내연애를 하다가 헤어진 상대방을 직장 내 성희롱을 일삼는 파렴치한으로 몰기도 한다. 누군가를 소위 ‘저격’하는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글이 오늘도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넘치고 있다.

여론몰이와

조리돌림의 수단

블라인드 게시글을 통해 게시되는 뒷담화는 자칫 ‘여론몰이’와 ‘조리돌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정인을 비하하는 소문에 당사자 개인이 일일이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진실이 아님을 호소하고자 해도 호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뒷담화는 사람들의 입을 타고 전해지면서 어느새 바꿀 수 없는 사실이 되기 십상이다. 그리고 괴롭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사례가 최근 문제가 되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한 괴롭힘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조항이 실제 산업재해로 인정받기도 힘들지만, 이와 같은 사례는 애초에 직장 내 괴롭힘의 범주에 속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나를 욕하는 이가 누구인지, 심지어 실제로 같은 직장의 동료인지도 확인할 수 없는 플랫폼이다

그렇다고 해서 피해를 당한 당사자가 이를 민사상의 문제로 가져가기도 힘들다. 블라인드의 글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를 입더라도, 피의자를 특정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블라인드는 서버에 가입자의 정보를 담아두지 않는다. 오로지 회사의 이메일 사용 여부만으로 가입이 이뤄지며, 가입 당시에 인증용으로 쓰인 이메일 계정은 서버에 평문 형태로 저장되지 않는다. 가입 이후에는 이메일이 사라지고, 임의의 문자로 서버에 저장된다.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는 플랫폼

이러한 시스템이 의도한 것은 글을 게시한 이들의 법적 책임 면제다. 명예훼손, 무고 등으로 문제가 되더라도, 팀블라인드는 글을 게시한 이의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 설사 경찰이 법원 영장을 받아서 제출하더라도 결과는 동일하다. 애초에 가입자의 신원 정보를 팀블라인드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팀블라인드는 이와 같은 시스템을 ‘가입자 로직에 대한 시스템’으로 특허등록한 바 있다.

블라인드를 통해 오히려 고민에 빠지게 되는 직장인들의 비율이 훨씬 높을 것이다

영장 제출 이상의 조치도 사실상 취하기 힘들다. 팀블라인드의 본사 위치는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다. 서버 또한 미국에 두고 있다. 마치 숫자만 바꿔서 매번 URL을 달리 생성하는 ‘마나모아’나 ‘누누티비’처럼, 문제가 생기더라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실제로 2021년 2월, 카카오 소속 직원의 유서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던 때도 경찰은 마땅한 대응을 취하지 못했다. 자살예방법에 따르면, 경찰 등이 자살 의사나 계획을 표현한 사람의 정보 제공을 요청하면 인터넷 플랫폼 회사는 그의 개인정보를 넘겨줘야 한다. 하지만 마땅히 취해져야 할 조치는 팀블라인드의 정책과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일하지 않는 방향으로

근로자들을 유도하는

과연 블라인드를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가져오는 플랫폼으로 볼 수 있을까. 블라인드가 가져온 사회적인 파장과 밝혀진 부조리들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인정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도 뒷담화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맡은 업무가 많아서 다른 이들과의 마찰이 잦은 경우라면 특히나 더 그럴 수밖에 없다. 블라인드의 글을 지켜보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행동거지는 위축되기 마련이고, 직장에서 일을 대하는 태도도 소극적이 되기 쉽다. 성과를 위해 갈등을 무릅쓰고 노력하는 것보다, 다른 이들과 대화하지 않는 길을 택하는 게 더 현명하게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을 오히려 방해하는 서비스로 자리를 잡을 것이 우려된다

블라인드는 ‘전 세계 기업의 지속 가능한 기업 문화를 위한 직장인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추문, 뒷담화, 조리돌림이 게시되는 글의 대다수를 이루는 상황에서는 지향하는 바를 제대로 이루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건전한 기업 문화를 꿈꾸는 이들이 서로를 불신하게 만드는 플랫폼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문제는 블라인드를 통해 조성되는 불신이 일터의 종사자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사 측과 노동자 측 사이에서도 일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화두에 이어, 다음에는 블라인드로 인해 오히려 성장을 꺼리게 되는 기업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 앱스토리에서는 팀 블라인드로 인한 사측과 임직원의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습니다. press@appstory.co.kr



[관련 기사 한눈에 보기]

->① 팀 블라인드, 긍정과 부정 그 사이 어딘가

② 건강한 기업 문화의 조성을 가로막는 서비스, 블라인드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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