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도 같이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었던 애플 아이폰의 인기가 잠시 시들해진 때가 있었다. 큰 인기를 누렸던 아이폰4와 아이폰4S 이후 디스플레이가 획기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화면이 세로로만 조금 커지고 디자인도 큰 변화 없이 출시된 아이폰5와 아이폰5S때였다. 이후 애플은 시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본 모델을 4.7인치로 키우고 더불어 5.5인치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갖춘 플러스 모델을 함께 내놨다. 기본 모델과 플러스 모델간의 차이는 디스플레이 크기에 따른 해상도의 차이와 광학 흔들림 보정 기능 이외에는 하드웨어 사양도 완전히 동일했다. 적어도 아이폰6와 아이폰6S까지는 말이다. 올해 하반기 출시된 7 시리즈는 기본 모델과 플러스 모델간의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아이폰7플러스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외형의 변화, 아이폰7과 동일

아이폰7과 함께 공개된 패블릿 모델 아이폰7플러스가 전작에서 외형상 달라진 점은 아이폰7과 마찬가지다. 블랙과 제트 블랙 색상이 추가되었으며, 후면 상하단에 각각 두 줄로 그어져 있던 절연선이 한 줄로 바뀌면서 살짝 사라진 느낌이다. 블랙과 제트블랙의 경우 바디의 색상과 절연선의 색상이 동일해서 절연선이 완전히 제거된 느낌인데, 흰색 절연선이 들어간 나머지 컬러 모델들도 절연선이 기존보다는 훨씬 덜 거슬린다.

아이폰7 블랙(좌)과 아이폰7플러스 로즈골드(우)

절연선을 제외하면 기존 모델인 아이폰6플러스나 아이폰6S플러스와 큰 차이가 없다. 절연선이 보이지 않는 전면부는 특히나 이전 모델과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정전식으로 바뀐 홈버튼은 외형상으로는 구분하기 힘들며, 상단 스피커 부위가 약간 길어졌지만 이전 모델과 함께 놓고 비교하기 전에는 알아채기 힘들다.

아이폰7플러스(좌)와 아이폰7(우)

이미 잘 알려졌다시피 하단에 있던 3.5mm 이어폰 단자는 제거되었으며, 8핀 라이트닝 포트 양쪽에 스피커와 마이크 홀만 자리잡고 있다.

아이폰7(위)와 아이폰7플러스(아래)

플러스만의 보너스, 듀얼 카메라

아이폰이 투트랙 전략을 채택하기 시작한 첫 모델인 아이폰6부터 두 번째 모델인 아이폰6S까지는 4.7인치 일반 모델과 5.5인치 플러스 모델의 외형상의 차이는 단지 크기뿐이었다. 내부적인 차이는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다른 만큼 해상도가 달랐고, 플러스 모델에만 카메라에 광학식 손떨림 방지(OIS) 기능이 들어가 있었다. 그 이외에는 앱 화면이 아닌 메인 화면에서도 가로 모드를 지원한 정도 말고는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7시리즈에서는 두 모델간의 뚜렷한 차이가 생겨났다. 우선 외형상으로도 크기 이외에 확연한 차이점이 생겼다. 바로 카메라다. 아이폰7은 후면에 하나의 카메라가 있지만, 아이폰7플러스는 두 개의 카메라가 탑재되었다. 드디어 소문으로만 나돌던 아이폰 듀얼 카메라가 현실로 온 것이다.

아이폰7플러스의 듀얼카메라

아이폰7플러스에는 후면에 듀얼 카메라가 탑재되었다. 두 개의 렌즈는 가로로 나란히 자리잡고 있으며, 아이폰7의 후면 카메라가 원형으로 살짝 솟아오른 것과는 달리 아이폰7플러스의 후면 카메라는 두 렌즈가 하나의 보호유리로 연결되어 있어서 타원형으로 솟아올라 있다. 두 개의 카메라 중 왼편의 것이 아이폰7에 있는 것과 동일한 일반 화각의 렌즈이며, 오른편이 플러스에만 새롭게 추가된 렌즈다.

아이폰7(좌)과 아이폰7플러스(우)의 후면 카메라

후면에 렌즈가 두 개 탑재된 만큼 이미지 센서도 두 개가 탑재되었는데, 렌즈마다 각각 1200만 화소의 센서를 사용하고 있다.

듀얼 카메라의 차이는?

그렇다면 아이폰7플러스만의 듀얼 카메라는 아이폰7의 싱글 카메라와 어떤 차이를 제공해주고 있을까? 대부분 듀얼 카메라라고 하면 일반 화각에 광각 렌즈가 추가된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듀얼 카메라를 채택하였지만 추가 카메라는 심도 측정용으로만 쓰는 경우나 하나는 흑백, 하나는 컬러 촬영용으로 쓰는 단말기도 있지만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LG의 V10이나 G5, V20 모두 광각 카메라가 추가된 형태이다. 하지만 아이폰7플러스의 듀얼 카메라에 추가된 두 번째 카메라는 광각이 아닌 망원 렌즈를 갖추고 있다. 기본 카메라가 35mm 환산 화각 약 28mm이며, 추가된 망원 카메라가 환산 화각 약 57mm이다. 샘플 이미지를 보면 화각의 차이를 알 수 있다.

기본 광각 카메라(상)와 추가된 망원 카메라(하)의 화각 비교

두 카메라간의 화각을 비교해보면 실제로 일반 카메라가 광각 카메라의 두 배 가량 넓은 영역을 촬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광각 카메라(좌)와 망원 카메라(우)의 화각 비교

후면에 두 개의 카메라가 탑재되면서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 이전 세대 아이폰이나 아이폰7의 경우 촬영 화면에서 줌을 사용하려면 두 손가락을 대고 벌려주는 제스처를 이용해야 했는데, 아이폰7플러스는 촬영 화면에 ‘1x’라는 표시를 터치하면 ‘2x’로 바뀌면서 망원 카메라로 전환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광각 카메라(좌)와 망원 카메라(우)의 화각

이뿐만 아니다. ‘1x’나 ‘2x’ 표시를 손가락으로 위로 살짝 밀어주면 회전식 줌 레버나 나타나는데, 디지털줌을 추가해 최대 10x까지 줌 인이 가능하다. 이 회전식 줌 조절은 0.1x 단위로 조절할 수 있어서 원하는 배율로 줌인 또는 줌 아웃을 조작할 수 있다.

10배까지 0.1배 단위로 조절할 수 있다

1배부터 10배까지의 줌 화각 비교는 다음과 같다. 2배까지는 광학줌이며, 그 이후는 디지털줌이다.

1x(좌)와 2x(우)의 화각

5x(좌)와 10x(우)의 화각

피사계 심도 기능은 어디에?

아이폰7플러스의 듀얼카메라는 단순히 두 개의 렌즈를 탑재해서 화각을 다양화하고 광학 줌을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HTC 등 듀얼 카메라를 채택한 일부 회사에서 피사계 심도 측정으로 사진 내의 초점 위치를 변화시키는 것과 흡사한 기능을 제공하는데, 피사체의 뒤에 위치한 배경을 분리해 블러 처리를 해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웃포커스라고 부르는 것으로, 초점이 맞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이 뿌옇게 보이는 것을 이야기한다.

피사계 심도 기능으로 배경을 처리한 샘플

보통은 망원 렌즈나 밝은 렌즈로 조리개를 개방했을 때 이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아이폰7플러스의 피사계 심도 기능은 피사체를 자동으로 인지하고 나머지 영역을 소프트웨어적으로 블러 처리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이러한 용도로 듀얼 카메라를 활용하는 것이다.

피사계 심도 처리 전(좌)과 처리 후(우)의 사진

이 기능은 하나의 후면 렌즈를 갖춘 아이폰7에서는 지원되지 않고 오직 듀얼 렌즈를 갖춘 아이폰7플러스에서만 지원되는 기능인데, 카메라의 포트레이트 모드에서만 지원한다. 그런데, 아이폰7플러스의 카메라를 열어보면 인물사진(PORTRAIT) 모드가 보이지 않는다. 어찌된 일일까? 애플이 현재 배포하고 있는 iOS10의 정식 버전에서는 인물사진 모드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확한 제공 일정이 잡혀있지 않은 상태이며, 개발자들에게 배포중인 iOS10 베타1 버전에서는 인물사진 모드를 지원하고 있다. 오직 인물사진 모드에서만 피사계 심도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며, 실시간 미리보기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학적인 효과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효과이기 때문에 경계 부분의 처리나 잘못 인식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서 정확한 성능은 정식 지원이 이루어진 후에 확인해보아야 한다.

피사계 심도효과 미리보기

공개된 샘플 이미지 수준이라면 상당히 만족스러울 듯

핵심 사양 차이, 성능 차이는?

앞서 설명했다시피 아이폰7플러스는 카메라 이외에도 핵심 사양에서 아이폰7과 차이가 있다. 우선 크기가 큰 만큼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도 더 높다. 해상도가 무슨 차이가 있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같은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조건에서 해상도가 높을수록 프로세서에는 부하가 증가해 성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PC를 사용하면서 이런 경험이 있는 사용자들도 많을 텐데, 최신의 게임을 즐기기 위해 설치했을 때 권장 사양이 너무 높아 버벅거림이 너무 심해 해상도를 낮추고 즐긴 기억이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같은 조건에서 해상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더 높은 성능이 필요하게 된다. 아이폰7과 아이폰7플러스의 하드웨어 사양 차이는 크기가 큰 만큼 디스플레이 크기도 커지고, 디스플레이 크기가 커지면서 해상도도 커지고, 크기 증가에 따라 배터리 용량도 커진 것도 있지만 이번에는 새롭게 램 용량도 차별적으로 적용했다. 아이폰7의 램 용량은 2GB인 것에 비해 아이폰7플러스는 3GB의 램을 장착한 것이다.

램 용량이 늘어나면 물론 퍼포먼스에는 유리하다. 하지만 해상도가 높기 때문에 성능 비교상 단점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같은 운영체제, 같은 프로세서라는 조건에 해상도와 램 용량만 다른 아이폰7과 성능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우선 시스템의 전반적인 성능을 측정하는 Antutu benchmark를 실행해보았다.

아이폰7(좌)과 아이폰7플러스(우)

결과는 오히려 아이폰7보다 아이폰7플러스가 더 낮게 측정되었다. 각 항목을 보면 오차범위로 보거나 실제 차이로 볼 정도의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데, CPU 테스트에서는 유독 아이폰7플러스가 큰 차이로 낮게 나오고 있어서 총점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직 테스트 앱이 iOS10에 최적화되지 못한 문제일까? 이는 운영체제와 앱 안정화가 이루어진 후 다시 한번 확인해보아야 할 것 같다. 다음으로는 마찬가지로 시스템 전체의 성능을 측정한 Basemark 테스트의 결과이다.

아이폰7(좌)과 아이폰7플러스(우)

아이폰7플러스가 아이폰7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역시 오차가 있겠지만 이 결과가 Antutu보다는 좀 더 정확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프로세서의 성능을 측정하는 Geekbench4의 테스트 결과이다.

아이폰7(좌)과 아이폰7플러스(우)

결과를 보면 싱글코어와 멀티코어에서 서로 약간씩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는데, 두 수치 모두 오차범위에 든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동일한 프로세서이기 때문에 거의 같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3D 그래픽 성능을 측정해보는 3DMark의 Sling Shot 테스트 결과이다.

아이폰7(좌)과 아이폰7플러스(우)

3D 그래픽에는 시스템의 램 용량도 영향을 미치는데, 아이폰7플러스의 램 용량이 아이폰7의 150%인 만큼 더 높은 성능을 보여주겠지만 해상도도 더 높기 때문에 램 용량의 차이가 상쇄되어 약간의 차이로만 앞서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일한 해상도로 offscreen 테스트를 하는 Sling Shot Unlimited 테스트 결과는 어떨까?

아이폰7(좌)과 아이폰7플러스(우)

이번에는 램 용량이 더 높은 아이폰7플러스의 성능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3D 게임 이외에도 실제 사용 시 램 용량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혁신이 꼭 필요할까

투트랙 전략을 쓰기 시작한 아이폰6 이후로 이번이야말로 진정한 투트랙이 된 것이 아닐까? 그간은 4.7인치 모델과 5.5인치 모델의 차이가 말 그대로 크기 말고는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퍼포먼스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램 용량에서 차이를 주었고, 카메라에서는 하드웨어적으로도 완전히 다르게 듀얼 카메라를 채택해 완벽한 투트랙을 완성했다. 이쯤 되면 애플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혁신'으로 봐도 될듯 싶다.

램 용량이 늘어난 만큼 퍼포먼스는 확실히 좋아졌다. 하지만 카메라의 변화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초광각 추가로 드넓은 화각을 기대한 사용자는 왜 망원을 추가했는지 이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초광각을 대신하는 망원으로 배경흐림 기능을 추가했다지만 아직 사용할 수 없어 만족도를 논할 수 없다. 애플이 제공하는 샘플 이미지가 있기는 하지만 업체가 제공하는 샘플 치고 멋지지 않은 것이 어딨겠는가. 현재로써는 아이폰7풀러스만의 만족도나 성능 평가는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제공된 이후로 잠시 미뤄두어야 할 것 같다.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