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제품군 중 이전에는 없던 레벨을 만들어냈다. 아이폰SE는 크기만 보면 이미 두 세대나 지난, 특히 안드로이드 진영과 비교해보면 이미 오래 전에 지나버린 4인치의 작디작은 구형 모델 수준이다. 하지만 핵심 사양은 현재 아이폰 최신 모델인 아이폰6S와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의 출고가가 예상 밖으로 높게 책정되자 보급형 모델의 가격으로는 과하다는 불만이 폭주하였는데, 애플은 아이폰SE를 보급형이라고 한 적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기도 했다. 사실 디스플레이 크기만 보면 보급형이 맞지만 사양은 최신 모델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런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아이폰SE는 다른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견줄 수 있는 높은 성능을 제공할까? 객관적인 성능을 확인해보기 위해 안드로이드 진영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7엣지와 비교해보았다.

테스트 준비

우선 두 기기를 비교하기에 앞서 몇 가지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 두 기기는 운영체제부터 다르고, 프로세서도 다르다. 디스플레이 해상도 역시 달라 테스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느끼는 체감성능을 객관적으로 확인해보기 위해서 두 플랫폼에 공통적으로 제공되는 벤치마크 앱을 사용했다. 동일한 벤치마크가 제공되더라도 소프트웨어적인 지원이 달라 세부 설정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가급적 동일한 조건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플랫폼 자체가 다른 이상 완벽하게 동일한 환경의 구축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결과를 보아야 한다. 두 기기의 소프트웨어 버전은 최신으로 업데이트한 상태이다.

Antutu Benchmark

시스템의 전반적인 성능을 측정하는 Antutu 벤치마크는 3D와 UX, CPU, RAM의 네 가지 항목을 측정해 총점을 구하는 테스트 앱으로, 현재 iOS용은 버전 6.1, 안드로이드용은 버전 6.1.4가 공개되어 있다.

아이폰SE(좌)와 갤럭시S7엣지(우)

Antutu 벤치마크의 결과는 보면 아이폰SE는 127122점을 획득해 128549를 얻은 갤럭시S7엣지보다는 약간 낮은 성능을 보여주었지만 두 기기 모두 12만점대로 비슷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항목별로 보자면 3D와 CPU 항목은 아이폰SE가 좀 더 앞서고, UX와 RAM 항목은 갤럭시S7엣지가 더 높게 나타났다.

아이폰SE(좌)와 갤럭시S7엣지(우)

Basemark OS II

시스템 전반적인 성능을 측정해주는 Basemark OS II 역시 안드로이드와 iOS 등을 모두 지원하는 크로스 플랫폼으로, 시스템, 메모리, 그래픽, 웹 네 항목을 통해 최종 점수를 측정해낸다.

아이폰SE(좌)와 갤럭시S7엣지(우)

결과는 아이폰SE가 갤럭시S7에 비해 다소 낮은 성능으로 측정되었다. CPU의 성능을 측정하는 시스템 항목은 아이폰SE가 월등히 높게 나타났지만 램 용량이 갤럭시S7엣지에 비해 절반에 지나지 않아 메모리 성능이 상당히 낮게 측정되면서 최종 점수에서 갤럭시S7엣지에 약간 밀리게 되었다.

Geekbench 3

iOS와 안드로이드뿐만 아니라 윈도우와 맥OS, 리눅스까지 지원하는 프로세서 성능 측정 툴인 Geekbench 3는 싱글코어와 멀티코어를 별도의 수치로 알려준다.

아이폰SE(좌)와 갤럭시S7엣지(우)

테스트 결과는 보면 싱글코어의 경우 애플의 자체 프로세서 A9를 사용한 아이폰SE가 2557점으로 삼성의 엑시노스8890을 사용한 갤럭시S7엣지의 2095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멀티코어 테스트에서는 듀얼코어의 아이폰SE가 옥타코어의 갤럭시S7엣지를 뛰어넘기엔 역부족. 4466점 대 6321점으로 아이폰SE가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아이폰SE(좌)와 갤럭시S7엣지(우)의 싱글코어 성능

아이폰SE(좌)와 갤럭시S7엣지(우)의 멀티코어 성능

3DMark

3D 그래픽으로 GPU의 성능을 측정하는 전문 앱인 3D 마크는 우선 Ice Storm Unlimited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우선 Ice Storm Unlimited는 오픈GL ES 2.0 기반에 720p 해상도로 테스트가 진행된다.

아이폰SE(좌)와 갤럭시S7엣지(우)

이 결과에서는 아이폰SE가 29448점으로 28141점을 기록한 갤럭시S7엣지보다 약간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두 점수 모두 본 테스트로는 정확하게 측정하기 힘든 수준의 높은 점수라고 볼 수 있다. 더 상위 레벨의 비교를 위해 Sling Shot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Sling Shot 테스트는 오픈GL ES 3.1에 1440p 해상도를 지원하는 항목도 있지만 아이폰SE가 오픈GL ES 3.1을 지원하지 않는 관계로 오픈GL ES 2.0에 1080p 해상도 기반으로 진행되는 테스트를 사용하였다.

아이폰SE(좌)와 갤럭시S7엣지(우)

이번 테스트에서도 아이폰SE가 2764점을 얻어 2658점의 갤럭시S7엣지보다 약간 앞서고 있다. 세부 항목은 그래픽 스코어와 물리연산 스코어로 나뉘는데, 그래픽 스코어는 아이폰SE가 월등히 앞서는 반면, 물리연산 스코어는 갤럭시S7엣지가 더 앞서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아이폰SE(좌)와 갤럭시S7엣지(우)

GFXBench OpenGL

GPU 성능을 측정하는 GFXBench는 오픈GL과 Metal, 다이렉트X 등을 모두 지원하는데, 안드로이드와 iOS가 공통으로 지원하는 API를 비교하기 위해 오픈GL 기반만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Metal API의 경우 안드로이드에서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 오픈GL 중에서도 ES 3.1은 iOS에서 지원하지 않아 안드로이드용 GFXBench에서 지원하는 Car Chase와 같은 오픈GL ES 3.1 API를 이용하는 테스트는 제외했다.

결과를 보면 아이폰SE가 갤럭시S7엣지를 압도하는 항목이 보인다. 하지만 해상도가 다르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해상도를 동일하게 1080p로 맞춰서 테스트하는 Offscreen 항목에서는 그 격차가 줄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PC와는 달리 프레임률을 높이기 위해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사용자가 임의로 낮추고 사용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이 수치를 해상도와는 관계 없이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반적으로 ALU와 Driver Overhead 테스트는 아이폰SE가 월등히 높게 나타났으며, 렌더링 퀄리티는 갤럭시S7엣지가 높게 나타났다.

배터리 테스트

배터리 테스트는 Geekbench의 배터리 테스트 기능을 이용했다. 테스트는 배터리를 100%로 충전한 후 테스트를 시작해서 완전히 꺼질 때까지 이어지며, 마지막으로 저장된 시간까지를 측정한다. 테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디스플레이 밝기는 가장 낮게 조절된다.

아이폰SE(좌)와 갤럭시S7엣지(우)

결과를 보면 다소 이해하기 힘든 수치가 기록되었다. 아이폰SE의 배터리 지속 시간이 4시간을 조금 넘기는 아주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테스트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어 두 번 더 반복해서 테스트해보았으나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내장된 배터리의 용량이 작지만 디스플레이 크기나 해상도도 낮기 때문에 이 보다는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너무 짧은 사용 시간을 보여주어 초기 OS의 최적화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예상된다. 또한 배터리 테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기기들과는 달리 발열량이 높았던 것으로 보아 일반적인 사용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아이폰SE의 배터리 용량은 1624mAh이며, 갤럭시S7엣지의 배터리 용량은 3600mAh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작지만 뛰어난 성능, 배터리 최적화 시급해

테스트 결과를 보면 아이폰6S에 준하는, 다시 말하자면 안드로이드 진영 최신 플래그십 모델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수준의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래픽 성능 부분에서는 뛰어난 GPU 성능과 더불어 낮은 해상도로 인해 더욱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은 것만 빼면 나머지 성능은 사양에서 보여주는 그대로를 수치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크기가 작아지면 배터리 용량도 작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이 높은 동작 클럭의 프로세서를 사용해 더더욱 배터리 소비는 빨라지게 되는 악조건에서 배터리 사용시간은 지나치게 짧게 나타나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한 보안이 시급해 보인다.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