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사용자들은 그간 성능이나 디자인에 있어서는 별다른 불만이 없었지만 한 손 안에 들어오는 컨트롤이라는 고집은 점점 불만이 되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는 저가형, 보급형 제품들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4인치의 디스플레이를 너무나도 오래 지켜왔기 때문이다. 한 손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 편리하지만 좀 더 시원한 화면과 좀 더 많은 정보를 한 눈에 보기를 원하는 것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당연히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애플은 꾹꾹 눌러온 크기의 욕망을 터트리면서 그 동안 견뎌온 매니아들에게 더 커진 화면을 선물했다. 그런데, 막상 선물을 열어보니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게다가 그 중 하나는 엄청난 크기다. 그렇게 아이폰 6 플러스는 5.5인치의 거대 화면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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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둥글해진 외형
아이폰 6 플러스의 외형은 아이폰 6와 동일하다. 이미 지난달에 아이폰 6의 리뷰를 진행한 바 있지만 보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다시 설명하자면 아이폰 5S와는 확연히 달라진 외형이다. 아이폰 5S는 전면과 측면이 맞닿는 모서리가 완전히 직각으로 각이 진 형태인데 아이폰 6 플러스는 둥글게 라운딩 처리가 되어있다. 알루미늄 유니바디의 프레임 부분만 둥글게 처리된 것이 아니라 전면부에 띄워져 있는 강화유리도 가장자리가 둥글게 깎여있어서 프레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강화유리까지 이렇게 라운드처리 해서 프레임과 연결시킨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에 상당히 독창적면서도 각진 부분이 없어서 그립감 역시 뛰어나다.

전면부는 라운드 처리된 것 이외에는 아이폰 5S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홈버튼에 지문인식 기능을 넣은 터치ID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아이폰 5S에서 상단에 있던 전원/슬립 버튼은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했는데, 아마도 본체의 크기가 커지면서 조작상의 불편을 염두에 두고 위치를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전원/슬립 버튼 아래쪽으로는 유심 트레이가 보이며, 아이폰 5S와 동일하게 나노심을 사용한다. 왼편 측면에는 진동 모드 스위치와 볼륨 버튼이 위치해 있는데, 원형이었던 볼륨 버튼이 길쭉한 타원형으로 바뀌었다. 이는 두께가 더욱 줄어들면서 측면이 라운드 처리되어 버튼을 배치할 공간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진동 스위치도 기존보다 훨씬 얇게 바뀌었다.

후면부는 아이폰6 시리즈가 정식으로 발표되기 이전에 사진이 유출된 시점부터 논란이 되어온 일명 ‘절연 테이프’ 디자인이 눈에 띈다. 물론 시각적으로는 마치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둔 것처럼 눈에 다소 거슬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구매자라면 깔끔한 디자인을 해쳐가면서 이렇게 넣을 수 없었던 기술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이 절연 테이프 디자인은 애플이 차기 모델에서 개선하기 전까지는 두고 두고 회자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카툭튀와 반짝이는 로고
후면의 위쪽에는 원형의 메인 카메라 렌즈가 있는데, 국내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는 말의 줄임말인 갑툭튀를 변형해서 카메라가 툭 튀어나왔음을 줄인 ‘카툭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카메라가 이처럼 돌출된 이유는 아직까지 카메라 모듈의 두께가 더 얇은 것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그간 본체 후면부 보다 돌출된 카메라를 가진 스마트폰이 다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아이폰 6와 아이폰 6 플러스의 카메라 돌출이 지적되는 이유는 디자인을 강조하던 애플마저도 이렇게 카메라를 돌출시켰다는 아쉬움도 있을 테지만 그보다는 다른 돌출형 카메라를 가진 스마트폰들이 후면부에서부터 돌출된 부위까지 부드럽게 곡선으로 이어지면서 시각과 촉각에서 거부감을 최소화한 반면 아이폰 6/6 플러스는 평평한 뒷판에서 말 그대로 카메라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형상이기 때문에 더욱 큰 거부감을 전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 돌출된 카메라

▲ 케이스를 씌우면 카툭튀 해결

아이폰 6나 아이폰 6 플러스를 꼭 사용하고 싶지만 돌출된 카메라가 너무 거슬리거나 바닥에 닿아서 렌즈가 손상 될까봐 걱정된다면 범퍼타입이 아닌 후면부를 완전히 덮는 케이스를 씌워서 사용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후면 중앙에 있는 애플 로고는 언뜻 보면 기존의 애플 로고와 다를 것 없이 보이겠지만 아이폰 5S의 로고가 뒷판과 별도로 분리되는 구조가 아닌 하나의 판에 표면 처리만 달리 해서 로고를 만든 형태인 반면 아이폰 6 플러스의 로고는 통짜 메탈로 되어있는 유니바디 프레임에서 별개로 박아 넣은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레임은 알루미늄 재질이지만 이 로고만큼은 스테인리스로 되어있는데, 출시 전에는 로고 부분이 맥북의 사과마크처럼 LED 조명 효과가 들어간다거나 NFC 안테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여러 추측이 있었지만 현재로써는 단순히 로고를 더욱 반짝이고 깔끔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구조일 뿐이며, 내부적으로도 어떠한 전기적 연결이나 기능적인 부분은 없는 상태다. 다만 차기 모델에서는 이 부분이 기능상의 무언가가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으로써는 그냥 로고일 뿐이다.

▲ 로고

▲ 하단 단자

하단에는 3.5mm 이어폰 단자와 마이크, 8핀 라이트닝 단자, 그리고 스피커가 위치해 있다. 마이크와 스피커는 큼직한 원형 구멍으로 뚫려있어서 기존보다 좀 더 심플한 모습이다.

커지고 섬세해진 디스플레이
아이폰 6 플러스와 아이폰 6는 거의 동일한 하드웨어 사양을 갖추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 디스플레이 크기가 다르고, 화면 크기가 달라지고 본체 크기도 커진 만큼 배터리 용량도 크게 늘어났다. 또한 아이폰 6 플러스의 후면 아이사이트 카메라에만 광학식 손떨림 보정(OIS) 기능이 들어가 있다. 디스플레이는 크기만 다른 것이 아니다. 아이폰 6는 4.7인치에 해상도 1334x750으로 화소 밀도가 326ppi인데 비해 아이폰 6 플러스는 5.5인치로 더 큰 화면에 해상도는 1920x1080 Full HD를 지원해서 화소 밀도가 401ppi로 더욱 조밀하다. 물론 326ppi만 되어도 육안으로는 망점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이폰 6와 아이폰 6 플러스를 함께 놓고 비교해보아도 큰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다. 이전 세대 아이폰과 비교하면 디스플레이 크기와 해상도 이외에도 몇몇 개선점이 있다. 액정 소자를 정렬할 때에 자외선을 이용해서 좀 더 정밀하게 정렬시킴으로써 대비를 높여주는 광배향 공법이나 향상된 편광판 사용으로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는 등이 그것이다. 어찌 되었든 화면이 5.5인치로 커지면서 아이폰 6 플러스의 전체적인 크기는 상당히, 약간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커졌다.

▲ 밝은 실외에서도 선명한 화질

▲ 제법 큰 주머니인데 이제는 부족하다

배터리는 제법 큰 차이를 보인다. 아이폰 6의 배터리 용량은 1810mAh이며 아이폰 6 플러스의 배터리는 2915mAh이다. 화면 크기는 아이폰 6 플러스가 약 17% 더 커졌지만 배터리 용량은 61% 가량 커진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해보니 아이폰 6 플러스가 확실히 배터리 소모 속도가 현저하게 느리게 느껴졌다. 해상도나 크기는 상관 없고 배터리가 오래 가는 제품을 원한다면 아이폰 6보다는 아이폰 6 플러스를 선택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아이폰 6 플러스의 프로세서는 아이폰 6와 동일한 A8 칩이 사용되었다. A8은 아이폰 5S에 사용된 A7에 비해 두 배 이상의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그래픽 성능이 큰 폭으로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세서 제조공정도 A7의 28nm 공정에서 20nm 공정으로 바뀌어서 트랜지스터 집적도는 두 배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다이 크기는 오히려 13% 가량 더 작아졌으며, 전력 효율은 50% 가량 높아졌다. 각종 센서에서 수집되는 정보의 처리를 전담하는 코프로세서도 M7에서 M8로 업그레이드 되었으며, 아이폰 5S에는 없던 기압계 센서가 추가되었다.

그 밖의 변화는 동영상의 슬로우 모션 모드에 120fps 이외에 240fps가 추가되어서 더욱 정밀한 슬로우 모션을 촬영할 수 있게 되었으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이 들어가서 야간이나 어두운 환경에서 좀 더 깨끗한 사진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나머지 타입랩스 동영상 촬영 모드가 추가와 타이머 기능, 1080p 영상 촬영시 60fps 지원과 페이스타임고속연사와 노출조절 기능 등 자잘한 카메라 기능 추가 및 업그레이드는 아이폰 6의 그것과 동일하다.

카메라 기능이 향상된 만큼 결과물도 훌륭하지만 아이폰의 사진 퀄리티는 이전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획기적으로 향상된 느낌은 크게 들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 아닌 단점이다.

▲ 사진촬영샘플

커진 크기를 보완하는, 커진 크기를 활용하는 기능
아이폰 6 플러스는 한 손으로 모든 기능을 컨트롤해야 한다는 창업자의 신념을 버린 첫 모델이지만 최대한 한 손으로 작업하기에 편하도록 몇몇 기능을 추가했다. 스와이프 제스처는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메일을 확인할 때에 화면의 옆쪽 가장자리를 가운데 방향으로 쓸어내는 동작만으로도 이전화면과 다음화면으로 간단하게 이동할 수 있다. 물론 모든 화면에서 동작하는 것은 아니며, 브라우저나 메일처럼 확연히 이전 페이지와 다음 페이지가 구분되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아이폰 6 플러스의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은 것이 꼭 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화면 가장자리를 안쪽으로 스와이프 할 때에 모서리가 둥근 것과 각진 것의 손 끝의 느낌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또 하나 추가된 기능은 ‘접근성’이라는 기능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는 주로 한 손 모드라는 명칭으로 사용되는 기능과 흡사하다. 이 기능은 커진 화면으로 인해 상단에 위치한 메뉴나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 파지된 손을 놓고 위로 움직여야 하는 불편을 줄여주는데, 본체를 손으로 잡은 채로 홈버튼을 빠르게 두 번 살짝 터치만 하면 화면이 절반 가량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잡고 있는 손의 위치를 바꾸지 않고서도 화면 상단에 있던 메뉴를 터치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안드로이드폰의 한손 모드가 대부분 화면 전체를 축소하는 식으로 줄여주는 것과는 다소 다른 형태인데, 아이폰 6라면 몰라도 5.5인치의 아이폰 6 플러스의 경우 접근성 기능으로 화면을 내린다고 해도 모든 메뉴를 한 손으로만 컨트롤하기에는 다소 버겁기 때문에 한 손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파지 위치를 바꾸지 않고 한 번 잡은 상태로 모든 컨트롤을 가능케 해주는 기능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 접근성

아이폰 6 플러스에는 커진 화면을 활용하는 기능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다. 앞서 설명한 몇 안 되는 하드웨어 사양 이외에는 아이폰 6와 아이폰 6 플러스는 동일한 하드웨어와 동일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홈화면의 가로 모드는 아이폰 6 플러스만 가지고 있다. 물론 인터넷 브라우저나 기타 앱에서는 예전부터 가로 모드가 지원되었지만 홈화면은 커다란 화면의 아이패드에서만 지원했을 뿐, 아이폰에서는 지원하지 않고 있었다.

▲ 가로모드

▲ 가로모드와 세로모드 비교

이 가로 모드가 홈화면처럼 단순히 아이콘을 90도 돌려놓고 아이콘 이름을 아래쪽으로 옮긴 것이라면 정말 의미 없겠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곳에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메시지 화면에서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고 다시 다른 메시지를 확인하려면 뒤로가기를 눌러서 발신자 리스트 화면으로 갔다가 원하는 발신자를 눌러서 메시지 본문을 확인해야 했지만 가로모드에서는 화면 왼쪽에 발신자 리스트가 나오고 오른쪽에는 메시지 본문이 나와서 화면 좌우를 별개로 스크롤하면서 빠르게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설정에서도 한 두 단계를 한 화면에 동시에 뿌려주기 때문에 빠른 항목 이동이 가능하다.

성능 역시 발군
마지막으로 간단하게나마 성능을 테스트해보았다. 비교 대상으로는 화면 크기나 제조사에서 내세우는 라인업의 위치로 볼 때 가장 큰 경쟁상대로 볼 수 있는 삼성 갤럭시 노트4의 결과를 이용했다. 우선 전반적인 성능을 가늠하는 용도로 Antutu 벤치마크를 실행하였다.

테스트 결과는 아이폰 6 플러스가 갤럭시 노트4의 48781점보다 약간 앞서는 50417점을 기록했으며, 두 기기 모두 WOW! Monster!라는 최상위의 평가를 받았다.

다음은 3D GPU 성능을 측정하는 3D Mark의 테스트 결과이다.

이번에는 갤럭시 노트4가 14319점을 기록한 데에 비해 아이폰 6 플러스는 18095점을 기록해 상당한 우위를 나타냈다. A7칩을 사용한 아이폰 5S까지는 일반적으로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모델들이 3D 성능에 강세를 보여왔지만 A8의 성능 향상이 특히 GPU 부문에 집중되었다는 설명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결과이다.

약간 부담스러운 크기, 하지만 그만큼 장점 갖춰

아이폰 6 플러스는 출시 전부터 꽤나 많은 아이폰 매니아들에게 비난 아닌 비난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4인치로 한동안 억제되어온 디스플레이가 4.7인치로 갑자기 커지는 것도 불만스러워하던 매니아들이 있는 상황에서 5.5인치라는 엄청난 크기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폰 6와 아이폰 6 플러스가 발표된 후 아이폰 6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사람은 많았지만 아이폰 6 플러스를 사겠다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어차피 둥글둥글해진 모양과 절연 테이프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아이폰 6도 눈에 들어오지 않겠지만 크기가 문제라면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보면 또 다른 생각이 들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단일 사이즈만 나오는 것보다는 좀 더 다양한 크기가 나와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어쨌든 약간 부담스러운 크기임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앱스토리 매거진(www.appstory.co.kr) | 원수연 기자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