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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를 넘어선 표정 논란 부른 중국산 게임

기사 입력시간 : |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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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역시나 ‘원신’과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이다. 2017년에 출시되어 그해 GOTY를 차지한 걸 넘어 역사에 기록될 가장 위대한 게임이라 평가받은 야생의 숨결, 그리고 야생의 숨결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원신. 하지만 세간의 평가는 ‘영향’, ‘벤치마킹’, ‘오마주’ 같은 예쁜 단어로 불릴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표절’로 자리 잡혔다. 또한 최근 공개된 게임 중에는 ‘소울’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게임 ‘다크 소울’을 벤치마킹했다고 하는 ‘검은 신화 : 오공’도 있다. 하지만 다크 소울을 비롯한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을 좀 해본 사람들에게 있어 검은 신화 : 오공 역시 알 수 없는 기시감을 느끼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2020년 하반기, 뜨거운 감자 원신

원신이 ‘벤치마킹’이나

‘영향’의 선을 넘어선 이유

원신의 표절 논란은 사실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에만 그치지 않는다. 원신 안에는 특유의 아름다운 모션으로 인해 수많은 탐미가 유저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니어 오토마타’, 그리고 스타일리시 액션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데빌 메이 크라이’의 액션이 숨 쉬듯 보인다. 사실 니어 오토마타와 데빌 메이 크라이는 수많은 게임들이 벤치마킹한 액션 애니메이션의 마스터피스라 해도 무방한 작품이니 이 둘의 스타일을 좇는다 해서 막연히 표절이라고 부르기엔 어렵다. 하지만 원신이 불쾌한 이유는 ‘파생의 노력’조차 안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게임 회사에서 어떤 콘텐츠를 개발할 때, 게임의 방향성과 걸맞은 모습을 한 게임을 여럿 모아놓고 자료 조사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그중에서 취사선택한 요소들을 이리 뒤틀고 저리 뒤틀어 게임의 독자적인 색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브릴리언트 커팅이 된 다이아로 만들어진 일자 모양 금반지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면, 거기에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야 ‘영향’이라 부를 수 있다. 링 부분을 꽈배기처럼 꼬거나 2~3갈래로 나누거나, 보석이나 금속을 바꿔 이미지나 착용감을 바꿔버리듯이. 레퍼런스를 해석한 후 어떻게 ‘재구축’하느냐에 따라 착용감이 달라지게 되고 이를 그 창작물의 ‘오리지널리티’라고 부른다.

원신의 기본 필드 몬스터 츄츄족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의 기본 필드 몬스터 보코블린

하지만 원신의 여러 콘텐츠에는 ‘재구축’의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시로 야숨의 보코블린과 원신의 츄츄족이 있다. 츄츄족이 단순히 ‘무리 지어 행동하고 진지를 구축한다’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것만으로는 야생의 숨결을 표절했다고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다는 ‘진지’의 모습이 너무나 보코블린 진지의 ‘망루’와 ‘집’을 연상케 한다. 원신이 보코블린을 보고 영향을 받아 츄츄족을 만들었다면, 츄츄족은 해골 모양 돌집을 짓고 망루를 만드는 것에서 보코블린과 차별화될 수 있는 다른 행동 패턴을 최소 1~2개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했다.

원신의 ‘상승기류를 통한 활강’

야생의 숨결의 ‘상승기류를 통한 활강’. 같은 원리를 사용한다

두 게임의 암벽 등반에 대해 많은 팬들이 ‘표절’이라 부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두 게임을 모두 해본 플레이어는 두 게임의 암벽 등반이 얼마나 비슷한지 알 수 있다. 벽에 가까이 붙거나 점프하면 벽에 달라붙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벽을 기어오르며 스태미나가 소비되고 중간에 발을 디딜 곳이 있을 때 스태미나가 빠르게 차오르는 것과 중간중간 점프하며 빠르게 등반하는 조작까지. 야생의 숨결 개발진은 월드를 누비는 주요 수단인 이 암벽 등반 시스템을 만들어내기까지 수백수천 번의 테스트를 거쳤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시스템이다. 원신의 수많은 시스템은 닌텐도가 수년을 투자하며 만들어낸 명검 제작법을 슥 가져가 만들어낸 모조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 게임에서 진정으로 야숨에게 ‘영향받았다’란 말을 쓸 수 있는 시스템은 속성전투 단 하나밖에 없다.

‘검은 신화 : 오공’에

느껴지는 기시감의 이유

스크린샷과 데모플레이가 공개된 게임 ‘검은 신화 : 오공’

대놓고 수많은 소스들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여 훔쳐간 쪽이 더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원신과는 달리 ‘검은 신화 : 오공’은 2020년 8월 20일, 13분가량의 게임 플레이 영상만 공개된 상태이기 때문에 섣불리 ‘표절’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상태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프롬 소프트웨어가 개발하고 유저들에게 선보였던 게임들의 스타일을 아는 유저라면, 이 게임이 이제는 흔해진 ‘소울 라이크’ 중 하나라고 넘겨짚기엔 석연치 않은 기분을 느낄 것이다.

매우 다양한 장르로 게임팬들에게 다가왔던 ‘소울 라이크’

일반적으로 ‘소울 라이크’ 장르의 게임들에 있어 소울라이크를 소울라이크로 성립시키는 가장 큰 ‘문법’은 다크 소울 시리즈가 갖는 특유의 레벨 디자인과 난이도이다. 고전 게임 장르 ‘메트로배니아’를 3D로 옮겨온 레벨 디자인은 각 지역과 지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하고 유저의 흥미를 돋운다. 지역 내부의 일반 몬스터를 강하게 디자인하여 보스로 가는 길 자체를 하나의 난관으로 만들고, 여러 패턴을 통해 치밀하게 보스를 분석하고 공략하게 만든다. 대부분 우리가 ‘소울 라이크’라 부르는 게임들은 이 디자인 틀만 공유하며 어떤 게임은 기계 슈트를 입은 과학자를, 어떤 게임은 사무라이를, 또 어떤 게임은 뱀파이어를 내세워 각 게임만의 독자적인 색을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소울 라이크 게임들이 갖는 ‘개성’이란 ‘규칙의 개성’보다는 그 세계를 이루는 ‘감수성’의 개성에 가깝다.

세키로의 대표 보스 중 하나였던 ‘사자원숭이’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검은 신화 : 오공’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미 게임을 여는 시점에서 2019년 GOTY 3위 게임, ‘세키로 : SHADOW DIE TWICE’가 생각나 버리기 때문이다. 세키로를 조금이라도 아는 유저라면 ‘검은 신화 : 오공’의 트레일러 7분 20초부터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를 본 순간, 세키로의 간판 보스 몬스터 중 하나인 사자원숭이를 떠올릴 것이다. 왜 이 몬스터를 봤을 때 세키로의 사자원숭이가 떠오를까? 그 이유는 이 몬스터의 디자인이 세키로의 친정집인 ‘프롬 소프트웨어’의 크리처 문법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프롬의 크리처 디자인의 핵심 문법은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에서 나온다. 일반적으로 인지하는 비율보다 과하게 팔다리를 늘려놓은 프롬의 크리처들은 늘어난 팔다리만큼 많은 사람들의 상식 속의 모습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뒤틀린 움직임을 보여준다. 여기에 긴 천이나 털을 더해 이 기괴한 움직임의 궤도를 유저의 눈에 각인시킨다. 프롬의 기괴함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프롬의 크리처 디자인 문법을 제대로 보여주는 몬스터 ‘검은 야수 파알’

‘검은 신화 : 오공’이 선보인 늑대 모습의 보스 몬스터는 이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다. 세키로의 사자원숭이와 이 늑대의 차이점은 머리가 늑대인가 아닌가, 머리를 벨 수 있는가 아닌가뿐이다. 일반적으로 트레일러에서 선보이는 보스는 개발진들이 판단하기에 가장 게임의 감수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보스 몬스터이다. 짧은 시간 내에 영상만으로 게임의 분위기를 예비 구매자들에게 전달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검은 신화 : 오공’이 내보인 흰 털을 휘날리며 원숭이의 골격을 가지고 뛰어다니는 늑대 몬스터는 대놓고 ‘세키로’를 저격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검은 신화 : 오공은 아직 플레이 영상밖에 공개되지 않은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 전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 부디 독자적인 분위기를 잘 형성하길 바랄 뿐이다.

검은 신화 : 오공의 데모 플레이에서 공개된 보스 몬스터

세간에서는 말한다. 결국 ‘재밌으면 그만’인 것 아닌가. 게임의 본질은 ‘재미’ 아닌가. 웹소설 ‘전지적 독자시점’에서 표절작가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는 주역 캐릭터 한수영은 이렇게 말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결국 모든 것은 이미 있는 것의 변형이다.” 미국의 속담을 인용한 이 대사의 개념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야생의 숨결도, 프롬 소프트웨어의 작품들도 있는 것의 변형일 뿐이고, 중국 게임은 또 다른 변형을 만들어낸 것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변형을 뛰어넘어 그 게임만의 독자성을 인정받은 게임들이 있고, 이는 수많은 개발자들의 피와 땀 그리고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비싼 값을 치르고 얻어낸 ‘개성’을 쉽게 가져가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 누가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까?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일이다.


김혜지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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