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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중국 게임의 위상, 한국 게임 이대로 괜찮을까

기사 입력시간 : | 최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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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게임 회사인 미호요가 지난 9월 28일 전 세계에 새로운 게임을 론칭했다. ‘원신’이라는 이름의 이 게임은 출시 전부터 모바일 게임 유저들에게는 많은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미호요가 모바일 게임의 한계를 뛰어넘은 그래픽이라는 평가를 받은 ‘붕괴3rd’의 개발사였기에, 원신 또한 이전에 보여준 것 이상의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게 그 첫 번째 이유였다. 하지만 두 번째 이유는 그리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이 게임이 닌텐도의 유명한 게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말 그대로 ‘베낀’ 작품이라는 점이 바로 그 두 번째 이유였기 때문이다.

원신, 2주 동안

1억 달러를 벌다

원신의 공개 전 국내 게임 커뮤니티에서의 호칭은 ‘짭숨’이었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짭’이라는 뜻이다. 이와 같은 반응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영문 타이틀인 ‘Breath of the Wild’에 빗대 원신을 ‘Breath of the Waifu(미소녀 중심의 애니메이션풍 콘텐츠에 대한 서양의 멸칭)’라 불렀다. 출시 전부터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팬들은 원신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으며, 각종 게임쇼에서는 미호요 부스를 둘러싸고 비난을 가하거나 콘솔 게임기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이들이 속출했다.

▲출시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호요의 ‘원신’

기대 반, 우려 반의 논란의 게임이 마침내 글로벌 전역에 공개됐다. 안드로이드와 iOS의 두 모바일 OS는 물론 PC용, 플레이스테이션용까지 동시 공개가 이뤄졌다(닌텐도 스위치도 후일 출시 예정). 미호요가 원신으로 거둬들인 실적은 놀라웠다. 미국, 일본, 대한민국 등 전 세계 주요 모바일 게임 매출에서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출시 2주 동안 전 세계에서 1억 달러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이는 중국 게임 사상 최고의 출시 성적이다. 실제로는 이보다도 매출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추측되는 PC, 콘솔 부문에서의 매출이 여기에 집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모바일 앱 분석 업체인 센서타워는 원신의 해외 매출 비중을 58%라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유의 그래픽으로 인해, 출시 전부터 원신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우려했던 표절에 대한 이야기도 출시 이후에는 오히려 진정되는 분위기다. 미호요는 회사 차원에서 표절 논란에 대해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존중과 숭배의 대상이며, 원신 개발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라며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하는 한편, “플레이를 하게 된다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 출시 이후에 각종 게임 전문 웹진들은 원신을 젤다의 전설의 오마쥬를 가득 담았을 뿐인, 표절작이라고 보기는 힘든 잘 만든 게임이라는 평가를 일제히 내놓고 있다. 비평과 상업성 양쪽의 측면에서 모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잘 만들었지만

독창적이진 않아

그렇다면 과연 원신의 어떤 요소가 전 세계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원신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 같은 오픈월드 RPG 장르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 펼쳐진 맵을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고, 맵 곳곳에 위치한 오브젝트와 인터랙션을 취할 수 있다. 주어지는 미션을 클리어하면 보상을 얻고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으며, 점차 더 어려운 난이도의 미션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모바일 게임보다는 오픈월드 콘솔 게임들에 보다 가까운 형태다.

게임성에 있어서도 원신에는 젤다 야숨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

곳곳에 우려되는 표절의 흔적이 묻어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논란이 된 그래픽은 어떠한 설명을 붙이더라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톤앤매너를 그대로 가져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사당을 찾고 다양한 퍼즐이 담긴 던전을 클리어하는 요소나, 모여있는 몬스터를 물리치고 보물상자를 열어 보상을 취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야생의 숨결 그대로다. 게임 내 캐릭터들의 모션은 젤다의 전설 시리즈 외에도 다양한 3D 액션 게임들의 레퍼런스를 그대로 가져왔다.

원신 또한 반복적 뽑기에 기댄 매출 구조를 취하고 있다

게임성은 오픈월드 게임의 방식을 따랐지만, 상품 구성은 고전적인 모바일 게임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캐릭터의 육성, 강화 방식을 세분화시키고, 많은 캐릭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 내에서 이용자들이 지출하게 되는 상품은 여전히 ‘뽑기’다. 상품을 결제하지 않고 플레이하더라도 시간을 들여 여러 요소를 즐길 수 있지만, 보다 편하게 즐기고 수집욕을 만족시키며 더 빠르게 캐릭터를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들여 뽑기를 해야 하는 전형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과감한 투자야말로

진짜로 무서운 점

원신이라는 게임을 뜯어서 보자면, 감히 다른 게임사들이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게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미 존재하며 고평가를 받은 레퍼런스를 충실히 따랐으며, 상품 구성에 있어서도 전형성을 벗어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보기는 힘들다.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원신을 두고 ‘명텐도’를 떠올리며 언급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원신 같은 성공작을 왜 우리나라에서는 만들지 못하느냐는 비판이다.

자동전투 없는, 난이도 높은 조작을 요하는 게임을 높은 품질의 그래픽으로 만들자는 기획이 우리나라에서 쉽게 통과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는 비판의 방향성이 잘못돼 있다. 원신 이상의 게임을 이미 우리나라는 만들어내고 있다. 명텐도는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못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맞다.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파는 제조사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콘솔 시장에 대한 인프라는 전무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원신이 기술적으로 우리가 바라보지 못하는 영역에 있는 콘텐츠인 것은 아니다. 애플은 아이폰11 프로의 소개 페이지에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일러스트를 게재한 바 있다. 아이폰11 프로의 높은 게임 성능을 어필하기 위해, 국내 게임사의 게임을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의 주된 예로 든 것이다.

결국 문제는 ‘돈’의 이슈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원신이 정말 무서운 것은 과감함이다. 기술적인 점을 차치하고 생각하더라도 원신과 같은 게임은 우리나라에서는 만들어지기 힘들다. 냉정하게 보자면 원신은 우리나라의 주된 고과금 연령층인 40대 이상의 게이머에게 어필하기 힘든 그래픽과 게임성을 지니고 있다. 조작의 난이도가 높기에 유저의 진입장벽이 높고, 콘텐츠의 소진은 필연적으로 빠를 수밖에 없는 구조기에 효율적이지 못하다. 일반적인 국내 개발사가 보기에 원신은 개발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게임성을 가진 게임이기에(미호요가 원신 개발을 위해서 소요한 제작비는 1억 달러로 알려져 있다), 한 스텝만 미끄러지더라도 모자란 대중성으로 인해 개발비 보전도 할 수 없게 되는 ‘위험한’ 게임일 수밖에 없다.





자조보다는 고찰이

필요한 때

게임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천편일률적인 뽑기 중심의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그리 만만치 않다. 원신, 그 이전에 붕괴3rd 같은 게임을 국내의 일반적인 게임 제작사에 요구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원신 같은 게임을 만들어내려면 개발사는 국내 시장만 바라봐서는 개발비를 보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며, 글로벌 시장을 처음부터 노리는 것은 애당초 고려조차 할 수 없을 것임이 분명하다.

PUBG, 서머너즈워 등 우리에게도 성공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규모가 더 큰 게임사는 어떨까.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큰 게임사의 경우에는 작게나마 이런 시도들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게임 ‘테라’로 성공을 거둔 크래프톤(블루홀)은 PUBG를 만들어내 전 세계에서 성공을 거뒀고, 라인게임즈는 지난 7월 30일 콘솔용 게임 ‘베리드스타즈’를 내놔 호평을 받고 있으며 상업적으로도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여전히 상업성에만 치우친 게임들이 신작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꾸준히 기존의 한정된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성공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라인게임즈의 첫 번째 콘솔 게임 ‘베리드스타즈’. 새로운 시도는 계속된다

원신을 잡을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풀 3D MMORPG가 곧 나올 것이라는 건 어떤 긍정적인 시그널도 주지 못한다. 혹 원신이 리니지M의 매출을 넘는다고 해서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리니지M을 넘어선 원신을 다시 뛰어넘을 작품이 국내에서 일부 이용자들에게만 높은 매출을 거둬들일 또 다른 리니지M이라면, 그걸로 변하는 건 결국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원신의 벽은 높긴 하지만, 우리나라 게임사가 도저히 넘지 못할 만큼의 대단한 높이는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원신 이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컴투스의 ‘서머너즈워’가 글로벌 전 지역에서 이에 못지않은 흥행을 기록한 바 있으니까. 그런 것보다는 꾸준히 상업성 이상의,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게임 본연의 재미를 위한, 크리에이터의 의견이 보다 진하게 담긴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원신이 한차례 휩쓴 자리에 부디 ‘어마어마한 상업적 성공’이나 ‘탈모바일급 기술력’ 같은 화두가 아니라, 틀에 박힌 게임이 아니더라도 잘 만들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실만이 남아서 회자될 수 있기를 바란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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