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소설과 만화에 이어 게임이 영상화되고 있다. 이미 큰 성공을 거둔 ‘레지던트 이블’과 ‘툼 레이더’는 게임의 영화화의 성공적인 사례로 많이 이야기된다. 하지만 2016년 영화화되었던 유비소프트의 간판 타이틀 ‘어쌔신 크리드’는 완전히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다. 전 세계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뒀던 ‘워크래프트’의 영화판도 한국 내에서는 흥행에 실패했다. 동시에 아무리 영상화의 성공적 사례라 불리는 작품들도 게임 팬들에게 이래저래 비판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왜 게임의 영상화는 아쉬울까?

▲​장렬하게 대실패해버린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영화화

가상과 현실의 괴리감

▲​실사에 가까운 데포르메로 인해 무수한 혹평을 들었던 소닉의 영화화 그래픽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를 볼 때 게임 팬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내 생각과 다르다’이다. 이 현상은 게임의 그래픽 스타일이 데포르메가 심할수록 극대화된다. 사람들은 피카츄를 봤을 때 2D그림 또는 단순한 3D 모델링의 매끈함을 생각한다. 분명 피카츄의 모델은 애완용 설치류임이 틀림없음에도 사람들은 피카츄를 봤을 때 피카츄의 털의 형태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으며 생각한다 해도 인형에 사용되는 극세사 원단의 보들보들함 정도이다. 3D는 2D에 비해서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데포르메 단계가 높을수록 뇌 속 보정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수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했던 데스 스트랜딩의 트레일러

반대로 AAA급 게임의 경우 실제 인물의 얼굴을 모델로 디자인을 한다. 또한 캐릭터의 동작 하나하나를 센서를 단 실제 인간이 취하는 동작을 따오는 ‘모션 캡처’를 사용하여 제작한다. 이 과정에서 모션 캡처의 모델이 된 배우의 유명세를 업어 오는 경우도 있다. 2019년 최다 GOTY를 차지한 게임 ‘데스 스트랜딩’의 경우, 2017년 공개되었던 트레일러에서 한니발로 유명한 영화배우 ‘매즈 미켈슨’을 베이스로 제작한 캐릭터가 모습을 드러내 큰 화제가 되었다. 만약 데스 스트랜딩이 영화화가 된다면 큰 문제가 없는 한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이 캐릭터를 매즈 미켈슨이 맡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매즈 미켈슨이 이 배역을 거절하지 않는 한 해당 캐릭터에 대한 플레이어 마음속의 이미지도 지켜질 것이다.

재해석과 러닝타임

▲​캐스팅 문제로 여러 불협화음이 일어난 위쳐의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넷플릭스에서 매우 열성적인 반응을 얻으며 시즌 2의 제작이 결정된 드라마 ‘위쳐’는 소설 원작도 유명하지만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게임의 인기를 무시할 수 없다. 위쳐 3부작의 주인공인 게롤트를 슈퍼맨을 연기하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배우로 자리 잡은 ‘헨리 카빌’이 맡게 된다는 소식이 발표되자 이래저래 걱정 섞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론 상당히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위쳐의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마녀 예니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게임 속 예니퍼는 비단 같은 흑발의 아름다운 백인 여성이지만 드라마의 예니퍼는 인도계 혼혈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캐스팅에 있어서도, 극의 내용에 있어서도 원작과 다른 부분의 퀄리티가 좋지 않다면 쓴소리를 피해 갈 수 없어진다.

▲​더군다나 위쳐3의 경우, 소설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과연 이 드라마가 몇 시즌까지 제작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특히 이 격차는 게임이 영화화될 때 가장 많이 일어난다. 예시가 되었던 위쳐의 경우, 모든 시리즈를 합한다면 말할 것도 없지만 가장 유명한 시리즈인 3편만 따져도, 아무리 메인 스토리만 플레이하며 플레이타임을 최소화한다고 해도 족히 60시간 이상의 플레이타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60시간의 러닝타임은 드라마로 그대로 환산한다고 하면 약 60편이며, 적절한 편집을 통해 축약한다고 해도 최소 20~30편 이상의 회차를 필요로 한다. 영화의 경우 2-3시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게임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

선택할 자유라는

이름의 제약

게임과 영상 미디어의 제일 큰 차이는 ‘체험’이다.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서 주인공이 되어 게임 속 사건을 직접 체험하거나 주인공 그 자체가 된다. 그리고 이 자유는 두 가지 방향으로 갈라진다. 첫 번째로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플레이어를 인도하는 경우이다. 게임은 단순하게 NPC와 플레이어가 대화하는 순간 고르는 선택지에서부터 시작해 플레이어가 어떤 몬스터를 사냥하는가, 얼마나 많은 몬스터를 사냥하는가 같은 요소에서까지 결말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도착하는 지점을 정해 놓고 그 지점까지 가는 방법을 플레이어에게 선택하게 만든다. 이 경우 플레이어의 모든 이야기는 하나로 수렴하며 이야기의 다양성은 없어진다.

▲​오로지 선택만을 통해 진행하는 게임도 존재한다

전자의 경우, GTA 시리즈로 유명한 ‘락스타 게임즈’의 2018년 발매작 ‘레드 데드 리뎀션2’를 예시로 들 수 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행동에 따라 미국 서부지대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무법자가 될 수도 수호자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스토리 라인은 존재하지만 모든 행동은 플레이어의 결정에 달린 경우가 많다. 후자의 경우, 플레이스테이션의 킬링 타이틀 제조기 ‘너티 독’의 게임들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올해 파트 2가 발매되는 라스트 오브 어스의 경우 한 줄기의 큰 스토리라인을 따른다. 하지만 스토리가 가리키는 도착지까지 도달하는 데 플레이어는 총을 사용하며 소리를 듣고 몰려드는 좀비에 벌벌 떨 수도, 화살을 사용하여 조용히 천천히 나아갈 수도 있다.

▲아무리 일직선 구조를 가지고 있더라도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모든 방법은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하지만 영화를 비롯한 영상매체에서는 캐릭터가 순간순간 사용하는 무기부터 전략, 그리고 캐릭터의 시야까지 전부 지정된 카메라가 비치는 대로 쫓아 간다. 여기에 시청자가 개입할 여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덕분에 모든 영화는 플레이어 개인의 경험과 완벽하게 대응할 수는 없다. 그리고 플레이어에 따라 직접 플레이하며 얻은 게임 경험을 베스트로 칠 수도, 더 멋진 방식이 있다면 그쪽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영화가 연출해 낸 장면에 대한 평가는 갈리게 된다.

그래서 플레이어,

대체 뭘 원하는 거예요?

게이머라면 누구나 게임의 영상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와 동시에 걱정을 한다. 그때 본인이 느꼈던 경험의 멋짐을, 끔찍함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만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개인의 주관성을 존중하는 미디어 매체는 없다. 게임이 영상화, 영화화되기 가장 어려운 이유는 이것이다. 그렇기에 게이머들은 영상화된 게임을 향해 오늘도 이렇게 외치곤 한다. ‘내 ***는 그렇지 않아!”

김혜지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