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기능이 다방면에서 발전하고 있다. MP3는 사라진 지 오래고, 디지털카메라 역시 스마트폰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잠깐 인기를 끌었던 영상 플레이어 PMP 역시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빠른 속도로 사라진 범주다. 디스플레이의 질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기능이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배터리는 거의 제자리걸음 중이다. 약간의 발전이라면 고속 충전, 무선 충전 정도. 고속 충전을 위해 요구되는 것은 스마트폰에서의 지원과 충전기, 그리고 케이블이다. 특히 케이블은 충전 외에도 데이터 전송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미 많은 독자가 알고 있겠지만, 분명 잘 모르는 독자도 있을 터. 기본 정도만 알려드리겠다. USB 케이블, 충전기도 알고 사자.

USB 케이블은 어떤 게 있나요?

뉴 맥북에 처음 사용된 USB 타입 C

USB 케이블은 모양이 다른 규격, 전송 속도 등으로 나뉜다. 먼저 모양에 따른 규격부터 살펴보자. 얼마 전까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등에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마이크로 USB가 있고, PC나 휴대용 USB 메모리 등에서 보이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USB 타입 A,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이나 뉴 맥북에 탑재된 위아래 구분 없이 꽂을 수 있는 것이 USB 타입 C다. 이외에도 미니 A, B 등의 규격이 있으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노트북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생략하겠다.

(왼쪽부터) USB 타입 C, 마이크로 USB, USB 타입 A, 라이트닝

다음은 전송속도다. 가장 많이, 오랫동안 사용됐던 USB 2.0부터 USB 3.0, 그리고 USB 3.1까지 나와있는 상태다. USB 2.0의 경우 최대 전송속도가 480Mbps이며, USB 3.0은 5Gbps, 가장 최근에 나온 USB 3.1은 10Gbps까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USB 타입 A에서 USB 3.0의 속도를 지원하는 케이블은 단자가 파란색이다. 그러나 케이블만 USB 3.0전용이라고 해서 모두 그만큼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파란색으로 조금 다른 USB 3.0

USB 3.0이나 3.1에서 지원하는 빠른 전송속도도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에서 지원을 해야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 출시된 LG G6나 삼성 갤럭시S8에서 USB 타입 C 3.1 (Gen2)까지 지원한다. 그러나 G6에는 USB 타입 C 케이블이 USB 2.0 속도만 지원하고, 갤럭시S8은 3.1(Gen1) 속도만 지원하는 케이블이 들어있기 때문에 온전히 10Gbps의 속도를 사용하려면 USB 타입 C 3.1(Gen2) 케이블을 구매해야 한다. USB 타입 C는 타입 A와 다르게 모양이 같아서 속도를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타입 C 케이블이 USB 3.1까지 지원하는지 확인해보자.

USB 타입 C는 앞으로 모든 단자를 통합할 차세대 규격이다. 우선 앞서 이야기했듯이 위아래 구분 없이 꽂을 수 있다. 기존의 USB 포트가 데이터 전송을 위한 것이었다면, USB 타입 C는 기존의 데이터 전송뿐 아니라 화면 출력, 전원, 소리 등 거의 대부분의 기능을 USB 타입 C 포트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때문에 지난해 출시됐던 맥북프로에는 기존에 있던 3.5mm 이어폰 잭을 제외한 선더볼트, USB 타입 A, 맥세이프 단자 등을 모두 제거하고 USB 타입 C 포트만 네 개 탑재되었다. 조금 이르다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멀리 내다본다면 앞으로의 기기는 모두 이런 방식으로 갈 것이다.

이외에도 애플의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이 있다. 라이트닝 역시 USB 타입 C처럼 위아래 구분이 없고, 데이터 전송이나 오디오 등을 지원하는 다용도 규격이다. 그러나 오로지 애플에서만 사용되기 때문에 범용성이 떨어지며, 때문에 제작 비용이 높다. USB 타입 C는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조만간 세상의 모든 기기가 USB 타입 C로 통일될지도 모르겠다.

고속 충전은 또 뭔가요?

애플 5W 충전기

말 그대로 빨리 충전하는 것인데, 지금 그것이 궁금한 게 아닐 것이다. 기존의 USB 타입 A와 마이크로 USB로 이뤄진 충전기는 5V에 1A 정도를 지원한다. 애플 아이폰에 들어 있는 충전기가 5V에 1A로 작동하는 5W의 충전기다. 이전의 다른 스마트폰 충전기도 대부분 이랬다.

5V에 3A 출력을 지원하는 보조배터리

그러나 최근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충전기의 출력은 5V에 3A, 혹은 9V에 2A와 같은 높은 전기를 흘려보낼 수 있다. 더 많은 양의 전류를 공급하기 때문에 그만큼 충전도 빠르게 되는 것이다. 마이크로 USB는 2A 이상의 전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의 고속 충전은 5V에 2A가 기본이었다. 그러나 USB 타입 C로 단자가 바뀌면서 3A의 전류를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충전기가 나오면서 보다 더 빠른 충전이 가능해졌다.

케이블이나 충전기만 높은 출력을 지원한다고 해서 모든 기기가 빠르게 충전되는 것은 또 아니다. 데이터 전송 때 USB 3.0이나 3.1을 지원해야 제 속도가 나오는 것처럼, 기기 자체에서 높은 전압을 받을 수 있게 설계가 되어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애플 아이폰7에 들어간 충전기는 5V에 1A를 지원하는 5W 충전기다. 아이패드 프로에 들어있는 12W 충전기는 5V에 2.4A를 지원한다. 아이폰7은 5V의 전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12W 충전기를 쓰면 더 빨리 충전할 수 있다. 아이패드 프로 12.9나 뉴 맥북에 사용하는 29W 충전기는 14.5V에 2A과 5.2V에 2.4A의 출력을 가진 충전기인데, 14.5V의 전압을 받을 수 없는 아이폰에서는 29W 충전기로 충전을 해도 5.2V에 2.4A의 출력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충전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LG G6의 충전기

대부분의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충전기는 9V에 1.8A나 5V 1.8A를 지원한다. 아이폰은 기본적으로 고속 충전에 대한 이야기가 없지만, 별도로 판매하는 12W 충전기를 구매해서 이용하면 체감될 정도로 빠르게 충전되는 아이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별매 말고 이제는 기본 패키지에 넣어주면 좋겠다.

조심해야 할 것들

USB 타입 C 포트로 더 빠른 충전을 위해 5V에 3A 지원하는 기기나 충전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USB 타입 A는 2.4A까지만 지원한다. 때문에 서드 파티 액세서리 제조사들에서 한쪽은 USB 타입 A, 한쪽은 타입 C로 된 케이블에 모두 3A의 전류를 지원하도록 변경해서 제조하기 시작했다. 5V에 3A로 표준을 바꾼 케이블은 내부 저항을 낮춰 제작된 것들이 있는데, 내부 저항이 낮아서 기기가 3A 이상의 전류를 요구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너무 과한 전류를 요구하는 이유로 충전기나 기기 중 하나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폭발까지는 아니더라도 메인보드가 망가지는 등의 문제 말이다. 때문에 5V에 3A를 지원하는 케이블이라면 내부 저항을 꼭 확인해봐야 하겠다.

원플러스 3

제조사에서 만들어진 USB 타입 A to 타입 C 케이블은 저런 무리를 하지 않는다. 9V에 1.8A나 5V에 2A 정도로 맞춰 가거나, 3A로 올리는 경우에는 기기나 케이블, 그리고 충전기를 최적화한 경우다. 서로에게 최적화된 충전기를 다른 기기에 쓰다가는 역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중국의 원플러스가 ‘대시 차저’라는 이름으로 5V에 3A 이상을 지원하는데, 원플러스가 앞서 말했던 것처럼 기기와 케이블, 충전기 자체에서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원플러스의 충전기를 갤럭시 등에 꽂았다가는 장담할 수 없다.

구글 픽셀은 양쪽 모두 USB 타입 C로 되어 있다

구글 픽셀의 경우에는 충전용 케이블이 양쪽 모두 USB 타입 C로 되어 있는데, USB 타입 C는 타입 A와 다르게 기본적으로 3A를 지원하기 때문에 더 빠르고 안전한 충전이 가능하다. 다른 제조사의 USB 타입 C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라면, 차라리 양쪽이 모두 타입 C로 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고 더 빠르게 충전할 수 있겠다. 아이패드 프로 12.9에 호환되는 애플의 USB 타입 C 29W 충전기도, 타입 C와 기기가 높은 출력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충전이 가능한 것이다.

아직 PC 등의 다른 기기가 대부분 USB 타입 A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 타입 C를 가진 충전 케이블을 이용하기는 부담이 따른다. USB 타입 A to 타입 C 케이블을 이용한다면 무리한 출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보자. 이외에도 케이블의 피복이 벗겨지는 등의 단선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그냥 투자해서 케이블 하나 사자. 그러다 더 큰 돈 쓰는 것보다는 낫다.

성문경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