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 사촌 형이 기자에게 아이팟 터치를 설명하며 ‘손바닥만 한 기계에서 무선으로 인터넷도 하고, 게임도 하고, 사진 같은 데서 손가락을 벌리면 커지고, 오므리면 작아진다’는 말을 했다. 당시에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냐고 했었는데, 곧장 방에서 사촌 형이 가져온 아이팟 터치 1세대를 실제로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 했다. 그런 시절을 거쳐 현재는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85%가 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어디 가서 스냅드래곤이네, QHD네, 조도 센서가 없네 해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스마트폰에 중요한 다섯 가지 요소를 설명해드리겠다. 디자인은 개인 취향이니 각자 선택하시고.

첫 번째, AP

아이폰7의 A10 Fusion 칩

AP는 Application Processor의 줄임말로, 컴퓨터의 CPU와 같은 일을 한다. AP에는 컴퓨터의 CPU가 하는 중앙처리장치로서의 기능과 GPU로 불리는 그래픽 성능 등을 담당하는데, 이 친구가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지에 따라 배터리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조공정이 더 미세화될수록, 그러니까 더 작아질수록 전력 소모를 덜 하기 때문에 배터리가 더 오래갈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삼성전자나 퀄컴에서 10nm 공정의 AP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제조사의 설명에 보면 CPU 란에 1.4 GH나 2.0 GHz 같은 글자가 있는데, 저게 뭔가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저 숫자를 ‘클럭(clock)’이라 부르고, 초당 내부에서 처리하는 작업의 단계를 측정해서 주파수 단위인 ‘Hz(헤르츠)’로 부른다. 말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숫자가 높은 것이 성능 좋은 거다. 하지만 클럭만 너무 높으면 전력 소모가 커진다. 때문에 코어를 여러 개 넣어서, 여러 일을 둘이서 나눠서 하도록 만든다. 최근에는 중국의 ‘미디어텍’이라는 회사가 10개의 코어를 넣은 데카 코어 AP를 선보이기도 했다.

미디어텍의 데카 코어 AP '헬리오 X30'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은, 코어의 양이 성능을 가르는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개의 코어가 어떤 효율을 내는가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아이폰 4S부터 아이폰6S까지 꾸준히 듀얼 코어만 사용했다. 그러나 단일 코어의 성능이 다른 AP 들에 비해 매우 높았기 때문에, 듀얼 코어만 가지고도 다른 스마트폰들보다 월등한 성능을 냈다. 코어가 많은 것은 여러 가지 작업을 할 때 좋은데, 사실 스마트폰에서는 한 가지를 집중적으로 하기 때문에 단일 코어의 효율이 중요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애플의 A 시리즈, 그리고 저가 스마트폰에 많이 쓰이는 미디어텍 등이 있다. 최근에 출시한 LG G6에는 스냅드래곤 821이라는 출시된 AP 중 가장 최신 AP가 사용됐는데, 곧 출시할 삼성의 갤럭시S8에는 스냅드래곤 835라는 더 새로운 AP가 탑재될 전망이라 LG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중이다. 현재 출시된 AP 중 가장 높은 성능을 내는 것은 아이폰7의 A10 퓨전 칩이다. 곧 등장할 갤럭시S8에 탑재되는 스냅드래곤 835와 삼성의 엑시노스 8895가 그에 가까운 성능을 낼 것으로 보인다.

AP가 어떤 것이 탑재되었느냐에 따라 스마트폰의 성능을 좌우한다. 스냅드래곤은 숫자 8로 시작하는 것이 최상위 성능을 가졌고, 6으로 시작하는 건 중급, 4로 시작하는 건 가장 낮은 성능을 가진 AP다. 구매할 때 참고하세요.

두 번째, 램

램(RAM)은 ‘Random Access Memory’의 약자로 전원이 꺼지면 정보도 없어지는 ‘휘발성 메모리’로 부르기도 한다. 때문에 애플리케이션의 일시적 로딩, 데이터의 일시적인 저장 등에 사용되는 장치다.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니 스마트폰을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이를테면 카카오톡, 크롬, 유튜브를 실행해놨다고 하자. 크롬으로 웹서핑을 하다가 카카오톡 메시지가 와서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웹서핑 하던 것을 잊고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다가, 아까 보던 웹페이지가 기억나 다시 크롬으로 돌아갔을 때, 보던 페이지가 재차 로딩하지 않고 보던 화면 그대로 떠 있을 수 있게 하는 일을 하는 것이 램이다. 만약 램 용량이 작은 스마트폰이라면, 이와 같은 상황에서 웹페이지를 다시 로딩하거나, 카카오톡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 친구와 나누던 대화창이 아니라 다시 카카오톡 메인 화면으로 돌아가 버릴 것이다. 뒤에서 앱이 실행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영역을 ‘백그라운드’라 부른다.

최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최대 6GB의 램을 탑재하기도 했고, 곧 8GB까지 탑재한 스마트폰이 등장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램은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부품이라 ‘다다익램’이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아이폰7은 램이 2GB 밖에 안 되는데? 아이폰은 iOS라는 운영체제를 사용하는데, 안드로이드와 iOS는 램 사용량이라든지 관리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애플이 아이폰에는 아직 2GB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실제로 아이폰7을 사용하면 앱을 다시 로딩하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다다익램’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이폰 사용자로서 조금만 더 넣어줬으면 좋겠다.

Vivo Xplay 6

램이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앞서 설명한 AP나 OS의 램 관리 방법에 따라 램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Vivo의 ‘Xplay 6’라는 스마트폰은 6GB 램을 탑재했는데, 한 리뷰에 의하면 백그라운드에 실행된 앱을 자주 죽여서 많은 램이 소용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앞서 말했듯이 아이폰은 램 용량이 2GB에 불과하지만, 안드로이드와 관리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2GB에서도 괜찮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iOS의 멀티태스킹 화면

앱이 많이 실행되어 있으면 그만큼 램의 저장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때문에 멀티태스킹 창에서 앱을 하나하나 끄는 수고를 거쳐야 하는데, AP나 운영체제가 오래 사용하지 않은 앱은 알아서 백그라운드에서 종료한다. 하나하나 종료하는 것도 좋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AP나 운영체제 차원에서 알아서 종료하기 때문에, 실행 앱 전체 종료 버튼이 없는 아이폰 사용자들은 굳이 홈버튼을 ‘따닥’ 눌러서 그 많은 앱을 일일이 끄지 않아도 된다. 물론 보기 싫어서라면 할 말은 없다만.

세 번째, 디스플레이. 혹은 화면

4K 해상도를 탑재한 소니의 엑스페리아 XZ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면 역시 디스플레이, 혹은 화면도 중요하다. 성능이 아무리 좋아 봐야 화면이 볼 수 없을 지경이면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디스플레이는 해상도, 화면을 비추는 방식, 색감 등이 중요하다. 먼저 해상도는 AP의 클럭처럼 숫자가 높을수록 좋다. 최근 TV 광고에서 ‘UHD’, 또는 ‘4K’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가로에 3840개의 픽셀과 세로에 2160개의 픽셀들이 화면을 나타내고 있다는 말이다. 가로와 세로를 곱해야 전체 숫자가 나오니 3840 x 2160으로 표시한다.

PPI를 설명 중인 故 스티브 잡

픽셀이 많은, 해상도가 높을수록 화면이 선명하게 보이는데, 같은 해상도라도 화면 크기에 따라 선명도에 차이가 있다. 화면 크기가 6인치인 스마트폰과 4인치 스마트폰이 둘 다 HD 해상도, 즉 1280 x 720의 해상도를 가졌다면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이 화질이 더 좋다. 쉽게 말해 작은 테이블에 접시를 올리는 것과, 큰 테이블에 접시를 올리는 것을 보면 당연히 작은 테이블이 접시 하나만으로도 가득 차게 보인다. 이것을 화면에서 PPI(pixel per inch)라고 부르는데, PPI가 높을수록 선명하다. 최근에 나오는 스마트폰은 거의 다 PPI가 대단히 높아서 다들 선명하다. 그러나 해상도가 높다는 건 그만큼 표시해야 할 정보가 많다는 뜻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해상도가 높다면 전력 소모도 그만큼 많이 하게 된다.

LCD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LG G6와 애플 아이폰7

다음은 화면을 비추는 방식. 여태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었고, LG와 애플의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LCD 방식이 있다. LCD는 ‘Liquid Crystal Display’의 약자로, 액정 패널에 백라이트가 빛을 굴절시켜 화면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AM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삼성 갤럭시S7

과거에 삼성 광고에서 애프터스쿨이 ‘아몰레드’라는 노래를 부르던 시기가 있었다. 아마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몰레드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노래는 기억난다고 할 것이다. 아몰레드는 AM-OLED를 그대로 읽은 발음이다. AM-OLED는 OLED 방식의 종류 중 하나로, OLED는 ‘Organic Light Emitting Diodes’의 약자로 유기 발광 다이오드로 불린다. LCD와 달리 액정 유리에 빛을 반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빛을 발산하여 화면을 표시하기 때문에, 액정 패널이 필요 없어서 더 얇게 만들 수 있고, 특수 유리나 플라스틱을 이용해서 구부리거나 휠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자체발광 아몰레드’라는 말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특히 LCD와 AMOLED의 큰 차이는 명암비다. LCD에 비해 AMOLED가 훨씬 광범위한 명암비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검은색사진이나 영상에서 LCD보다 AMOLED가 훨씬 깊은 검은색을 표현할 수 있다. LCD는 백라이트가 패널에 빛을 반사 시키는 방식이라 밝기를 세밀하게 조절하기 힘든 반면, OLED에서 검은색을 표현할 때는 그냥 빛을 발생시키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에 표현에서나 전력소모에서나 AMOLED가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AMOLED는 소자 하나하나가 발광하는 방식이라 소자의 수명이 다해서 타버려 이전의 상이 계속해서 보이는 ‘번인’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간단하게 번인이 너무 싫으면 LCD가 사용된 스마트폰을, 번인 생겨도 상관없으니 배터리 오래가고 동영상 볼 때 더 멋진 색감으로 보고 싶다면 AMOLED 스마트폰을 선택하면 되겠다.

네 번째, 각종 센서들

스마트폰에는 각종 센서들이 있다. 이를테면 하얀색의 아이폰 전면 상단을 보면 카메라 외에 다른 동그라미가 있다. 그 동그라미는 ‘조도센서’라는 센서인데, 주변 빛의 양에 따라 밝은 곳에서는 화면을 밝게, 어두운 곳에서는 어둡게 해서 전력소모를 스스로 줄일 수 있게 하는 센서다. 밝기 조절 창에서 자동 밝기를 선택할 수 있으면 조도센서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이로 센서와 가속도 센서. 자이로 센서의 뜻은 사전에 ‘물체의 역학운동을 이용하여 위치 측정과 방향 설정 등에 활용되는 기술’이라고 나와있다. 가속도 센서는 ‘이동하는 물체의 가속도나 충격의 세기를 측정하는 센서’라고 한다. 이 두 센서는 스마트폰에서 무슨 일을 하냐면, 가장 많이 쓰이는 지도 앱에서 GPS를 통해 자기 위치를 찾은 다음 방향도 찾게 해주는 센서다. 스마트폰의 방향에 따라 돌아가는 화살표가 그것이다.

최근에는 저렴한 값의 보급형 스마트폰이 많은데, 단가절감을 위해 저 센서들을 뺀 채로 출시하는 스마트폰들이 있다. 조도 센서가 없어서 자동 밝기를 사용할 수 없고, 자이로 센서나 가속도 센서가 없어서 지도 앱에서 방향을 찾을 수 없고, 특히 게임 포켓몬GO에서 화면을 보며 이동하는 진행이 불가능하다. 자동 밝기나 지도 앱에서 방향 찾기 기능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저 센서들의 유무를 꼭 체크한 뒤에 구매해야 되겠다.

다섯 번째, 카메라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 못지않게 잘 나온다. 1600만 화소, 2000만 화소처럼 화소가 높으면 좋아 보인다. 그러나 화소가 전부는 아니다.

F1.7의 조리개 값을 가진 삼성 갤럭시S7의 카메라

화소가 높으면 표현할 수 있는 픽셀이 많으니 좋은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외에 조리개 값이나 OIS로 불리는 손떨림 방지 기능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먼저 조리개 값은, 숫자가 낮으면 낮을수록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많다는 뜻이다. 구멍이 크다는 뜻. 조리개 값이 낮은 카메라를 가진 스마트폰일수록 어두운 밤에 사진을 찍으면 노이즈가 적다. 대표적으로 삼성의 갤럭시S7은 F1.7의 조리개 값을 가졌는데, 덕분에 야간 사진도 노이즈가 많이 없이 선명하게 잘 나온다. 반면 아이폰7 이전의 아이폰6S는 F2.2의 조리개 값을 지녀서 야간 사진에 노이즈가 많이 생겼다. 아이폰7은 F1.8로 값이 많이 내려왔다. 다만 조리개 값이 다소 높더라도 렌즈의 센서 크기가 크면 클수록 더 좋은 사진이 나온다. 스마트폰에는 작은 센서를 넣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SLR과 같은 카메라만큼의 사진을 찍을 수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좋은 사진을 못 찍는다는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손이다. 손.

OIS가 탑재된 애플 아이폰7의 카메라

다음으로 OIS는 ‘Optical image stabilizer’의 약자로 광학 손떨림 방지 기능이라 불린다. 이 기능이 있으면 작은 흔들림 정도는 센서가 이미지를 보정해서 떨리지 않게 보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들, 그러니까 갤럭시S 시리즈, LG의 G시리즈, 그리고 애플의 아이폰에는 모두 들어가 있지만, 저가의 스마트폰에는 없는 경우가 많으니 중요하다면 OIS의 여부를 알아보고 구매하도록 하자.

성문경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