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업체로 유출된 이미지

드디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진검승부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상반기 핵심 모델인 갤럭시S8과 G6의 출시가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꼽자면 애플도 추가해야 되겠지만, 아이폰 차기 모델은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인데다가 완전히 다른 플랫폼으로 인해 서로 사용자를 빼앗아오는 경우는 많지 않아 상반기 플래그십 경쟁에서 애플은 제외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매번 승기를 잡기 위해 사양과 기능, 출시 일정으로 경쟁해오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에는 예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올 상반기, 삼성과 LG는 어떻게, 또 왜 달라진 전략을 구사하는 것일까?

달라진 사양 경쟁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에서는 진출해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서로에게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다. 가전부터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해오고 있다. 휴대전화도 물론이다. 휴대전화 중에서도 모든 주요 사양이 경쟁을 위한 무기가 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양을 비교해보면 양사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18:9 비율에 베젤을 최소화한 대화면 스크린 채택에 전면의 물리 버튼을 제거하고 배터리 일체형과 방진방수 기능을 갖추게 되면서 많은 부분 서로 닮아가는 가운데 서로 다른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휴대용 기기이니만큼 집 밖에서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배터리 용량도 차별화된 부분 중 하나다. 지난해를 예로 들어보면 상반기에 맞붙은 삼성 갤럭시S7과 LG G5는 3000mAh(엣지 모델의 경우 3600mAh) 대 2800mAh, 하반기에 맞붙은 삼성 갤럭시노트7과 LG V20은 3500mAh 대 3200mAh로 삼성전자가 계속 비교우위를 차지해왔다. 물론 배터리 용량만 크다고 해서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디스플레이 크기와 해상도, 패널의 종류, AP의 종류, 최적화 수준 등 다양한 요인으로 사용 시간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다 떠나서 용량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어쩌면 더 경쟁적으로 배터리 용량 경쟁을 벌여왔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경쟁 모델은 달라졌다. 물론 아직 두 기기 모두 정식 출시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양은 알 수 없지만, 출시가 임박한 상황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갤럭시S8은 3000mAh 또는 3250mAh, 플러스 모델은 3500mAh 또는 3750mAh로 용량이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있고, G6는 3300mAh로 용량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은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을 겪으며 큰 손해를 본 바 있다. 오랜 조사 끝에 최근 발표한 발화 원인을 내장된 배터리의 구조적인 손상으로 결론 내렸지만, 이는 단말기 내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용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나치게 타이트하게 공간을 설계하면서 배터리에 손상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근 1년 만에 후속 모델을 출시하는 갤럭시S 시리즈에서 이전의 경험을 토대로 배터리 용량을 무리하게 늘리기보다는 안정성을 택해 배터리 용량을 늘리지 않거나 소폭 상승 또는 소폭 하락시키는 수준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G는 G5의 모듈 구조를 버리는 대신 일체형 구조로 변경하면서 내부 공간에 여유가 발생해 20%에 가까운 배터리 용량 증가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계열사인 LG화학이 그간 축적한 배터리 안정성 등의 기술을 G6에 채용해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LG화학의 배터리

디자인 철학 역시 차별화

호주 케이스 업체 UAG를 통해 추가 유출 갤럭시 S8 케이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디자인에 대한 철학도 다르다. 삼성은 2013년 가을 '갤럭시 라운드'로 세계 최초 커브드 디스플레이 탑재 스마트폰 제조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바 있으며, 약 1년 뒤 '갤럭시노트 엣지'로 최초의 엣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을 출시한 바 있다. 이후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노트 시리즈에 엣지 디스플레이 모델을 포함해서 출시해왔으며, 올해 상반기 출시할 갤럭시S8에는 크기가 다른 2종 모델 모두 엣지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기술력을 드러내기 위한 상징적인 사양으로 선보이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엣지 디스플레이가 삼성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이 엣지 디스플레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술력의 과시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약간의 기능성과 함께 심미적 요소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 @OnLeaks

반면 LG는 V10과 V20 등 V 시리즈를 설계하고 출시하면서 축적되고 검증받은 내구성을 G 시리즈에도 이어받아 적용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LG는 V10에서 좌우 측면에 단단한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을 적용하고 이중 강화 글라스로 내구성을 더욱 높인 바 있다. 그리고 V20에서는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나 항공기 등에 사용되는 AL6013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하고, 낙하 시 파손되기 쉬운 취약 부분인 상단과 하단에는 헬멧에 사용되는 고강도 실리콘-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적용해 내구성을 더욱 높였다. LG는 이처럼 그간 공들여 쌓아온 관련 노하우를 G6에도 적용해 메탈 프레임과 강화 글라스로 심미성과 내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출처 : @OnLeaks

성능의 핵심인 AP, 어떤 선택이 현명할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플래그십 경쟁에 채택한 AP, 즉 프로세서에 대한 접근도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의 경우 갤럭시S8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835'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냅드래곤 835는 전량 삼성에서 위탁 생산하게 되는데, 이 초기 물량을 삼성이 독점 사용하게 되어 갤럭시S8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스냅드래곤 835는 스마트폰 AP 시장의 선도 기업인 퀄컴이 가장 최근 공개한 프로세서로, 올해 초 열린 CES 2017에서 상세 스펙이 처음 공개될 정도로 따끈따끈한 신상이라는 뜻이다. 스냅드래곤 835는 10nm 핀펫 공정으로 제조되는데, 기존의 14nm 공정보다 더욱 개선된 미세공정이 사용되는 것이다. 미세공정으로 생산되면 어떤 점이 좋을까? 우선 소비전력이 줄어들어서 배터리 효율이 좋아지고, 발열량도 줄어든다. 또한 다이 사이즈가 작아지기 때문에 동일 웨이퍼 당 생산할 수 있는 칩의 수도 늘어나 생산비용도 줄일 수 있다. 물론 연구개발비가 추가되기 때문에 초반에는 생산비용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10nm 공정의 스냅드래곤 835는 14nm 공정의 스냅드래곤 820에 비해 크기는 30%가량 작아지고 소비전력도 25% 줄어들어 그만큼 다양한 설계상의 이득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수율이다. 삼성이 최초로 10nm 핀펫 공정으로 양산하는 칩셋이기 때문에 초기 수율이 낮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갤럭시S8이 기존 갤럭시S 시리즈의 출시 패턴보다 다소 늦게 출시되는 이유가 물론 갤럭시노트7의 발화 이슈로 인해 원인을 찾는데 많은 인원을 투입했고, 또다시 그러한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설계에 만전을 기하느라 늦어진 점도 있다. 하지만 10nm 핀펫 공정으로 처음 생산하는 스냅드래곤 835의 수율 문제로 늦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겨우 한두 달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분기가 달라진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스냅드래곤 835의 수율을 의심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매년 퀄컴이 신모델 AP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MWC에서 선보이면서 1분기부터 매출을 끌어올려왔지만, 이번에는 유독 올해 ‘상반기’로 최신 AP를 채택한 스마트폰의 출시 일정을 예년보다는 뒤로 미뤄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스냅드래곤 835를 탑재하는 단말기가 갤럭시S8이 최초라는 점이다. 즉, 아직 스냅드래곤 835에 대한 실제 사용 및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개발 과정에서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겠지만, 우리는 이미 지난 2015년 스냅드래곤 810의 발열 문제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최신 AP인 스냅드래곤 810을 단말기 제조사들은 너도나도 채택했지만, 엄청난 발열로 인해 성능 저하와 불안정한 동작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며, 오히려 이후 출시된 스마트폰들이 스냅드래곤 808을 채택하는 기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스냅드래곤 835도 그러한 문제가 절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누구도 하지 못한다. 물론 아무런 문제없이 잘 동작할 가능성도 높지만, 수율과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불안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LG는 G6에 스냅드래곤 835 대신 바로 이전의 최상위급 AP인 스냅드래곤 821을 채택했다. LG가 G6에 스냅드래곤 835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물론 여러 이유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스냅드래곤 835를 채택하고 싶어도, 초기에는 삼성이 독점 사용하게 되어서 이를 쓰려면 갤럭시S8과 마찬가지로 2분기로 출시 일정을 미뤄야 한다. 그렇게 되면 1분기 시장 선점의 효과는 누릴 수 없게 된다. 또한 마찬가지로 스냅드래곤 810의 악몽을 다시 겪을 수 있다는 잠재적인 불안 요인도 함께 떠안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LG는 아직 필드에서 검증받지 않은 최고 사양의 핵심 부품을 채택해 스펙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부품 중 최상위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안정성을 최우선 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누구보다 앞서가는 성능을 바라는 성향의 소비자라면 스냅드래곤 835를 탑재한 G6를 기다리다가 실망했을 수도 있겠지만, 과한 스펙 경쟁으로 인한 스냅드래곤 810이나 갤럭시노트7의 폐해를 다시 생각해본다면 최신보다는 최적으로 방향을 잡은 LG의 선택을 오히려 반길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듯 같은 방향성

앞서 살펴본 많은 부분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스마트폰 설계에 대한 두 회사의 철학은 다른 듯 보이지만, 추구하는 방향은 한 곳으로 모아지고 있다. LG는 G6에 업계 최초로 풀 비전 디스플레이로 18:9 화면비를 채택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기에 삼성의 갤럭시S8 역시 18:9 화면비를 채택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간 디스플레이 디바이스의 화면비는 소비자의 사용자 경험에 따라서 달라져왔다. 16:9 화면비의 영상이 보편화되면서 PC 모니터 화면비도 16:9로 변해갔고, 21:9 화면비의 게임 경험이 21:9 화면비의 모니터가 출시되도록 만든 배경이 되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앞으로의 트렌드가 될 18:9 화면비는 9:9, 즉 1:1의 화면을 두 개 나란히 붙인 화면으로, 스마트폰에서도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된 화면을 구현하기 위한 선택일 것으로 본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었다. 또한 화면 하단의 가상 버튼이 표시된 상태에서도 나머지 영역에서 16:9의 화면비를 손상시키지 않는 선택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 전면부의 베젤이 점차 얇아지고 있는 점 역시 같은 방향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회사의 다른 디자인 철학이나 같은 방향성은 모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함이다. 같은 목적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는 삼성과 LG, 이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 결과는 머지않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OnLeaks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