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앱의 시대다.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서 스마트폰이 깊숙하게 침투해있다 보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스마트폰에서 웹을 접속하는 것보다는 간편함을 이유로 앱을 별도로 실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 되었다. 하지만 앱 환경에서도 불편한 점은 있기 마련, 무조건 설치를 해야 한다는 점은 앱의 빼놓을 수 없는 단점으로 지적되며, 운영체제 플랫폼별로 각기 다른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도 개발사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네이티브 앱이 아닌 웹 브라우저 위에서 실행되는 웹앱이 점차 인기를 얻고 있으며, 네이티브 앱과 웹앱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 앱도 점점 많이 시도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HTML의 최신 표준인 HTML5가 있다. 오늘은 HTML5 기반의 게임과 이를 이용한 다양한 앱의 변화상을 알아보았다.

HTML5

HTML은 웹 문서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기본 프로그래밍 언어 규격으로, 우리가 보는 인터넷 웹 페이지들은 HTML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중에서도 HTML5는 HTML의 최신 버전으로, 기존 버전의 HTML이 지원하지 않던 강력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웹 브라우저 상에서 다양한 그래픽 효과를 구현할 수 있으며, 동영상이나 음악 등을 재생할 수도 있다. 이전 버전의 HTML에서는 지원되지 않던 기능으로, 기존에는 이러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 플래시 플레이어 등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액티브X와 같은 비표준 기술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동작이 무거워지고 충돌 현상이나 호환성 문제 등도 발생했었다. 하지만 HTML5에 이르러서는 플러그인 설치 없이도 이런 다양한 기능을 자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HTML을 넘어서는 기술의 필요성

HTML5가 이전 버전의 HTML에 비해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고, 또 훨씬 강력한 기능을 갖추고는 있지만 앱의 시대에 웹이 얼마나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던 초기에는 새로운 시장의 확대와 경제성으로 너도나도 앱 개발에 뛰어들면서 앱 생태계가 모든 것을 집어삼켰고, 앱 생태계가 모든 것의 중심이 되어갔다. 하지만 엄청난 수의 앱이 출시되면서 수준 이하의 앱도 상당수 포함될 수밖에 없었으며, 반드시 설치해야만 앱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한계로 인해 이러한 수준 낮은 앱의 설치와 삭제를 반복하면서 사용자들의 피로도는 쌓여만 갔다. 이렇게 앱 생태계의 문제점이 점점 대두되던 시기에 이를 보완하고 대체할 수단으로 HTML5가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HTML5는 월드 와이드 웹을 위한 표준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기구인 W3C(World Wide Web Consortium)에 의해 2014년 10월 28일 표준안으로 확정되었으며, 이후 더욱 활발하게 웹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HTML5, 어디에 사용될까?

HTML5는 어떤 분야에서 주로 사용될까? 기존 버전의 HTML을 사용하던 모든 웹 사이트에도 호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홈페이지에도 사용되겠지만 강력한 그래픽과 멀티미디어 기능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라면 확연히 개선된 기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픽과 멀티미디어 기능이 모두 필요한 분야라면 게임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실제로 HTML5는 게임 구현에 탁월한 성능과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기존 게임 앱이나 PC용 게임이 설치 후 실행을 필요로 하는 것과는 달리 HTML5 게임은 설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즉석에서 실행할 수 있다는 점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설치의 필요가 없다는 것은 첫 실행 전에 길고 긴 다운로드와 설치 과정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도 장점으로 들 수 있지만, 용량이 큰 게임 앱 몇 개 설치하다 보면 저장공간이 금방 바닥나버리는 저용량의 저사양 스마트폰에서도 저장공간 부족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한 경쟁력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모바일 웹 기반의 HTML5 게임 포털, 게임엔

국내에서는 ‘게임엔’이 가장 먼저 HTML5 기반의 게임 포털을 선보인 바 있다. 게임엔은 HTML5 모바일 웹 기반의 게임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액션, 슈팅, 아케이드, 스포츠, 퍼즐, 보드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모두 아우르고 있으며, HTML5 게임의 장점인 무설치 방식에 남녀노소 누구나 익힐 수 있는 간단한 조작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엔은 2009년 말 국내 스마트폰 초창기에 모바일게임천국이라는 명칭으로 모바일 웹 게임 포털을 시작했으며, 이후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HTML5 게임 개발을 시작한 후 2014년 9월 명칭을 게임엔으로 변경하면서 포털화를 추진, HTML5 표준이 확정된 직후인 2014년 12월에 정식 런칭했다. ​

HTML5Games.com

해외에는 HTML5Games(www.html5games.com)나 중국의 제일채널(www.v1h5.com) 등이 HTML5 기반의 웹 게임 및 모바일 웹 게임을 전문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중국의 제일채널

앱 속의 HTML5 활용

스마트폰 앱의 경우 다른 앱과 연동할 때 현재 앱을 빠져나가서 새로운 앱을 실행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특히 iOS의 경우 타 앱을 컨트롤하거나 연동하는 데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불편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HTML5는 앱 내에서 앱인앱 형태로 실행할 수도 있다. 이렇게 네이티브 앱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면서 내부적으로 일부 웹앱 방식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앱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HTML5는 웹앱 형태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이처럼 앱 안에서 강력한 성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앱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앱은 앱 내에서 다른 앱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다른 앱을 실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앱 사용자를 한 앱 내에 오래 머물도록 할 수도 있다. 또한 추가적인 앱의 설치가 필요치 않다는 점도 HTML5 웹앱의 장점을 그대로 흡수한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말에 카카오가 선보인 게임별 역시 HTML5를 이용한 것으로, 카카오톡 내에서 카카오 게임하기처럼 별도의 게임 앱을 설치하고, 카카오톡 내에서 직접 실행되지 않고 해당 게임 앱이 따로 실행되는 형태와는 달리 카카오톡 내에서 직접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일반 앱게임에 비해서는 가볍고 단순한 캐주얼 게임 위주로 제공되고 있지만,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앱을 빠져나가지 않고서도 잠시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부터 하루 평균 사용자 1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톡 내의 앱인앱 형태 게임 채널, 게임별

이와 같은 하이브리드 앱 형태로 HTML5를 활용하는 곳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SK플래닛이 서비스하고 있는 OK캐쉬백 앱의 경우 앱 내 오락실 메뉴를 추가하고 HTML5 기반의 캐주얼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야구 게임과 마작, 두더지잡기, 연산 게임 등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제공하고 있는데, 게임 랭킹에 따라 포인트를 제공해 이를 모아 OK캐쉬백 포인트로 전환할 수도 있어서 많은 사용자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OK캐쉬백 내에서 즐기는 오락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프렌차이즈 영화관인 CGV가 운영하는 모바일 앱에서도 HTML5 기반 게임을 만날 수 있다. CGV 앱에서는 CGV 앱의 마스코트인 파코니를 이용한 게임인 ‘파코니를 잡아라’를 서비스하고 있는데, 게임 결과에 따라서 영화관람권이나 팝콘, 포토티켓 또는 CJ ONE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CGV 앱 내의 HTML5 기반 게임, 파코니를 잡아라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HTML5 게임

OK캐쉬백이나 CGV 앱 내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은 사용자에게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용도에서 그치지 않고 서비스 제공사에게도 다양한 이득을 가져다주고 있다. 우선 기존 앱 자체의 단편적인 용도, 즉 CGV 앱의 경우 영화 예매 이외의 별다른 용도가 없었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영화 정보 확인 및 예매 후 곧바로 앱을 종료했던 패턴을 벗어나 게임을 즐기기 위해 앱 내에서의 체류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장점이 추가되며 재방문율 역시 높아지게 된다. 또한 OK캐쉬백과 CGV 모두 사용자들이 무료 게임 횟수를 넘어선 후 게임을 계속 즐기기 위해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서비스사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쓰임새를 찾지 못해 소멸되어버리기도 하는 포인트를 소진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사용자와 서비스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게임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