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말 기준 국내 화장품 생산액은 12조 6000억 원으로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최근 한국산 화장품, 일명 ‘K뷰티’가 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결과다. K뷰티의 성공으로 많은 후발 업체들이 화장품 사업에 속속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 가운데 IT와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화장품과 뷰티 서비스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IT, 화장품 산업을 바꾸다

IT 기술의 발달은 제품 개발부터 생산, 유통, 홍보에 이르기까지 화장품 산업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게 변하고 있는 부분은 개인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사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광고나 지인의 추천을 통해 특정 화장품을 알게 된 후 매장을 방문하거나 통신판매, 방문 판매를 통해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동영상이나 블로그 리뷰를 확인한 다음 온라인 쇼핑으로 화장품을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인기 화장품 리뷰어인 '씬님' 같은 경우 유튜브 구독자 수가 117만 명에 달한다. 중국에서는 인터넷 스타를 뜻하는 '왕홍'들이 급부상하면서 화장품 파워 블로거들이 만들어내는 시장 규모가 1,000억 위안, 우리 돈 약 176조 규모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흐름에 따라 화장품 업계의 마케팅도 인터넷과 동영상 리뷰에 집중되고 있다. 나아가 뷰티 유튜버와 협업을 진행하거나, 아예 이들의 이름을 내건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화장품 리뷰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성업 중이다. 실제 화장품 소비자들의 사용 후기를 모아 랭킹을 정해 보여주는 모바일 앱 ‘글로우픽’은 방대한 화장품 데이터베이스와 50만 건이 넘는 리뷰로 인기를 끌고 있다. 모바일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언니의 파우치’ 앱은 화장품 리뷰와 함께 맞춤형 뷰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스타일링을 가상 체험하다

사진 : 로레알프로페셔널

화장품 업체들이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는 마케팅에 공을 들이면서 특히 증강현실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50여 개 이상의 화장품 회사가 증강 현실 기술을 이용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헤어 전문 브랜드 로레알 프로페셔널 파리는 미용실에서 염색이나 펌을 하기 전 다양한 스타일링을 가상 체험해 볼 수 있는 디지털 디바이스 '스타일링 미러'와 개인용 모바일 앱 '스타일 마이 헤어'를 출시했다.

사진 : 로레알프로페셔널

'스타일링 미러'는 거울 기능과 함께 가상 체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미용실 전용 디지털 기기다. 기기의 카메라로 본인 얼굴을 촬영한 후 원하는 머리색과 스타일을 선택해 적용해 볼 수 있다. 약 2,400여 가지의 다양한 컬러와 염색, 커트, 펌 등의 스타일이 제공되며 거울을 통해 스타일링 후 본인의 모습을 미리 확인하는 방식이다.

사진 : 로레알프로페셔널

'스타일 마이 헤어'는 스타일링 미러의 스타일 바꾸기 기능을 제공하는 모바일 앱이다. 미용실을 방문하지 않고도 다양한 헤어 스타일링을 가상 체험할 수 있고 변화된 본인의 모습을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타일 마이 헤어는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메이크업도 가상 체험으로

메이크업 가상 체험에서도 로레알의 행보가 눈에 띈다. 2014년 6월 출시한 '메이크업 지니어스'는 카메라로 얼굴을 스캔한 후 립스틱, 아이라이너 등을 적용해 볼 수 있는 모바일 앱이다. 마음에 들면 곧바로 구매할 수 있게 e 커머스 기능까지 갖추고 있으며 광고에 나오는 모델의 화장품이 어떤 색상을 조합한 것인지 스캔한 다음 각각의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지원한다. 또한 로레알의 자회사인 어반디케이도 올해 출시한 바이스 립스틱의 이름을 딴 앱을 통해 무려 100개 컬러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국내 업체인 라네즈도 모바일 앱 '뷰티 미러'를 통해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러링’이라 불리는 3D 기술을 통해 얼굴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포착해 메이크업 후의 모습을 정교하게 구현해낸다. K뷰티 트렌드에 맞춰 한류스타의 메이크업 룩을 선택하면 본인의 얼굴에 맞춤형 화장을 해주는 기능과 한국 여성의 메이크업 트렌드에 맞춘 농도 조절 기능 등이 있다.

뷰티 업계도 인공지능 도입

인공지능 기술이 전방위로 뻗어나가면서 뷰티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캐나다의 안면인식 기술 업체 모디페이스(ModiFace)는 최근 페이스북 채팅을 통해 사용자에게 립스틱 등을 추천하는 인공지능 서비스 ‘뷰티 어드바이저’ 를 개발해 화장품 업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뷰티 제품들의 스마트한 변신

스마트 기술을 입은 제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심플 휴먼사가 내놓은 ‘센서 미러 프로’ 가 대표적이다. 8인치의 원형 화장 거울인 이 제품은 여러 가지 센서를 이용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거울 앞에 앉으면 자동으로 화장 조명을 켜주고 장소 밝기에 맞춰 조명 색을 바꿔준다. 스마트 기기답게 아마존 에코와 연결해서 활용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얼굴 한 부분을 5배나 10배로 확대해서 볼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인테리어 기업 한샘과 IT기업 LG유플러스가 함께 만든 ‘매직 미러’도 있다. 지난 2016년 2월 발표된 이 제품은 거울에 내장된 800만 화소 카메라를 통해 이용자의 피부 타입을 측정하고 그에 맞춘 피부 관리 법과 화장법 등을 소개하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로레알은 2016년 CES에서 웨어러블 패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마이 UV 패치'라는 이름의 제품으로 피부에 붙이면 스마트폰 앱으로 자외선 노출량을 체크할 수 있다. 이 밖에 눈 밑에 붙이면 미세한 전류를 내보내 주름 개선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나 노화 방지용 LED 마스크도 판매되고 있는 중이다.

스마트 뷰티 열풍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각종 IT/스마트 기술을 도입한 콘텐츠와 제품, 서비스들이 고객의 제품 체험도와 만족도를 높이고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화장품 업계는 앞으로도 스마트 뷰티가 지속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증강현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기술이 본격적으로 융합하는 시기가 도래하면 뷰티 업계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운택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진정한 기술적 진보는 현재 따로따로 개발되고 있는 다양한 기술이 본격적으로 융합 개발됐을 때”라며 “영화에서처럼 날씨나 그날의 컨디션에 맞춰 개인비서처럼 피부를 관리해주고 화장과 의상을 챙겨주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임유빈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