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경쟁을 펼치는 국내 시장에서, 국내의 어떤 페이들보다도 높은 결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해외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있다. 바로 알리바바그룹의 ‘알리페이’의 이야기다. 현재 우리나라의 특정 몇몇 지역에서는 알리페이를 이용해 어렵지 않게 결제를 수행할 수 있다. 물론 국내에서 일어나는 알리페이 결제의 대부분은 한국인들이 아닌, 중국인 관광객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보다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활발하게 결제를 발생시키기 위해 점포들이 앞다퉈 알리페이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발생한 결과다. 알리페이가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광범위하게 결제를 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된 계기는 무엇이었으며, 또 이렇게 영향력이 강해진 알리페이는 어디를 향하게 될까.

중국의 No.1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

우리나라에 핀테크 열풍이 불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인 알리바바의 IPO의 동력은 알리페이였다. 알리페이는 우리나라보다 핀테크 분야에서 앞서있는 중국 내에서도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알리페이의 총 가입자는 중국인 5명 중의 3명꼴인 약 8억 명으로 추산되며 실제 이용자도 중국 내에서만 4억 5천만 명으로 집계된다. 자신들의 시장 점유율도 68%에, 경쟁사인 텐센트의 간편결제 서비스와 합할 경우 중국 전체 시장의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역사적인 사건이 된 알리바바그룹의 기업공개

단순히 이용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결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액은 작년 2,350억 달러로, 재작년보다 42%가 성장한 미국의 2,310억 달러보다도 여전히 높은 세계 1위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알리페이다. 알리페이가 처리하는 온라인 거래 건수는 하루 1억 5,300만 건으로, 이는 알리페이의 원형으로 꼽을 수 있는 페이팔의 10배에 달한다. 작년 알리페이의 결제액은 모바일 결제를 포함해, 도합 1조 달러를 넘어선 건으로 추산된다.

▲알리바바그룹 IPO의 동력이 된 서비스, 간편결제 알리페이

중국인들은 중국 내에서만 알리페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해외에서도 알리페이의 결제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현재 해외에서의 알리페이 이용자는 2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알리페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알리바바그룹의 자회사인 알리페이의 운영사 앤트파이낸셜서비스그룹(이하 ‘앤트파이낸셜’)의 글로벌 진출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앤트파이낸셜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본격화된 상황으로,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의 협력사를 적극적으로 찾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앤트파이낸셜은 지난 11월 1일, 태국의 어센드머니홀딩스와의 제휴를 발표한 바 있으며, 작년에는 인도의 최대 온라인 결제 업체인 페이티엠(Paytm)에 9억 달러를 투자하고 지분 40%를 취득하기도 했다.

글로벌 진출의 첫 공략처, 한국

알리페이가 중국을 넘어 글로벌을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국가는 다름 아닌 한국으로 보인다. 한국에서의 결제가 다른 어떤 곳보다도 빈도와 규모가 높고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알리페이와 제휴한 가맹점은 주요 백화점, 면세점을 포함해 3만 2천여 곳에 달한다. 알리페이의 해외 전체 가맹점이 8만 개니, 그중의 40%가 한국에 포진해 있는 것이다.

▲광군제 기간 동안 알리페이 결제액은 20조 원을 넘었다

알리페이가 우리나라에 진출한 것은 작년 4월이다. 한국정보통신은 2015년 4월 9일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 점포에서도 알리페이 월렛을 이용한 바코드 결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지역의 유명 의류 브랜드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국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이제는 알리페이의 해외 점포 수 1위를 차지하는 데까지 확대된 것이다.

▲신세계그룹이 알리페이와의 파트너십을 더욱 돈독히 가져가고 있다

향후로도 우리나라의 알리페이 가맹점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알리페이에 오히려 한국의 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2일에 체결된 신세계그룹과 알리페이와의 업무협약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미 알리페이와 협력관계인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프라퍼티, 이마트, 위드미,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신세계사이먼 등 5개 주요 계열사로 업무협약을 확대해 맺은 것이다. 이미 신세계 면세점은 명동점 오픈 때부터 오프라인에 알리페이 서비스를 도입한 바 있으며, 지난 10월부터는 인터넷면세점에도 확대 적용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모든 점포에서 알리페이가 사용 가능하다. 금번 업무협력을 계기로 알리페이의 사용이 가능한 신세계 계열의 점포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으로 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목적

우리나라에서 알리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점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은 국가나 어느 한 기관 또는 기업이 주도해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점포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의 경우에는 알리페이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알리페이를 적용한 매장의 경우 많게는 80% 가까운 비율의 결제가 알리페이로 일어난다고 밝히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중국인 전용 온라인몰인 C몰에서의 간편결제 서비스 결제 비중은 70%에 달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으며, 알리페이의 도입 이후로는 매출이 57%가 신장했다고 하니 알리페이의 영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의 원동력, 한류 드라마 ( KBS 태양의후예 )

앤트파이낸셜은 향후의 목표를 3년대 글로벌 100만 점포 가입, 10년 내 20억 명 이용자 유치로 밝히고 있다. 그 수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결코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알리페이의 글로벌 진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국가는 그렇다면 과연 어디일까. 여기에는 알리페이의 글로벌 진출의 노림수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앞서 살펴봤던 바와 같이 알리페이는 중국 내의, 중국인 이용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또한 글로벌 진출을 위해 표방하고 있는 전략도 해외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 국가에 방문하는 중국인들을 노린 것임이 명백해 보인다. 알리페이의 파트너십 확대 국가의 대부분은 중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해외 국가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명동의 대부분의 점포는 알리페이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고 있는 국가는 어디일까. 중국의 여유연구원과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의 공동발표 조사에 따르자면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국가는 ‘한국’으로 나타났다. 한류로 인해 문화적인 접근성이 가장 크고, 타 국가에 비해 가깝고 가기 쉽다는 이유로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한 달 동안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72만 명이며, 9월 전체 해외 관광객의 4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알리페이의 글로벌 매출의 35%는 한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알리페이의 노림수 속에서

현재 여러 문제들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재방문율은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소규모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한국 저가관광을 자제시키려는 국가적 차원의 움직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관광객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해 2월 54만 명이었던 중국인 관광객은 반년 만에 70만 명대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지속적으로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말해, 알리페이는 앞으로도 글로벌 진출의 가장 주요한 공략지점으로 한국을 상정해 놓고 사업을 펼칠 것이라는 이야기다.

▲중국 쇼핑몰 결제를 위한 국내 알리페이 이용자들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지난 11월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알리페이 고객 서비스 센터’를 공식 오픈했다.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 최초의 오프라인 고객 서비스 센터다. 앤트파이낸셜의 더글라스 피긴 수석 부사장은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을 지원하기 위해 서비스 센터를 오픈했다고 밝혔다. 알리페이가 전략적으로 향하는 곳이 어디임을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짚어야 할 부분은, 과연 앞으로도 알리페이는 중국인들만을 위해 한국에서 알리페이 서비스를 펼쳐나가겠느냐는 점이다. 이미 서울의 명동, 동대문, 그리고 제주도 주요 관광지에서는 대부분의 가게에서 알리페이 결제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 신세계그룹과의 협업으로 편의점 위드미, 이마트, 스타벅스에서도 알리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간편결제, 핀테크 서비스들은 과연 어떠한가. 많은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장 지배자적 위치에 오른 간편결제 서비스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페이가 한국인들을 지향한 서비스를 발표하게 된다면 시장은 어떻게 요동칠까. 현재 국내에서 알리페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직구족 극소수에 불과하다. 중국에 비해 작은 시장이기에 알리페이가 서둘러 움직일 리도 없다. 하지만 이런 지루한 춘추전국의 시대가 줄곧 이어지게 된다면 머지않아 알리페이는 국내의 다른 어떤 간편결제 서비스들보다도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혁신적인 변화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알리페이의 한국 진출은 우물 안에서 경쟁을 펼치던 국내 핀테크 기업들에게 재앙에 가까운 타격을 주게 될 것이 자명하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