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구동되는 전기자동차가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자율주행, 에너지 등 다양한 신기술이 집적되고 있는 전기자동차 업계에 기존의 완성차 제조 기업들은 물론 구글, 애플, 페이스북 같은 IT 공룡들, 거기에 다양한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존 완성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있는 전기자동차는 뿐만 아니라 이제는 자동차의 ‘크기’에 대한 개념까지 바꾸려 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도시환경의 개선에 대한 필요의 목소리, 거기에 전기자동차로의 산업 변화라는 일련의 움직임은 지금 ‘초소형 전기자동차’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보다 개인화된 자동차, 초소형 전기자동차

많은 선진국들은 교통 환경에 대해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든 대도시는 수많은 자동차로 인해 벌어지는 교통대란, 그리고 자동차들을 정차시킬 수 있는 주차공간으로 인해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자동차들이 발생시키는 매연으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환경의 문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자동차는 많은 이들에게 편리함을 안겨주는 생활의 필수불가결적 요소인 한편, 대도시의 인구밀도와 맞물려 또한 많은 이들을 괴로움에 빠트리고 있기도 하다.

▲도시인들의 공통의 고민, 주차

테슬라자동차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전기자동차들은 앞의 여러 화두들 중 환경에 관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기로 구동되기에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기존의 자동차와는 달리 매연을 내뿜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주차공간과 교통대란을 해소시킬 수 있는 새로운 탈것에 대한 필요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존의 자동차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철저히 개인화된 새로운 전기자동차로 시장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전기로 가동될 뿐 아니라, 1인승 혹은 2인승으로 구성돼 기존의 자동차들보다 훨씬 더 작은 공간을 차지하는 ‘초소형 전기자동차(Micro Mobility)’가 바로 그것이다. 평균적으로 4인 이상의 탑승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기존의 자동차보다 훨씬 더 작은 크기의, 흡사 오토바이와 같은 자그마한 전기자동차들은 자동차로 인해 도시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간과 공해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 초소형 전기자동차

초소형 전기자동차는 현재 하나의 주차 칸에 최대 세 대까지 주차할 수 있는 크기를 보유하고 있다. 르노의 ‘트위지(Twizy)’를 예로 들자면, 전장 2,388mm, 전폭 1,237mm, 전고 1,455mm에 불과해 기존의 자동차보다 그 크기가 획기적으로 작다. 오토바이와 비슷한 크기와 활용성을 지니고 있지만, 탑승 시 전신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오토바이와는 달리 여타 자동차처럼 상대적으로 훨씬 안전할 뿐 아니라 3~4개의 바퀴를 가지고 있어 운전마저 쉽다. 초소형 전기자동차들은 일반적으로 리튬이온배터리를 운전석 아래에 위치시켜 무게중심이 낮으며, 단단한 서스펜션과 안전벨트, 에어백 등의 안전장치로 오토바이가 가질 수 없는 안정성을 구현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시대에 부합한 자동차

다시 정의하자면 초소형 전기자동차란 곧 오토바이 이상의 기동성과 경형 자동차의 실용성을 두루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전기 배터리를 사용함으로 인해 주행 소음이 없고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획기적인 강점을 지니고 있는 신개념 차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초소형 전기자동차는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는 자동차이기에, 머지않아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의 선진국들은 초소형 전기자동차의 시대를 맞을 채비를 갖추고 있다.

▲1인 혹은 2인 탑승에 최적화된 초소형 전기자동차

이런 세계적인 추세는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 총 조사 자료를 살펴보자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평균 가구원 수는 2.53명으로 집계되고 있어 직전의 조사자료인 2010년의 것보다 0.15명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990년 3.77명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3명 미만으로 떨어진 것이 2005년, 그리고 현재는 2명 중반까지 줄어든 것이다. 특히 1인 가구는 520만 3천 가구로 나타나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상황에 미뤄서도 향후 1~2인용의 초소형 전기자동차 시장은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

▲무게중심을 아래로 모은 덕에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하다

여기에 가격 또한 현재 출시된 혹은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초소형 전기자동차들이 1천만 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기존의 자동차 사용 인구는 물론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 대상으로도 사용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배달과 같은 오토바이가 차지하고 있던 영역, 카셰어링과 같은 소형 자동차들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초소형 전기자동차들이 점차 대체해 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트위지와 아이로드, 그리고 위드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초소형 전기자동차는 르노의 트위지가 유일하다. 트위지는 유럽에서 이미 1만 8천 대 이상의 판매고를 보이고 있으며, 작년 5월에는 국내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BBQ와 업무협약을 맺고 시범운행까지 추진한 바 있다. 다만 이 업무협약은 법규의 문제로 한 차례 무산되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위지는 향후 국내에 가장 먼저 출시될 초소형 전기자동차가 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유일하게 시판되는 초소형 전기자동차, 르노의 트위지

트위지의 성공을 벤치마킹한 다양한 자동차들을 각 자동차 메이커들이 개발해 나가고 있으며 많은 차종들은 이미 시험 단계에 들어서 있는 상황이다. 르노와 함께 대표적인 초소형 전기자동차 제조사로 손꼽히고 있는 토요타의 경우에는 ‘아이로드(i-Road)’를 이미 선보인 바 있으며, 아이로드는 현재 상용화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로드는 세 개의 바퀴를 갖추고 있는 초소형 자동차로 최고 속도 60km/h에 1회 충전 시 최대 5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도시형 전기차다. 아이로드는 이미 일본은 물론 프랑스에서도 시범 주행을 마친 바 있다.

▲토요타의 아이로드도 머지않아 상용화에 돌입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R&D 기업 새안에서 ‘위드(WID)’라는 이름의 초소형 전기자동차를 공개한 바 있다. 위드는 전장 2,456mm, 전폭 1,285mm, 전고 1,528mm의 크기를 가진 초소형 자동차로, 그 크기는 르노의 트위지와 유사하다. 최고속도는 130km/h, 충전에는 3시간가량 소요되며 최대 120km까지 운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콤팩트 차량으로 유명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스마트가 만드는 전기차 ‘스마트 포투 ED’도 넓게 보자면 초소형 전기자동차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벤츠는 현재 유럽에서 스마트 포투 ED를 활용한 카셰어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캐나다에서는 일렉트라메카니카비하이클에서 삼륜 전기자동차 ‘솔로’를 11월 출시할 예정이며,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 또한 1인용 전기자동차를 개발할 계획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정식 판매는 더 늦춰질 것

초소형 전기자동차는 엄청난 성장을 이미 예고하고 있다. 특히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다수의 선진국들은 초소형 전기자동차 시대를 대비해 관련 법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마련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지난 2012년 ‘초소형 자동차 도입을 위한 지침’을 발표해, 경형 승용차와 오토바이 사이에 초소형 자동차라는 새로운 등급을 만든 바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배기량 600cc 이상은 경형 승용차로, 125cc에서 600cc 이하는 초소형 자동차로 분류되게 된다. 유럽에서도 자동차의 등급을 7가지로 세분화해 오토바이와 승용차 사이에 초소형 자동차를 분류시키도록 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트위지 시범운행은 작년 법규 때문에 무산된 바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법제 마련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본래 올해 8월로 예정하고 있던 절차가 현재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5월 개최한 규제 개혁 장관회의에서 “규제 특례를 통해 이른 시일 내 허가하겠다”고 밝혔던 것과는 달리, 초소형 전기자동차에 대한 허가 절차는 아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내부적으로 초소형 전기자동차를 승용차로 분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환경부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규모를 아직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현재 환경부가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은 1,200만 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은 최고 700만 원이다.

▲하반기 출시가 예상됐던 트위지의 출시는 미뤄지고 있다

르노삼성은 트위지를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 시장에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우선 프랑스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을 국내에서 임시 운행하고,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일반 판매를 예정하고 있었다.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결정될 경우, 트위지의 판매 가격은 유럽의 9,962유로보다 저렴한 1,000만 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르면 10월 중으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됐던 트위지는 그러나, 최악의 경우에는 당국의 법제 마련 지연으로 인해 올해 내에는 국내에서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혼란한 정국에서라면 초소형 전기자동차는 어쩌면, 당분간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임유빈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