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이폰6S가 처음 선보일 때 또 하나의 소식이 함께 공개되었다. 바로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으로, 아이폰6S 구매자가 해당 프로그램을 가입할 경우 1년 뒤 새로운 아이폰으로 교환해주는 정책이다. 현재 애플이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가는 미국을 비롯한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3대 이동통신사에서 이와 흡사한 정책을 동시에 내놨다.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어떤 형태일까?

애플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란?

애플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지난해 가을 애플이 아이폰6S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함께 공개한 정책이다. 정책 출시 첫해인 지난해에는 오직 미국에서만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으며, 올해는 미국과 영국, 중국 3개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했다.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의 내용은 간단하다. 24개월 약정으로 매월 프로그램 사용료 일정 금액을 내면 12개월 후 새로운 아이폰으로 바꿔주면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도 다시 갱신되는 방식이다. 만일 12개월 뒤 새로운 아이폰으로 교체를 원하지 않을 경우 남은 12개월간 정해진 금액을 계속 납부하면 된다.

아이폰6S와 함께 공개된 애플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아이폰7 32GB 모델 기준으로 구매를 할 때 AT&T나 스프린트, 버라이즌, T모바일 등 통신사를 통해 가입하면서 649달러를 내고 단말기를 구매할 수도 있지만, 24개월 약정 조건으로 매달 32.41달러를 내면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가입할 수 있다. 32.41달러를 24개월간 납부하면 777.84달러로, 약정 가입을 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128.84달러를 더 내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129달러로 책정된 보증 서비스인 애플케어 플러스를 기본 제공하고 있다. 애플케어 플러스는 구입일로부터 1년간의 보증기간을 2년으로 연장해주고 90일간의 무료 전화 기술 지원 역시 2년으로 연장된다. 여기에 액정이 망가진 경우 29달러만 내면 수리를 받을 수 있으며, 기타 고장의 경우에도 99달러만 내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만일 애플케어와 같은 보증 연장 프로그램을 항상 구매하는 사용자라면 구매금액 자체로도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아이폰7 역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지원된다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메리트가 있나?

이쯤 되면 애플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의 장점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만일 매년 아이폰 신모델로 교체하는 사용자라면 1년 사용 후 잔여 할부금, 즉 기기값 절반을 면제받는 대신 기기도 반납하는 것이 이득일까? 아니면 아이폰 프로그램에 가입하지 않고 기기값을 완납한 후 기기를 중고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 이득일까? 물론 중고 값이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느 한 쪽이 이득이라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아이폰의 경우 중고 시세가 천천히 하락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출시 후 1년이 된 시점이라면 출고가의 절반 이상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어차피 신품 구매 시 1년간은 사후 서비스가 지원되기 때문에 굳이 애플케어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제공되는 보증 서비스는 애플케어가 아니라 애플케어 플러스다. 차이점은 바로 소비자 과실에 의한 손상 시 저렴하게 수리할 수 있다는데 있다. 조심스럽게 사용해서 1년 내에 소비자 과실 손상이 발생할 걱정이 없다면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가입하지 않고 12개월 후 단말기를 개인적으로 처분하는 편이 낫겠지만, 사고는 언제나 돌발적으로 발생한다. 떨어트린 후 후회해도 그땐 늦은 것이다. 중고거래의 번거로움은 차치하고서도 말이다. 그렇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린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국내에서는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제공되지 않으며, 애플케어 플러스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도, 애플케어플러스도 지원되지 않는다

국내 아이폰 보상 교체 프로그램은?

지난해 아이폰6S가 출시되면서 애플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함께 선보였을 때는 국내 통신사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올해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이폰7 국내 출시 이전에 KT가 ‘아이폰 체인지업’이라는 이름으로 아이폰 교체 프로그램을 선보였으며, 그 뒤를 이어 LG유플러스의 ‘아이폰클럽’, SK텔레콤의 ‘T 아이폰 클럽’이 선보이며 국내에서도 아이폰 교체 프로그램이 순식간에 경쟁적으로 출시된 것이다. ‘아이폰 체인지업’과 ‘아이폰클럽’, ‘T 아이폰 클럽’의 기본 구성은 거의 같다. 24개월 약정으로 가입 후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12개월 후 아이폰 신모델로 교체할 때 잔여 금액을 면제해주는 방식이다. 이것만 보면 애플의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지만 세부 항목에서는 차별점이 보인다.

SK텔레콤의 T 아이폰 클럽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는 이용요금이다. SK텔레콤의 T 아이폰 클럽은 아이폰7/7플러스 32GB 모델 기준으로 월 4,900원의 서비스 이용요금을 내야 하며, 128GB 모델은 월 7,900원, 256GB 모델은 월 16,700원으로 올라간다. KT의 아이폰 체인지업은 용량과 무관하게 아이폰7/7플러스 공통으로 월 2,300원의 서비스 이용료가 청구된다. LG유플러스의 아이폰 클럽도 KT와 마찬가지로 용량과 무관하게 월 2,300원의 이용료를 부담하면 된다. 이용요금만 따지만 SK텔레콤이 유독 비싼데, 그 이유는 단말기 분실/파손 보험 혜택을 기본 제공하기 때문이다.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분실/파손 보험을 별도로 추가할 수 있으며, 보험 추가의 경우 SK텔레콤과 동일한 수준의 이용료를 내게 된다. 분실/파손 보험을 가입할 경우 이통3사의 이용료가 같으며, 보험을 가입하지 않으려는 사용자라면 KT나 LG유플러스를 이용하면 된다.

KT의 아이폰 체인지업

LG유플러스의 아이폰클럽

이용료 할인도 가능

SK텔레콤 T 시그니처 요금제 사용자는 T 아이폰 클럽이 무료로 제공된다

각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아이폰 보상 프로그램의 월 이용료가 부담된다면 일부 조건에 한해 이용료 할인 또는 면제도 가능하다. SK텔레콤의 경우 88,000원 이상인 T시그니처 요금제 가입 시 32GB 및 128GB 모델 구매자에 한해 T 아이폰 클럽의 월 이용료를 면제해주며, iKB국민카드 이용 고객에 한해 6개월간 이용료에서 월 4,500원을 할인해준다. KT의 경우 32.8 요금제 이상부터 요금제에 따라 멤버십 포인트로 아이폰 체인지업 월정액 일부를 대신하는데, 65.8 이상의 요금제는 전액 포인트로 대신해주며 76.8 요금제 이상이면 체인지업 월정액과 함께 단말기 보험까지 무료로 제공해준다.

KT는 65.8 요금제 이상이면 보상 프로그램이 무료, 76.8 요금제 이상은 보험까지 무료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멤버십 등급과 사용 요금제에 따라 월 이용료 할인을 차등 적용하는데, 순액 요금 19,900원에서 49,900원 사이의 요금제 사용자는 최대 700원을 할인해 매달 1,600원을 부담하면 되며, 59,900원 이상의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월 이용료 전액을 할인받을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H+클럽’이라는 또 다른 아이폰7/7플러스 전용 보상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데, 12개월이 아닌 18개월 기준으로 기기를 교체해주며 월 이용료는 5,000원으로 다소 높은 대신 파손 수리 보험이 기본 제공된다.

LG유플러스 역시 보상 프로그램 이용료를 할인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

통신사별로 어디가 유리할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분실 또는 파손이 염려된다면 보험이 연계된 SK텔레콤의 T 아이폰 클럽이 유리하지만, 분실/파손 수리비가 25만 원을 넘어가는 경우 12개월 이후 잔여 할부금 면제 서비스가 자동 해지되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KT의 경우 요금할인 등 추가 할인 혜택을 받으면서 가입했더라도 출고가 기준으로 50%를 보상해주며, 남은 할부금을 면제받고도 보상금액이 남는 경우 새롭게 구매하는 아이폰에서 남은 금액만큼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 다양 방법으로 할인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는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SK텔레콤 T 아이폰 클럽은 수리비가 25만 원을 넘을 경우 할부금 면제를 받을 수 없다

KT의 아이폰 체인지업은 출고가 기준으로 보상금액이 책정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12개월 후 50%의 잔여 할부금을 면제받을 수 있는 아이폰클럽과 18개월 후 50%의 잔여 할부금을 면제받을 수 있는 H플러스클럽 두 가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H플러스클럽의 경우 현재 아이폰6S를 사용 중이거나 제휴카드 할인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아이폰7을 구매할 때의 할부금 일부를 현재 사용 중인 아이폰6S 반납이나 제휴카드 할인으로 대신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H플러스클럽은 18개월 기준으로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한다

유의해야 할 점

이처럼 통신사별로 다양하게 내놓은 아이폰 보상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보상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자체가 이벤트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상시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SK텔레콤과 KT는 올해 말까지, LG유플러스는 내년 1월 말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구매자별 가입 가능 기간은 SK텔레콤과 KT는 개통일로부터 7일 이내, LG유플러스는 개통일로부터 14일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통신사마다 정해놓은 반납 단말기의 상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다음으로 유의할 점은 12개월 기준으로 새 모델로 교체할 때 타 제조사의 스마트폰 또는 현재 사용 중인 기종보다 먼저 출시된 아이폰으로는 교체 받을 수 없다. 즉, 무조건 애플의 아이폰으로, 그것도 아이폰7 이후에 출시되는 모델로만 교체할 수 있다. 또한 12개월 이상 사용 후 교체할 때 반납하는 단말기의 상태가 양호해야 한다. 만일 기준 이상으로 손상된 상태일 경우 교체를 거부당할 수 있으며, 자비를 들여 수리 후 보상 신청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분실한 경우도 보상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12개월 사용 후 교환 기준이기 때문에 늦게 보상받을수록 보상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1년마다 남은 할부금이나 위약금 걱정 없이 아이폰 최신 모델로 교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최신 모델을 선호하는 얼리어답터 성향의 소비자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교체 시점에 따라서 보상 금액이 달라지니 다른 중고 단말기 보상 프로그램과 비교해본 후 선택하는 현명한 소비도 필요하다.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