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게이트로 이어지기 전 취해진 갤럭시노트7 리콜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갤럭시노트7의 행보에 어둠이 드리웠다. 갤럭시S7에서 보다 발전된 완성도를 갖춰, 완성형 스마트폰으로 불린 갤럭시노트7의 행로에 기기결함이라는 암초가 나타난 것이다. 제품 출시 이후 연이어서 배터리 폭발 사고가 발생하며 배터리 결함으로 의심을 샀던 갤럭시노트7에 대해, 삼성전자는 지난 9월 2일 제품 초기공급물량 전량의 리콜 및 교환에 대한 정책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서 처음 있는 대규모의 리콜은 향후 갤럭시노트7의 흥행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스마트폰 업계에서 발생한 ‘게이트’

수신률 저하 문제를 겪었던 아이폰4

‘게이트’라는 단어는 정치나 경제 분야에서 발생한 대형 스캔들을 칭하는 단어에 붙는 접미사다. 미국 역사상 임기 전에 대통령직에서 하야한 최초의 사건인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 혹은 사건의 뒤에 게이트란 접미사를 붙여, 일련의 사건을 칭하는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게이트라 불릴 사건이 몇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게이트로 아직까지 이야기되고 있는 것은 애플의 아이폰4를 통해 벌어졌던 ‘안테나게이트’였다. 이는 안테나가 위치한 아이폰4의 측면 메탈 부분을 움켜주면 수신률이 급감하는 사태로 인해 불거진 문제였다. 수신불량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제품임에도 제조사인 애플에서는 이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었고, 소비자들은 물론 유수의 IT 매체들이 애플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고, 결국 애플은 전례가 없었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범퍼 지급을 통해 아이폰4는 은근슬쩍 안테나게이트 위기를 넘겼다

고 스티브 잡스는 기자회견을 통해 아이폰4는 완벽하지 않은 스마트폰이며, 안테나 문제로 실질적인 불편을 느끼는 사람은 적다는 통계를 공개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이폰4 액세서리인 범퍼를 기간한정 무상 제공할 계획을 발표했다. 아이폰4가 가지고 있는 안테나 수신률의 문제는 후속 라인업인 아이폰4S에서는 스테인리스 안테나를 두 부분으로 나눠 능동적으로 수신 안테나가 변경되는 방식으로 개선이 이뤄졌다. 후일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에서는 안테나게이트를, 분명히 문제가 있음을 제조사 내부에서 인정하고 있음에도 대표자의 강경한 대처를 통해 위험한 상황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로 기술하고 있다.

배터리 이슈가 있기까지

안테나게이트 뒤에 다시금 문제가 발생했던 것은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키운 아이폰6에 이르러서였다. 아이폰6플러스가 여타 스마트폰에 비해서도 비약적으로 외부의 충격에 약해, 쉽게 휘어지고 고장이 난다는 이슈였다. 이에 대해 애플은 휘어짐이 극히 드문 일이며 일상생활에서는 문제가 없다며, 휘어짐 문제로 회사에 직접 연락을 취한 고객은 9명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의 매체 Computer Bild는 아이폰6플러스가 쉽게 휘어지는 기기라는 기사를 게재한 후, 애플로부터 어떤 테스팅 기기도 받지 못할 것이며 공식 행사 초청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마치 사실무근처럼 다뤄졌던 밴드게이트는, 이후 후속 라인업인 아이폰6S에서 재질변경을 통해 개선이 이뤄졌다.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폭발이 이슈가 되다

한동안 잠잠하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기 내용과 같은 게이트가 다시금 발생했다. 이번에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두 번의 게이트의 주인공이었던 애플이 아니라, 경쟁자의 위치에 있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7’이 그 주인공인데, 갤럭시노트7이 충전 중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며 제품 결함에 대한 이슈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최초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8월 24일로, 기기 충전 중 갤럭시노트7이 폭발했다는 게시물이 게시되고 이것이 각 IT 커뮤니티로 퍼져나가며 논란이 일어났다. 이어서 8월 30일에 두 번째 폭발 소식이, 그리고 연이어서 제품이 충전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폭발했다는 게시물이 게시됐다. 네 번째 폭발 소식은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전해져, 이것이 단순히 한국향 기기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갤럭시노트7 제품의 기기결함이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하던 갤럭시노트7의 판매가 잠정중단되다

배터리게이트로 불릴 위기였던 이 사태는 갤럭시노트7의 잠정적 물량 공급 중단으로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삼성전자에 갤럭시노트7 조사 결과 보고를 요청했고, 벨기에와 세르비아에서도 제품의 유통이 잠정중단됐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원진이 구미공장에 총집합해 원인규명에 착수했으며, 그 결과는 판매된 전 제품의 리콜 결정으로 귀결됐다. 2016년 9월 2일 오후 5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노트7의 자체 배터리 셀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고,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잠정 판매중단 조치 계획을 밝혔다. 배터리 폭발로 서비스 센터에 접수된 건수는 전 세계적으로 총 35건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풀 꺾인 흥행, 리콜의 경제학은?

21만 대 자발적 리콜 이후 점유율이 더 상승한 삼성전자 지펠 냉장고

금번 갤럭시노트7의 리콜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대규모 리콜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2009년 10월 경기도 용인시에서 지펠 냉장고가 폭발하는 사건 이후 국내에서 제조되고 판매된 양문형 냉장고 21만 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진행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는 국내 백색가전업계의 리콜로는 최대 규모로 이야기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갤럭시S3의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거나 울퉁불퉁해지는 스웰링 현상이 확인되면서, 문제가 되는 이랜텍 배터리에 대해 구입시기와 관계없는 전면 무상교환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스웰링 현상이 확인된 갤럭시S3, 배터리 교환 정책을 발표하다

갤럭시노트7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라인업 중 최고의 수치인 40만 대의 예약판매 수치를 기록했다. 초기 판매추이도 놀라운 수치를 기록해, 갤럭시S7의 흥행신화를 갤럭시노트7이 다시 쓰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뤄진 판매중단, 그리고 리콜 조치는 갤럭시노트7 흥행에 단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테나게이트나 밴드게이트와는 달리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갤럭시노트7은 ‘배터리게이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경우 삼성전자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빠질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리콜 결정이 이뤄지기까지에는 내부 직원 및 임원진의 적극적인 대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는 성과 인센티브를 받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했으며, 문제에 맞닥뜨린 것이 충성도 높은 초기 구매자들임을 감안해 배터리 교환이 아닌 리콜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차례차례 제기됐다. 그리고 마침내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이 이에 대해 “이번 기회를 통해 품질에 대한 경각심을 극대화하고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무선사업부로 거듭나겠다”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게시하고 리콜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의 이와 같은 리콜 조치에 대해 시장에서는 다양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전량 신제품 교환

분명 금번 논란을 통해 뜨거웠던 갤럭시노트7의 흥행열풍의 기세는 한풀 꺾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250만 대의 리콜 및 교환을 통해 갤럭시노트7 및 삼성전자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것이 채 열흘도 되기 전에 자발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이다. 소위 이야기되는 리콜의 경제학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굳히게 될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이다.

장기적 흥행에는 어떤 영향이

갤럭시노트7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기록적인 흥행이 점쳐지던 제품이었다. 이례적으로 발표시기를 앞당겨 새로운 아이폰 라인업에 대항해 선수를 친 갤럭시노트7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이폰7 발표일이 임박한 시점에 부정적 이슈를 통해 다시 한 번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됐다. 경쟁제품에 비해 견고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갤럭시 라인업에 부정적 영향을 가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팀 쿡의 이번 행사는 매우 지루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샌프란시스코 행사의 타이밍은 애플에 매우 완벽한 시점이 됐다”며, “아이폰7 데뷔를 앞둔 애플에게는 선물과 다름없다”고 평한 바 있다.

리콜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응은 양분돼 있다

분명한 것은 소비자의 안전에 직결된 문제에 삼성전자가 빠르게 대처한 점에 대해서는 연이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고용진 사장은 “고객의 안전을 생각해 마음이 아플 정도로 큰 금액에도 전량 회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으며, 이에 대해 시민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전량교체는 이례적이며 혁신적인 조치”라고 평했다. 은근슬쩍 넘어갔던 지금까지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게이트 논란들에 비하자면 삼성전자의 이러한 빠른 조치는 칭찬받아 마땅한 조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판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수거조치될 250만 대의 갤럭시노트7이 어떻게 활용될 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어쩌면 이건희 회장의 파격적인 조치였던 지난 1994년의 500억 원 어치의 애니콜 화형식이 재현될 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됐건 삼성전자는 현재의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지금까지의 매뉴얼에 따른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 이번 전면적 리콜 조치가 신뢰 회복과 이미지 제고에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따라 갤럭시노트7, 그리고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전체의 향방에 상당한 영향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리콜의 경제학이 일어날 것인가, 아니면 실적하향의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이후의 추이에 시장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