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가 스마트폰의 모바일 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두 세력의 다툼 속에서, 제3의 선택지로 한때나마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모바일용 윈도우는 완전히 경쟁에서 뒤처진 모양새다. 데스크톱 시장에서는 절대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윈도우가 어쩌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이처럼 뼈아픈 패배를 거두게 됐을까. 지금부터 이야기할 것은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포켓PC’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점령하고 있던 모바일 윈도우 몰락의 역사다.

스마트폰 시대 이전에는 시장 지배자

지금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이전에 내세운 스마트폰 라인업이 옴니아였다. 지금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의 오점으로 기록되고 있는 옴니아지만,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만 하더라도 옴니아는 전지전능한 휴대폰으로 국내외에서 이름을 떨쳤던 제품이었다. 2008년 11월 출시된 옴니아는 당시로는 엄청난 고가였던 100만 원 내외로 출시됐음에도 출시 후 5개월간 국내 판매량 13만 대, 최종 17만 대를 기록한 성공적인 제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성공한 비즈니스맨의 상징 ‘티옴니아’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던 당시, 옴니아가 채택하고 있던 OS(운영체제)는 모바일용 윈도우이었다. 데스크탑 시장에서 절대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윈도우의 구조를 모바일 디바이스용으로 그대로 옮겨온 모바일용 윈도우는 스마트폰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의 표준으로 자리를 잡은 모바일 OS였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휴대폰은 피처폰의 형태로 점차 발전되고, 특수한 목적으로 휴대폰을 이용할 경우를 위한 프레스티지 모델로만 기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이폰의 대항마였던 윈도우폰, 옴니아2

그 이변이 발생한 것이 애플의 아이폰을 통해서였다.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휴대폰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의 기능들이 휴대폰으로 모아졌고, 마침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다음 세대의 PDA와 휴대폰에 스마트폰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아이폰은 모바일용 OS인 iOS를 탑재한 아이폰을, 그리고 구글은 iOS를 벤치마킹한 안드로이드 OS를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스크톱 시장에서처럼 절대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던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그리고 막강한 도전자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전 세계의 휴대폰 시장은 격렬한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경쟁자의 등장, 약점이 드러나다

스마트폰의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아이폰의 반대 진영에 위치하고 있던 모바일 OS는 그전까지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던 모바일용 윈도우였다. 아이튠즈와 앱스토어에 귀속돼 있는 아이폰과는 달리, 데스크톱의 주류인 윈도우의 연장선상에 있는 윈도우 모바일은 이용자들의 접근이 훨씬 용이한 모바일 OS처럼 여겨졌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피처폰이 아닌, 보다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고 이용자 마음대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이용할 수 있는 휴대폰은 윈도우를 탑재한 PDA가 유일한 선택지로 이야기되곤 했다. 하지만 시대는 윈도우 모바일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아이폰의 등장, 세상이 바뀌기 시작하다

윈도우의 조작계를 계승한 윈도우CE(당시의 윈도우 모바일)는 휴대폰이라는 작은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아이폰의 UX(사용자 경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불편한’ 이용자 환경을 제공했다. 휴대폰의 새로운 지평을 연 아이폰 이후, 스마트폰은 데스크톱과 다른 UX를 제공해야 하는 기기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아이폰의 UX에 비해, 윈도우 모바일의 UX는 휴대폰 이용자의 대다수는 쉽게 적응할 수 없는 데스크톱의 UX를 휴대폰으로 그대로 가져오기에 급급했다. 아이폰에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하기 시작한 제조사들은 아이폰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대체 모바일 OS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을 맞았다.

iOS의 대항마로 주목받기 시작한 안드로이드 OS

그 상황에서 아이폰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모바일 환경에 맞춘 새로운 윈도우 모바일이 아닌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였다.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 OS는 윈도우 모바일이 가지고 있는 라이선스라는 문제에서 자유로웠으며, 지난한 개발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아이폰과 흡사한 UI와 UX를 제공할 수 있는 훌륭한 대체재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다수의 제조사들은 윈도우 모바일 대신 안드로이드 OS를 메인 모바일 OS로 삼아 아이폰에 대항해 나가기 시작했다.

뒤집어진 것은 순식간, 추락의 시작

단순히 안드로이드가 무료이고 아이폰과 유사했기 때문에 대체 OS로 주목받게 된 것은 아니다. 그 이상으로 중요한 점은 안드로이드와 달리 윈도우 모바일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증'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윈도우를 모바일 OS로 삼는 디바이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정한 기준대로 하드웨어가 제조돼야 했다. 윈도우CE는 물론 윈도우 모바일을 지나 윈도우폰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모바일에서의 윈도우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하는 최소 사양을 갖춰야 하기에 제조사에게 많은 제약이 가해지는 OS였다. 여기에 안드로이드와는 달리 OS의 가격 또한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 추가적인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모바일 앱 시장 생태계 구축에 실패하다

스마트폰의 시대가 오기 전만 하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OS는 여타 OS에 비해 ‘앱’에 있어서는 강점을 지닌 OS가 될 것으로 이야기됐다. 그 근거는 상대적으로 경쟁 모바일 OS에 비해 역사가 길고 그 기간 동안 개발돼 제공되고 있는 앱이 많다는 점, 그리고 데스크탑용 프로그램과 동일한 환경에서 제작할 수 있다는 용이성이 제시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앱스토어라는 완연히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모바일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한 앱 서비스의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윈도우와 비슷한 개발 환경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윈도우 모바일용 앱을 개발할 것이라는 예측도 빗나갔다. 검증된 유통경로를 통해 제공되는 앱, 그리고 이를 통해 개발자들이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윈도우 모바일이 그때까지 쌓은 레퍼런스가 순식간에 아이폰, 그리고 안드로이드 앱에 추월당했다.

점유율 하락세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작은 시장이지만 그 안에서 확고한 점유율을 다지고 있던 윈도우의 모바일 시장 점유율은 급격히 추락했다. 2010년에 이르러서는 그전까지 휴대폰 디바이스에서 절대적인 수치를 자랑하던 모바일용 윈도우의 점유율은 5% 내외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수치는 지금까지 계속 감소되기만 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업 포기, 윈도우폰 철수

모바일용 윈도우는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2010년, 윈도우폰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버전을 공개했다. 윈도우폰7은 완벽하게 닫힌 OS를 표방한 운영체제로, 이를 통해 당시 안드로이드 OS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파편화’를 방지하고자 했다. 철저히 통제된 환경에서 통일된 UX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노력은 이미 시장의 주도권을 뺏긴 상황에서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지 못 했다. 이듬해 새로운 버전과 함께 발표된 노키아와의 전략적 협력도 결실을 맺지 못 했다.

노키아와의 협력, 최악의 악수가 되다

윈도우 모바일을 안드로이드 OS와 함께 고려하고 있던 제조사들은 윈도우폰7으로의 단절적 이행에 반발했다. 반발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노키아와의 협력 발표는 노키아가 아닌 다른 제조사들이 윈도우폰7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는 계기를 마련하고 만다. 노키아와의 협력은 현재까지 시대의 흐름에 대처하지 못한 두 회사의 시너지 없는 대표적인 협력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다. 윈도우폰은 현재 안드로이드, iOS에 이어 모바일 OS 3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와 iOS가 사실상 모바일 OS를 양분하고 있으며 윈도우폰의 점유율은 2%에 불과한 상황이라, 3위라는 위치는 유명무실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피스폰 출시 전까지 MS의 스마트폰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과는 달리 개발자 친화적인 정책으로, 열린 플랫폼으로 제공돼 시장의 절대자적 지위를 차지한 데스크톱 시장에서와는 달리 모바일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닫힌 플랫폼’의 전형으로 꼽히고 있다. 라이선스를 무료화하고 데스크톱과 OS 통합을 이뤄낸 현재의 시점에서도 여전히 윈도우폰은 경쟁 OS들에 비해 불편하고, 사용할 수 있는 앱은 제한돼 있는 상황이다. 시대의 요구에 빠르게 대처하고 트렌드를 읽어서 빠르게 데스크톱 시장을 잠식한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는 오히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시장을 낙관한 탓에 큰 실패를 맛보고 있다. 2016년 1분기 마이크로소프트의 휴대폰 사업 부문 매출은 4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락은 바닥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 휴대전화 사업을 포기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는데, 2017년 서피스폰 발표 전까지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를 통해 새로운 윈도우폰을 출시할 계획을 전면 백지화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