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GO가 모바일 게임계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연일 매출 및 다운로드, 이용자 확보에 신기록을 경신해 나가고 있으며, 닌텐도의 주가는 포켓몬 GO 출시 이후 두 배가 넘게 뛰었다. 전 세계가 포켓몬 GO에 열광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열풍이 아직 모든 글로벌 지역에 서비스가 오픈되지 않은 상태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더욱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열풍 속에서, 우리는 포켓몬 GO의 열풍이 유독 우리나라만 비껴가는 이유에 대해 고찰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구글의 세금 회피에 대한 현실을 말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는 지금도 구글 플레이, 유튜브, 사이트 검색에 대한 세금 부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속초가 포켓몬 성지가 된 이유

포켓몬 GO를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즐길 수 없다. 물론 이에 대한 가장 큰 원인은 포켓몬 GO가 아직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뜨거운 호응이 일고 있지만, 이제 포켓몬 GO는 소프트 론칭 이후 북미 하드 론칭을 끝내고 점차 서비스 지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즉,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아직 포켓몬 GO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클라이언트를 받아서 실행하면 정식 서비스 이전이라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포켓몬 GO의 서비스가 오픈된 지역의 클라이언트를 받아서 실행하더라도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도 서비스다. 포켓몬 GO가 사용하고 있는 구글 지도 서비스를 국내에서는 제대로 이용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포켓몬 GO 또한 7월 중순 현재 시점에서는 국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포켓몬 GO로 세계가 들썩이다

포켓몬 GO는 개발사 나이언틱의 전작인 ‘인그레스(Ingress)’의 지역 구분 방법에 따라 서비스 가능 지역을 구분하고 있다. 이 지역 구분은 일정 크기의 마름모 형태로 지역을 세분화하는 방법인데, 이 방법에 따르게 될 경우 서비스가 제한된 국내 권역에서 속초를 포함한 일부 지역은 제외된다. 북한의 경우에는 당연히 게임을 즐기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차단이 되지 않는 지역으로 분류되기에 국내를 마름모꼴로 나눌 경우 사각이 발생하게 되며, 그 사각에 포함되는 것이 속초를 포함한 일부 지역인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그 사각 지역에서 포켓몬 GO를 즐길 수 있으며, 속초 지역에 때아닌 포켓몬 열풍이 분 것도 속초가 이 사각에 포함된 대표적인 권역이기 때문이다.

포켓몬 GO는 구글 지도 서비스를 이용한 게임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구글의 지도 서비스는 국내에서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걸까.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현실상의 문제 때문에, 안보의 이유로 지도 데이터를 법적으로 국외로 반출할 수 없다. 구글 지도 서비스는 국외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므로, 현재 구글이 직접 지도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SK플래닛의 지도 데이터를 구글 서비스에 덧입히는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구글의 지도 서비스와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국내에서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글로벌 기업들의 조세 회피

구글 지도 서비스가 국내에 제공되지 않는 현상은, 해외 서버로 데이터를 반출할 필요 없이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둘 경우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단, 이와 같은 방법을 취할 경우 구글은 국내에 사업 설비를 두고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돼, 한국 정부에 직접 법인세 등의 세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포켓몬 GO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논란을 다른 방향에서 봐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된다. 구글의 ‘세금 회피’에 대한 사실 말이다. 구글은 법인세 납부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내에 서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사업을 영위하는 자가 세금을 내고 있지 않다?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운영할 경우에는, 단순히 구글 지도 서비스에 대한 세금뿐 아니라 천문학적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구글 플레이의 결제 대금에 대한 세금 부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구글이 포켓몬 GO를 비롯한 구글 API 이용 서비스들을 위해 한국에 서버를 개설할 수 없는 이유다. 구글은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세금 회피를 위한 ‘기술’을 발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세 회피 기술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비단 구글 만은 아닌데, 구글을 포함해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 대부분이 전 세계적으로 세금 회피 작태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유명한 관광지 버뮤다가 조세회 피처로 활용되고 있다

구글은 전체 매출의 80%가 발생하는 미국 밖의 국가에서의 수익에 대해 평균 2.4%의 세금만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구글은 세금이 없는 조세 회피지역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지적 재산권을 설정해, 모든 매출을 구글 아일랜드로 모으고 법인세율 0%인 버뮤다에서 업무를 총괄하게 해 세금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코리아 또한 현재 국내 법인세는 거의 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미국의 구글 본사가 전 세계의 지사들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정상적인 경우’에는 미국의 법인세율 35%의 적용을 받게 된다.

구글은 지도 반출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지난 7월 15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기와 같은 포켓몬 GO 열풍 및 구글 세금 회피 논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해진 의장은 해당 간담회에서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한국에 서버를 두고 세금부터 제대로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에 대해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을 막자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게임의 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도 제작은 많은 돈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구글은 지난 2007년 우리나라에 지도 반출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사례가 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구글은 현재 지도 데이터의 반출 절차를 다시 밟고 있는 중이다. 지난 6월 1일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 정보원에 데이터 반출 신청서를 낸 것이다. 구글이 한국 정부에 제공을 요청한 데이터는 오차 범위 3m 안팎의 좌표를 제공할 수 있는 1대 5000 축척의 지도다. 이와 같은 정밀한 수준의 지도 데이터는 천문학적 금액의 세금을 투여해서 만든 것이다.

분단국가의 현실, 지도의 반출에는 정당한 사유가 필요하다

정부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글의 신청에 대해 국가 안보 시설에 대한 정보를 삭제하지 않으면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해당 법 제16조, 제22조에서는 누구든지 국토해양부 장관의 허가 없이 기본 혹은 공공측량성과 중 지도 등 또는 측량용 사진을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반출 신청 내용이 ‘국가안보나 그 밖에 국가에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데이터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의 탓만 할 일이 아니다

다만 지난 2014년 6월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미래 창조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안전행정부, 산업통산 자원부 장관과 국정원장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국외 반출을 결정하면, 지리 정보의 국외 반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이 허용될 경우에는, 국내 지리 정보가 구글의 해외 서버에 저장되게 된다. 정부가 여기에 내걸고 있는 조건은 데이터 센터와 서버를 국내에 두고, 위성사진에서 국내 주요 국가 안보시설을 보안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분쟁지역인 이스라엘에서는 정부의 요청으로 이와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을 대상으로 한 협상에서는 보안 처리에 대한 확약 없이 데이터의 반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버워치 열풍과 게임 업계 위기론이 포켓몬 GO로 옮겨붙다

포켓몬 GO에 대한 이용자들의 열망이 뜨겁다. 게임 업계 전반에 대한 회의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포켓몬 GO를 플레이하지 못하는 현 상황이 한국이 ‘IT 후진국’이 돼 버린 것 아니냐는 자조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오버 워치’가 온라인 게임 시장을 평정하고 그에 대비해 ‘서든어택2’가 비판을 받으면서, 게임계에 대한 회의의 시각이 포켓몬 GO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북한이 우리나라의 지도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을 리 없으며, 지도 데이터 반출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글의 세금 회피는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먼저 고려해 봐야 할 점이 있다. 구글이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하고 있는 현 상황이 과연 정부의 잘못 때문으로 치부할 수 있는 일일지.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르지 않는 것이 후진적인 일이며, 다른 국가들처럼 글로벌 IT 기업의 조세 회피를 용인하는 것이 옳은 일일지. 금후의 구글, 그리고 정부 및 관계 부처의 대처에 귀추가 주목된다. 구글은 우리나라에서와는 달리 중국, 러시아, 유럽의 국가에서는 현지 정부의 요건에 맞춰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