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2015를 통해 애플이 선을 보인 새로운 서비스 ‘애플뮤직’이 화제다. 애플뮤직의 한국 진출 가능성이 활발히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튠즈를 통해 전 세계 음원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보여 온 애플이 그동안 아이튠즈 불모지였던 국내 시장에 음원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시장에서는 실로 다양한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업체들은 당연하겠지만 현재 국내에서 음원 서비스를 하고 있는 사업자들이다. 애플뮤직은 기존 사업자들이 꾸려온 시장 판도를 바꿀 정도로 파괴적인 서비스일까. 애플뮤직에 국내 서비스사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진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애플의 새로운 서비스, 애플뮤직

‘애플’이란 이름에서 당신은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는가. 지금은 스마트폰, 그리고 스마트폰 앱을 유통하는 창구인 애플 앱스토어를 대부분은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콘텐츠 유통 창구로 앱 이전에 애플이 진출해서 성공을 거둔 곳은 음원 시장이었다. 애플이 지금과 같은 위상을 얻게 된 계기는 단연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 라인업이었고, 아이팟을 발매한 이후 애플 마니아들은 전 세계적으로 급증했다. 음원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넓혀가던 애플은 해외에서는 음악의 유통 창구의 역할을 앱스토어 이상으로 오래 해 왔다.

애플은 지난 2014년 비츠오디오를 인수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이를 두고 닥터드레 헤드폰이 이제 애플을 통해 유통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으며, 비츠오디오가 운영하고 있는 다른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거론되지 않았다. 비츠오디오의 인수는 아이폰 액세서리 라인업의 확충을 위한 것처럼 비춰졌고, 그 이상의 비츠오디오 인수를 통한 시너지는 없을 것처럼 여겨졌다. 1년이 지난 2015년, 비츠오디오의 스트리밍 서비스 노하우를 살린 애플의 새로운 음원 서비스 ‘애플뮤직’이 선을 보이기 전까지 말이다.

애플뮤직은 일견 애플의 기존 서비스인 아이튠즈와 큰 차이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서비스다. 실제로 애플뮤직에서는 아이튠즈를 통해 이용자가 구매한 음악을 그대로 들을 수 있고, 당시 아이튠즈에는 애플뮤직과 같은 아이튠즈라디오 서비스가 이미 존재했기 때문이다. 애플뮤직과 아이튠즈 스토어의 경계선은 모호했고, 애플의 새로운 서비스는 기존의 서비스와 큰 차이점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현재 애플이 아이튠즈의 스트리밍에 관련된 서비스를 모두 애플뮤직에 통폐합시키면서 현재는 음원 구입은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그리고 음원 스트리밍 및 DRM 음원 다운로드는 애플뮤직에서 할 수 있도록 점차 서비스의 성격이 갈리고 있는 중이다.

애플뮤직의 강점은

애플뮤직의 구독 서비스, 다시 말해 월 이용료는 9.99달러다. 이 가격은 글로벌 시장에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기준가로 자리를 잡고 있다. 애플뮤직의 가장 큰 경쟁자인 스포티파이, 그리고 구글 또한 월 이용료는 9.99달러다. 여기에 최대 6명까지 등록할 수 있는 가족 계정은 16.99달러를 이용하면 구성원 모두가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애플뮤직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이용자의 아이튠즈 계정의 이용과 애플뮤직 이용 이력을 바탕으로, 이용자가 선호할 음악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아이튠즈 이용이 활발한 외국의 경우에는, 알아서 기호에 맞는 음악 추천 및 신보 알림은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뮤직의 9.99달러라는 이용료는 해외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다. 하나의 음원에 1달러 내외의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시장에서 9.99달러면 애플뮤직에 등록된 모든 음원을 스트리밍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정책은 실로 파격적인 것이며, 그렇기에 기존 음원 판매량의 감소를 유도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애플뮤직을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과금 및 수익 배분 방식에 대한 아티스트들의 공개적 비난이 해외에서는 줄을 잇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뮤직 런칭 이후 뮤지션 테일러 스위프트는 트라이얼 기간 중 아티스트에게 수익을 지급하지 않을 것을 예정이었던 애플에 대한 공개적 힐난을 남겼고, 이에 애플은 트라이얼 기간 중에도 스트리밍 건당 수익을 아티스트에게 제공하겠다는 수정안을 급히 내놓은 바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개별 곡의 판매보다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애플의 입장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이튠즈 스토어의 음원 판매보다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애플뮤직의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음원 시장이 스트리밍 중심으로 판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있어서는 선발 주자인 ‘스포티파이’에게 한참 뒤처져 있는 팔로워의 입장에 서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선발주자 스포티파이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2014년 스포티파이의 프리미엄 이용자는 이미 1,0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애플뮤직이 들어온다

해외에서는 음원 시장이 이제 음반 판매에서 음악 파일의 판매, 그리고 이제는 스트리밍의 단계로 점점 시장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엔 유료 음원 시장은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로 중심이 옮겨져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디지털 음원 서비스 시장의 46%가 월정액 스트리밍 시장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음악 사이트들은 월 정액제의 상품을 경쟁적으로 운영 중이며, 그 대부분은 앞서 이야기한 해외의 스트리밍 월 요금 기준은 9.99달러보다 훨씬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적게는 100원, 많아도 스트리밍 멤버십이 5,000원을 넘지 않는 가격대가 표준이 돼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뮤직이 현재 한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최근 애플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논의를 마치고 국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아이튠즈 스토어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던 우리나라에 마침내 애플의 음원 서비스가 런칭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와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각종 매체를 통해 애플의 ‘갑질’에 대한 비난이 줄을 이었다는 점이다. 애플이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대중음악, 소위 K팝의 애플을 통한 유통 경로를 막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내용이 중심이 돼, 애플이 갑질을 통해 건전한 생태계가 형성된 한국 음원 시장의 물을 애플이 흐리려고 한다는 호소에 가까운 내용이 대중들에게 전해졌다.

저작권협회를 필두로 한 음원 서비스에 관계된 기업 및 단체는 애플을 통한 국내의 음원 유통의 질서를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음원 서비스에 대한 유통 질서, 특히 음원이라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생산자에게 유통을 통한 수익이 어떻게 배분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연 애플이 정말 건전한 유통 시장을 흐리려 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들이 정말 두려운 것은

국내의 대중음악 중 단일곡으로 가장 성공한 콘텐츠는 무엇이었을까. 누구나 이에 대한 해답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꼽을 것이다. 싸이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고, 빌보드 차트에 실로 오랜만에 한국 아티스트의 이름을 올린 강남스타일은 우리나라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노래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의 온라인 음원 판매로 싸이가 거둬들인 저작권료 수입은 3,6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디지털 음악 시장 현황 및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국내 6개 주요 음악 서비스를 통해 총 286만 건의 다운로드, 2,732만 건의 스트리밍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저작권자에게 돌아간 수입은 다운로드 3,060여만 원, 스트리밍 540여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온라인에서 음원으로 인한 매출이 발생할 시 음원 전송료 징수규정에 따르면 음원 사이트에서 수령하는 수익이 전체의 40%에 달하며, 실제 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6%로 배분된다. 음원 다운로드에 비하자면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에는 음원 전송료는 3.6원이며, 여기에 6%의 금액만 아티스트에게 배분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이 밝힌 스트리밍에 대한 아티스트의 수익 배분액은 1회 스트리밍당 약 0.0247센트(약 0.28원) 가량이다. 국내 온라인 스트리밍의 저작권료 0.2원에 배분율을 적용할 경우에는 애플의 배분액에 비해 턱없이 낮아지게 된다. 그나마도 이것은 제대로 정산이 이뤄질 때의 이야기다. 실제로 저작권협회는 스트리밍 사이트에 이용자의 ‘수’에 따라 객단가를 설정해 이용료를 과금하고 있으며, 이것이 실제로 어떻게 배분이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팟캐스트 전문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아티스트 UMC는 자사의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를 통해, 저작권협회로부터 제대로 된 정산자료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경험담을 이야기한 바 있다.

국내에 애플뮤직이 서비스되게 될 경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말 애플이 갑질을 통해 국내의 시장을 점유하고 횡포를 부리는 일이 벌어지게 될까. 3,000만 곡이 넘는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는 애플의 음원은 대부분의 당연하게도 팝송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팝송 소비율은 전체의 채 4%가 되지 않는다(음악 소비자 실태조사 발췌). 심지어 월 이용료마저 한국의 서비스들보다 비싸니, 애플뮤직은 실제로 시장에서 그다지 힘을 못 쓸 가능성이 높다. 애플뮤직 한국 서비스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될 것은 애플뮤직이라는 서비스가 아니다. 대신 알려질 것은 해외에 비해 왜곡돼 있는 시장의 민낯이 될 것이다. 불합리한 수익 배분의 구조, 그리고 그 안에서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이야말로 애플뮤직을 음원 서비스 관련 사업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될 것이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