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다 공격적인 LG의 신제품 공개

LG전자가 사활을 건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올해 상반기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 시점이 1월 초에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열리는 CES가 될지, 2월 말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가 될지 알 수 없는 정도였을 뿐이다. 이 때 발표될 제품이 G5라는 것도 이미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CES 2016이 다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이제 남은 것은 MWC 뿐이었다. 이전까지는 LG전자가 MWC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공개한 전례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때 공개될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이후 LG는 1월 13일 전 세계 미디어에 초청장을 발송했으며, 예상대로 장소는 바르셀로나였다.

▲ 1월 13일 배포된 1차 초청장

LG는 MWC에서 진행하는 첫 언팩 행사를 경쟁사인 삼성이 전통적으로 진행해온 MWC 개최 하루 전 저녁 시간대 바로 직전인 같은 날 점심때로 택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달리 보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음을 보여주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때까지는 공개될 제품명을 노출하지 않고 단지 녹색 상자 이미지와 ‘Play begins’라는 텍스트만 표시해 일종의 티저 였지만, 2월 4일 전 세계 기자들에게 배포한 두 번째 초청장에는 ‘LG G5 Day’라는 문구를 넣어 G5가 공개될 것임을 공식화했다.

▲ 2월 4일 배포된 2차 초청장에서는 G5를 직접 언급했다

그리고 현지시간으로 2월 21일 오후 2시, 바르셀로나에서 LG G5가 정식으로 공개되었다.

▲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열린 LG G5 언팩 행사

G5의 놀라운 혁신, MWC를 사로잡다

공식 발표 이전에 수 차례 유출된 정보에 의해 조금은 예상 가능했던 G5의 설계는 상당히 새롭고 참신하다. 금속 바디의 일체형 구조가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대세가 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유난히 선호하는 배터리 교체 방식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유려한 디자인과 슬림한 두께를 위해 일체형 구조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G5는 후면 전체를 커버로 만들던 기존의 분리형 구조를 과감히 탈피하면서 하단에서 슬라이딩식으로 배터리를 빼내는 새로운 분리 방식을 택해 일체형과 분리형의 장점만을 가져오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 G5의 모듈 구조 배터리 교체

더 큰 장점은 이러한 G5의 모듈 방식은 비단 배터리 교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단부를 분리해내고 다른 형태의 모듈을 장착함으로써 사용자 경험이나 기능, 성능까지 모두 새롭게 변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렌즈라는 이름으로 G5와 함께 공개된 모듈을 보면 확장성의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캠 플러스 모듈은 납작한 스마트폰의 형태로 사진을 찍을 때 그립감이 떨어지는 것을 염두에 두어 마치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와 같이 그립부를 추가한 형태이다. 단순히 그립감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그립 안쪽에 추가적인 배터리를 넣어 사용 시간을 늘려주며, 줌 다이얼과 반셔터 기능이 있는 셔터 버튼 등 카메라에 특화된 추가 조작부를 넣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때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 카메라 사용 편의성과 배터리 용량을 늘려주는 캠 플러스 모듈

덴마크의 명품 오디오 전문업체인 뱅앤올룹슨이 협업한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을 장착하게 되면 32bit Hi-Fi DAC으로 32bit 384kHz 고음질 음원까지 재생 가능하며, G5에 장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USB 연결을 통해 안드로이드뿐만 아니라 iOS와 맥OS, 윈도우를 사용하는 다른 기기에도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정확한 사용 방법이나 용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휴대용 DAC이나 헤드폰 앰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상당히 뛰어난 범용성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 고음질 음원 재생을 지원하는 하이파이 플러스 with B&O Play 모듈

함께 공개된 이 두 종류의 모듈은 모두 LG가 직접 제작하거나 별도의 업체와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규격 공개로 서드파티 업체들까지 끌어들여 모듈을 내놓기 시작하면 G5의 다소 부족한 부분을 모듈로 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G5 자체에 없는 기능까지도 추가할 수 있게 된다. 확장성 하나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이는 별다른 특징 없이 점차 평준화 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실로 놀라운 혁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G5와 함께 공개된 프렌즈

▲ 외신들은 LG G5에 대한 호평을 내놓고 있다

초기 구매자에게 큰 폭의 메리트 제공

각 모듈의 가격이 공개되기 이전의 시점에서는 모듈 구입에 메리트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지만 모듈의 가격이 3월 18일 공개되면서 이런 의문은 거의 사라졌다. 7만 3천 원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던 캠 플러스 모듈은 소비자가 9만 9천 원으로 책정되었다. 또한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은 뱅앤올룹슨 H3 이어폰의 포함 여부가 가격적 메리트의 큰 부분을 차지해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모듈과 이어폰은 별개로 판매하되, 두 개를 묶어 B&O 패키지로 내놓게 되었다.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만의 가격은 소비자가 18만 9천 원으로 책정되었으며, H3 이어폰은 27만 9천 원으로 책정해 B&O 패키지는 46만 8천 원인 셈이다. 모두 만만찮은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 기능상의 장점과 함께 두께와 무게에 단점이 발생하는 캠 플러스 모듈

하지만 LG는 초기 구매자 대상으로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발표했다. 4월 15일까지 G5를 구매하는 고객 전원에게 캠 플러스 모듈과 함께 추가 배터리 및 배터리 충전 거치대로 구성된 소비자가 3만 9천 원 상당의 배터리팩을 증정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B&O 패키지를 약 38% 할인된 28만 9천 원에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 소식에 사운드 매니아들은 무상으로 제공하는 캠 플러스 모듈보다 B&O 패키지 할인 소식에 더 환호했다. H3 이어폰만 구입하려고 해도 그 정도의 가격이었기 때문에 여기에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은 공짜로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 기능상으로만 봐도 가격적 메리트가 있는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

▲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은 범용성도 뛰어나다

캠 플러스 모듈은 반셔터 기능을 제외하면 모듈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립감은 확실히 개선되겠지만, 두께가 두꺼워지고 무거워지면서 휴대성은 다소 줄어들게 된다. 배터리 용량 확장의 기능도 있지만 단지 그 용도라면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추가 배터리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최상의 그립감을 위해서라면 그립의 형태가 다소 아쉽다.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의 경우도 일반적인 사용자 기준에서 보면 MP3 음원과의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고,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이 지원하는 수준보다는 약간 낮지만 24bit 192kHz의 무손실 고음질 음원을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스마트폰도 이미 있기 때문에 고음질의 음원 재생을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록 초기 구매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지만 캠 플러스 모듈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도 상당한 가격적인 메리트를 제공한다면 모듈의 필요성에 대한 소비자의 생각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실질적인 필요성을 떠나서 구매욕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호환성, 양날의 검

G5 확장 모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 이는 호환성에 대한 것이다. G5의 모듈들은 스마트폰 본체의 하단부를 떼어내고 교체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규격도 완벽하게 일치해야 한다. 캠 플러스 모듈처럼 좀 더 확장되는 구조일 경우에는 연결 부위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후면부와도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 또한, 스마트폰 구입 시 기본 구성품으로 제공되는 모듈이라면 해당 모델에만 맞으면 되겠지만, 별도로 구매하는 제품이라면 다음에 나올 스마트폰과의 호환성도 기대하게 된다. 국내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2년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년 약정 기준으로 교체한다고 치더라도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한 모듈을 2년밖에 쓰지 못한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모듈의 구매가 꺼려질 수 있을 것이다.

▲ 모듈의 일체감 역시 중요하다

물론 후속 제품에 대한 호환성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G5의 후속 모델은 두께와 폭, 곡률 등 전반적인 외형을 G5와 동일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제약이 발생하게 된다. 디자인의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는 뜻이다. 계속되는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혁신의 도입이 다시 디자인의 고착화라는 악재로 돌아올 수도 있는 셈이다. 이는 LG도, 소비자도 원치 않는 상황일 것이다.

모듈의 불편함 해결은?

스마트폰은 많은 다른 기기의 기능을 합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스마트폰은 계산기와 전자사전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MP3 플레이어와 PMP를 삼켰다. 또한 휴대용 게임기의 역할도 훌륭하게 대체하고 있으며, 이제 나들이나 여행을 떠날 때 디지털 카메라를 따로 챙겨오는 사람들도 좀처럼 보기 힘들다.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구입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모든 기능을 하나로 합친 것이 가장 큰 특징인 스마트폰에 모듈 타입 부가 장치를 필요에 따라서 교체해서 쓰는 것이 오히려 귀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 어떤 모듈이 필요하게 될지 몰라 항상 모든 모듈을 가지고 다닌다면 휴대에 부담이 되고, 설령 휴대한다 하더라도 매번 모듈을 교체할 때마다 전원을 끄고 다시 켜는 과정이 불편하게 느끼게 된다면 모듈의 사용 빈도가 점차 줄어들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캠 플러스 모듈 없이도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 없이도 음악을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혁신적인 모듈 방식도 번거로움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출시 초반에는 캠 플러스 모듈 및 배터리팩 기본 제공 정책을 펴고 B&O 패키지를 대폭 할인해서 제공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무료 제공 또는 할인 구매로 모듈의 수요가 제법 있겠지만, 불편을 해소하지 못하거나 구매욕을 자극하는 후속 모듈이 출시되지 않으면 모듈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사그라들 수도 있다.

▲ 더욱 다양한 모듈의 출시가 필요하다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상품성, 이제 성과가 필요해

G5는 사실 다양한 모듈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선택의 메리트가 있다. 메탈 소재와 3D 곡면 글래스의 미려한 디자인, 최상급의 프로세서와 램 용량 및 135도의 탐나는 후면 광각 카메라, 더 나은 셀카를 위한 고화소의 전면 카메라, 뛰어난 화질의 IPS 퀀텀 디스플레이 등 어디 하나 부족함 없는 사양을 갖추고 있는데다가 국내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배터리 교체 가능한 구조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듈 타입이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더해진, 새로움을 위한 오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는 제품이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스마트폰 역사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MWC 2016에서의 수상 성과

LG G5는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그간 LG 스마트폰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던 해외 언론들까지도 G5의 혁신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공개될 때마다 줄기차게 찾아오던 혁신을 오랜만에 G5에서 찾았다며 큰 기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대가 적어도 LG에게 스마트폰 시장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수준의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LG가 G5에서 보인 시도는 기대와 동시에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절박한 상황에서 내놓은 혁신적인 시도마저 실패로 돌아간다면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마지막 주사위는 LG의 손에 쥐어져 있다. 실제 출시될 G5와 모듈의 만듦새가 얼마나 완성도 있게 나올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하고 재미있는 모듈들이 추가로 선보일지,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호환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기대해보도록 하자.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