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스마트폰이 아닌 세상을 짐작하기가 힘들지만, 분명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 있었고, 휴대폰 별명이 연예인 이름이던 시절도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전화와 문자만 되던 휴대폰 조상님들도 존재하셨다. 2015년의 끝자락에 서서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다가, 잠시 잠이 들었다. 일어나보니 1996년이다. 다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중간 중간 휴대폰이 아닌 상품이 나오긴 하지만 개의치 말자. 다 지나간 것들이다.

한메일 (1997.5)

PC통신이 저물고 인터넷이 보급될 무렵, 인터넷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다음에 접속하여 hanmail.net 으로 끝나는 이메일 주소를 만드는 것이 관례였다. 이후 다음은 메일 서비스에 이어 카페 서비스를 연이어 히트 시키며 인터넷 1등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 네이버 지식검색이 뜨기 전까진.

모토로라 오리지널 스타텍 ST-7760 (1996.10)

모토로라 폴더폰의 원조 격이자 한국에서 휴대폰이라는 것이 처음 유행하기 시작한 모델이다. 당시 물가로 100만원이 넘는 가격을 자랑했으며 잘 나가는 직장인 위주로 들고 다니던, 말 그대로 부의 상징이었다.

라이코스 (1999)

사람들은 라이코스를 검은 개로 기억한다. 짖으라면 짖고, 엄정화를 검색하면 엄정화를 데려왔다. 재밌는 CF로 인기몰이를 했던 검색엔진이었지만 우후죽순 솟아난 국내 검색 포털 사이트에 밀려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스카이 IM-3100 (2001.1)

휴대폰에 카메라가 들어간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웠던 시절, SK텔레텍은 휴대폰 옆에 카메라를 붙여버렸다. 게다가 카메라가 빙글빙글 돌아갔으며, 사진을 찍고 바로 전송할 수 있었다. 정말 It’s Different 했다.

네이버 지식검색 (2002.10)

네이버는 지식검색이 생기기 전과 그 이후로 나뉜다. 다음과 엠파스가 주름잡고 있던 인터넷에서 네이버를 일약 스타로 만든 건 지식검색이었다. 이후 네이버는 검색 점유율에서 다음과 기타 검색엔진들을 제쳤고, 아직까지 국내 인터넷 점유율 70% 이상을 유지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힐리스 (2003.3)

신인가수 세븐이 힐리스를 신고 노래를 부르며 초등학생들 마음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세븐과 힐리스 모두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으며, 힐리스가 타임라인에 들어온 이유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원조라서 그렇다고 한다.

아이리버 크래프트 iFP-390 (2003.4)

2000년대 초반엔 MP3P 하나 없으면 원시인이라고 놀림 받았다. 남녀노소 목과 주머니에 MP3P를 하나씩 다 걸고 다녔으며, 아이리버 크래프트는 그 중에서도 단연 1등이었다. 아이팟이 등장하기 전까진.

애니콜 권상우폰 SPH-V4400 (2004.6)

천국의 계단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권상우와 애니콜이 만났다. SPH-V4400는 200만 화소에 오토 포커스를 지원했으며 당시로써는 최고급 카메라 사양이었다. 로테이션 폴더가 가장 큰 특징이었다.

SKY IM-7400 (2004.9)

SK텔레텍의 휴대폰 브랜드 SKY는 독특한 시도를 자주 했다. IM-7200은 머리를 쓰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했으며, 후면에 위치한 카메라를 들어서 전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 진짜로 머리를 쓰는 광고와 부드러운 슬라이드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으며, SKY 하면 이 제품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애니콜 가로본능 SCH-V500 (2004.9)

애니콜 역대 최고 히트작 중 하나인 가로본능 시리즈, 그 전설의 시작인 가로본능 1 SCH-V500 이다. 나오는 구성원 모두가 가로로 누워버린 CF가 유명했으며, 가로로 매달리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했다. 이후 가로본능 시리즈는 4까지 나오며 천수를 다 하고 사라졌다.

모토로라 미니모토 MS400 (2004.12)

폴더폰의 강자로 군림하던 모토로라에서 최초로 출시한 슬라이드 휴대폰 MS400, 일명 미니오토. 손가락 두 개를 합친 것 만한 크기로 상당히 가느다란 휴대폰이었다. 작은 크기와 디자인으로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모토로라 RAZR (2005.6)

모토로라 역사상 가장 흥행했던 휴대폰이며, 국내를 떠나 전 세계가 열광했던 모토로라의 레이저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휴대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레이저에 들어간 초박형 자판 기술은 국내 기업이 갈 곳을 찾지 못해 결국 간 곳이 모토로라라고 한다. 이후 모토로라는 다양한 레이저 시리즈들을 내놓으며 인기를 이어갔다.

LG-SV590 초콜릿폰 (2005.12)

LG가 휴대폰 시절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쵸콜렛폰을 만든 것이고, 두 번째로 잘한 일이 있다면 그것을 잘 팔았다는 것이다. 검은 조약돌 같이 매끄러운 외관과 빨간색 LED, 체크무늬의 키패드가 잘 어우러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후에 계속 시리즈가 이어져 뉴초콜릿까지 나오게 된다.

SKY 한예슬폰 IM-S110 (2006.7)

홍자매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극중 여주인공인 한예슬이 들고 나와 화제가 되어 한예슬폰 이라는 별명이 붙은 IM-S110. 슬라이드가 득세하던 당시 시장에서 간만에 폴더폰으로 흥행에 성공했으며, 시원한 넓이의 스크린과 180도 가까이 벌어지는 폴더가 특징이었다

SKY 붐붐 IM-U160 (2006.12)

MUST HAVE ____ 를 기억하는가. 특이한 광고 카피와 진동 소리로 2007년까지 인기를 끌었던 SKY의 마지막 히트작 IM-U160, 일명 붐붐폰이다. 당시 유행하던 터치형 인터페이스를 내장했으며 터치 시 오토바이가 우는 듯한 ‘붐붐’ 거리는 소리가 났던 것이 특징. 휴대폰 자체도 이쁜 편이었고, 한 번 만져보면 ’붐붐’에 중독될 수밖에 없었다.

LG 프라다폰 (2007.5)

초콜릿폰에 이은 LG의 히트작, 프라다폰. 당시로써는 이례적으로 명품 브랜드의 콘셉트를 본떠서 만들었다. 명품답게 비싼 가격대로 출시되었고,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상당히 잘나갔던 모델이다. 인기에 힘입어 프라다 3.0에 프라다 워치까지 나왔다.

애니콜 SCH-W270 고아라폰 (2007.6)

심플한 디자인, 시원한 액정으로 인기를 끌었던 고아라폰, SCH-W270이다. 휴대폰도 잘 만들었지만 광고에서 쓰인 음악이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으며, Marry Me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이 되었다, 라고 오해를 하지만 엘르가든은 일본 밴드이니 엄밀히 말하면 팝송은 아니다.

트위터 (2007)

140글자를 지저귀는 파랑새, 트위터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140자밖에 쓰지 못하는 간결함과 강력한 공유 기능으로, 지저귀는데 상당히 용이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인들이 많이 사용해서 더욱 인기몰이를 했다.

LG 와인폰 LV3000 (2007.5)

LG에서는 갑자기 휴대폰의 핵심 기능을 뺀 제품을 출시했다. 게다가 디자인도 심플하게. 와인잔의 분위기와 색이 난다 하여 와인폰이라고 이름 붙였다. 누가 살까 했더니 생각보다 심플함을 원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 심플함이 어른들에게 잘 먹혔다. 그 후로 효도폰의 강자가 되어 시리즈를 이어갔다.

애니콜 햅틱 SCH-W420 (2008.4)

슬라이드 전면에 거대한 터치 스크린을 장착했으며, 일반 터치가 아닌 햅틱 기술을 적용한 휴대폰, 햅틱이다. ‘만지면 반응하리라’ 라는 묘한 멘트와 함께 소비자들을 공략하는데 성공했으며, 이후로도 연아의 햅틱을 비롯한 다양한 햅틱 시리즈가 나오게 되는 시발점이 된 휴대폰.

애니콜 SCH-M710 옴니아2 (2009.10)

삼성전자의 최대 흑역사 중 하나인 옴니아 2. 구매 시 멜론이 평생 무료인 마케팅도 흥했지만, 아이폰 3GS와의 대결로 더욱 유명세를 탔던 비운의 휴대폰. 당시 아이폰 3GS와 성능을 비교했던 표는 삼성이 지구상에서 지우고 싶은 사진 중 하나일 것이다.

아이폰 3GS (2009.11)

애플 유저들이 믿고 따르는 신, 혁신을 한국에 전파한 스마트폰, 아이폰 3GS다. 국내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KT 단독으로 2009년 개통을 시작했다. 아직 제대로 된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지 않던 제조사들 발등에 손수 불똥을 떨어트려주었으며 국내 무선 통신시장을 바꿔버린 스마트폰으로 평가받는다.

페이스북 (2010)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함께 국내 SNS 시장을 정복한 페이스북. 서비스의 시작은 좀 더 이르지만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인기몰이를 하며 히트한 것은 2010년경이다. 현재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SNS로 평가 받고 있다. 참고로 앱스토리도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다.

카카오톡 (2010.3)

시장을 선점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시장에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다. 외국은 한 발 앞서 왓츠앱 같은 메신저 앱이 국내에는 없던 시절, 카카오톡이 가장 먼저 나와 시장을 선점했다. 문자가 아닌 데이터를 이용해 사실상 무료에 가까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갤럭시 S3 (2012.6)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시장을 선도하는 시리즈로 자리매김하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스마트폰, 갤럭시 S3. 호불호가 극심한 디자인이지만 강력한 성능으로 국내 국외 모두 그때까지의 판매고를 갈아치웠으며, 17만 원으로 더욱 유명해진 스마트폰이다.

애니팡 (2012.7)

당시 폭발적인 성장을 자랑하던 카카오와 합작하여 for Kakao로 출시 한 첫 번째 게임이며 가장 처음 국민게임 반열에 오른 애니팡. 피쳐폰 시절부터 있던 게임 방식을 그대로 스마트폰에 옮겨왔으며 전국민을 빨간 하트 속에 파묻히게 한 장본인이다. 출시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장년층 사이에선 인기가 사그러들지 않는다.

기어S2 (2015.9)

소규모 전투만 일어나던 스마트워치 시장에 핵이 떨어졌다. 올 9월에 등장한 기어S2는 원형 베젤을 채택하여 UX를 한 단계 위로 끌어올렸으며, 이렇다 할 킬러 디바이스가 존재하지 않던 스마트워치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상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