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발달하면서 고품질 사운드 재생이 가능해지자 고해상도 음원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용의 플레이어가 있어야만 재생할 수 있었던 Hi-Fi 음원을 이제는 스마트폰으로도 재생할 수 있게 되면서 고해상도 음원과 지원 기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고해상도 음원이란 과연 어떤 것이며 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어떤 기기를 선택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서 아직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사용자들도 많을 것이다. 앱스토리는 HD 음원과 지원 기기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화질만 진화? 음질도 진화한다

HD 영상이 이제는 보편적인 영상이 되었다. HD란 High Definition, 즉 고선명도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HD 영상이라고 하면 1280x720 해상도 이상을 이야기하며, 그 중에서도 Full HD는 흔히 1920x1080 해상도를 이야기한다. HD 이전에는 DVD급 해상도인 SD영상도 너무 선명하다고 이야기했지만 빨라지는 기술력 덕분에 구시대의 유물처럼 되었으며 이제는 Full HD의 4배인 4K UHD 영상까지도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화질이 급격하게 좋아지는 동안 음질은 제자리걸음이었을까? 물론 아니다. 음원도 고해상도, 즉 HD 음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보통 음질의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CD 수준의 음질은 16bit/44.1kHz를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앞쪽은 양자화 비트수, 뒤쪽은 샘플링 레이트로, 물론 이 수치가 높을수록 음질이 좋아진다. 샘플링 레이트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물결과 같이 부드러운 아날로그 사운드 파형을 디지털로 전환할 때 초당 몇 번 샘플링을 하는지에 대한 수치이다. 44.1kHz면 초당 44100번 아날로그 파형을 표본화해서 분석하는 것이다. 수평축에서부터 뻗어 올라가서 파형에 닿는 선을 샘플 레이트라고 하면 반대로 세로축에서부터 뻗어나가서 파형에 닿는 부분을 양자화 비트수라고 보면 된다. 양자화 비트수는 초당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이다. 샘플링 레이트는 192kHz가 넘어가게 되면 음질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용량은 크게 증가하게 되어서 일반적으로 최고수준의 샘플링 레이트를 192kHz로 보고 있다.

▲ 낮은 샘플링 레이트 ▲ 높은 샘플링 레이트

CD가 처음 나왔을 때에는 이전 LP를 재생할 때에 먼지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잡음이 없는 맑고 깨끗한 음질로 반응이 좋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풍부함이 부족하고 건조하다는 평도 있었다. 이는 CD가 원음 그대로가 아닌 압축되고 잘려나간 음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LP에 비해 크기도 훨씬 작아지고 관리가 편리해 CD는 점점 인기가 높아졌으며, 그와는 반대로 LP는 점차 사라져갔다.

▲ CD(우)가 나타나면서 LP(좌)는 점차 사라져갔다

디지털 음원, MP3부터 MQS까지

이후 MP3의 시대가 오면서 음원은 더욱 압축되었다. 저장기기에 대한 기술이나 용량이 지금보다는 훨씬 낮던 시기였기 때문에 한정된 공간 안에 많은 음악을 집어넣기 위해서는 더 많이 압축할 수밖에 없었으며, 손실압축이기는 하지만 편리하다는 이유로 압축된 MP3 음원은 디지털 음원의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많이 흐르고 스토리지 기술도 크게 발전해서 자그마한 USB 메모리도 기가바이트급이 기본이 되었고, PC에 장착하는 하드디스크는 테라바이트급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휴대용 음향기기인 이어폰과 헤드폰의 기술도 발전하면서 뛰어난 음질을 들려주는 제품을 부담 없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저장공간에 대한 제약이 크게 줄어들고 음향기기의 성능이 올라가자, 고음질에 대한 니즈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이전에도 고음질에 대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일반 CD보다 훨씬 음질이 뛰어난 SACD(Super Audio Compact Disc) 등이 공급되고 있었지만, 전용 재생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고품질 사운드에 대한 갈증은 파일 용량이 다소 커지더라도 음질을 우선시하는 저압축 MP3 파일로는 채워지지 않았다. 매니아들은 MP3보다 더욱 뛰어난 음질을 원하기 시작했고, 무손실 음원이 점차 인기를 얻어가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점차 대중들에게까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 일명 MQS, 즉 마스터링 퀄리티 사운드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마스터링 음원의 퀄리티를 동일하게 내준다는 무손실 음원이다. 일반적으로는 24bit/192kHz의 음원을 MQS 라고 하는데, 영상에서도 1080p뿐만 아니라 720p 영상도 HD 영상이라고 하는 것처럼 24bit/96kHz 음원도 HD 음원이라고 하고 있다. 전문 음향기기나 PC에서는 예전부터 이미 이런 무손실 음원을 재생할 수 있었지만 휴대용 기기에서는 대부분 지원되지 않았으며 국내에서는 MP3 플레이어로 유명했던 아이리버가 아스텔앤컨(Astell&Kern)을 내놓으면서 MQS를 재생하는 휴대용 기기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 아스텔앤컨 AK100

2012년 4분기 처음 선보인 아스텔앤컨 AK100은 약 70만원 가량의 상당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좋은 반응을 보였으며, 이후 연이어 출시한 AK120과 AK240은 가격이 150만원과 280만원이라는 상당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최근 공개한 AK100 2세대 모델과 AK120 2세대 모델들은 각각 약 109만원과 198만원으로 책정되었다. 아이리버의 아스텔앤컨 이외에도 옛 카세트 플레이어인 워크맨의 명성을 디지털 플레이어에서도 이어가려는 소니도 24bit/192kHz 음원을 지원하는 워크맨을 내놓았으며 아이리버와 함께 MP3 시장을 호령하던 코원 역시 MQS를 재생할 수 있는 플레이어인 플레뉴1의 출시를 알렸다.

▲ 아스텔앤컨 AK240

▲ 소니 워크맨 NW-ZX1

▲ 코원 플레뉴 1

스마트폰도 무손실 음원의 시대

그러면 야외에서 MQS를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고가의 전용 포터블 디바이스를 구입해야 할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이외에는 방법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우선 현재 가장 많은 사용자를 가지고 있는 포터블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24bit/192kHz의 무손실 음원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LG에서 지난해 여름 출시한 G2로, 국내 출시 행사에서 풍선을 날리며 난장판이 벌어지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세계최초 24bit/192kHz 음원 지원 스마트폰’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 LG G2

이후 고급형 스마트폰에서 24bit/192kHz 무손실 음원 지원은 거의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 갤럭시노트3도 24bit/192kHz 무손실 음원 지원으로 출시되었으며, 팬택 역시 지난해 가을 공개한 베가 시크릿노트에서 24bit/192kHz 무손실 음원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후 출시된 팬택 시크릿업이나 LG G프로2 등이 24bit 192kHz 무손실 음원 재생을 지원했으며, 현재 각사의 플래그십 모델인 삼성 갤럭시S5와 팬택 베가 아이언2, LG G3, 소니 엑스페리아 Z2 등이 모두 24bit/192kHz 음원을 지원한다.

▲ 삼성 갤럭시노트3

▲ 팬택 베가 시크릿노트

▲ 삼성 갤럭시S5

▲ LG G3

▲ 팬택 베가 아이언2

▲ 소니 엑스페리아 Z2

이렇게 스마트폰에서 24bit 무손실 고음질 음원을 지원하는 사운드 칩셋을 채택했거나 이를 지원하는 AP 내장 사운드를 사용한 경우에는 지원 파일만 있으면 기본 음악 플레이어에서 무손실 음원을 재생할 수 있지만, 하드웨어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소프트웨어적인 재생도 가능하다. 모든 음악 플레이어가 24bit 192kHz 무손실 파일 재생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앱은 하드웨어적으로 지원이 가능한 파일만 재생하는 경우도 있으며, 또 어떤 앱은 하드웨어 지원이 안되는 경우에도 재생이 가능하다. 물론 하드웨어적으로 재생을 지원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적인 디코딩으로 재생하는 것은 음질로는 분명 차이가 나겠지만 아예 낮은 샘플링 레이트와 비트수의 파일을 재생하는 것보다는 더 좋은 음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추천할만한 24bit 192kHz 무손실 음원 재생 앱으로는 파워앰프(PowerAmp)가 있다. 파워앰프는 유료 앱이지만 15일간 무료로 사용해볼 수 있는 트라이얼 버전도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 사용해본 후 구매를 결정할 수도 있다. PC용 음악 재생기로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국산 음악 재생기 제트 오디오의 안드로이드 버전 역시 24bit 192kHz 무손실 음원 재생이 가능하다. 제트 오디오 역시 유료 앱이지만 광고배너를 삽입하고 일부 기능을 제한한 베이직 버전을 공개해서 이를 무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 파워앰프

▲ 제트오디오

이밖에도 휴대용 헤드폰 앰프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소니의 PHA-1이나 아이리버의 아스텔앤컨 AK10과 같은 제품을 HD오디오 재생을 지원하지 못하는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스마트폰에서 출력된 사운드를 HD 오디오급으로 업그레이드시킨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이는 HD 음원을 직접 재생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강력한 전문 오디오 DAC의 성능을 통해 스마트폰에서 들려주는 모든 사운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 소니 PHA-1

▲ 아스텔앤컨 AK10

아스텔앤컨이 처음 선보였을 때에 가장 큰 우려는 과연 24bit 192kHz의 음원을 얼마나 다양하게 공급해줄 수 있느냐였다. 당시만 해도 그런 고해상도의 음원을 공급하는 서비스가 국내에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아스텔앤컨과 같은 HD 오디오 플레이어는 소스의 부족으로 곧 사장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다. 하지는 이는 기우였다. MQS 전문 서비스 그루버스를 시작으로 현재 네이버는 HD 음원, 멜론은 원음전용관, 벅스는 고음질 FLAC, 지니는 FLAC 고음질 등 별도의 전용 섹션을 두어 양질의 다양하고 많은 고해상도 음원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HD 음원 생태계는 이제 모든 기반이 마련되어서 더욱 성장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 그루버스

▲ 멜론

▲ 네이버

▲ 벅스

HD 음원을 즐기기 위한 고민

HD 음원을 즐길 수 있는 단말기와 재생 앱이 준비되었다면 무조건 HD 음원을 고집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우선 음악을 들으려는 사용자 스스로 판단하기에 내 귀가 일명 ‘막귀’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고해상도 음원과 일반 MP3 음원을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하면 굳이 HD 음원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 물론 HD 음원과 MP3 음원의 가격 차이가 없다면 당연히 HD 음원을 고르겠지만, 가격적으로도 차이는 상당하다. 예를 들어 지금 네이버 뮤직에서 그린데이의 American Idiot 앨범을 구입한다고 했을 때, 24bit 192kHz FLAC 파일의 HD 음원으로 구매한다면 23000원이 필요하며, MP3 음원으로 구입하면 7800원이 필요하다. 벅스뮤직에서 가요 한 곡을 내려받으려면 600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24bit 192kHz FLAC을 내려받으려면 1800원을 내야 한다. 이런 큰 금액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구매시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인지 고민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막귀가 아니라도 사용중인 이어폰이나 헤드폰이 제대로 사운드를 들려주기 힘든 구성이라면 이 역시 선택에 고민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좋은 플레이어와 헤드폰을 준비했다고 해도 소스가 엉망이라면 HD 음원을 즐기는 의미가 없어진다. 수치상으로는 24bit 192kHz의 음원이라고 해도 이를 만들어낸 원본이 CD이거나 MP3 파일이라면 CD나 MP3 원 소스의 음질 그 이상으로 향상된 음원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HD 음원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녹음시설에서 녹음된 마스터링 소스를 가지고 전문적인 처리 과정을 거쳐 공급되는 HD 음원을 이용해야 진정한 MQS 감상이 될 수 있다.

앱스토리(www.appstory.co.kr) | 원수연 기자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