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맞수, 갤럭시 vs 아이폰 경쟁의 역사

기사 입력시간 : 2014.04.29 19:30:29 | 원수연 기자

영원한 맞수
갤럭시 vs 아이폰 경쟁의 역사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바다 건너에서는 애플의 아이폰이 신세계를 열면서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던 그 때, 이 땅에는 외산폰이 함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위피(WIPI)가 든든하게 외세를 막아주고 있었으며 우리에게는 옴니아와 햅틱이 있었다. 그러기를 한참, 2009년 11월 드디어 위피는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애플의 아이폰3GS가 국내 첫 정식 아이폰으로 한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이전에도 스마트폰이 있었지만 스마트폰을 스마트폰이라 부르지 못하는 스마트폰 암흑기를 지나 우리나라에도 진정한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당시 위피 장벽을 걷어내면 외산폰들이 대거 몰려들어 국내 제조사들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걱정 어린 시선도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기우에 불과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어찌 보면 우리가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력을 과소평가했던 것이 아닐까? 어찌 되었든 그 시기가 지나면서 삼성과 애플, 갤럭시와 아이폰의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 긴 경쟁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아이폰3GS부터 시작된 이 땅의 스마트폰 역사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스마트폰 역사는 아이폰3GS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전에 국내에 스마트폰이 없던 것도 아니고 아이폰이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도 아니었지만 아이폰3GS를 국내 스마트폰 역사의 시작이라고 하는 데엔 그다지 이견이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제조사들 스스로가 스마트폰 시대가 온 것에 대해 큰 믿음이 없었던 탓이다. 아이폰3GS가 국내에 출시된 2009년 11월, 엄청난 인파가 앞다투어 아이폰3GS를 먼저 구입하기 위해 예약판매에 줄을 서는 것을 보고 나서야 이미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시대를 맞을 준비가 되어있었고, 갈증은 느끼고 있었음을 깨닫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피처폰 시장에서는 세계적인 선두기업이 되어있던 국내 제조사들은 아이폰3GS가 한국의 휴대전화 시장을 초토화하는 동안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최소한의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평가 받은 삼성의 갤럭시S가 선보인 2010년 6월 이전에 이미 옴니아2와 갤럭시A를 출격시켰지만 이 둘은 전혀 경쟁이 되지 않았다.

너무 늦은 갤럭시S의 출시

삼성이 드디어 갤럭시S를 출시했을 때에는 아이폰3GS가 국내에 출시된 지 이미 7개월이 지난 상황이었으며, 아이폰3GS가 국내에 다소 늦게 들어왔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시간이 지난 뒤에 갤럭시S가 출시된 셈이다. 실제로 이미 아이폰4이 발표되고 국내 출시만 미뤄지고 있던 때에 갤럭시S가 나왔으니 하드웨어적인 사양만으로 보면 당연히 갤럭시S가 월등히 높았다.

경쟁자이자 파트너인 묘한 관계

갤럭시S가 출시된 후 3개월이 흐른 시점에 국내에도 아이폰4가 출시된다. 이제야말로 진정한 경쟁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이 시기만 해도 삼성과 애플은 경쟁상대이자 파트너였다. 아직까지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기 이전이었던 삼성은 애플의 아이폰에 들어가는 메모리와 AP 등 각종 주요 부품의 가장 큰 공급자였으며, 애플의 입장에서도 삼성의 반도체 제조능력을 대신할만한 파트너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는 약간 껄끄러우면서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과 애플의 이런 묘한 관계는 오래 가지 않았다.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의 시작

삼성 갤럭시 S의 후속모델이 공개되기 직전인 2011년 4월 중순,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삼성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삼성을 제소한 것이다. 하지만 애플은 삼성의 반도체매출에 절대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VIP 중에서도 최상급 VIP인 까닭에 삼성이 직접적인 반격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게 왠걸, 삼성은 기다렸다는 듯 한국과 미국, 유럽 등에서 애플을 맞제소하게 된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쉼 없는 경쟁을 이어나간다. 특허 소송이 터진 바로 그 달에 삼성은 갤럭시S2를 공개했으며, 그 해 9월에는 삼성 최초의 LTE 스마트폰인 갤럭시S2 LTE를, 다음달에는 갤럭시S2 HD를 연이어 내놓으며 애플을 압박하게 된다. 이 시기에 삼성은 이미 안드로이드 진영의 중심이 되어있었으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도 애플과 대등한 수준의 점유율을 갖추고 있었다. 한 달 뒤인 2011년 11월, 애플은 아이폰4S를 내놓으며 다시 진검 승부를 겨루게 된다. 삼성은 갤럭시S2로 드디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에 오르는 영광을 맛보게 된다.

빠른 제품 출시 사이클로 승기를 잡은 삼성

이후 삼성은 갤럭시노트 라인업을 추가해 애플을 더욱 압박했지만 갤럭시노트는 아이폰 라인업과는 다소 다른 시장을 이끌어가는 제품군 이라고 볼 수 있다. 애플 아이폰과의 직접적인 경쟁은 역시 갤럭시S 시리즈라고 볼 수 있다. 이후 갤럭시S2 HD를 내놓은 지 6개월만인 2012년 봄부터 여름까지 삼성은 갤럭시S3와 갤럭시S3 LTE 모델을 내놓으며 애플이 틀어쥐고 있던 시장을 야금야금 먹어가고 있었다. 기다렸던 경쟁자 아이폰5는 전작이 국내에 선보인 지 1년 하고도 한 달이 지난 너무나도 늦은 시점에 선보였으며 느린 제품 출시 사이클로 인해 경쟁에서는 점차 더욱 밀려나고 있었다. 더군다나 애플과 아이폰 매니아들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았던 스티브 잡스의 직접적인 손길이 닿지 않은 첫 번째 아이폰으로 알려진 아이폰5에 이전에 보이던 혁신이 사라졌다는 평가로 애플은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2013년에도 어김없이 경쟁은 이어졌다. 삼성이 대대적인 언팩행사를 열고 갤럭시S4를 공개한 것, 이후 2개월 뒤에는 세계최초의 LTE-A 스마트폰인 갤럭시S4 LTE-A까지 내놓으며 또다시 애플의 반격을 대비해왔다. 애플은 예년의 제품 출시 사이클보다 약간 빨라진 행보를 보이며 신모델을 공개했는데, 예상 밖으로 최초의 보급형 아이폰까지 들고 나오며 시장 상황에 대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소비자도 애플도 모두 관심은 주력 모델인 아이폰5S에 가있었다. 이제 삼성의 차례다. 이미 삼성은 올해 MWC에서 언팩행사를 열고 갤럭시S5를 발표했다.

삼성이 갖지 못한 애플의 보물

그런데 공개되는 시장 점유율을 보면 승승장구하는 삼성에 비해 애플은 계속해서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애플은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딱히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삼성은 단말기를 생산, 판매하는 하드웨어 제조사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독자 운영체제에 독자적인 에코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앱스토어와 아이툰즈 스토어, 아이북스, 맥 앱스토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서비스 자산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는 엄청난 자산이며, 삼성이 갖지 못한 중요한 부분이다.

이 콘텐츠 생태계는 수익 면에서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정보에 의하면 2013년 애플의 콘텐츠 관련 매출이 자그마치 1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윈도우로 전세계 PC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D&C 라이센싱 그룹 매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최근 또 한가지 관심을 끄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한 조사자료에 의하면 지난 6년간 전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발생한 전체 수익의 88% 가량은 삼성과 애플이 독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88% 중에서 애플이 가져간 부분이 62% 가량, 삼성이 차지한 부분이 26% 가량이라는 점이 굉장히 충격적이다. 이런 탄탄한 뒷받침이 있기 때문에 애플은 점유율 경쟁에서 뒤쳐지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계획한대로 자기만의 길을 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 갤럭시S5로 준비한 삼성의 반격이 시작될 차례다. 한 사람의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삼성과 애플의 피말리는 경쟁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이 둘이 이렇게 경쟁하지 않았다면 스마트폰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다음 승부가 더 기다려지고 기대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