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세상의 스마트한 기술
입체를 인쇄하는 3D 프린터

영화를 보면 어떤 물체를 3차원 입체 스캐너에 집어넣고 레이저를 이용해서 쓰윽 스캔을 한 뒤 생성된 데이터를 이용해서 기계가 왔다 갔다 왕복운동을 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앞서 입체 스캐닝 했던 물체와 똑같은 물체가 만들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허구 같은 상황,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세상은 우리가 놀랄 틈도 안주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물체를 3차원 스캔하거나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설계해서 입체 모형으로 만들어내는 이 마법 같은 기계인 3D 프린터가 어느새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3D 프린터가 점차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IT나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이미 3D 프린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겠지만 잘 알지 못하는 독자를 위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종이나 투명 비닐에 글자와 그림을 평면적으로 인쇄하는 일반 프린터와는 달리 입체, 즉 3차원(3 Dimension)으로 출력하는 기기를 말한다. 예전부터 실제로 3D 프린터가 있었고 공상과학영화에서도 간혹 등장했지만 초창기 3D 프린터는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너무도 비싼 가격에 만일 샀다고 하더라도 개인이 운용할 수 있는 제품도 아니었기 때문에 극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는 그런 기기였다. 무엇이든 처음 개발되었을 때에는 그런 법이다. 지금은 컴퓨터에 없어서는 안될 입력장치인 마우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지만 초창기 마우스는 비싸서 개인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기기였던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제 가격이 급락해 저렴한 제품은 100달러 내외로 판매되기도 하기 때문에 약간의 운용 기술만 갖춘다면 개인이 집이나 사무실에 갖춰놓고 쓰기에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 되었다. 물론 고가의 제품일수록 더 정교하고 빠르게 다양한 소재로 물체를 만들어내겠지만 저렴한 3D프린터로도 나름대로 적당한 품질의 출력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방식의 3D 프린터

3D 프린터도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글자와 그림을 인쇄하는 일반 프린터도 잉크를 사용하는 잉크젯과 토너를 사용하는 레이저 프린터가 있고, 고체 안료를 사용하는 프린터 등 다양한 것과 마찬가지다. 3D 프린터에는 크게 적층형과 절삭형으로 나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층을 쌓아서 만드는 것이 적층형이며, 조각가가 대리석을 깎아서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큰 덩어리를 깎아서 만드는 것이 절삭형이다. 두 방식에 여러 가지 차이가 있겠지만 간략하게는 적층형이 더욱 복잡한 구조의 물품을 만들 수 있고 소재의 낭비가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고, 절삭형은 정교한 형태 제작이 가능하고 속도가 빠른 대신 소재의 낭비가 심하고 복잡한 형태의 제작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미 예전부터 사용하던 CNC 머신 등도 일종의 절삭형 3D 프린터라고 할 수 있다.

적층형에도 몇 가지 방식으로 나뉘게 되는데, FDM 방식과 SLA, SLS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분된다. FDM(Fused Deposition Modeling)은 압출적층조형 방식으로, 저렴한 가격의 보급형 3D 프린터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ABS나 PLA 등 열가소성 수지를 얇은 실 모양으로 만들어서 이에 열을 가해 녹여서 아주 얇게 펴서 한 층을 만들고, 그 위에 계속 층을 쌓아나가면서 모양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3DP 등 분말을 이용한 방식은 소재를 분말 형태로 만들어서 통에 채워 넣고 분말 제일 윗부분에 접착제 등을 분사해 분말이 서로 달라붙게 한 뒤 그 위에 분말을 또 뿌리고 또 접착제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입체 형태를 만들어나간다. 이 방식은 접착제를 분사할 때 잉크를 함께 분사해서 다양한 색상의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속도가 압출적층 방식에 비해 빠르고 다양한 소재를 사용할 수 있지만 표면이 거칠고 약해서 후처리를 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이 방식 역시 보급형 3D 프린터에서 많이 채택하고 있으며, 전문가용 고가 제품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액체를 이용한 방식도 있는데, 자외선 등 특정 빛을 받으면 딱딱하게 굳는 액체를 이용해서 필요한 부분에 빛을 쬐어주는 방식이다.

▲ 소재를 녹여서 쌓는 방식

▲ 분말을 접착시키는 방식

▲ 액체를 굳혀서 쌓는 방식

물체를 성형하는 방식은 여러가지로 구분되지만 그 이전 단계는 거의 동일하다. 우선 오토캐드나 기타 다양한 3D 모델링 소프트웨어에서 만든 3차원 입체 오브젝트를 파일 확장자가 STL인 스테레오리소그래피 파일포맷으로 저장하고 3D 프린터 전용 프로그램에서 이를 불러들이거나 파일을 곧바로 3D 프린터로 전송하면 된다. STL 파일은 3D 모델링 소프트웨어 대부분이 지원하는 표준 파일 포맷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생성할 수 있다. 이렇게 3D 프린터로 입력된 데이터는 각 제작방식에 따라 우리 손에 실제로 쥐어볼 수 있는 입체 모형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3D 프린터, 왜 필요할까?

그렇다면 3D 프린터는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 것일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역시나 시제품 생산이다. 그간 제품을 개발할 때에 금형을 만들어서 샘플을 찍어내거나 수작업을 통해 목업을 만들어내어 이후 수정하거나 설계를 변경하게 되면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었지만 3D 프린터로 샘플을 만들어서 문제점이나 개선점을 확인 후 금형을 만들고 제품을 생산한다면 비용 절감에 크나큰 도움이 된다. 비용 절감보다 더욱 효과적인 것은 시간의 단축이다. 금형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문제를 개선해서 비용을 줄이는 것도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큰 이유가 되겠지만, 곧바로 시제품을 만들어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야 말로 기업에 있어서는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이 필요 없는 곳에서도 유용하다. 단지 한두 개만 소량 생산하는 경우에 금형을 만드는 것은 해당 상품을 엄청난 가격에 팔지 않는 한 상당한 비용이 들게 된다. 소량 생산이기 때문에 수제작으로 일일이 만든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고, 매번 오차가 크게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3D 프린터를 활용한다면 매번 다른 제품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또한 하나 이상 만들어낼 필요가 없는 주문형 상품을 만드는 데에도 유용하다. 특히 동일 모형에 색상만 주문자가 원하는 대로 제작하는 경우에는 모델링을 새로 하는 번거로움도 덜 수 있다.

▲ 3D 프린터로 만든 의상

3D 프린터의 미래

아직까지 일반 프린터에 비해 넓게 보급되지 않은 3D 프린터만으로도 우리는 미래의 기기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3D 프린터는 이미 더 앞을 내다보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가볍게는 플라스틱 수지나 분말 등을 사용하는 대신 카트리지에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각종 식재료를 넣고 층층이 쌓아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음식 3D 프린터가 이미 개발되었다. 아직까지는 다섯 가지의 식재료로만 만들 수 있지만 미래는 밝은 편이다. 부피가 많이 차지하는 일반 식재료를 보관하고 요리하는 것이 어려운 우주 탐험 같은 환경에서도 유용할 수 있으며, 실제로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BS 대신 초콜렛을 이용한 압출적층방식 프린터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정교한 초콜렛을 만들어낼 수 있다.

▲ 음식물 3D 프린터 Foodini

3D 프린터는 의료용으로도 이미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체내에 사용해도 무해한 종류의 금속이나 플라스틱 수지 또는 임플란트 등 치과용으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인공뼈 소재를 이용해서 유실된 뼈 부분을 대신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아주 정교하고 복잡하면서도 위험한 수술 전 실제와 거의 동일한 인체 구조물로 미리 연습을 하도록 돕기도 하고 있다. 또한 큰 사고로 얼굴의 일부가 크게 손상되거나 유실되어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환자를 위해 정교하게 제작된 일종의 부분 가면과 같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며, 이미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공개되기도 했다.

의료용으로는 더 나아가서 바이오 잉크를 사용한 제품 생산이 연구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 잉크는 세포나 인간의 인체 조직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3D 프린터에 적용해서 다양한 인간의 신제 일부나 장기 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로, 지난해부터 조금씩 가시적인 연구 성과가 발표되면서 약 4~5년 내에 임상 실험을 거쳐 실제로 환자들에게 이식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바이오 3D 프린터의 활용

생활 속의 3D 프린팅, 그 한 걸음

이렇게 과거와 현재, 미래의 3D 프린터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아직은 일반 가정이나 우리의 실생활에 깊게 들어왔다고 보기에는 다소 이르다. 하지만 조만간 우리 실생활에 정말로 녹아 든 시대가 올 것이다. 그 한 걸음으로 태블릿PC를 이용한 어린이용 3D 프린터 앱을 들 수 있겠다. 두들3D(Doodle 3D)는 지난해 소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투자자를 모집했던 제품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이루어져 있다. 소프트웨어는 태블릿PC의 그림판에서 낙서를 하듯 손으로 평면적인 그림을 그린 후 단면인 이 그림에 두께를 주어 입체화를 시킬 수 있으며, 두께 부분을 회전시키는 효과로 더욱 입체적이고 멋진 3D 모델링 데이터를 어린이들도 만들어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쉽게 생성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함께 제공되는 하드웨어는 3D 프린터에 연결하는 것으로, 태블릿PC의 두들3D 앱과 3D 프린터를 무선으로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간단하게 스스로 만든 모델링 데이터로 실제 입체 모형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어릴 때부터 3D 모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줄 수 있고 응용력도 키워줄 수 있게 된다.

일본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3D 프린터의 적응을 돕겠다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올해 대학이 3D 프린터를 구입할 경우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발표했으며, 내년부터는 이 지원책을 전국의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이미 이웃나라 일본은 교육기관까지 3D 프린터를 보급해서 모델링 기술과 3D 프린터 활용능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시장 규모도 이미 급성장세다. 하지만 한국의 3D 프린터 산업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이다. 정부와 대기업의 관심도 아직 미진하며 교육기관의 3D 프린터 도입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현재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더디게 형성되고 있는 수준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중요하고 큰 처음 한 걸음을 내딛는 것으로 경쟁력을 갖춰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앱스토리(www.appstory.co.kr) | 원수연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