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LTE에서 LTE-A로, 그리고 다시 광대역 LTE로 정신 없이 움직이고 있다. 한 쪽에서는 ‘가장 넓은 광대역과 가장 많은 주파수’를 외치고, 옆에서는 ‘황금주파수’와 ‘광대역 LTE-A’라고 이야기하며, 또 한쪽에서는 ‘넓고 빠르다’고 이야기한다. 처음 3G가 도입되던 때에는 영상통화라는 놀라운 변화가 주된 홍보로 쉽게 이해되었지만 LTE는 너무 복잡하다. 어쨌든 간에 광대역 LTE는 폰을 바꾸지 않아도 LTE-A급 속도를 즐길 수 있다는 말에 눈이 번쩍 떠진다. 과연 광대역 LTE는 LTE-A와 어떻게 다르며, 정말 기존 LTE 단말기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걸까?

LTE가 처음 국내에 서비스되기 시작했던 2011년 7월에는 과연 이것을 4G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3G에서 완벽히 업그레이드된 서비스임을 강조하기 위해 ‘4G LTE’라는 용어를 경쟁적으로 마케팅에 사용하면서 사용자와 관련업계에서 벌어진 논쟁이었다. 이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정보에 의하면 4G는 정지상태에서 1Gbps, 고속 이동 상황에서도 100Mbps의 속도를 갖는 규격으로 알려져 있던 반면, LTE는 다운로드 최대 75Mbps에 업로드 최대 37.5Mbps의 속도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쟁은 결국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LTE를 4G의 범주로 볼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종결되었으며, 논쟁과는 무관하게 이전 규격인 3G보다 월등하게 빠른 속도로 이미 사용자들은 대거 이동 중이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상향 최대 7배, 하향 최대 5배로 빨라진 LTE는 이미 3G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였기 때문이다.

LTE-A, 기기를 바꿔야 해?
이렇게 LTE가 국내 통신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한 지 약 2년 가량 지났을 때, LTE 속도에 이미 적응해버린 국내 사용자들은 더욱 빠른 속도를 원했고 이는 LTE-Advanced, 즉 LTE-A의 세계 최초 상용 서비스라는 타이틀을 국내 통신사가 차지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올해 6월 말 SK텔레콤은 다운로드 속도가 LTE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150Mbps의 LTE-A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으며 7월 중순에는 LG유플러스가 뒤따라 서비스를 개시했다. 다운로드 속도 150Mbps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속도인지 쉽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집이나 사무실에서 흔히 사용하는 유선 광랜 인터넷 최대 속도가 100Mbps다. 150Mbps라면 집에서 PC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정도의 속도보다 50%나 더 빠르게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 LTE는 두 개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한다. 3G의 경우 대역폭이 5MHz로 좁은 하나의 주파수 대역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몰릴 경우 더더욱 속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LTE는 더 넓은 두 개의 주파수 대역에 사용자를 분산시킴으로써 속도가 빨라지고 사용자가 몰려도 속도저하를 줄일 수 있다. LTE-A는 여기에서 동떨어져있는 또 하나의 주파수 대역을 연결해서 사용 대역폭을 더욱 늘려서 속도를 향상시킨 기술이다. 이 기술을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rrier Aggregation)이라고 한다.

하지만 LTE-A는 사용자 입장에서나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모두 부담스러운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기존 LTE 단말기로는 LTE-A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LTE-A를 지원하는 새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며, 이동통신사 역시 LTE-A를 지원하는 새로운 중계기 설비를 전국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모두 엄청난 비용이 투입된다고 볼 수 있다.

▲ LTE와 LTE-A의 비교 (출처 : 퀄컴)

광대역 LTE는 LTE폰으로도 된다고?
그렇다면 요즘 통신업체 광고를 도배하다시피 하는 광대역 LTE는 뭐가 다른 것일까? LTE-A는 멀리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주파수 대역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이 두 개의 주파수를 묶어주는 새로운 기능이 필요했다. 하지만 광대역 LTE는 바로 옆에 인접한 주파수 대역을 추가로 사용해서 대역폭을 넓히는 기술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강변북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많아졌을 때 강 건너 올림픽대로를 만들어서 이용하는 것이 LTE-A라면 광대역 LTE는 강변북로를 확장해서 두 배의 차선으로 만들어 쓰는 셈이다.

▲ 광대역LTE 와 LTE-A

LTE-A와는 달리 광대역 LTE는 여러모로 비용이 절약된다. 통신사에서는 기존 LTE 장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캐리어 어그리게이션 기술을 지원하는 LTE-A 단말기가 아니더라도 멀티 캐리어만 지원하는 기존 LTE 단말기로도 광대역 LTE의 속도를 모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LTE 단말기가 광대역 LTE를 지원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니다’라고 답할 수 있다. 광대역 LTE는 기본적으로 멀티 캐리어 기술을 사용한다. 멀티 캐리어는 두 개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되,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력 주파수대에 병목현상이 생기면 보조 주파수 대역으로 분산시키는 기술이다. 광고에서 KT가 어떤 LTE 폰이라도 KT로 오면 광대역 LTE를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LTE 서비스 초기에 800MHz 대역만으로 LTE를 서비스하다가 이후 1.8GHz 주파수 대역을 보조 주파수로 함께 사용하면서 멀티 캐리어 방식으로 전환한 바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800MHz 대역을 주력 주파수로 사용하면서 2.1GHz 대역을 보조 주파수로 사용해서 LTE 멀티 캐리어를 사용했다. 이와는 달리 KT는 LTE 서비스 시작부터 1.8GHz를 주력 주파수 대역으로 사용하고 900MHz를 보조 주파수로 사용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주파수 할당이 완료되면서 이동통신 3사가 모두 광대역LTE를 서비스할 수 있게 주파수 재분배가 이루어졌다.

여기서 보면 SK텔레콤은 1.8GHz 주파수 대역에서 광대역 서비스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1.8GHz를 보조 주파수로 사용하기 이전의 LTE 단말기는 광대역 LTE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고 계속 초창기 800MHz만 사용하던 LTE 속도만 쓸 수 있다. 이와는 달리 KT는 처음부터 1.8GHz를 주력으로 사용해온데다가 광대역 서비스 역시 1.8GHz대로 서비스할 수 있게 되어서 KT의 LTE 단말기로 출시된 기기는 모두 KT의 광대역 LTE 속도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광대역LTE에 사용하게 될 주파수 대역이 그 동안 LG측에서는 LTE용으로 사용하지 않던 2.6GHz 대역을 할당 받게 됨으로써 1.8GHz와 2.1GHz 주파수를 사용하던 기존 LG유플러스의 LTE 기기는 전부 광대역 LTE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LG유플러스가 광대역 LTE용으로 할당받은 2.6GHz대 주파수 대역은 대역폭을 가장 넓게 확보할 수 있었지만 대신 1.8GHz 대역폭보다 범용성이 떨어져서 해외에 가지고 나갈 경우 2.6GHz대를 지원하는 통신사가 없는 국가에서는 로밍 사용이 불가능할 수 있다. 1.8GHz 주파수 대역은 전세계적으로 통신망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대역이기 때문에 일부 통신사에서는 이를 황금주파수라는 명칭으로 마케팅에 사용하고 있다.

▲ 2013년 주파수 할당 이전 통신사 별 LTE 주파수 사용 현황

▲ 주파수 경매를 통해 재분배된 광대역 LTE용 주파수 현황

LTE폰의 광대역 LTE 서비스 성능 확인
그렇다면 과연 정말 LTE 단말기로 LTE 광대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 앱스토리에서는 간단하게나마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준비물은 SK텔레콤과 KT의 멀티 캐리어 지원 LTE 단말기 각 하나씩이다. LG유플러스는 기존 LTE폰으로 광대역 LTE를 이용할 수 없을뿐더러 현재 광대역 LTE 서비스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테스트에서 제외되었다.

현재 광대역 LTE 서비스는 서울 지역으로 제한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KT는 서울 전역이 서비스 커버리지라고 발표했지만 SK텔레콤은 우리가 테스트를 준비한 10월 중순 광대역 LTE 커버리지가 강남역, 대학로, 명동, 홍대, 신촌, 서울역, 시청광장, 여의도, 잠실 롯데월드, 가산 디지털단지, 그리고 강남~양재 사무실 밀집지역 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두 통신사가 겹치는 위치 다섯 곳을 테스트 장소로 선정했다.

●위치 : 강남역, 명동, 시청광장, 잠실 롯데월드, 홍대
●측정 앱 : Benchbee 속도측정
●측정 기기 : 아이폰5(KT), 갤럭시S3 LTE(SKT)

우선 해당 지역으로 이동해서 현재 테스트 단말기가 광대역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확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안드로이드 단말기의 경우

다이얼 화면에서 *123456#를 누르고 ‘BW’ 확인
10MHz로 표기되면 LTE, 20MHz로 표기되면 광대역 LTE 적용 상태

애플 아이폰 단말기의 경우

다이얼 화면에서 *3001#12345#*를 누르고 통화 버튼
‘Serving cell info’ 선택해서 ‘Download bandwidth’ 확인
10MHz로 표기되면 LTE, 20MHz로 표기되면 광대역 LTE 적용 상태

▲ 테스트 지역

지역별 테스트 결과

강남역

명동

시청광장

잠실 롯데월드

홍대

서비스 커버리지 지역만 찾아 다녔기 때문에 테스트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서비스 지역이라고 해서 어디에서나 대역폭이 20MHz로 잡히는 것은 아니었다. 잠실 롯데월드의 경우 건물 바로 앞에까지는 계속 Bandwidth 10MHz로 잡혔으며 건물 안으로 진입한 이후에 광대역 LTE 대역폭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최대값과 중간값의 편차가 큰 지역도 있었다. 잠실 롯데월드의 KT 테스트에서는 최대값과 중간값의 차이가 39.9Mbps나 났으며, 명동의 SK텔레콤 테스트에서도 최대값이 중간값보다 25.7Mbps나 높았다.

▲ 롯데월드 건물 밖에서는 광대역 서비스 불가

다음은 다운로드와 업로드 속도 테스트 결과를 통신사별로 평균값을 구한 것이다. 옆 괄호 안의 수치는 광대역 LTE가 서비스되기 이전에 측정한 값으로, 일반 LTE의 속도이다.

통신사별 평균 속도

●SK텔레콤
평균 다운로드 속도 : 40.36Mbps (18.65Mbps)
평균 업로드 속도 : 19.78Mbps (9.10Mbps)

●KT
평균 다운로드 속도 : 41.14Mbps (27.76Mbps)
평균 업로드 속도 : 19.34Mbps (14.27Mbps)

위의 결과를 보면 기존 LTE 단말기로도 확실하게 향상된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광대역 LTE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100Mbps인데 결과값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100Mbps는 말 그대로 이론상 최대 수치이다. 실제 사용 속도는 간섭과 사용자수 증가 등의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감소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일반 LTE 속도와 비교해보면 확실한 속도 차이를 볼 수 있다. 이 정도의 속도 차이라면 수치상으로만이 아니라 체감적으로도 크게 느껴질 수준이다. 우리가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중에서도 최대 수치는 77Mbps 이상 나오기도 하였으니 신호가 더 잘 잡히고 유동인구도 적은 곳에서 사용자가 적은 시간대에 특정한다면 이론상의 수치에 근접하는 더 높은 수치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 이상도 나올 수 있다.

광대역 LTE, 단점보다는 장점
지금까지 광대역 LTE에 대해 알아보았으며 서비스 지역에서의 성능 차이도 직접 확인해 보았다. 광대역 LTE가 갖는 장점이라면 전체는 아니지만 많은 수의 기존 LTE 단말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단일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두 종류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캐리어 어그리게이션 기술의 LTE-A보다 배터리 소모가 적다는 점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도 기존 장비의 활용으로 투자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LTE-A의 최대 속도가 150Mbps인 것에 비해 광대역 LTE는 100Mbps로 약간 떨어진다는 점과 서비스가 늦게 시작된 이유로 커버리지가 좁다는 점이다. 물론 커버리지 확대는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이다.

▲ KT의 광대역 LTE 광고

▲ SK텔레콤의 광대역 LTE 광고

이미 단말기 시장은 LTE-A로 넘어가고 있다. LTE가 대세가 된 이후로 3G 단말기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처럼 이제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은 대부분의 신제품을 LTE가 아닌 LTE-A용으로 출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LTE 단말기는 LTE와 광대역 LTE만 지원하지만 LTE-A 단말기는 LTE와 광대역 LTE, 그리고 LTE-A까지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가격적인 요인이 아니라면 일부러 LTE 단말기를 내놓을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이런 이유로 새로 단말기를 구입하는 소비자라면 LTE-A 단말기를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될 것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LTE 단말기 재고가 소진될 때가 되면 LTE-A 단말기 대신 LTE 단말기를 구입하는 것이 더 어렵게 될 테니 어차피 선택의 폭도 LTE-A 단말기로 좁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새로 구입하기 전까지는 사용중인 LTE 단말기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인 결정이 될 것이다. 만일 여러분이 광대역 LTE를 사용할 수 있는 지역에 속해있다면 더더욱 LTE 단말기를 계속 사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최대 속도가 LTE-A에 비해 약간 떨어지지만 광대역 LTE의 속도만으로도 크게 부족함을 느끼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앱스토리(www.appstory.co.kr) | 원수연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