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oIP 역사실록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란 말이 있다. 역사 속의 반란이나 전쟁이 왜곡된 기록으로 인해 사실과 다르게 묘사되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다시 불거진 mVoIP의 싸움에서도 승자에게 유리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통신사와 mVoIP업체 중 승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까지의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 앱스토리는 여러분들을 위한 역사기록관이 되어 mVoIP의 역사와 두 업체 간에 벌어진 사건들을 빠짐없이 보여줄 것이다.

1990년 중반
VoIP 첫선

VoIP는 mVoIP의 전신이며 인터넷망을 통해 음성신호를 실어 나르는 기술이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기술이 인터넷전화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VoIP=인터넷전화라고 인식하고 있다. 보칼텍이라는 이스라엘 회사에서 처음 선보였다.

2005년 8월
국내 인터넷전화 첫 상용화 (070방식)

2008년 4월
아이폰용 mVoIP ‘프링’ 서비스 시작

3G와 Wi-Fi를 활용한 최초의 스마트폰 mVoIP는 프링이다. 당시에는 아이폰(1세대)의 비공식SDK를 통해 설치 및 사용할 수 있었다. 이후 하반기에는 앱스토어에 정식 등록되었다. TouchMods와 Jajah와 같은 mVoIP 앱도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었다.

2009년 3월
아이폰용 스카이프 앱 출시

해외에서 mVoIP의 활성화가 시작된 것은 스카이프 앱이 출시되고부터다. 2003년부터 PC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시작해 사용자 수가 많았으며 계정만 있으면 스마트폰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010년 11월
바이버 앱 국내 출시

2010년 7월, 해외에 출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 mVoIP앱, 바이버가 국내에도 출시되었다. 그동안 mVoIP가 생소했던 일반 사용자들도 간단한 사용법만 익히면 쉽게 활용할 수 있었고 너도나도 쓰다 보니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대로 간다면 제2의 카카오톡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2010년 12월
KT, 무료통화 차단

바이버의 기세가 강력해지자 KT는 3G망 간의 mVoIP를 차단해버리는 초강수를 뒀다. 데이터가 무제한인 i벨류 요금제 이하로는 3G mVoIP가 불가능해졌다. SKT는 이미 8월 경, 동일한 방식으로 슬기롭게(?) 차단한 바 있었다. LG유플러스는 KT의 뒤를 이어 모든 요금제에 대해 3G mVoIP를 차단시켜버렸다. 통신사의 변명은 동일했다. 데이터트래픽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소비자들은 3G데이터도 내 요금에 포함된 혜택인데 쓸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냐며 한 목소리로 항의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귀를 꽉 막고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2011년 2월
마이피플, 무료통화 업데이트

어제도 2위, 오늘도 2위였던 다음의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은 1위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앱 내 무료통화 기능을 업데이트하게 된다. 3G mVoIP 차단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이후 중소개발업체에서 다양한 기능의 mVoIP 앱을 출시했지만 성과는 미비했다. 오히려 카카오톡에 무료통화 기능은 언제 되냐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아졌고 이에 카카오측은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만 데이터트래픽이 우려된다며 말을 아꼈다.

2012년 5월 28일
카카오톡 무료통화 해외 업데이트

mVoIP에 대한 열기가 시들해질 무렵, 카카오톡에서는 사람들의 귀가 쫑긋해질 업데이트 소식을 가지고 왔다. 바로 무료통화인 보이스톡을 카카오톡에 탑재시킨다는 것이다. 일본 베타테스트를 시작으로 5월 말 해외에 정식 업데이트했으며 이 때까지만 해도 국내 업데이트에 대해선 조심스런 입장이었다. 워낙 카카오톡 사용자가 많다보니 데이터트래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고려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보이스톡이 공개된 시점부터 통신사는 초긴장상태였다.

2012년 6월 4일
카카오톡 무료통화 국내 베타테스트 실시

아니나 다를까, 카카오는 종전의 입장과는 달리 6월 4일, 보이스톡의 국내 베타테스트를 실시했다. 카카오톡에서 날개적용 신청버튼만 누르면 누구나 사용 가능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막 활성화되려던 바이버나 사용자가 적은 마이피플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무려 4000만 명의 가입자가 사용하기 때문에 통신사 입장에서는 단순히 3G 무료통화만 차단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 1년 6개월 만에 통신사와 무료통화업체 간 mVoIP전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2012년 6월 4일
SKT “요금인상은 불가피하다.”

최초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은 SKT였다. 보이스톡의 베타테스트가 실시되자마자 통신망에 무임승차한 카카오톡을 거세게 비난했다. 보이스톡이 확산되면 이동통신 시장이 위축되고 장기적인 매출감소, 서비스 품질 하락이 발생할 것이라 주장했다. 더불어 해외 주요 통신사는 mVoIP에 대해 별도의 요금을 받는다는 것을 들먹이며 전체 가입자들의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엄포를 늘어놓았다. 이는 사실상 가입자들을 볼모로 삼고 있는 격이었으며 사용자들의 반발은 거세졌다.

2012년 6월 5일
KT, LG유플러스 “우리도 돕겠다. 확실하게 정하자.”

SKT에 이어 나머지 두 통신사도 보이스톡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SKT와 동일한 입장이었으며 해외사례까지 내세우며 mVoIP를 비판했다. 또한 영국, 독일, 프랑스에는 한화 기준 7만 원 이상의 요금제에서만 mVoIP를 허용하니 우리도 종전보다 제한선을 7만 원대 요금제로 올려버리겠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는 모든 요금제 차단을 고수할 것이라 밝혔다.

2012년 6월 7일
LG유플러스 “얘들아 미안, 나도 2등하고 싶어.”

이틀 전만 해도 차단정책을 고수하던 LG유플러스가 보이스톡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 모든 요금제에 mVoIP 서비스를 개방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SKT와 KT는 LG유플러스의 배신에 황당했을 것이며 소비자들은 반기는 추세였다. 실제로 이날 LG유플러스의 주가는 전일보다 3% 급등하는 이득도 맛보았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함으로서 가입자 수를 늘리고 2위 통신사로 역전하기 위한 지름길을 만들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2012년 6월 8일
방통위 “니들끼리 알아서 해라.”

통신사와 카카오 간의 문제를 지켜보고 있던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날, mVoIP에 관해 시장의 자율성에 맡긴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 문제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또한 방통위 석제범 국장은 망중립성 문제에 대해선 정책자문위원회를 중심으로 트래픽관리 기준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으며 SKT가 요구한 제한요금제 상향 건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며 못을 박았다.

2012년 6월 14일
LG유플러스 “미안하다, 뻥이었다.”

mVoIP를 전면개방하겠다고 발표한 LG유플러스의 말과는 달리 일주일이 지나도록 3G mVoIP 차단은 풀리지 않았다. 이에 LG유플러스는 다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실제 mVoIP를 도입할 경우, 데이터트래픽과 매출감소가 우려된다. 이 문제에 대해선 새로운 이용약관을 방통위에게 신고할 것이며 확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특정 요금제 이상에서 mVoIP를 허용하거나 별도의 요금제를 신설하는 쪽으로 검토 중에 있다. 이 정책이 통과될 때까지는 3G망을 개방할 것이다.” 두루뭉술하게 설명했지만 결론은 SKT, KT와 동일한 정책을 고수할 것이며 무임승차한 mVoIP의 사업성을 역으로 돈벌이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2012년 6월 14일
카카오 “품질조작 뻔히 보인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카오톡 보이스톡 논란과 망중립성’ 토론회에서 통신사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통신사들이 보이스톡의 통화품질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는 물론, 국내 베타테스트 중에도 보이스톡 모니터링을 해왔으며 국내 통화품질이 3일 째부터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자체조사 결과, SKT의 음성 데이터 손실률은 16.6%였으며 이는 패킷 6개 중 1개를 임의로 누락시킨 비율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추후 모니터링 결과가 정리되면 해외와 한국 간의 품질 수준을 공개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최근 정치권에서도 mVoIP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참여 법안을 발의하는 등, 사태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 내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간 앱스토리 | 신효송 기자 (그림 : 김인하)

박찬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