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마트폰 연대기

아이폰이 태어난 지 4년이 넘었고, 국내에 출시된 지도 이제 만 2년이 되어간다. 기존 이동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아이폰은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타깃이 되어 끊임없이 견제를 받아 왔다. 이러한 견제와 경쟁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은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으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이 중에는 갤럭시 시리즈처럼 국내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제품이 있는 반면, 일반 소비자한테 존재조차 알리지 못한 비운의 제품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앱스토리에서는 2011년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스마트폰의 역사를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2009년

2009년 10월

옴니아&옴니아

삼성전자의 흑역사. 세계 휴대전화 점유율 2위에 빛나는 삼성전자가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윈도모바일 기반의 ‘옴니아’를 2008년 6월
글로벌 전략폰으로 출시했다. 해외 시장에서 아이폰의 대항마를 표방했던 옴니아는 같은 해 11월, 국내에 출시되면서 일부 사양을 수정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옴니아로 나름의 성과를 얻은 삼성전자는 2009년 후속모델인 ‘옴니아2’를 야심차게 출시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마케팅 활동을 벌여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옴니아2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기계적 결함과 부실한 기능의 협공 속에서 제대로 된 사후서비스도 지원받지 못하는 깊은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옴니아2의 명성(?)은 해외까지 널리 퍼지며 최악의 스마트폰 1순위로 꼽히기도 했다. 국산 스마트폰의 불신장벽을 쌓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던 옴니아2는 삼성전자와 소비자, 그리고 OS를 제공했던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가 되어 버렸다.

2009년 11월

아이폰3GS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시대의 아이콘, ‘아이폰’의 국내 첫 출시 제품. 출시 전부터 이미 기대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기 때문에 출시와 동시에 시장 전체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우선 폐쇄적인 구조였던 이동통신사들의 정책에 변화를 몰고 왔으며, 국내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소비자들 역시 아이폰과 애플 앱스토어가 선사해준 새로운 경험을 통해 진정한 스마트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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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010년 4월

갤럭시A

삼성전자가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안드로이드폰. 옴니아로 크게 데인 삼성전자가 절치부심하며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험적으로 출시한 제품이라는 평가가 많다.
출시 전 공개한 사양에서는 CPU 속도가 800MHz였지만 실제 제품에서는 720MHz로 다운시켰는데, 이에 대한 공지를 전혀 하지 않아 허위광고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소비전력 측면에서 720MHz CPU가 최적이라 판단해 사양을 변경했다”고 해명했지만, 미국 홈페이지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정확히 고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을 무시했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반품 운동으로까지 번졌다.그래도 당시로서는 SKT 진영에서 유일하게 아이폰에 대항할만한 스마트폰으로 꼽히며 2달 동안 15만 대 이상을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사적인 ‘갤럭시S’가 출시되면서 완전히 잊혀졌으며, 최종 판매량도 공개되지 않았다.

2010년 6월

갤럭시S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이건희 회장이 2010년 3월 복귀한 후 약 3개월 남짓 후에 출시되면서 이건희 회장의
복귀작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안드로이드2.1, 4인치 슈퍼아몰레드, 1GHz CPU, 512MB RAM 등 최고의 사양을 갖춘 ‘갤럭시S’는 발매 전 선주문만 30만대를 기록하는 등 높은 기대감 속에 시장에 등장했다. 출시 후에는 해외 버전과 비교해 일부 기능은 삭제되고 가격은 비싸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도 1개월 만에 50만 대 판매를 돌파하며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었다.소비자들의 인식도 갤럭시S를 기점으로 크게 바뀌었다. 옴니아에서 시작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쇄신되었으며, 아이폰에 밀리던 안드로이드 진영에도 큰 힘을 실어주었다. 갤럭시S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약 2000만 대 가량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10년 6월

넥서스원

모바일OS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구글에서 대만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HTC에 의뢰해 직접 개발한 레퍼런스폰이다. 레퍼런스란 참고, 기준이 된다는 뜻으로 안드로이드 운용체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들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구글에서 직접 출시한 만큼 통신사 제약 없이 판매됐으며, 국내 역시 2010년 7월 정식출시가 되기 전에는 개인이 직접 구입해 인증까지 받아야 했다. 그 이전인 5월부터 KT에서 전파인증을 대신 해 주었고, 6월부터는 온라인 주문까지 대행해 주면서 사실상 넥서스원은 KT에서 출시하는 형태로 굳혀지게 됐다.

2010년 9월

아이폰4

시대의 아이콘, ‘아이폰’의 네 번째 제품. 2010년 6월 미국에서 처음 출시됐고, 국내에는 9월 KT를 통해 정식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하드웨어 성능을 상당히 강조했는데, 실제로도 아이폰4는 이전 모델들과 비교해 하드웨어 성능에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그러나 정작 소비자들은 성능보다 새로운 디자인에 더 관심이 많았다. ‘아이팟터치’부터 이어오던 곡선형 후면 대신 앞뒤가 모두 평면인 직사각형 형태로 바뀐 아이폰4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아이폰4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유출사건이다. 아이폰4가 출시되기 2개월 전인 2010년 4월 미국의 IT전문 블로그 기즈모도(Gizmodo)에서 아이폰4의 프로트타입을 입수했다고 공개한 것이다. 유출된 아이폰4는 기존의 아이폰 시리즈와 크게 달라진 디자인으로 진위논란이 거세게 일어났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술집에서 실수로 놓고 갔다는 이 아이폰4 프로트타입은 결국 진짜로 판명되었고, 애플은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며 기즈모도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이유로 기즈모도는 아이폰4 발표회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아이폰4의 또 하나의 이슈는 바로 ‘데스그립’이다. 아이폰4의 특정 위치를 잡을 경우 안테나 수신율이 현저히 저하되는
현상으로, 이에 대한 사용자의 항의에 대해 “금속 테두리를 잡지 않거나, 별도의 케이스를 사용하면 된다”고 쿨하게 대응한 스티브 잡스의 태도 때문에 논란이 더욱 커지기도 했다. 결국 스티브 잡스가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를
인정하고 범퍼케이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후에야 논란이 잠잠해졌다.
2011년 4월 화이트 색상을 출시하며 생명을 연장한 아이폰4는 국내에서 약 250만대 정도가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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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011년 1월

옵티머스2X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LG전자가 야심차게 준비한 세계 최초의 듀얼코어 프로세서 탑재의
스마트폰. 스마트폰이 하드웨어 성능 경쟁에 불을 지피게 된 시발점이 된 제품이기도 하다.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내세우며 초기에는 시장에서 나름 반향을 일으키며 40일 만에 20만 대를 출하하며 기대감을 갖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지 그 뿐. 이어서 줄지어 출시된 경쟁제품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결국 잊혀지고 말았다.

2011년 2월

넥서스S

안드로이드2.3 ‘진저브레드’와 함께 출시된 구글의 두 번째 레퍼런스폰. 구글이 최초의 안드로이드폰과 레퍼런스폰을 개발했던 HTC가 아닌, 삼성전자와 손을 잡으면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지금에 이르러 생각해보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린 상징적인 제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넥서스S와 함께 발표된 진저브레드는 안드로이드의 성능을 크게 개선해 현재 iOS에 뒤지지 않는 완성도를 보여주며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2011년 4월

갤럭시S2

갤럭시S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넥서스S가 시대의 변화를 예고했다면, 갤럭시S2는 새로운 시대의 패왕이 되었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4210 프로세서에 4.27인치 슈퍼아몰레드플러스를 장착한 갤럭시S2는 다른 경쟁제품을 압도하는 성능을 자랑하며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갤럭시S2의 성능은 출시 후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최상위에 위치하고 있다. 오히려 벤치마킹 점수에서는 동사의 최신 전략폰 갤럭시노트보다도 높은 점수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프로세서의 차이 때문이다. 내수용 갤럭시노트에 사용된 퀄컴의 스냅드래곤보다 갤럭시S2에 사용된 삼성전자의 엑시노스가 더욱 뛰어났기에 발생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LTE 지원 때문에 스냅드래곤을 탑재한 갤럭시S2LTE와 HD LTE 모두 벤치마킹에서 갤럭시S2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갤럭시S2를 앞세운 삼성전자는 2011년 3/4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삼성전자의 발표에 따르면 갤럭시S와 S2를 합친 누적 판매량은 3000만 대를 넘어섰으며, 최근에는 핑크 색상의 갤럭시S2를 출시하며 여성 소비자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1년 4월

아트릭스

랩독이라는 독특한 발상을 들고 나왔던 모토로라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었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모토로라코리아에서는 공식적으로 아트릭스의 판매량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20만 대를 채 판매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아트릭스 랩독은 11.6인치 모니터와 키보드가 랩탑(노트북) 형태의 주변기기로, 뒤쪽에 아트릭스를 장착해 사용할 수 있다. 랩독의 콘셉트는 듀얼코어까지 발전한 높은 성능의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보다 다양하게 활용하자는 것으로,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실용성이 문제였다.

2011년 5월

베가레이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2위에 빛나는 팬택의 첫 듀얼코어 탑재 스마트폰이다. 옵티머스2X로 촉발된 하드웨어 성능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갤럭시S2보다 클럭수에서 앞선 스냅드래곤 1.5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레이서’라는 모델명도 빠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으며, 유명한 스포츠카
‘페라리’를 내건 이벤트를 진행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마케팅의 힘인지, 가격경쟁의 힘인지, 아니면 둘 다의 힘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베가레이서는 팬택의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국내 100만대 판매 달성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팬택은 베가레이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넓혀 나가고 있다.

2011년 6월

옵티머스3D

최초의 듀얼코어 프로세서 탑재 스마트폰을 선보였던 LG전자가 다시 한 번 최초에 도전했던 3D 디스플레이 탑재의 스마트폰.
안경 없이 3D 영상을 볼 수 있고, 듀얼 카메라를 통해 3D 영상을 직접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3D 열풍을 타고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그러나 정작 모바일용으로 제작된 3D영상은 흔치 않으며, 직접 3D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고 해도 활용도가 낮았다. 무엇보다 3D 영상의 화질이 좋지 않았고, 시야각도 매우 좁아 오히려 눈이 금세 피로해지는 역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출시 한 달 만에 12만 대를 출시했다고는 하는데, 그 물량이 다 소진되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참고로 옵티머스3D의 듀얼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일반 스크린에서 3D 효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두 사진을 나란히 붙여 놓고, 한때 유행했던 ‘매직아이’처럼 눈의 초점을 흐려 두 사진을 겹쳐 보면 된다.

2011년 11월

아이폰4S

아이폰5가 아닌 4S가 발표되며 많은 사람들의 실망감을 자아내긴 했지만, 스티브 잡스의 유작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결국 다시 한 번 아이폰 열풍을 만들어냈다. 발표 당시 한국은 연내 출시 예정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빠른 11월 11일,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예약 가입자를 받을 때만 해도 수십만 명이 몰리며 다시 한 번 국내에서 아이폰 열풍을 불러일으키나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 개통은 그에 못 미치는 15만 명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아이폰4S를 받고 싶은 소비자들이 중복으로 예약을 신청한 경우도 많았고, 구매자들 사이에서 배터리 문제와 노이즈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취소한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폰4S의 경쟁력이 이전 모델들보다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애플의 상징과도 같던 혁신적인 디자인도 없었고, 하드웨어 성능 역시 1년 전에 출시된 아이폰4와 비교해 프로세서와 카메라 정도만이 개선되었다. 전체적인 성능은 4월에 출시된 갤럭시S2와 엇비슷한 수준. 4S만의 특별한 서비스 ‘SIRI’가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아직은 한글을 지원하지 않아 국내의 대다수 소비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또, 여전히 3.5인치인 화면 크기도 사람에 따라서는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시장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해외 언론에서도 아이폰4S의 힘으로 연내에 삼성전자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는 등 전망이 그다지 밝지는 않다. 그러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아이폰4S는 현재 최고의 스마트폰임에는 분명하다. 각종 벤치마킹 점수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고, 무엇보다 최강의 모바일 OS인 iOS가 여전히 든든하게 받치고 있으며, 수많은 서드파티들의 지원파티 역시 아직 막강하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드로이드레이저

그 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실패를 거듭하다가, 결국 얼마 전 구글에 인수합병 된 모토로라가 칼을 빼들었다. 모토로라 최고의 히트 브랜드 ‘RAZR’를 빼어든 것이다. 일부에서는 히든카드를 너무 일찍 꺼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지만, 사실 모토로라의 스마트폰 사업은 상당한 궁지에 몰려 있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모토로라레이저의 최대의 특징은 두께에 있다. 레이저의 두께는 7.1mm로 지금까지 출시된 그 어떤 스마트폰보다 얇은 두께를 자랑한다. 대신 넓이가 조금 넓어져, 4.3인치 디스플레이를 가졌지만, 크기는 4.5인치 제품과 비슷하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모토로라가 구글에 인수된 후 처음으로 선 보인 제품이 레이저라는 점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구글호에 탑승한 모토로라가 레이저를 통해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연말의 또 하나의 흥밋거리일 듯하다

월간 앱스토리┃석주원 기자

김준혁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