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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116억 과징금, 규제가 없던 때의 일로 규제를 적용한 공정위의 무리수

기사 입력시간 : | 최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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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넥슨코리아(이하 넥슨)의 이미지는 게이머들에게 있어 '호'에 가까웠다. 지나친 과금 유도에 비판 받던 과거와는 달리, 작품성을 중시한 게임을 연달아 내놓고 기존의 서비스 게임들도 유저 위주의 업데이트가 이뤄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순식간에 반전됐다. 연초에 전해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제재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문제는 이 제재가 제대로 된 규제가 없던 시기에 벌어진 일을 문제시해 이뤄진, 그래서 무리수로도 비춰질 수 있는 조치였다는 점에 있다.

극적으로 이미지가 반전됐던 넥슨

실로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나 모바일 게임이고, 다음이 PC 클라이언트 기반의 '온라인 게임'이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즐기는' 콘텐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게임 유저들에게 있어 게임은, 특히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게임은 즐기기만 할 수 있는 콘텐츠는 아닌 것으로 이야기된다. 가지고 싶은 캐릭터를, 아이템을, 혹은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비싼 콘텐츠가 바로 우리나라의 온라인&모바일 게임이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게임이란 비싼 콘텐츠며 소비자 만족도가 가장 낮은 상품이라 할 수 있다.

▲국내 게임 업계의 선두에 선 기업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들 회사가 바로 넥슨일 것이다

박한 평을 받는 우리나라 게임 시장의 선두에 선 기업은 바로 '넥슨'이다.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 게임 콘텐츠를 다수 서비스하고 있기에, 소비자들의 회사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작년 한해는 달랐다. 게임사 넥슨에게 있어 최고에 준하는 한해였다고 평할 수 있다. 적어도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의 브랜딩의 차원에서는 말이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데이브 더 다이버'로 세계 유수의 매체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다크앤다커' 사태로 인해 넥슨이 동정표를 받는 상황도 맞았다.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올해 넥슨은 브랜드 마케팅 차원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호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데이브 더 다이버를 잇는 높은 퀄리티의 제품이 연이어 선보일 예정이었기에 그러했다.

누적 300만 판매를 돌파한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공정위의 조치에 노력은 물거품으로

하지만 상황은 새해를 맞자 마자 순식간에 반전됐다. 지난 1월 3일, 공정위가 넥슨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한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제재 사유는 넥슨의 대표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의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변경하고도 이용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이었다. 확률형 아이템은 가챠, 랜덤박스 등으로 불리는 곳에서 확률에 따라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일종의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게임 내에서 무료로, 혹은 결제를 통해 유료로 획득할 수 있는 재화를 활용해 아이템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하나의 콘텐츠가 된 확률형 아이템

확률형 아이템은 일반적으로 가치가 높은 아이템 수 종과 그렇지 않은 아이템 수 종을 섞어서 구성하며, 이 중의 몇 종을 재화를 소진해 획득할 수 있는 구조를 취한다. 그렇기에 가치가 높은 아이템의 확률이 낮을 수록 이용자들은 더 많은 재화를 소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임의 이용자는 곧 소비자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은 곧 소비자의 구매 가격과 이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은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를 위해 제공되는 실로 핵심적인 정보라 할 수 있다.

메이플스토리의 '큐브'는 장비 옵션 등에 관련된 일종의 확률형 아이템이다

문제가 된 메이플스토리의 사례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의 주요한 매출원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소비자의 만족도를 떨어트리는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반영해,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에서 이를 규제할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2015년 7월부터 도입됐으며, 기존의 것보다 확률 공개를 강화하는 개정령을 2021년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강제성이 없는 자율규제이기는 하지만 넥슨은 이를 준수하고 있다.

공정위가 문제시한 넥슨의 대표 게임, 메이플스토리

공정위가 넥슨에 부과한 과징금은 116억 원에 달한다. 이번 공정위의 제재는 전자상거래법 시행 이후 첫 전원회의 심의 사건이자,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된 사례 중 최다 과징금에 해당된다. 주된 제재 요인 중의 하나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에 적용된 '큐브'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아이템의 능력치를 높일 수 있는 '큐브'에서 인기옵션이 덜 나오도록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확률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장비의 최상위 등급에 사용되는 '블랙큐브'에서는 최초의 등급 상승 확률을 1.8%로 설정하고, 이후 확률을 지속적으로 낮췄던 것으로 전해진다. 버블파이터에서는 게임 내 이벤트인 '올빙고 이벤트'에서 골든 숫자카드의 출현 확률을 6개 이상의 매직바늘을 사용하는 경우에만 나타나도록 설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큐브 사용 전후 능력치 변화 예시(공정위 보도자료 발췌)

규제가 없던 때의 일로 규제를?

김정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넥슨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확률 변경 내용만은 알리지 않았다"며, 소비자 피해를 유도한 근거로 1,600건에 달하는 유저들의 환불 요청 수를 들었다. 게임 업계에서는 실로 민감한 이슈인 확률을 조정한 것은 회사가 분명하게 질타를 받아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변경이 이뤄진 시기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넥슨은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전하는 한편, 사안이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에 대한 고지의무가 없었던 시기에 발생한 점을 문제시한 바 있다.

2003년 4월 서비스를 개시한 메이플스토리

실제로 넥슨은 2021년 3월에 업계 최초로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한 바 있다. 또한 동년 12월에는 세계 최초로 확률형 콘텐츠의 실제 적용 결과를 조회할 수 있는 '넥슨 나우' 시스템도 도입했다. 규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던 시기에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였음을, 그리고 논란이 불거진 후에는 선제적으로 자정활동을 펼쳤던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준비된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없었던 시기의 행위에 기반해 처분을 내려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게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는 '넥슨 나우'





업계 전반의 법적 안정성을 뒤흔드는

이번 과징금 조치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넥슨의 절대 호의적이지 않다. 5천억 원의 연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에 역대 최대의 과징금은 오히려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다. 넥슨은 공정위의 심사 과정에서 소명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기에, 의결서를 전달받은 후에 검토하고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행정소송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는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떤 조치가 취해지건,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이미지 제고가 이뤄지던 넥슨에게 있어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 상황이다. 피해는 넥슨에만 그치지 않는다. 규제가 없던 시기의 행위에 대해서도 과징금 등의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사 전반의 법적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단순히 과징금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을 뒤흔든 공정위의 처분을 어떻게 읽어야 좋을까. 넥슨을 ‘악’으로 규정하고 공정위의 제재를 ‘선’으로 두기에는 너무나도 애매한 점이 많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중립적인 시각에서 금번 사안을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정위의 처분을 마냥 정당한 조치로만 보기는 힘들 것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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