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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와 대규모 인수전 끝에 마침내 카카오에 인수된 SM엔터테인먼트

기사 입력시간 : | 최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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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열풍의 진원지는 BTS지만, 그 기반을 만든 회사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 1995년 설립된 SM은 인기 가수, 팀을 여럿 배출해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회사다. 특히 아이돌 산업에서는 영향력이 큰 회사로 꼽힌다. 동방신기, 보아,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NC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돌 그룹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시켜, 지금의 K-POP 열풍의 토양을 일군 이들로 평가받는다. 긴 역사를 가진 이 회사의 주인이 최근 바뀌었다. 두 거대 회사의 치열한 인수전 끝에, 마침내 SM은 ‘카카오’의 품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SM엔터, 그리고 이수만 회장

SM의 창업주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이하 직함 생략)다. 과거에는 발라드 가수로 활동하던 인물이었는데, 아이돌이란 용어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기부터 보이밴드, 걸그룹을 기획하고 제작에 나선 바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1세대 아이돌 그룹인 H.O.T의 기록적인 성공을 거뒀으며, 이후로도 다수의 팀을 성공시킨 바 있다. 일찍이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 아이돌 그룹을 만든 것도 그가 처음으로 전해진다. SM이 지금처럼 성장하게 된 주된 원동력은 그의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줄곧 회사의 전면에서 SM을 끌어오던 이수만의 경영진이자 프로듀서로서의 퇴진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1년부터였다. 1952년생인 그가 은퇴를 준비하고, 회사를 인수할 후임자를 찾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실제로 당시에는 CJ ENM, 네이버, 카카오 등과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논의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인수의 조건이 문제였는데, 크게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수만을 주요 경영진으로서 보장할 것, 또 하나는 100억 원 수준의 연봉을 지급할 것이었다.


▲ 우리나라 굴지의 엔터사, SM엔터테인먼트





수면 위로 떠 오른 라이크기획

SM의 매각이 다시금 수면 밖으로 올라온 것은 작년부터였다. 전쟁의 서막을 올린 것은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었다. 이들은 SM의 지분 약 1%를 확보한 후,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회사가 현재 저평가 상태며, 그 요인이 창업주를 중심으로 한 지배 구조라는 것이었다. 예로 ‘하이브엔터테인먼트(이하 하이브)’를 비롯한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기업 가치를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이수만이 지분 100%를 보유한 라이크기획과 회사가 맺은 프로듀서 용역 계약 때문이므로 이를 해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라이크기획은 지난 21년 동안 1,400억 원이 넘는 돈을 SM으로부터 받았으며, 자문료로는 회사 영업이익의 최대 46%를 수령한 것으로 전해진다. 라이크기획과 SM의 계약이 화두에 오른 것은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부터 꾸준히 두 회사의 계약은 문제시 돼 왔지만, 실제로 어떠한 결과가 도출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을 비롯해 국민연금공단, 그리고 소액투자자들이 모여 함께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이로 인해 올해 1월, SM은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밝히게 된다. 그리고 이어서 새로운 SM을 표방하며 ‘SM 3.0’의 비전을 제시했다. 바야흐로 프로듀서로서, 사업가로서 이수만의 시대는 끝난 것처럼 여겨졌다.


▲ SM의 경영진이 야심 차게 제시한 ‘SM 3.0’

이수만 지우기, 그리고 카카오

이후 회사는 본격적으로 ‘이수만 지우기’에 나섰다. SM의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 등 임원진은 지난 2월 7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이것이 실제로 이뤄지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의 2대 주주로 단숨에 뛰어오르게 된다. 이는 이수만 퇴진 후의 이사진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등에 업고, SM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이수만은 실제로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SM 내부도 술렁였다. 가수 겸 배우인 김민종은 SM 전 직원에게 “선생님(이수만)과의 모든 대화를 두절하고,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인 발표와 작별을 고했다”며, “SM 아티스트의 활동에는 선생님의 프로듀싱과 감각적 역량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현재의 이사진에 등을 돌리고, 이수만의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이다.


▲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현재의 이사진을 지원하고 나섰다

하이브가 게임에 뛰어들다

경영권이 흔들린 이수만은 그리고 실제로 이번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이 제3자 배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송에 나섰다. 그리고 2월 10일에는 하이브를 이 싸움에 끌어들였다. 하이브는 이수만이 보유한 SM의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할 것을 밝혔다. 이수만과 하이브가 손을 잡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현재의 이사진 배제에 나선 것이다. 하이브는 이어서 SM의 주식 595만 주를 주당 12만 원의 가격으로 장내에서 공개 매수할 계획도 전했다. 이는 회사 주식의 25%에 해당한다.
공개 매수가 실제로 성공할 경우, 하이브는 단숨에 최대주주에 오르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수만으로부터 인수한 지분, 그리고 그에게 남은 주식 전량까지 합치면 최대 43%에 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어서 2월 16일, 하이브는 지금의 경영진을 배제한 새로운 경영진 구성을 제안했다. 여기에 현재의 하이브 임원진은 없었다. 하이브는 SM의 색채를 존중하기 위해, 자신들의 크리에이티브 인사들은 SM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이브의 박지원 CEO는 “하이브가 매니지먼트 컴퍼니로서 당사 아티스트를 존중하고 아끼듯이 SM 아티스트 분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 밝혔다.


▲ 이수만은 하이브엔터테인먼트를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초유의 쩐의 전쟁, 폭등하는 주가

하지만 이것으로 하이브의 SM 인수전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수만과 하이브, 그리고 현재의 이사진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은 마침내 ‘쩐의 전쟁’으로 번졌다. 우선, 하이브의 공개 매수는 실패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폭등했고, 하이브엔터테인먼트가 공개 매수하고자 한 12만 원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결국 당초의 목표치인 25%에 한참 못 미치는 0.9%만 확보할 수 있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제3자 배정에 대한 이수만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하이브에 대응해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SM의 지분을 주당 15만 원으로, 최대 35%에 달하는 목표로 공개 매수할 계획을 밝혔다. 만약 이것이 성공하게 된다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를 제치고 1대 주주로 오르게 된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SM의 주식은 다시금 폭등했다. 이후, 하이브는 카카오가 제시한 15만 원을 넘는 18만 원으로 공개 매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 든든한 자금을 쌓아놓은 두 회사의 ‘쩐의 전쟁’이 펼쳐졌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상징하는 것

두 회사의 인수전 속에서, SM 내부 임직원의 의견도 갈렸다. 넓게 보자면 이수만 대주주(이하 직함 생략)와 현재 회사 경영진의 갈등으로 볼 수 있는데, 둘 중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에 대한 의견이 나뉘는 것이다. 현재의 경영진이 발표한 ‘SM 3.0’은 이수만을 지우기 위한 조치임이 분명하다. SM 경영진은 이수만의 주도로 H.O.T, 보아, 동방신기, 신화, 슈퍼주니어 등의 팀이 탄생한 2010년까지를 SM 1.0, 이수만이 총괄 프로듀서로서 만들어낸 팀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2022년까지를 SM 2.0으로 설명했다.
SM 3.0은 이수만의 프로듀싱 없이, 정확하게는 라이크기획 없이 나아가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수만의 독점 프로듀싱 체제에서 벗어나 5개의 제작센터, 내외부의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음악을 생산하는 ‘멀티 프로듀싱’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내부자들의 갈리는 의견은 더 구체적으로는 기존의 체제를 지지하는가, 아니면 SM 3.0의 멀티 프로듀싱을 지지하는가의 의견 차이로도 볼 수 있다.


▲ 이진수 대표와 김성수 대표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시너지의 카카오, 독립성의 하이브

SM의 인수에 나선 카카오가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은 ‘시너지 효과’였다. 카카오는 음원, 팬 플랫폼 등 기술의 측면에서 협업을 진행할 것이며, 향후 SM과 함께 글로벌 K팝 아티스트를 기획하고 데뷔시키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이자 이번 SM 인수전에서 전면에 나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의 운영사다. SM과 카카오의 만남을 통해, 멜론 등의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까지 꾀했던 것으로 읽힌다. 카카오프렌즈 등 캐릭터 IP 사업에서의 노하우를 살릴 것도 기대가 된다.
하이브와 이수만의 경우에는 도덕성 측면에서는 불리한 위치에 있었던 걸 부정하기 힘들다. 이수만의 라이크기획과 SM의 계약은 해석에 따라서는 배임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라이크기획이 담당하는 음원 프로듀싱이 SM 내부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음에도, 창업자로서의 권한을 남용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의식해서, 하이브는 지금의 SM에 입을 대지 않는 ‘독립성 보장’에 방점을 찍었다. 하이브 박지원 CEO는 용산 하이브 사옥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열고, SM 인수와 관련해 SM의 독립성을 보장할 것이라는 입장을 직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는 설명회에서 “SM의 레거시를 존경한다”며, “SM은 SM만의 가치가 있고, 그 색깔을 지켜갈 것”이라 말했다. 또한 “(이수만이)더는 로열티도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며 SM의 내부 불안을 다독이기도 했다. 즉, 문제가 되는 라이크기획과의 불합리한 고리를 끊고 SM 고유의 색채를 유지할 것이라 밝힌 것이다.


▲ SM의 레거시를 유지할 것인가, 새롭게 시작할 것인가의 문제

하이브, 백기를 들다

하이브와 카카오, 양쪽 모두 출혈이 극심했던 인수전은 결국 두 회사의 타결로 끝이 났다.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안으로 마무리가 된 것이다. 하이브는 3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 절차를 중단함을 밝히며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과열된 경쟁 구도를 경계한 입장 표명이었다. 실제 두 회사가 협상에 들어간 것은 지난 3월 10일부터였으며, 협상 3일째에 전격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이브는 카카오측의 공개 매수로 인해, SM 인수를 위해 상정해야 할 금액이 적정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했다. 합의의 결과로 SM 정기주주총회에서는 하이브측 사내이사 후보들은 모두 사퇴할 예정이며, 사외이사 후보와 관련해서는 카카오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이수만으로부터 매입한 SM의 지분 14.8%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 대규모 인수전에 부담을 느낀 하이브가 백기를 드는 형태로 막이 내려졌다

새로운 시대를 맞은 ‘카카오 SM’

이제 다시금 안정을 찾은 SM은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될까. SM은 카카오와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이들이 가장 먼저 해소해야 하는 것은 ‘아티스트 육성’에 대한 의문이다. SM의 아티스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분위기와 세계관은 카카오 산하에서 제대로 발휘되기는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라이크기획과의 동행을 주장하던 이들의 주된 근거도 여기에 있다. 카카오 산하에서 탄생하는 K팝 신인 아이돌 팀은 SM의 지금까지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느 쪽의 프로듀싱이 우위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특색이 없는 팀이 탄생해 결과적으로는 SM의 색채를 잃어버리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카카오의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소속 아티스트들이 동원되는 데에서 그칠 수 있다는 예상도 무시할 수 없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O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만 할 뿐, SM의 성장을 위한 지원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SM은 그들 스스로가 부정했던 이수만의 영향력 없이 새로운 아티스트를 잘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검증해야만 한다. SM의 이성수 공동대표는 프로듀싱 실장 시절, 이수만 덕의 지금의 SM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그는 이수만 당시 회장이 숨소리 하나, 가사 소절 하나까지 다 챙기며 불가능할 정도로 업무량을 소화한 덕에 지금의 SM이 있을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수만 없는 SM, 카카오를 등에 업은 현 경영진은 과연 SM 3.0 시대를 제대로 꾸려나갈 수 있을까.


▲ 카카오 산하의 기업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는 SM엔터테인먼트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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