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앱의 역사, 여기에 기록하다 - 스마트폰 앱 실록

본격적인 시장의 형성, 2009년

‘IT버블’의 재현이었다. 2009년은 IMF 직후 불었던 IT시장의 버블이 스마트폰 콘텐츠 시장에서 다시금 재현되는 것 같았다. 규격화된 IT시장의 고급 인력들이 스마트폰 콘텐츠 시장으로 뛰어들었고, 또 많은 개발자/소규모 개발사들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격심한 시장의 반응에 대중은 얼떨떨했고, 신규 시장을 이끄는 이들은 눈을 번뜩이며 새로운 시장을 탐구했다. 누구보다 빠르고 남들과 다르기만 하면 누구나 시장에서의 성공을 경험할 수 있었던 이 시기는 벤처 기업들에게 있어 그야말로 황금시대였다.

▲ 각 스마트폰 오픈마켓별 앱 수(연말 기준)

▶ 안드로이드 마켓의 등장

iOS와 Windows Mobile의 정면승부는 사실상 iOS의 승리로 끝났고, 심비안/블랙베리와는 점유하고 있는 시장이 다소 달랐다. iOS가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절대강자로의 등극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로 돌아가는 수익이 많지 않았던 iOS 채택 단말기(아이폰) 대신 통신사와 제조사가 수익을 공유하는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는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선을 보이자, 통신사는 열광했고 수많은 안드로이드 단말기들이 쏟아져 전 세계적으로 iOS와 안드로이드의 양강 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의 득세로 인해 콘텐츠 오픈마켓인 안드로이드 마켓이 주목을 받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리라. 하지만 2008년 10월 22일 세상에 첫 선을 보인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은 안드로이드 단말기의 빠른 보급과는 달리 비교적 더딘 성장을 기보였다. 안드로이드 마켓은 앱스토어에 비해 많은 약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는 루팅이 빈번했고, 개방형 OS인 안드로이드의 특성상 불법복제가 iOS 계열보다는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아울러 간략화된 마켓의 심의과정 때문에 부실하거나 저질의 콘텐츠가 마켓에 범람하는 문제도 존재했다. Object-C를 통해 개발해야 하는 iOS나 시장성이 상실된 Windows Mobile 대신 JAVA를 기반으로 한 안드로이드의 콘텐츠 개발은 개발자들에게 있어 수월했지만,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안드로이드 마켓은 초반에는 개발자들에게 있어 선호되지 않는 시장이었다.

▲ 카테고리별 콘텐츠(연말 기준)

▶ 자본력보다는 아이디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한, 스마트폰 콘텐츠 개발자라면 누구나 목표로 하는 콘텐츠가 바로 ‘앵그리버드’다. 핀란드 회사인 로비오 모바일에서 개발해 iOS용으로 출시되어, 2010년 10월까지 줄곧 앱스토어 유료 앱 부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앵그리버드는 이제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글로벌 ‘국민 게임’이 되었다.
‘무기’를 당겼다 놓아서 ‘적’을 공격한다. 실로 단순한 방식의 이 게임은, 간단한 소규모의 플래시 게임에서 착안하여 개발된 콘텐츠다. 심플한 게임성에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귀여운 캐릭터, 그리고 거기에 더해 소규모 개발사다운 특유의 톡톡 튀는 발상이 더해진 이 게임은 현재까지 2억 5천만 다운로드를 기록, 유료 다운로드만 1천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한 스마트폰 콘텐츠 시장의 하나의 ‘신화’로 기록되고 있다. 그리고 이 앵그리버드는 자본력보다는 아이디어 기반의, 잘 만들어진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다는 대표 사례로 아직까지 거론되고 있다.
여담으로, 더 재미있는 건 275일 동안 유료부문 1위를 차지한 앵그리버드의 순위를 잠시나마 끌어내린 콘텐츠도 같은 개발사의 ‘Cut the Rope’라는 점이다. 고스톱에 비유하자면 따닥?!

▶ 국내사정

기본 유틸리티 중심의 앱 제작

국내 콘텐츠 시장은 해외 시장의 비해 다소 특이성을 띠고 있다. 바로 심의 없이는 게임이 출시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앱스토어/안드로이드 마켓에 ‘게임 카테고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해외에서의 시장 초기와는 달리 게임 콘텐츠 대신에 이미 시장을 경험한 얼리어댑터들을 중심으로 제작되는 ‘유틸리티 카테고리’가 큰 인기를 끌었다. 몇몇 게임 콘텐츠가 정식으로 심의를 받고 오픈마켓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 등록되었으나, 시장을 선도하던 콘텐츠들은 대부분 유틸리티 콘텐츠였다.

불꽃 튀는 경쟁의 시작, 시장을 선점하라!

기본 유틸리티의 제작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많은 개발자들은 해외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벤치마킹하여 국내에 속속 출시했다. 유사한 서비스들이 며칠 간격으로 오픈마켓에 등록이 되었고, 조그만 차이로 유사한 앱들 간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 당시의 초기 이용자 확보에 성공한 콘텐츠들은 지금 대부분 스마트폰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빅플레이어’가 되었으며, 역으로 많은 후발주자들에게 자신의 콘텐츠를 벤치마킹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모로 이 당시는 누구보다 빨라야 했고, 남들과는 달라야 했다.

소비자들의 승리? ‘서울버스’

시장이 달라졌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의 콘텐츠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그에 따라 콘텐츠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스마트폰용 콘텐츠 ‘서울버스’의 서비스 차단 사태다. 바로 시장 초기 스마트폰 필수 앱으로 자리잡았던 무료 콘텐츠 ‘서울버스’의 서비스가 서울시/경기도에 의해 차단되자, 개발자가 아닌 이용자들이 단체로 항의해 서비스를 정상화시킨 사건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의식구조와 소비자층의 능동성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으며, 소비자 의식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음을, 다시 말해 ‘시대가 바뀌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 주목할 콘텐츠

Cacao Talk

성공하는 콘텐츠들은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시장을 선점’해야 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하며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 카카오톡이 이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다. 스마트폰의 필수 콘텐츠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은 현재 다양한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며, 스마트폰 킬러 콘텐츠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미 있는 콘텐츠를 빠르게 벤치마킹하고, 국내 이용자들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해 성장한 카카오톡은 현재 스마트폰 콘텐츠를 개발하는 개발사/개발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고, 스마트폰 시장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공룡 콘텐츠’가 되었다.

Homerun Battle 3D

국내 피처폰 게임 콘텐츠 시장에서 1인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컴투스는 국내 모바일 콘텐츠 기업들 중 시장의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한 기업이다. 2009년 출시된 이 콘텐츠는 실로 단순한 게임 방식의 라이트한 3D 스포츠 게임이다. 그해 ‘IGN 2009년 최고의 스포츠 게임’으로도 선정된 ‘홈런배틀3D’를 통해, 컴투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콘텐츠 기업 중 하나로 주목받을 수 있었다. 이 콘텐츠는 2011년 5월 네트워크 대전 횟수 2억 회를 넘기며, 지금까지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 장수 콘텐츠이자 국내 콘텐츠의 대표적인 글로벌 시장 성공 사례로 아직까지 이야기되고 있다.

Foursquare

스마트폰이 가지고 있는, 피처폰과의 주요한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GPS다. 스마트폰의 위치기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GPS 기능은 이제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이 되었다. 이 GPS를 활용한 서비스인 LBS(Location Based Service)는 시대를 구분 짓는 가장 뚜렷한 특징을 지닌 서비스다. 자신의 현재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주변의 정보를 정리하여 출력하는 LBS의 지표를 세운 서비스가 바로 ‘포스퀘어’로, 웹 기반의 포스퀘어는 스마트폰, 그리고 스마트폰의 GPS를 만나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스마트폰용 포스퀘어는 스마트폰용 LBS의 지표를 마련한, 스마트폰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 중요한 콘텐츠다.

월간 앱스토리/최덕수 기자

신효송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