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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스마트폰 사업 철수, 제2의 LG 반도체 되나

기사 입력시간 : | 최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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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화두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6년 모듈형 플래그십 스마트폰 G5가 실패를 거둔 이후로 LG전자는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2015년 2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연속 23분기 적자가 기록됐다. 누적 적자액만 5조 원이 넘는다. 반면, 같은 기간 LG전자의 가전 사업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 스마트폰 사업은 말 그대로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LG전자의 아픈 손가락,

스마트폰 사업

매 분기 사업이 적자를 기록했음이 알려질 때마다, LG전자를 향해서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누가 보더라도 긴 시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그러한 지적은 적확함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놓지 않은 이유 또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었다. 스마트폰이 향후의 가전 사업에서의 중요한 키가 될 것이라는 점을 모르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혁신적이었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컸던 모듈형 스마트폰, LG G5

LG전자 사업에서 가전사업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가전시장에서 LG전자의 위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지난 3월 16일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매출은 63조 2620억 원, 영업이익은 3조 19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LG전자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생활가전 분야다. 현재의 생활가전은 단순히 제 기능을 다 한다고 판매량이 보장되지 않는다. 연결성, IoT의 확장성을 감안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IoT의 허브가 되는 스마트폰을 가전시장을 중시하는 LG전자가 등한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스마트폰 사업 부흥을 위해 LG전자는 많은 노력과 상응하는 비용을 쏟아왔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과거처럼 날아올라야 하는 상황임에도 LG전자는 쉽사리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마케팅 비용 증가, 생산효율 악화,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중국 업체들의 가파른 성장세,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 등이 매 분기 때마다 실적 부진의 이유로 지적됐고, 또 매 분기마다 LG전자는 이를 타파할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거의 매년 스마트폰 사업의 수장이 바뀌었고, 매년 쇄신을 부르짖었지만 뾰족한 타개책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에 이르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매각, 축소,

철수 논의의 시작

처음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향방에 대한 달라진 태도가 전해진 것은 올해 1월이었다. 뉴스미디어를 통해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어서 회사 차원에서 사업 매각, 축소, 유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운영 방향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 나왔다. 이후 베트남 빈 그룹, 독일 폭스바겐, 페이스북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LG 벨벳의 뒤를 이을 레인보우의 출시가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매각이 아닌 철수로 관측하는 이들이 점차 많아졌다. 내부적으로 사업을 원만하게 정리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유력 인수 대상자들과의 협상도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출시를 예정하고 있던 전략 스마트폰의 출시도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V 시리즈를 잇는 유니버셜 라인의 ‘레인보우’ 출시가 보류되고, 시장의 큰 관심을 받은 롤러블 스마트폰의 출시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LG 롤러블폰의 출시도 불투명한 상황

매체들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후의 움직임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구광모 LG 대표가 결단을 내린 MC사업본부 철수 이후 어떤 방식의 체질 개선을 이뤄낼지, 향후의 핵심 사업으로 주목을 받는 전장 분야에서 어떤 추진력을 얻어낼지, 스마트폰 사업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서 글로벌 시장 재도약을 이뤄낼지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상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벌써 ‘언젠가는 했어야만 했던 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못내 아쉬워

혹자는 LG전자가 프리미엄 라인업을 버리고, 실속을 기할 수 있는 중저가폰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는 방안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 세계 가전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그래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진 회사의 입장에서 이는 유의미한 선택지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인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에서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 상황에서 LG전자는 적자를 감내할지 사업을 철수할지의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음이 당연하다.

▲IoT의 허브가 되는 스마트폰은 생활가전 경쟁의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십분 이를 감안하더라도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혹 지금의 선택이 1999년의 ‘빅딜’로 인해서 잃어버린 반도체 사업의 재래가 되지 않을지 우려가 되기 때문이다. LG그룹은 1979년 대한전선 계열 대한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고, 1995년에는 LG반도체로 순이익 9천억 원을 기록하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LG그룹의 먹거리였던 반도체 사업은 하지만 IMF 위기 이후 5대그룹의 빅딜 과정에서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이후 LG반도체는 SK그룹에 인수되며 SK하이닉스로 날아오르게 된다.

▲LG전자의 IoT용 운영체제, webOS

물론 LG반도체의 빅딜과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같은 선상에서 얘기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반도체 사업을 넘긴 것은 LG그룹의 의지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반도체 사업 못지않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생활가전 전반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미래 산업의 한 축을 잃게 되는 뼈아픈 결과로 똑같이 이어지게 될 것이 우려가 됨도 사실이다.





금번 결단이

독이 되지 않기를

기술력의 측면에서 LG전자 스마트폰은 경쟁사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시장을 압도할 만한 제품이 아닌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LG전자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만듦새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처지지도 않는다. 비록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하긴 힘들더라도 모듈형 스마트폰, 세컨드 스크린처럼 다른 제조사들과 차별되는 자신들의 색깔을 가진 제품을 꾸준히 내놓았고, 이를 선호하는 LG전자 스마트폰 마니아층도 분명 존재한다. 롤러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이라는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비장의 무기, 앞선 기술력, 다양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제조사이기도 하다.

▲LG전자 스마트폰 브랜드의 마니아층은 분명히 존재한다

철수라는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라 계속 가능성을 이어나갈 수 있는 선택지를 취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활가전 다음의 단계로 주목하고 있는 전장사업에서도 스마트폰 사업은 분명 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webOS를 통해 IoT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지만, 자사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보다 이것이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확장의 가능성을 계속 가지고 갈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면에서 IoT, 전장사업에 대응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점은 의심하지 않는다. 자사의 핵심 모바일 기술은 이미 내재화돼 있으며, 하드웨어가 아니더라도 소프트웨어와 원천기술의 측면에서 계속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결단 소식을 듣는 마음은 내심 아쉽기만 하다. 긴 시간 쌓아온 핵심 경쟁력이 포기되지 않는 방향으로, ‘한방’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을 계속 유지해 가며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는 쪽으로 고민의 갈피가 잡혔으면 어땠을까 싶다. 결론이 나버린 지금의 상황에서는 CTO 부문에서 모바일 관련 R&D를 계속 하겠다는 입장을 표한 만큼, 부디 LG전자 스마트폰 기술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기만이라도 바라본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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