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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의 몰락, VR이 주도할까?

기사 입력시간 : | 최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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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위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체인인 메가박스가 매각을 검토했다는 소식이 지난 3월 초 전해졌다. 메가박스의 모회사인 제이콘텐츠리는 매각하려는 의사가 전혀 없다고 부정하며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이들이 실제 매각 절차에 나서더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보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큰 타격을 받았으며, 올해에도 상황은 빠르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겪는 것은 메가박스만이 아니다. CJ CGV는 진출 3년 만에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며, 롯데시네마는 직영점 20곳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2가

던진 화두

멀티플렉스 극장의 어려움과는 반대로, ‘개인화된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분야가 VR 분야다. HMD(Head Mounted Display)에 자이로 센서를 단 형태의 VR 기기들은 잠시간의 부침을 겪은 후, 현재는 반등하는 추세다. 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페이스북의 오큘러스(Oculus)다. VR 기기 전문 제조사인 이들은 작년 10월 13일 새로운 VR 기기이자 호평을 받았던 오큘러스 퀘스트의 후속작 '오큘러스 퀘스트2'를 내놓았다. 프로세서의 변경으로 성능은 전작 대비 2.6배가 향상됐으며, 디스플레이 픽셀 수는 50%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100달러가량 저렴해진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제품이다.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한 VR HMD 디바이스, 오큘러스 퀘스트2

작년 4분기 이 제품은 109만 8천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VR 기기가 한 분기에 100만 대 이상 판매된 것은 오큘러스 퀘스트2가 처음이다. 현재까지 오큘러스 퀘스트2는 전 세계적으로 300만 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큘러스 퀘스트2는 출시 개시 3일 만에 4천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지난 3월 11일 개시된 2차 물량도 판매 개시 직후 매진을 기록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VR 시장에서 눈을 돌렸던 삼성전자도 다시 이곳을 주목하고 있다

VR 헤드셋 기기가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시장 진출을 다시 모색하는 이들도 있다. ‘삼성XR’ 서비스를 종료하고 기존 출시 기기의 지원을 중단했던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새로운 VR 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애플도 빠른 시일 내에 VR 헤드셋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유행했던 3D TV처럼 사장될 것으로 여겨졌던 VR 시장이지만, 이제는 본격적인 대중화의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VR 콘텐츠의 증가,

그리고 HMD로서의

발전

하지만 VR 기기가 온전히 VR 콘텐츠만 즐기기에는 아직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여전히 사람의 오감을 모두 대체하지 못하는 VR 기기는 멀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게임, 앱 등 전용 콘텐츠가 많아졌고 유튜브와 같은 기존 플랫폼들의 VR 전용 콘텐츠도 늘어났지만, 여전히 이런 콘텐츠만을 즐기기 위해 40만 원대의 오큘러스 퀘스트2를 구매하는 것은 부담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실제 제품을 구매한 이들도 기기의 VR 콘텐츠에 대해 대부분은 “재미있지만 오래 즐길 콘텐츠는 아니며”, “VR 기기의 이용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를 주로 내리는 편이다.

▲애플도 가까운 시일 내에 HMD 기기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65개 VR 게임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55.4%는 향후 VR 게임장 산업이 악화될 것이라 응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좋아질 것이라 응답한 비율은 24.6%에 불과했다. VR 게임장 사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의 이유 대부분은 ‘콘텐츠’였다. 소비자의 관심이 줄어들어 VR 게임 이용 자체가 감소(66.7%), 소비자의 관심을 끌만한 VR 게임 콘텐츠 부족(41.7%)의 응답이 전체 설문 문항의 1, 2위를 차지했는데, 이 모두가 VR 콘텐츠에 대한 부정적 현황과 전망을 드러낸다 할 수 있다.

▲HMD로서의 기능 향상도 VR 기기의 대중화에 한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큘러스 퀘스트2의 열풍이 뜨거운 이유로 시장에서는 VR 본연의 기능보다는 HMD로서의 기능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분석을 내놓음이 옳을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OTT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모두 오큘러스 전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의 경우에는 마치 영화관에 앉아서 콘텐츠를 열람하는 것과 같은 UX를 VR 기기를 통해 제공해 주목을 끈다. 오큘러스 퀘스트2의 추천 이유로도 전용 VR 콘텐츠 못지않게 유튜브, 넷플릭스 시청이 꼽힌다. 오큘러스 퀘스트2의 흥행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VR 기기가 아닌 HMD로서의 기능인 것이다.

내 눈앞에 극장 스크린이

펼쳐진다면

VR 시장은 더디지만 오큘러스 퀘스트2의 흥행을 계기로 다시금 발전의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VR 시장의 규모는 작년 120억 달러(약 13조 4천억 원)에서 오는 2024년에 728억 달러(약 81조 5천억 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애플이 개발 중인 AR 글래스가 출시되면 속도는 더 가파르게 오를 것이며, 여기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 제조사들이 가세하면 이 긍정적인 예상치마저 넘어설 수도 있다.

▲극장에서의 경험을 현재의 VR 기기들은 유사하게 전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VR 기기의 하루 평균 이용량 증가율은 작년 37.9%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VR HMD 기기의 보급률이 커지고 또 이용률도 높아지면서 다양한 업계에서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콘서트를 VR 콘텐츠로 제작하고 보급하는 데에 노력하고 있다. 미술계는 언택트 뮤지엄, 온라인 전시 관람의 수단으로 VR 기기를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시드니 비엔날레는 작년 역사상 최초로 VR, 팟캐스트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많은 것들이 이제는 대체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으며, 그 중심에 위치한 VR HMD 기기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관련된 전용 콘텐츠의 발전도 물론 무시할 수 없다

다시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메가박스를 비롯한 국내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은 코로나19의 시국이 끝나면 상황이 호전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지금 힘든 때를 최대한 버텨내고자 집중하고 있다. 70%가 감소한 관객 수가 코로나19 이후로는 제자리를 찾을 것이며, 그때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며 버틸 각오를 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연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는 모든 것이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게 될까. 혹시 지금의 상황이 앞으로의 ‘뉴노멀’이 되지는 않을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영화관의 몰락을

VR 기기가 주도할 수도

VR 기기를 새로운 형태의 HMD로 포장해 광고하던 행태는 시장이 형성되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러한 광고 문구들이 대중들에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당시에는 일반적인 디스플레이로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보다 더 조악한 품질이 큰 걸림돌이 됐다. 출시된 기기들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은커녕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만큼의 만족감도 주지 못했다. “영화관의 몰입감을 집에서 경험하라”고 외치던 VR 기기 관련 업체들은 결국 하나둘 시장에서 발을 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오큘러스 퀘스트2를 위시한 VR 기기의 영상 콘텐츠 감상 기능은 발전할 것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기술은 발전했고 이제는 영화관을 가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VR 기기를 통해 누릴 수 있게 됐다. 아직도 VR 시장은 전용 콘텐츠 부족의 문제를 겪고 있지만, HMD로서의 기능은 과거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발전을 이뤘다. VR HMD로 즐길 수 있는 영상 콘텐츠의 편리함도 과거와는 비할 수 없는 상태다. 상영관을 잡지 못한 영화, 콘텐츠들은 OTT 서비스로 모여들고 있고, 현재도 새로운 OTT 전용 콘텐츠가 계속 제작되는 중이다. 앞으로도 극장이 아니라 OTT 서비스, 혹은 극장 개봉과 OTT 콘텐츠 동시 오픈을 선택하는 영상물은 많아질 것이다.

▲과연 개인화된 VR 기기가 온전히 극장에서의 경험을 대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큘러스 퀘스트2의 기록적인 흥행, 거기에 더한 멀티플렉스 영화 사업자들의 진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대로 이어지고 영화관 대신 집을 선택하는 행위가 뉴노멀로 굳어지게 된다면, 정말로 멀티플렉스 체인은 없어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VR 시장의 확대, 콘텐츠의 증가, 그리고 관련 기기의 발전은 가속도를 더하게 될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VR 기기가 영화관을 몰락시키게 되는 그림이 그려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정말로 오큘러스 퀘스트2가 멀티플렉스 영화 사업 몰락의 시발탄으로 기록되게 될 것인지, 앞으로의 추이를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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