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6.6% 줄어들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발병하기 시작한 지난 1월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약 7% 감소했으며, 2월에는 약 14%나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가 지속되면, 최소한 올 상반기는 물론이고 2020년 전 기간에 걸쳐 상당한 영향이 미치게 된다.

삼성, 의외의 선방

업계에서는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의 1분기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삼성이 타격을 입었느냐의 여부는 향후 증시 시장 등락을 결정할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6조 원대에서 5조 원대로 하향 조정했다는 점이다. 무선사업, 가전,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기대치에 못 미치는 부진이 있던 터라 그렇다. 특히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단 6천만 대에 그쳤고, 야심작이던 갤럭시S20의 흥행 미진으로 삼성의 실적 악화는 기정사실화되는 듯했다.

▲​삼성은 지난 4월 7일 잠정실적을 공개했다

그러나 지난 4월 7일 삼성이 공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6조 4천억 원에 매출은 55조 원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2.73%, 4.98% 소폭 상승한 수치를 기록했다.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는 반도체 부문에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스마트폰(무선사업) 및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것을 실적 호조의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통계상 무선사업 부문에서 생각보다 코로나19의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의 이번 잠정실적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질적으로 판매량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고, 시장을 평가하는 바로미터가 즉 삼성의 실적이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1분기보다 2분기 실적이 특히 중요하다"라고 입을 모은다. 통계상 스마트폰 판매량의 급감은 지난 3월부터 진행됐고, 반도체 부문에서 여타 부문의 손실을 메웠다는 판단이다.

전망치 하향 조정한 애플

한편 애플은 일찌감치 보도자료를 통해 1분기 매출 전망치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앞서 애플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이번 1분기 매출 역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결과적으로는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내 제조 파트너들의 생산 차질과 수요 급감으로 인해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참고로 전 세계 아이폰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애플은 기존에 제시한 가이던스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 밝혔다

기사 작성일 기준 애플의 1~3월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 2월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61%나 감소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기존에 제시했던 가이던스(기업이 예상하는 실적 전망치, 1월 발표)인 매출 630억~670억 달러보다 많게는 20% 이상은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투자기관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중국에서의 아이폰 판매량은 애플 전체 매출의 15%에 달한다. 전 세계 아이폰 판매량 역시 36%나 감소했다.

▲​중국에 아이폰 생산 공장을 두고 있어 더욱 차질을 빚었다

직격탄 맞은 중국

중국 시장이 큰 애플이 이 정도 타격이라면, 중국 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상황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을 제외하고 유의미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업체는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정도로 볼 수 있다. 이들은 그야말로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월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동기(약 1,450만 대)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634만 대를 기록했다.

▲​특히 상반기 신제품을 출시한 화웨이의 타격이 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던 화웨이의 경우 지난해 동기보다 출하량이 69%나 급감해 4위로 떨어졌다(애플이 2위, 샤오미가 3위다). 2월 판매량은 약 28% 하락했다. 관계자들은 화웨이가 중국 내수 시장 비중이 크고 코로나19의 영향권에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있었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실제로 중국은 2월 중 대부분의 스마트폰 생산 공장과 판매 점포가 문을 닫았다.

▲최근 출시된 화웨이 P40

여기에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화웨이가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를 일체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또 하나의 캐시카우 시장이었던 유럽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하지 못하게 된 것도 점유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중국 외 지역에서 심화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출시 일정 변화 없을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제조사들은 신제품 출시와 관련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상반기 최대 모바일 컨퍼런스인 MWC까지 취소되면서 LG를 비롯한 많은 업체들의 신제품 및 신기술 공개가 미뤄졌고, 불문율로 여겨지는 제조사별 출시 일정에까지 차질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당장 애플의 아이폰SE의 출시 일정이 기존 3월보다 미뤄졌고, 오는 가을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아이폰12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폭스콘에 따르면 아이폰12의 가을 출시는 문제없다고는 하나, 코로나19의 확산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안혜선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