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역사를 한 눈에 본다 - ‘스마트’하게 돌아보는 ‘스마트력(歷)’ ⑤

새로운 강자가 등극하니, 다시 한 번 전란의 바람이 분다
2011년, 후삼국시대

안드로이드로 대동단결한 군소세력과 아이폰의 싸움이 지겨워지려는 찰나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옛 이름들이 다시금 전란의 땅에 들려오니…… 변방의 노키아와 추억의 강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손을 잡고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각자의 땅을 굳세게 지키니, 싸움은 길어지고 끝이 날 줄을 모르네……

[2011년 국내 휴대폰 판매순위]

[스마트폰 OS 점유율]

패자의 역습, 옵티머스

‘지금 스마트폰 문제는 일개 사업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갤럭시S나 아이폰을 잡을 스마트폰을 만들라!’
이 말은 LG전자 구 부회장의 취임 직후의 지시사항이다. 간신히 작년 말, 보급형 스마트폰 옵티머스원으로 LG전자는 체면치레를 했다. LG전자는 작년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2011년에는 16조원(오타 아니다)을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간 휴대전화 개발을 이동통신 사업부 산하 연구소가 전담하던 전례도 깨고, LG전자 CTO 직속 기구인 멀티미디어 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절치부심한 LG전자가 다시 한 번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에 비견할 고스펙의 전략폰이었고, 그 첫 결과물이 바로 세계 최초의 듀얼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2X’였다. 옵티머스2X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SKT와 공동으로 개발한 전략 제품이었고, 제품의 스펙과 더불어 SKT의 눈부신 마케팅 지원을 통해 올 상반기 주목되는 제품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일단 현재로서는 지난 4월 1일 기준 27만대의 누적판매량을 기록하며, 지금까지의 실패를 만회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제 LG전자는 겨우 스마트폰 경쟁에서 타 업체와 비견할 수 있을 정도의 명시적인 성과를 손에 넣었을 뿐이며, 최고의 스펙이라는 칭호는 이미 모토로라 아트릭스에 넘어갔다. 더욱이 삼성의 갤럭시S2가 출시될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잠시간의 영광일 뿐이다. 앞으로의 시장에서 LG전자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손잡은 노키아와 MS

심비안의 시작은 휴대폰 시장에서의 MS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심비안은 노키아를 비롯하여 모토로라, 파나소닉, 소니, 에릭슨, 삼성전자, 지멘스, 사이온 등의 단말기 업체들이 공동 설립한 모바일 OS 개발업체의 이름이었으며, 이 개발업체에서 개발한 OS를 역시 심비안이라고 불러왔다. 그리고 이 ‘유한회사 심비안’으로부터 노키아는 ‘심비안OS’를 인수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심비안을 가지고 있는 노키아가 자신이 견제하고자 했던 MS와 손을 잡았다. 2011년 2월 11일, 노키아는 MS와 모바일OS, 빙(Bing), 기타 콘텐츠 제휴 협력을 진행했다. 그리고 아울러 제1플랫폼을 심비안이 아닌 MS의 Windows Phone으로 가져가겠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Windows Phone은 2010년 10월 21일 유럽, 2010년 11월 8일 북미에서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미 시장에서 2% 내외의 충격적인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노키아와 MS는 서로의 필요로 인해 ‘어제의 적’임에도 ‘내일의 동지’가 되기를 택했다.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점유율 1위의 노키아와 MS의 시너지가 어떤 식으로 효과를 발휘할지 지금은 예상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노키아의 Windows Phone은 어떤 형식으로는 업계에 충격을 가져다 줄 것이며, 앞으로는 구글/애플과 함께 이 연합이 ‘삼국시대’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거라는 걸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태블릿 무한경쟁시대 돌입

모바일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현재, 스마트폰 시장 경쟁의 연장선상에서 다시 한 번 전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바로 ‘태블릿’ 시장에서 말이다. 아이폰으로 점화되어 대형 업체들 간에 피튀기는 전쟁이 전개된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자들이, 그 경쟁구도를 그대로 태블릿 시장으로 가져가고 있는 추세다.
시장을 선점한 것은 역시 스마트폰 시장에서와 같이 ‘애플’. 애플은 아이패드로 태블릿 시장의 가능성을 열었고, 아이패드2로 쐐기를 박았다. 삼성도 이를 좇아 작년 갤럭시탭을 내놓았고, ‘측면승부’를 시도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에는 갤럭시탭 8.9인치 제품으로 정면승부를 전개할 예정이다. 여기에 안드로이드 진영은 모토로라, LG전자, HP, Dell 등 기존의 스마트폰 시장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출사표를 마구 던져대고 있는 상황. 이뿐 만이 아니라 조용히 잠자고 있던 RIM사 마저도 블랙베리 플레이북이라는 강력한 놈을 꺼내 들었다! 시장은 점점 재미있게 돌아가고, 소비자들에게는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제품 선택의 즐거움이 한껏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CES2011에서 삼성 맞은편에 위치, 삼성만큼의 규모로 부스를 빌려 행사를 진행한 업체가 있었다. 레퍼런스폰도 아니오 고스펙의 폰도 아닌 저가의 보급형 스마트폰을 통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업체, 바로 ZTE(중싱통신)이다. ZTE는 SKATE라는 스마트폰을 금번 CES2011을 통해 공개하였으며, 삼성전자에 집중되는 포커스를 자사로 분산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무서운 업체다.
ZTE와는 반대로, 고스펙의 단말기로 국내 이용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는 중국발 스마트폰 디바이스도 있다. 바로 메이주 M9II. 메이주(Meizu)는 MP3P 시장에서 아이폰과 아이리버, 삼성전자, 코원 같은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치를 때 뛰어난 성능의 M6라는 제품으로 이미 국내 시장에서 호평받은 바 있는 업체다. M9으로 이미 한 차례 중국 내수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바 있는 메이주는 9.4mm 두께, 4인치 디스플레이, 듀얼코어 ARM Cortex-A9 프로세스, 1기가 램/롬 그리고 32기가 내장 스토리지를 탑재한 고스펙의 M9II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기술집약적 사업이라고 하여 무턱대고 중국제품을 무시할 수 있는 때가 아니다. 스마트폰 시장에 있어서 중국의 영향력과 기술력은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고스펙 경쟁을 계속 해 나가는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에 중국 업체가 가세할 날이 머지않았음은 누가 봐도 명약관화. 그렇다고 하여 지금 당장 두려워해야 할 상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마냥 무시해도 될 상대는 절대 아니니 방심하지 말아야겠다.
여담으로 메이주의 제품 디자인을 두고, 국내 마니아들은 중국기업임을 비하하여 ‘짱께디자인’, ‘아이폰카피’ 등이라 부르고 있다. 메이주의 제품 디자인은 현재 한국출신의 디자이너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M9II는 스펙만큼 무서운 제품이니, 무턱대고 욕하기 보담 냉정하게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호연지기를 갖자(……).

월간 앱스토리 / 최덕수 기자

신효송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