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출시되는 모든 스마트폰이 국내에 모두 출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해외 제조사 국내 지사가 수년 전 일제히 국내 시장을 포기하면서 국내에서는 삼성과 LG, 팬택과 같은 국내 제조사의 단말기와 극히 일부의 외산 단말기만 출시되어 선택의 폭이 상당히 좁아졌다. 그래도 개인이 해외에서 들여온 단말기를 국내에서 사용하기 쉽지 않던 장벽이 사라지면서, 이제는 전문 수입업체뿐만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 외산 단말기를 해외에서 구입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국내 미출시 외산폰을 사용하는 유저들 사이에서도 몇몇 모델들은 상당히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국내 미출시 스마트폰 중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모델들을 알아보겠다.

대화면이 경쟁력

샤오미 미 맥스

대륙의 실수 샤오미가 지난해 봄 공개한 미 맥스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크기를 최대한으로 키운 스마트폰이다. 6.44인치에 달하는 엄청난 디스플레이 크기로 손에 쥐고 있으면 스마트폰보다는 태블릿PC를 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나마 베젤이 두꺼운 편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베젤까지 두꺼웠다면 영락없는 태블릿PC 사이즈였을 것이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 시리즈나 애플의 아이폰 플러스 시리즈는 미 맥스에 비하면 오히려 귀여운 느낌이다.

이렇듯 엄청나게 큰 화면에 해상도까지 높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쉽게도 해상도는 1920x1080 FHD이다. 하지만 해상도가 크기 대비 높지 않은 것은 한편으로는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바로 사용 시간 때문이다. 자그마치 4850mAh에 달하는 대용량 배터리와 더불어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QHD였다면 누리지 못 했을 만큼의 긴 사용시간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사양도 꽤나 좋은데다가 슬림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대화면에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진정한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구글 픽셀

구글이 그간 출시하던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폰 시리즈인 넥서스를 접고 새롭게 선보인 레퍼런스 시리즈인 픽셀 시리즈의 첫 번째 스마트폰이다. 넥서스 시리즈는 제조를 담당하는 업체에 구글이 가이드라인을 주고 협력하는 수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구글과 제조사의 로고가 단말기에 함께 새겨졌었다. 그러나 픽셀 시리즈의 경우 모든 설계와 개발을 구글이 단독으로 진행하고 제조사는 단순히 주문대로 제조만 하는 형태로 바뀌어서 제조사의 로고가 찍히지 않는다.

그간 새로운 안드로이드 버전을 테스트하고 알리는 기준 역할을 해온 넥서스 시리즈는 저렴한 대신 단말기의 만듦새는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픽셀의 경우 구글이 프리미엄폰을 표방하며 내놓은 모델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상당히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높은 성능을 갖추고 있어서 출시 전부터 사용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출시한 후 아직까지 국내 출시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많은 마니아들이 해외 직구 또는 외산폰 전문 쇼핑몰을 통해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게 바로 쓸만한 가성비

원플러스 3

원플러스 원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하나를 사면 하나를 공짜로 끼워주는 스마트폰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던 원플러스 사가 지난해 여름에 내놓은 원플러스 3는 하나 사면 세 개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뛰어난 가성비를 제공하는 스마트폰이다. 첫 모델인 원플러스 1(원)부터 디자인이나 가성비에 좋은 평가를 받아온 중국의 원플러스가 세 번째 플래그십 모델로 내놓은 원플러스 3는, 출시 당시 판매 10분 만에 완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끈 것으로도 유명하다.

원플러스 3는 처음 공개되던 때부터 엄청난 가격대성능비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퀄컴 스냅드래건 820 프로세서에 6GB 램, 64GB의 저장공간으로 타사 플래그십보다 오히려 높은 사양을 갖추고 있으며, 지문인식 기능과 고속 충전 기능까지 갖춰 편의성까지 플래그십 수준을 제공하고 있다. 최상위 모델인 삼성의 갤럭시S7와 견줄 만큼 거의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판매가는 출시 당시 399달러, 우리 돈으로 약 46만 원으로 책정되었다. 낮은 사양에 그럭저럭 쓸만한 수준이 아니라, 고사양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진정한 가성비를 갖춘 덕에 국내 사용자들에게도 여전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래 봬도 레노버 브랜드

ZUK Z2

얼마 전부터 외산폰 마니아들 사이에 ZUK이라는 생소한 브랜드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했다. 국내에 정식 공개나 유통된 적이 없는 데다가 해외에서도 ZUK과 관련된 소식은 자주 접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 이름 없는 중국산 저가 단말기를 만드는 중소기업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놀랍게도 레노버 산하 브랜드이다. ZUK의 첫 스마트폰인 Z1은 2015년 출시되었으며, 그 뒤를 이어 2016년에는 ZUK Z2와 Z2 Pro가 출시되었다.

디자인은 극도로 절제된 각진 모습이며, 색상도 블랙과 화이트만 출시되어 마지 팬택 SKY IM-100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전후면은 가장자리가 곡면으로 마감된 강화유리로 되어있으며, 프레임은 특이하게도 유리섬유를 사용해 강도는 높으면서 무게를 줄였다. ZUK Z2의 사양도 퀄컴 스냅드래건 820 프로세서에 4GB 램, 64GB의 저장공간 등으로 고사양이다. ZUK Z2 역시 가성비를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판매가는 1799위안, 우리 돈으로 30만 원 가량으로 저렴한 데다가 현재는 가격 인하로 인해 1399위안으로 낮아졌다. 국내에서도 30만 원 가량에 구입할 수 있어서 외산폰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넌 정말 계륵과도 같은 로망

블랙베리 클래식

태초에 아이폰이 있기 전, 먼저 스마트폰의 시대를 개척하던 이가 선구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블랙베리다. 피쳐폰 시절 숫자 버튼으로 만 이루어져 있어서 이를 이용해 문자를 빠르게 입력하기 힘들었을 때, 블랙베리가 PC 키보드와 똑같이 쿼티 키보드를 가진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상당한 업무 효율성을 제공했다. 덕분에 한때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로망과 같은 이미지를 얻으며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하지만 폐쇄적인 운영체제 정책과 대화면의 시대에 대처하지 못 하고 아이폰 출시 이후 풀터치 스마트폰에 밀려 결국 중국 TCL에 라이센스를 넘겨주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는 디자인이 풀터치 스마트폰과 흡사한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지만 예전의 블랙베리 디자인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는 사용자들은 가장 인기가 높던 모델인 블랙베리 볼드 9900의 외형을 그대로 따온 블랙베리 클래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미 블랙베리가 국내에서 철수한지도 오래 지나 한글 각인이 제공되지 않고, 2년 전에 출시될 당시에도 높은 사양은 아니었기에 성능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블랙베리 만의 감성을 품고 있어 아직까지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