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닷컴 설립자 제프 베조스

‘전자상거래’란 단 하나의 가능성을 집요하게 파고 든 제프 베조스. 고객을 위한 경영철학과 명석한 두뇌로 아마존닷컴을 최고로 올려놓았지만 그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제프 베조스 (Jeff Bezos)

출생 : 1964년 1월 12일(미국)
소속 : 아마존닷컴 (대표이사)
학력 : 프리스턴대학교 컴퓨터공학 학사
경력 : 1995년 아마존닷컴 설립 / 현재 아마존닷컴 대표이사 사장

떡잎부터 돋보인 총명함

▲ 어린 시절의 제프

제프 베조스는 1964년 1월 12일에 미국 뉴멕시코 앨버커키에서 태어났다. 당시 그의 어머니 제키 기스 요겐슨(Jackie Guise Yojenseun)은 겨우 17살의 고등학생이었다. 게다가 제프가 세상에 나와 처음 본 아버지는 친부가 아닌 양부였다. 양부인 미겔 베조스(Miguel Bezos)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미국으로 도피한 쿠바난민이었다. 미겔은 은행에서 근무하던 중 제프의 어머니를 만났고 제프가 네 살이 되던 1968년 결혼과 동시에 제프를 정식으로 입양했다. 미겔은 나중에 엑손의 경영진으로 오를 정도의 뛰어난 두뇌와 경영 수완을 가진 이였다. 훗날 제프가 “미겔은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부지런한 사람입니다.” 라고 말할 정도로 미겔은 그의 롤 모델이었다. 다시 제프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제프는 어린 시절부터 그 비상한 두뇌와 총명함이 겉으로 드러났다. 세 살 무렵에 제프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아기 침대를 어른 침대로 바꿔달라고 주장했다. 어머니가 그의 주장을 거절하자, 몇 시간 뒤 스스로 드라이버를 들고 침대를 크게 개조해버렸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가족이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게 방 출입문에 사이렌을 달 정도였다. 어린 제프를 분석한 책이 발간되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영재 프로그램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총명했던 제프를 눈여겨 본 줄리 레이(Julie Ray)라는 작가는 1977년 ‘밝은 마음으로 돌아가라(Turing on Bright Minds) 라는 책에 그의 놀라운 재능에 대해 기술했다.

독보적인 엘리트

▲ 농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어린 시절의 제프

양아버지인 미겔 외에도 제프에게는 또 한사람의 롤 모델이 있었으니 바로 외할아버지 프레스톤 기스(Preston Guise)다. 프레스톤은 미국 핵에너지위원회를 이끈 고위간부직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제프는 열여섯 살 때까지 매년 여름을 외할아버지의 농장에서 보냈다. 외할아버지가 그에게 다양한 과학이론과 지식을 가르쳐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과학 기구를 만드는 법도 익혔는데 각종 농기구와 진공청소기를 개조해서 호버크래프트(HoverCraft: 압축공기를 이용해서 수면 위에 부상하는 장난감)까지 만들어냈다. 그로 인해 제프의 미래에 대한 꿈은 더욱더 커져나갔다. 이후 착실히 청소년기를 보낸 제프는 프리스턴 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그는 수많은 대학 중에 프리스턴 대학교만 희망했는데, 그 곳에 아인슈타인이 있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평소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을 동경했던 제프는 그들을 따라 물리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컴퓨터공학으로 전과를 하게 된다. 물리학과에 존재한 다른 학생들이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과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1986년 제프는 수석으로 졸업을 하는 영광을 누렸다.

꿈을 찾아 떠나는 청년

명문대학을 수석졸업한 제프를 스카웃하기 위해 기업들은 좋은 조건으로 그를 유혹했다. 그러나 제프의 선택은 엉뚱하게도 신생기업인 글로벌 주식업체 피텔(Fitel)이었다. 제프는 안정적인 대기업보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피텔을 첫 회사로 선택했다. 그는 기술담당 이사직을 수행하면서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의 기술계정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제프의 예상과는 다르게 피텔의 사정은 그리 좋게 흘러가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1988년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인 뱅커스 트러스트(Bankers Trust)로 이직한다. IT 프로그램 관리가 그의 주요업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연소 부사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안정적인 직장과 직위를 가졌지만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 제프의 욕구를 해소해준 직장이 바로 월스트리트의 디이 쇼(DE Shaw) 헤지펀드 회사였다. 1990년 부사장의 직위로 이직하게 된 제프는 사장인 데이비드 쇼(David Shaw)를 만나게 된다. 예술적인 재능과 직관력, 분석력을 고루 갖춘 데이비드는 제프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그들의 파트너십은 끈끈하게 유지되었다. 훗날 제프는 데이비드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데이비드 쇼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다. 그는 좌뇌와 우뇌가 완벽하게 개발된,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이후 그는 1993년 회사동료인 매킨지 터틀(Mckinsey Turtle)과 결혼해 가정을 꾸려나가게 된다. 제프가 매킨지를 배우자로 선택한 이유도 삶의 모토와 비슷했다. 매킨지의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면에 그는 끌렸던 것이다.

현실보다 소중한 것

제프가 결혼한 1993년은 그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해였다. 새로운 온라인의 개념인 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다. 광활한 오프라인의 정보를 단시간에 흡수해서 활용하는 온라인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제프는 온라인의 잠재 가능성을 빠르게 캐치했고 회사에 새로운 아이템을 제시하게 된다. 이 아이템이 바로 전자상거래의 일종인 ‘인터넷 도서 판매’다. 제프는 전자상거래를 생산, 가격 형성, 마진, 보급력, 수요 등에 연관 지어 다양하게 분석했고 이 모든 사항이 도서의 효율적인 판매에 연결된다고 직감했다. 제프는 아이템을 작성한 기획서를 상사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거절이었다. 환상을 좇지 말라는 것이다. 당시에 인터넷은 보급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단순히 어느 정도만 떠오르는 시스템이라 예측한 상황에서 제프의 기획서는 너무 가능성만 제시했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단념하지 않고 좀 더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기획서를 제출했지만 회사는 허가해주지 않았다. 이에 제프는 1994년, 미련 없이 아내와 함께 회사를 떠났다. 연봉 100만 달러의 안정적인 직장보다 꿈을 택한 것이다.

아마존닷컴의 탄생

제프와 그의 아내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아내가 차를 운전하는 동안 그는 노트북으로 끊임없이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이윽고 부부는 시애틀에 멈춰 섰고 이 곳에 정착하기로 합의했다. 1994년 7월부터 제프는 자신의 집에서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과 필요한 인재를 모으는 데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반년 후인 1995년 2월, 제프는 아마존닷컴이란 회사를 정식 등록했다. 회사이름을 아마존닷컴으로 정한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아마존 강의 압도적인 크기때문이었다. 두번째 큰 강보다 10배나 큰 아마존 강처럼 하위 경쟁자보다 10배 이상의 큰 회사로 만들고자 하는 제프의 야망이 베어들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창업자금을 모으는 것은 순탄치 않았다. 1993년에 비해 인터넷이 발달한 것은 분명했지만 그의 예측과는 달리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사람들의 전자상거래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중소 서점에서 구하기 어려운 책은 대형서점에 전화로 주문하면 된다”, “누가 그런 복잡한 과정을 통해 책을 구매할 것이냐”, “만약 성공해도 미국 의회 도서관보다 더 큰 물류 창고를 지어야 하지 않나?” 라는 사람들의 비판 속에서도 그는 묵묵히 창업자금을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제프 그 자신도 실패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10만 달러를 투자한 그의 부모님에게 투자비용을 모두 날릴지도 모른다고 미리 경고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결국 제프는 원하는 자금을 모두 모으지 못한 채 1995년 7월부터 인터넷 도메인인 amazon.com에서 본격적인 도서 판매를 시작했다.

“고객은 언제나 옳다.”

제프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판매량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첫 한 달 동안 미국 전역은 물론 45개국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10월에는 하루 100건 꼴로 주문이 증가하기도 했다. 10명 남짓한 직원들과 힘을 합쳐 포장에 열중했고 매일매일을 땀에 절어 살아야 했다. 이러한 아마존닷컴의 성장은 단순히 인터넷이라는 신대륙을 개척한 당연한 결과였을까? 그렇지 않다. 경영학 기준으로 어떤 부분에 대한 최초의 사업개척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사업진출 과정에서 수많은 착오가 생기게 되고 이 착오를 고객들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사업가들은 후발주자로 참여해서 착오점을 미리 안 상태로 사업을 펼치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통계를 깨고 성공한 아마존닷컴의 비결은 바로 ‘고객을 향한 기업정신’이었다. 제프는 매일 직원들에게 1주일에 10권의 책을 읽도록 지시했다. 웹사이트에 올릴 콘텐츠에 적합한 서평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지금 시대에서는 당연한 시스템이었지만 이 당시에는 상당히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자신의 기준으로 모든 책을 둘러보고 선택해야 한다. 그에 따른 시간의 낭비를 아마존닷컴이 획기적으로 줄여준 것이다. 고객을 향한 제프의 고집에 대해 상당히 재미난 일화도 있다. 80세가 넘은 할머니 고객이 포장을 뜯기가 어렵다며 제프에게 메일을 보냈고, 그는 곧바로 포장재 디자인을 바꿔버렸다. 실로 놀라울 정도의 실천력과 고객 사랑이었다.

상승과 하강

▲ 타임지에 소개된 제프

아마존닷컴의 상승세는 거침이 없었다. 1997년에 처음 상장된 아마존닷컴의 주식 가는 1주당 18달러였다. 그러나 1년도 되지 않아 주당 100달러로 성장, 출판업계를 평정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제프는 만족하지 않고 CD와 DVD와 같은 미디어 판매업에도 손을 뻗었다. 1999년에는 모든 자금을 동원해 판매영역을 더욱 확충해나갔다. 주요 분야는 장난감과 게임, 소프트웨어, 스포츠용품, 보석과 가죽제품이었으며 이는 당시 최고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eBay)를 위협할 정도였다. 명예 면에서도 제프에게 1999년은 뜻깊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제프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것이다. 타임지는 제프를 “사람들의 삶의 양식은 물론, 미래로 가는 길을 닦고 있는 인물”이라 평가했다. 계속 승승장구 할 것만 같던 아마존닷컴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2000년 인터넷 사업의 거품이 꺼지면서 주당 100달러의 주식은 6달러까지 떨어졌다. 제프의 재산가치도 100억 달러에서 2002년에는 15억 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제프는 당황하기는커녕 의연하게 대처했다. 밖으로는 빠르게 투자자들을 초청해 기업설명회를 열어 그들에게 곧 주가상승과 실적향상을 이루겠다는 약속을 했다. 안에서는 “단기간의 주가 변동에 당황하지 말자. 고객에게 집중하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사업을 축소시켜야 할 마당에 제프는 더욱 다각적인 면에서 사업을 진행해나갔다.

검소하고 여유로운 CEO

▲ 전자책 리더기 킨들1

제프는 2003년 투자자들에게 약속의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창업 이후 최초로 3,5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 수많은 후발주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아마존닷컴만이 건재함을 보여준 것이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닷컴, 그러나 제프는 만족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종이책의 판매를 뛰어넘을 전자책의 개발 및 판매에 몰두했다. 자체 디바이스 개발 기술까지 보유하게 된 아마존닷컴은 2007년 새로운 디지털 기기를 선보였다. 바로 킨들(Kindle)이라는 전자책 리더기다. 킨들은 현재까지 전자책 리더기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고 있으며, 최근에는 킨들파이어라는 태블릿PC 제품도 출시하는 등 여러모로 다른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아마존닷컴의 가치는 80억 달러에 이르며 평균 방문자 수는 2011년 6월 기준, 2억 8,200만 명에 이른다. 세계 인터넷 유저 수의 20.4%가 아마존닷컴을 방문하고 물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존닷컴 주식의 40%이상을 보유, 거부가 된 제프의 생활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집이 좀 더 넓어졌고, 낡은 혼다자동차를 볼보로 바꾼 것이 전부다. 복장도 여전히 카키색 면바지에 블루셔츠를 선호하고 있다. 잦은 출장과 회의에 녹초가 되기도 하지만 인터뷰 요청을 마다하지 않고, 오히려 방문객들의 사진을 찍어 추억으로 남기는 등의 여유를 보이기도 한다. 과연 제프와 아마존닷컴의 성장은 어디까지일까? 아마 제프가 꿈을 내려놓지 않는 한, 그 끝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월간 앱스토리┃신효송 기자

김준혁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