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아름다움을 공존시킨 세기의‘디자인 신’ - 조너던 아이브 (Jonathan Ive)

오늘날 애플이 디자인의 혁명을 일으킨 기업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데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디자인 천재’라는 칭호 속에 전 세계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조너던 아이브가 바로 그다.

조너던 아이브 (Jonathan Ive)

출생 : 1967년 1월 (영국)
소속 : 애플 (부사장)
경력 : 애플 산업디자인팀 부사장
애플 수석디자이너 / 1992 애플 디자이너 / 탠저린 디자이너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너던 아이브는‘디자인의 진수’라고 평가되는 애플 아이맥의 탄생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애플의 가장 큰 매력 가운데 하나가 디자인이란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1998년 그는 컴퓨터의 케이스에 밝은 색깔을 도입한 독창적인 곡선형 아이맥의 선구적 디자인을 선보였고 이 아이맥은 첫 해에 2백 만 대가 판매된 바 있다.
아이브는 아이맥을 시작으로 새로운 도구와 재질, 그리고 제작 프로세스를 과감하게 시도한, 아이북과 파워북 G4, 아이팟 등의 혁신적인 디자인을 내놓아 디자인의 혁명을 일으켰으며, 현재까지 아이패드, 아이폰 등으로 절정의 실력을 과시, 디자인계의 입지적인 인물로 전 세계 산업 디자이너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2003년 권위 있는 국제적 상인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아이브가 수상한 제1회 ‘올해의 디자이너’상은 런던 디자인 박물관이 한 해 동안(2002년) 디자인 부문에 가장 지대한 공헌을 한 영국 디자이너에게 수여한 것이었다. 패션과 건축 부문만을 제외한 자동차와 웹사이트의 디자인에서 그래픽이나 가구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후보로 오를 만큼 경쟁률이 높은 상이다. 그는 2006년에는 제품 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았으며, <데일리 텔레그라프>가 2008년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인’ 1위로 꼽히기도 했다. 또, 뉴욕 타임즈로부터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일 것이라는 극찬을 받아내기도 했다.

아이브는 1967년 런던 태생으로 뉴캐슬 폴리테크닉(현재의 노섬브리아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 뒤에 탠저린(Tangerine)이라는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해 다양한 디자인 컨설팅을 했다. 이곳에서 그는 공작 기계에서 TV에 이르기까지 온갖 제품들의 디자인을 개발해 냈다. 그러던 중 1992년 고객이었던 애플이 그를 스카우트했다. 사실 그가 애플에서 일을 시작할 때는 그렇게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자유로운 디자이너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 디자인 컨설팅을 하던 그가 갑자기 복잡한 제품기획을 하며 풀타임으로 회사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기 때문. 특히 그는 기술적으로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자유로운 디자인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양한 제품개발 팀에 들어가서 일을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었고, 기본적으로 애플이 당시 쇠퇴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능을 펼쳐볼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애플을 재건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가 복귀하면서부터다. 2인조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아이브가 잡스와의 협력을 통해 내놓은 첫 번째 작품이 바로 반투명한 청록빛의 아이맥이었다. 잡스는 애플의 정체성과 핵심 가치를 확립하는 혁신 작업을 먼저 시작했다. 이런 혁신의 방향에서 볼 때 아이브는 잡스가 가장 원하던 인물이었다. 잡스는 그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애플의 부활을 이끌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였던 아이맥 디자인의 전권을 맡겼다. 그가 애플에서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 애플 컴퓨터는 여러 다른 컴퓨터 회사들의 컴퓨터와 별 다름없는 값싼 플래스틱의 베이지색 상자형 디자인이었다. 그는 애플에 입사한 첫 해를 ‘절망적이었다’고 묘사했다. 디자인과 혁신에 대한 초기의 헌신적 열정을 상실한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이맥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이를 디자인한 아이브는 제품 디자인 세계에 혁신을 일으키며 단숨에 세계 디자이너의 찬사를 받았다. 투명한 젤리 사탕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컴퓨터의 외관은 베이지색 플라스틱 상자로만 인식되던 컴퓨터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으며, 사람들은 단지 ‘갖고 싶어서’ 컴퓨터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아이브는 이렇게 말한다. “행하려고 노력하는 바의 핵심은 더 나은 제품을 디자인하려고 진심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새로운 어떤 것,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것을 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디자인한 것들 중 다수가 불명확한 이유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것을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혼란 상태를 제거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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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던 아이브의 정신적지주
디터 람스(Dieter Rams)

1932년 출생의 독일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는 ‘산업 디자인계의 전설’, ‘애플 디자인의 아버지’ 등 화려한 수식어들로 소개되곤 한다. 특히 그가 ‘애플 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리며 그의 디자인과 애플의 디자인이 시대를 넘어 함께 공유될 수 있는 이유는, 조너던 아이브의 정신적 지주가 디터 람스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직 건축 디자이너였지만 자기 집 주방 용품들이 못 생겼다는 이유로 산업 디자이너로 전향했고, 브라운(Braun) 제품 디자이너로서 1960대에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하여 명성을 얻었다. 1955년부터 1995년까지 독일 BRAUN사의 디자인 팀을 이끌어온 그의 디자인은 현대의 모든 디자인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그의 디자인을 한마디로 이야기 하자면 ‘Less but better’. 즉, 단순함과 정직한 디자인으로 요약될 수 있다. 장식이 거의 없이 담백하면서 기능적으로는 완벽에 가까운, 시대를 초월하는 그의 디자인은 조너던 아이브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월간 앱스토리 / 김그내 기자

신효송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