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스타가 아닌, 스테디셀러로 남고 싶다
우주(OOZOO) 최동조 대표 | 정병익 PD

혜성처럼 등장해 국내 애플 앱스토어 유료 순위에서 1위에 등극하기도 했던 3D 액션게임 ‘브랜뉴보이(Brandnew Boy)’. 처음 브랜뉴보이를 접했을 때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과 게임성 때문에 당연히 외국산 게임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브랜뉴보이의 개발사가 국내, 그것도 설립된 지 1년도 안된 신생 개발사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놀라움은 컸다. 브랜뉴보이의 높은 퀄리티를 가능케 한 것은 바로 에픽의 언리얼엔진. 언리얼엔진의 무료 공개버전인 UDK로 개발된 국내 최초의 상용 게임 블랜뉴보이는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브랜뉴보이를 처음 봤을 때 신생 개발사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이 정도 퀄리티의 게임을 개발한 우주는 대체 어떤 회사인가?

온라인게임을 개발했던 베테랑 개발자들이 중심이 되어 지난 해 6월에 설립된 모바일게임 개발사다. 원래는 웹젠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개발했던 팀이었는데, 프로젝트가 접힌 뒤 독립해서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게 되었다. 우주라는 회사명은 특별한 의미 갖는 것은 아니다. 우주(universe)라는 단어의 뜻은 없고, 시각적으로 ‘OOZOO’ 라는 모양에 오히려 의미를 부여했다. 앞뒤에 위치한 ‘OO’는 사람을 뜻하고, Z는 번개마크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는 뜻이다.

온라인게임을 개발했던 인력들이 스마트폰용 게임 개발을 시작한 이유는?

사실 처음에는 우리의 의견도 엇갈렸다. 개발 실무자들의 견해는 언젠가 PC와 모바일 플랫폼이 만나는 시점이 올 것인데 지금부터 굳이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고, 반대로 경영진은 미리 모바일 시장에 진출해 경험과 노하우를 쌓자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경영진이 개발진을 설득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다른 신생 개발사들과는 출발이 다르다. 특히 모바일 시장에서는 캐주얼한 게임으로 먼저 테스트 해보고 후에 보다 코어한 게임을 개발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주는 처음부터 상당한 퀄리티의 게임을 선보였다.

회사를 창업하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첫 프로젝트로서의 의미, 장르,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등. 결국 그 동안 우리가 해왔던 노하우를 살려 코어한 시스템과 비주얼은 담은 프로젝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작부터 우리만의 색을 갖고 가자는 판단이었다.

UDK로는 국내 첫 상용화된 게임이다. UDK(언리얼 개발 키트)를 선택한 이유는?

우선 우리에게 친숙한 엔진이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웹젠에 있을 때부터 언리얼엔진3를 다루었던 분들이 많았고, 특히 헉슬리 개발에 참여했던 개발자도 있다. 물론 유니티 등 다른 엔진 역시 테스트는 해봤지만, 우리가 원하는 퍼포먼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역시 언리얼엔진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익숙한 엔진을 사용한 덕분에 개발 기간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었다.

개발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UDK만으로도 언리얼엔진3의 기능을 대부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엔진 자체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처음 모바일게임을 개발하다 보니 콘텐츠를 어느 정도로 구성해야 하느냐에 하는 문제에 부딪히기는 했다. 모바일에서 사용자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 게임을 플레이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보니 게임 볼륨 설정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에픽코리아와 언리얼엔진3의 라이선스 계약을 정식으로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얻는 이점은 무엇인가?

UDK를 사용할 때는 에픽으로부터 공식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었지만,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소스를 수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향후 브랜뉴보이에 거대 몬스터가 등장할 수도 있고, 보다 다양한 효과를 구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언리얼엔진3의 라인선스 비용은 상당히 고가인걸로 알고 있다. 신생 개발사로서 금전적인 부담은 없는지?

브랜뉴보이의 전체 개발비 중 약 25% 정도가 언리얼엔진3의 라이선스비로 지출됐다. 그러나 에픽으로부터 받는 도움과 향후 엔진의 활용도를 놓고 보면 가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자금적으로 별도의 투자를 받고 있나?

투자 없이 자본금만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투자 없이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우리의 힘만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조작방식이 심플하긴 하지만, 터치 기반의 조작방식이 액션게임에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브랜뉴보이는 이런 부분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총 개발 기간 중 약 3개월가량을 조작방식을 연구하는데 투자할 만큼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용 액션게임이 자주 사용하는 가상키패드에 대한 요구도 있었지만, 터치 기반에 최적화된 조작방식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브랜뉴보이가 선보인 조작방식은 사용자가 간단한 조작만으로 액션게임 본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작 방식에 대해서는 지금도 계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가 개발한 조작 방식은 이미 특허도 출원한 상태다. 이 특허로 특별한 이득을 노리는 것은 아니고, 상징적인 의미와 방어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아이폰3GS로 게임을 즐길 경우 가독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해상도 최적화는 어떻게 되어 있나?

게임의 기본 해상도는 아이패드를 기준으로 한 1024x768로 개발됐다. 이 해상도를 기본으로 단말기에 따라 자동으로 퀄리티를 조절하도록 되어 있다. 아무래도 액션게임이다 보니 프레임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있고, 3GS에서도 최소한 20~30프레임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그래픽 퀄리티가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에서는 언리얼엔진을 사용해 놓고도 그래픽이 왜 이정도 밖에 안 되냐 하는 혹평도 있는데 여러모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언제쯤 출시할 예정인가?

이미 라이선스 구매는 끝났고 4월말에는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픽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개발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UDK로 개발된 안드로이드용 게임은 ‘던전디펜더스’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 뿐 아니라 에픽에서도 우리 게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액션게임인 만큼 다양한 캐릭터의 부재가 아쉽다. 특히 많은 사용자들이 원하고 있을 여성캐릭터의 추가 계획은 없나?

여성캐릭터의 업데이트 계획은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 처음에는 기존의 캐릭터와 완전히 다른 조작감을 가진 새로운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려고 했는데, 워낙 사용자들의 요구가 많아 계획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기존 주인공 캐릭터의 여성화 버전을 고려중에 있다.

최근 추세가 F2P로 게임을 제공하고 IAP로 수익을 얻는 방식이 많은데, 3.99달러는 다소 비싼 감이 있다. 어떤 기준으로 책정된 가격인가?

게임 자체가 시나리오 모드로 구성된 콘솔게임 구조로 흘러가다 보니 F2P 형태로 서비스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3.99달러에 딱히 기준을 가지고 책정한 것은 아니고, 이 정도의 가치는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3.99달러가 아깝지 않도록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나가겠다.

그러고 보면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빠르게 적용한 업데이트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처음부터 준비된 운영방침인가?

사실 특별한 운영방침을 정해 놓지는 않았는데, 결과론적으로 좋은 이미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전에는 온라인게임을 개발해 왔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피드백에 대한 대응은 익숙한 부분이기는 했지만. 사실 초기 버전의 문제점도 모바일게임을 온라인게임의 관점에서 접근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기치 않은 피드백이 몰리다 보니까, 우리로서도 당황해서 부랴부랴 업데이트를 단행한 측면이 있다. 어쨌든 앞으로도 사용자들과의 눈높이를 맞춰가는 과정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사용자는 우주에서 만드는 것이라면 몽골어 사전이라도 구입하겠다며 좋게 봐주시기도 했는데, 그 분을 위해 꼭 몽골어 사전을 만들고 싶다. 증거로 스크린샷도 찍어 놓았다.

짧은 기간이지만 유료 순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는데, 실질적인 성과는 얼마나 되나?

사실 금전적으로 큰 이득을 봤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국내 시장이 많이 작다는 것은 알게 됐지만. 실질적인 이득은 앱스토어에서 1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게임이 인정을 받았다는 것, 1위를 해봤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경험이고 앞으로 나아기기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또 사용자들에게 우주라는 개발사가 이런 역량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브랜뉴보이의 다음 업데이트로는 무엇을 준비 중인가?

우선 새로운 모드가 추가될 예정이다. 현재 브랜뉴보이는 한 번 엔딩을 보면 더 이상 즐길 거리가 없는데, 새롭게 추가된 모드에서는 순수하게 액션만을 즐길 수 있다. 사용자가 직접 키운 캐릭터로 다양한 형태의 액션을 경험할 수 있는 모드가 될 것이다. 시스템 자체는 이미 완성되어 있고, 세부적인 디테일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현재 지원하는 언어가 한국어와 영어 밖에 없는데,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도 새롭게 추가될 예정이다. 업데이트 시기는 4월 중으로 잡고 있다.

이외에 준비 중인 다른 작품들이 있다면?

우선 브랜뉴보이의 차기작이 있다. 브랜뉴보이는 장대한 프로젝트의 일부분에 불과한 게임이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목표로하는 이야기의 프롤로그에 해당한다. 브랜뉴보이를 시작으로 진화해가는 프로젝트를 지켜봐 주길 바란다. 이와 별도로 완전히 독립된 프로젝트도 물론 진행 중이다. 아직은 기획 단계이지만 TCG 형태의 카드를 사용한 전략게임이 될 것이다. 브랜뉴보이보다는 기존의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게임이 될 것이다. 일단은 두 게임 모두 올해 안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글로벌 마켓에 대한 전략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마케팅에 있다. 판매 자체는 앱스토어를 통해 전 세계 시장을 노릴 수 있지만, 마케팅은 그렇지 않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에픽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에픽의 입장에서는 UDK를 활용한 상용 게임이 적다보니 UDK의 성능을 알리는데 우리의 게임을 활용하고 싶어 하고, 우리는 마케팅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가 좋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또 해외 리뷰에서 좋은 평가도 많이 받았고, 새롭다는 반응도 많아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해외의 유력 매체와 제휴한 프로모션, 다양한 언어 지원을 통해 입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신생 개발사로서 목표가 있다면?

반짝 인기를 얻는 게임보다, 꾸준하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를 만들고 싶다. 이미 가능성은 봤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서 더욱 완성도 높은 게임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현재 준비 중인 프로젝트들을 올해 계획대로 출시하는 것이 당면의 가장 큰 목표다. 끝으로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우주를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TV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보면 프로급의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기회를 잡지 못해 재야에 묻혀 있던 고수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곤 한다. 우주의 브랜뉴보이를 보면서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월간 앱스토리 ┃석주원 기자

신효송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