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출판은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하는 새로운 IT산업이다 - 이니셜커뮤니케이션즈 배기식 대표이사

지난 5월, 미국 아마존닷컴은 전자책 판매량이 처음으로 종이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전자책 판매량이 약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전자책 시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전자책으로도 활용 가능한 스마트디바이스들이 대중화되면서 전자책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외국보다 늦긴 했지만 전자책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며 유명 인터넷 서점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그 와중에 생소하면서도 유독 눈에 띄는 전자책 서비스가 하나 있다.

1등 전자책 서비스 ‘리디북스’

애플 앱스토어를 열고 도서 카테고리를 살펴보자. 국내 최대 규모의 서점을 갖고 있는 교보문고, 인터넷서점 1위를 달리고 있는 YES24의 전자책 플랫폼 위로 ‘리디북스’라는 낯선 전자책 서비스가 위치하고 있다. ‘옆에는 1등 전자책 서비스’라는 자신감 넘치는 문구까지 당당하게 걸어놓았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결코 허세가 아니다. 애플에서 직접 서비스하는 iBooks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 있는 전자책 서비스가 바로 리디북스이기 때문이다.

“리디북스 서비스를 시작한 지는 만 1년 7개월이 됐지만, 회사를 설립한 것은 더 오래됐다. 2008년 말 잘 다니던 벤처캐피탈을 그만 두고, 지인과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미국의 전자책 시장을 분석했을 때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설립한 회사가 현재 리디북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이니셜커뮤니케이션즈’다. 배기식 대표는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서 정식으로 판매를 시작하자 바로 ‘리디북스’를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했다. 전자책에 대한 관심 자체가 거의 없었던 시기에 빠르게 시장 선점을 나선 것이다. 그 결과 리디북스는 1등 전자책 서비스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다.

“iBooks를 제외하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모두 누적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통합 15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이니셜커뮤니케이션즈와 거래를 하고 있는 대형 출판사들의 자료에 의하면, iOS 전자책 시장에서 리디북스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80%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며, 안드로이드 시장에서도 교보문고와 점유율을 양분하고 있다고 한다.
걸음마 단계인 한국의 전자책 시장업계 1위라고는 해도 아직까지 실질적인 성과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전자책 시장이 매우 작기 때문이다. 배기식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의 전자책 시장의 규모를 전체 출판 시장의 3%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의 전체 출판 시장이 약 3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 교육 및 교육에서 파생된 서적이 시장의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1/3이 일반서적, 단행본 등 비교육 계열이다. 그리고 이 1/3이 전자책 시장의 주요 타겟이기도 하다.”

교육과 관련된 시장은 별도의 교육용 애플리케이션과 e러닝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전자책 시장에서 인기 있는 장르도 소설, 비즈니스 관련 등의 교양서적이다.

“아직까지는 서비스하고 있는 전자책의 콘텐츠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시장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성장폭만 놓고 보면 1년 사이에 약 10배가량 시장규모가 커졌단다. 최근에는 저작권에 묶여 있어 전자책으로 서비스가 불가능했던 책들이 서서히 풀리고 있고, 아마존에서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들도 적극적으로 들여오면서 콘텐츠를 확충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배기식 대표는 약 2년 정도 후면 전체 출판 시장의 30% 정도는 전자책이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자책과 종이책,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전자책은 종이라는 물리적인 형태가 없기 때문에 콘텐츠의 제작과정과 유통과정이 일반적인 출판과 많이 다르다. 우선 유통 단계에서 총판을 거치지 않는다. 종이책의 경우 대형출판사라 하더라도 지방까지 모두 커버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각 지역별 총판을 필요로 한다. 전자책은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기 때문에 지리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 총판을 거치지 않는 만큼 유통비용의 절감 효과도 있다.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는 두 종류의 형태가 있다. 책을 출판할 때 사용한 디자인 리소스를 전달받아 전자책 규격에 맞춰 직접 편집 디자인을 하는 경우와 e-pub 등 바로 서비스가 가능한 완성본 형태로 오는 경우다.

“아직까지는 직접 완성본을 전달하기보다, 리소스를 전달해 우리 쪽에 콘텐츠 제작까지 맡기는 일이 많다.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 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 기획, 콘텐츠 운영, 서비스 제휴, 제작관리 등 전자출판에 필요한 모든 인력을 세팅해 두고 있다.”

대형 출판사나 서점의 경우에는 내부에 인력을 세팅하기 보다는 보통 외주를 많이 맡긴다. 배기식 대표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출판사로 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타당한 이유도 함께 제시했다. 반면 이니셜커뮤니케이션은 처음부터 IT기업으로 출발했다.

“우리 회사의 직원들 중에 출판업계 출신은 한 사람도 없다. 모두 IT전공 및 업계 출신이지만, 이쪽 일을 하면서 전자출판 시장의 전문가로 거듭났다.”

배기식 대표는 기존 종이책 출판시장의 전문가와 전자책 출판시장의 전문가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전자출판은 기술 기반의 서비스

전자책은 서점을 통하지 않더라도 책을 팔 수 있는 새로운 판매통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콘텐츠의 소유하고 있는 대형출판사들이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은 없을까? 배기식 대표는 대형출판사들이 직접적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단정적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콘텐츠의 부족에 있다.

“우리나라의 출판시장은 상위 4~500여 출판사가 전체 시장의 90%를 소화하고 있다. 콘텐츠가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넓게 분포되어 있어, 상위 30개의 출판사를 묶는다 해도 큰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는 출판사가 거의 없어 독자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출판사는 본질적으로 제조업에 가깝기 때문에 직접 판매하는 사업에서는 약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약 400여 출판사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콘텐츠를 공급받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서비스를 위한 기술력과 마케팅, 홍보, 서비스 노하우를 모두 갖추고 있다.”

단순히 책을 판다는 개념이 아닌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서비스, 이것이 배기식 대표가 말하는 전자책 시장의 본질이다.

철저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한 개인 출판

전자책 시장의 도래는 출판에 따르던 제약을 상당수 감쇄시킴으로써 개인이 직접 콘텐츠를 출판하는 과정을 한결 가볍게 해줬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부푼 기대감을 안고 전자책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배기식 대표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없을까?

“우선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개인으로 전자책을 준비하는 분들을 직, 간접적으로 많이 접하게 되는데, 안일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분들이 많다. 종이책은 어림도 없지만 전자책은 어떻게 되지 않을까? 라는.”

배기식 대표는 실제 팔리고 있는 책들을 연구하라고 조언한다. 책의 분량, 최소한의 편집 수준 등 기본적인 정보는 책을 많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획득할 수 있다. 많이 경험하고 콘텐츠 내용에 대해 고민하여야 하며, 시장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어떠한 타겟을 공략해야 할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 재미를 주기위한 소설만 해도 삼국지처럼 웅장하고 깊이가 있는 것과 로맨스 소설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 등 독자들의 니즈는 다양하다.

“책을 쓴다는 것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블로그에는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글들을 주로 쓰게 된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10시간씩 블로그 글을 읽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을 책을 통해 해소해 주는 것이다.”

배기식 대표는 개인 출판을 준비하는 이들에 대한 조언을 하면서 동시에 이들을 통해 전자책 시장의 콘텐츠가 더욱 풍부해 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디지털콘텐츠로서의 전자책

책이 디지털로 출판되기 시작하면서 주목받은 기술 중 하나가 인터렉티브 콘텐츠다. 단순히 글과 그림으로 된 정보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종이책과 달리 전자책에서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리액션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능은 현재 잡지, 교육용, 유아용 전자책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배기식 대표는 이들 인터렉티브 전자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홍보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사업적 차원에서 보자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과 리소스가 많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이 높아진다.”

향후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위한 기술적 솔루션이 등장해 저렴한 비용으로 전자책을 제작할 수 있다면 모를까, 지금 당장으로서는 사업적인 가치가 너무 낮다는 것이 배기식 대표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만화 시장은 어떨까? 미국에서는 영화화로 더욱 유명해진 DC, 마블 코믹스들이 모두 애플리케이션으로 출시돼 인기를 얻고 있으며, 만화왕국으로 불리는 일본 역시 다양한 만화들이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관심을 가지고 서울문화사, 학산문화사 등의 출판사들과 교류를 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시장을 지켜보는 단계다. 일반적인 서적보다도 만화의 불법복제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전망은 모바일 기기와 태블릿PC의 인풋 과정이 PC보다 조금이라도 더 복잡하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과정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편한 것을 원하는 유저들은 결국 돈을 지불하는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례로 휴대전화에 MP3를 전송하는 과정에 제한을 가한 뒤 디지털음원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결국은 시간과 기회비용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법복제된 콘텐츠를 찾기 위해 한 시간을 허비할 것인가, 돈을 지불하고 구매함으로써 한 시간을 절약할 것인가의 문제다.”

애플의 앱스토어 결제시스템, 어떻게 적용될까?
최근 전자책 시장의 이슈는 애플 앱스토어의 결제 정책에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판매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지는 모든 콘텐츠 거래에 대해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는 정책을 공식화 했다. 리디북스나 교보ebook과 같은 전자책 서비스 애플리케이션들도 예외는 아니다. 애플이 이 정책을 강행할 경우 앞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통해 판매되는 전자책들은 매출의 30%를 애플에게 지불해야 한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작년부터 애플하고 꾸준히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었다. 이번 결제 정책 이슈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애플이 어떠한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대응할 준비가 끝났다. 물론 30%의 수수료는 지불하지 않는 방향이다.”

배기석 대표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수수료 문제를 넘어 고객정보와 결제정보를 누가 확보하고 관리하느냐는 보다 큰 사항이 걸려 있다고 한다. 또, 애플 역시 자신들이 출판사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고, 더욱이 영어권도 아닌 다른 언어권에서 전자책 시장에 지나친 제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도 덧붙였다.

결제 시스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전자책의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궁금해졌다. 보통 전자책 가격은 종이책 가격의 4~50% 선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그런 것 치고는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것 같다는 의문을 보이자 최근 종이책 가격 자체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한다.

“종이책 가격의 상승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현재 전자책을 서비스하고 있는 스마트디바이스도 그 원인 중 하나다. 사람들이 스마트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책 읽는 시간을 빼앗겼고, 이는 책의 판매량 하락으로 이어졌다.”

적게 팔리면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시장 논리다. 여기에 최근 자연재해와 환경문제 등으로 종이 값이 3배가량 뛴 것도 책값 상승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서점의 할인 정책 역시 책값 상승의 주범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할인율이 적용되니 아예 책값을 비싸게 출시해 버리는 것이다.

파이를 키우는 것이 최우선 과제

“아이패드가 처음 출시될 때, 잡스는 출판과 교육을 위한 디바이스라고 이야기했다.
딱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전자책 시장이 보다 탄력을 받으려면 단말기의 보급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고, 단말기의 빠른 보급은 교육 분야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배기식 대표는 정부의 전자교과서 정책이 시행된다면 태블릿PC가 교육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될 것이고, 이를 통해 전자책 시장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최근 중국에서 출시된 10만원 대의 태블릿PC를 현지에서 직접 봤는데, 상당히 쓸 만했다. 앞으로 태블릿PC는 갈수록 가격이 내려가고, 성능은 올라가면서 보급률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전자책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배기식 대표는 강조한다. 리디북스가 대한민국 전자책 시장에서 1위에 오른 서비스 플랫폼이라고 해도 시장 자체가 작은 현시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지금 시점에서는 경쟁을 하더라도 서로 피해가 발생하는 출혈 경쟁은 옳지 않다. 서로가 동업자 정신을 가지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교보문고의 덕도 보고 있다.”

무슨 소린가 하니, 높은 인지도를 가진 교보문고가 전자책과 관련한 이슈를 만들어 내면 리디북스 역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비단 교보문고 뿐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의 한마디, 구글, 아마존 등 영향력을 가진 기업들을 행보에 따라 도움을 받을 때가 심심찮게 있다고 한다.

“한국의 전자책 시장은 비록 외국에 비해 늦게 출발했지만, 인프라가 갖춰지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중 65%가 1년의 한 권 이상의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생활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책을 읽는다고 한다.”

결국 장기적으로 사회가 안정화되고 생활수준의 평균치가 상승한다면 출판시장, 그리고 전자출판시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자책 시장인 만큼, 언젠가 앱스토리도 전자책으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월간 앱스토리/석주원 기자

김준혁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