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현실이란 단어는 언제나 우리를 가슴 뛰게 만들었다. 가상 현실의 게임을 기반으로 한 창작물들은 항상 높은 인기를 끌었다. 2018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현실로 만들어진 세계의 이야기를 다뤘다. 최근 엑스엘게임즈를 통해 모바일게임으로 출시된 국내 유명 판타지소설 ‘달빛조각사’ 역시 가상현실 게임을 주 무대로 하고 있다. 그리고 창작물에서나 보던 터무니없는 이 미래는 꾸준히, 아주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2010년에 들어서면서 ‘VR’이라는 기기가 대중 앞에 나타났다. 2016년 오큘러스 리프트, HTC VIVE, 2017년에는 플레이스테이션 VR이 출시되면서 가상현실은 그렇게 먼 미래는 아니게 되었다.

아직 완벽한 가상현실을 꿈꾸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VR 카페나 게임센터를 통해 쉽게 VR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방향에도 대응할 수 있는 서라운드 스크린을 기반으로 한 지금의 VR기기는 플레이어의 위치와 행동을 인식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즉 현재 우리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어떤 기기보다도 ‘몸을 움직이는 게임’에 강점을 보여준다. 주로 화면 앞에 앉아 가만히 손을 움직이는 게 더 익숙한 게이머들에게 움직이는 게임이라니! 하지만 여전히 오락실이 인기를 끌고 펌프를 즐기거나 태고의 달인 앞에서 북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볼 때 몸을 움직이는 게임만이 갖는 재미는 확실하다. 아직 VR에 익숙하지 않은 당신에게 VR을 통해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비트 세이버

▲​비트 세이버

플랫폼 : Windows, PlayStation VR, Oculus Quest, 아케이드

장르 : 리듬게임

개발사 : Hyperbolic Magnetism

비트 세이버는 현재 VR게임 중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고, 또 이 게임을 하기 위해 VR을 산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좋은 평가를 갖고 있는 게임이다. 프로젝트의 공개 시점부터 ‘광선검 리듬게임’이란 이름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번쩍번쩍 화려하게 반짝이는 광선검과 빨강 파랑의 강렬한 대비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충분했다. 아케이드에도 이식되어 전국의 대형 게임센터에서 비트 세이버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덕분에 게임기기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도 비트 세이버는 꽤 유명하다. 성공한 게임에는 성공한 이유가 있는 법. 비트 세이버의 성공 이유를 몸소 느껴보지 않겠는가?

▲​음악에 맞춰 날아오는 박스를 베어보자!

▲​날아오는 벽에 닿으면 라이프가 깎여나가니 주의!

▲​게임을 하는 내내 화려한 이펙트가 당신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 줄 것이다

▲​출시 초기에는 10곡뿐이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음악을 보유하고 있다

Check Point:

비트 세이버는 정말 쉬운 게임이다. 룰이. 컨트롤러를 쥐는 순간 당신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 게임을 하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양손에 든 두 개의 광선검으로 날아오는 박스를 방향에 맞게 잘라 내기만 하면 된다. 중간중간 거대한 벽이 당신을 위협하지만 ‘위협적인 벽’의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당신은 벽을 피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놀라울 정도로 룰이 쉬운 게임이지만 막상 게임 플레이는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날아오는 박스에 그려진 화살표를, 리듬에 맞춰 베어내는 일은 꽤나 순발력을 요구하기 때문. 하지만 박스를 베어내는 타격감과 점점 실력이 늘어가며 올라가는 스코어의 재미를 느끼는 순간, 당신은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비트 세이버의 매력이 빠지게 될 것이다.

슈퍼핫

▲​슈퍼핫

플랫폼 : Oculus, Steam, Windows

장르 : FPS

개발사 : SUPERHOT team

세상의 모든 시간이 당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면 당신은 어떨 것 같은가? 당신이 멈추면 세상도 멈추고, 당신이 움직이면 세상도 같이 움직인다면? 일반적인 FPS는 당신의 눈앞으로 몰려드는 적들을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들이 당신을 해치기 전까지 빠르게 처리하는 걸 목표로 한다. 하지만 SUPER HOT은 조금 다르다. 언제나 다른 생각이 모두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SUPER HOT의 변주는 꽤나 유쾌하다. 당신이 VR을 쓰고 마주하게 될 SUPER HOT의 전투는 마치 퍼즐과 같다.

▲​붉은 인간들이 당신을 위협해온다.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붉은 인간들을 차례로 격파해보자

▲​유리처럼 깨져나가는 붉은 인간들. 죄책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붉은 인간들의 위협 방법도 다양해진다

Check Point:

게임을 시작하면 당신의 눈앞으로 새빨간 사람들이 끊임없이 다가온다. 이들은 아무리 봐도 명백한 적의를 갖고 당신에게 다가오고 있으므로, 당신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들을 해치워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조금 재밌는 상황이 발생한다. 당신이 눈앞에 나타난 빨간 인간을 보고 당황하며 몸을 뒤로 빼면 이들은 당신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당신이 가만히 있으면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들은 경직되어 조각상처럼 서 있을 것이다. SUPER HOT에서 당신은 최대한 적은 움직임으로 이 적들을 쓰러트려야 한다. 당신이 많이 움직일수록 그들은 당신을 위협할 테니까. 하지만 언제나 말은 쉬운 법.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자연스럽게 사람을 이상한 포즈로 멈추거나 최대한 빠르고 과장된 동작으로 움직이게 한다. 설명만으로 잘 모르겠다면 한번 해 보도록 하자. 어느덧 당신의 몸은 SUPER HOT하게 땀 흘리고 있을 것이다.

Until You Fall

▲​Until You Fall

플랫폼 : Oculus, Steam

장르 : 액션

개발사 : SCHELL GAMES

VR게임이 등장하면서 VR게임만의 최대 강점으로 평가받는 요소가 있다. 바로 ‘직접성’. 아무리 수많은 게임에서 타격감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직접 검을 들고 적을 베거나 활을 쏘는 것과 비견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직접성’을 잘 활용한 게임일수록 VR은 좋은 평가를 받는다. 지금 소개할 Until You Fall 역시 마찬가지. Until You Fall에서 당신은 판타지 세계의 검사가 되어 당신을 위협하는 적들과 치열한 전투를 경험할 수 있다.

▲​끊임없이 적을 베어 실드를 깨부숴야 한다

▲​다양한 적이 당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룬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욱더 강해져보자

Check Point:

Until You Fall에서 당신은 검 하나에 의지한 채 전장을 헤쳐 나가는, 한 마리 외로운 늑대 같은 검사이다. 당신을 공격해오는 적들을 향해 끊임없이 검을 휘둘러 적의 실드를 전부 소진시키면, 적을 쓰러트릴 수 있는 방향 커맨드가 나타난다. 커맨드 방향에 맞춰 검을 휘두르는 것까지 완료하면 그제서야 적을 무찌를 수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베기만 하면 재미없는 법. 당신이 공격하는 와중에도 수많은 적이 당신을 위협할 것이고 당신은 그 위협에 맞서야 한다. 공격을 받기 전, 나타나는 가이드라인에 맞춰 검을 대면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 또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직접 몸으로 피해야 하는 공격도 있다. 이렇게 끊임없이 싸우다 보면 언제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게 되나 아득해지지만 걱정은 금물.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검을 강화시킬 수 있는 룬을 보상으로 지급하며,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지 못할 경우 지금까지 얻은 골드를 소비해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끊임없이 적을 베고, 사망하고, 업그레이드를 반복하여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가보자. 그럼 자연스럽게 건강도 따라오지 않을까?

Creed : RISE TO GLORY

▲​Creed : RISE TO GLORY

플랫폼 : Windows, Oculus Quest, PS4

장르 : 격투

개발사 : Survios

스포츠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시리즈는 복서 록키 발보아의 일대기를 다룬 ‘록키 시리즈’이다. ‘Gonna Fly Now’는 지금도 록키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곡으로 수많은 스포츠 경기와 예능에서 승부수를 띄울 때 사용되고 있다. 시리즈의 6편에 해당하는 ‘록키 발보아’를 끝으로 록키 시리즈는 끝을 맺었지만, 후속작 ‘크리드’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당신은 이 크리드라는 영화의 스토리를 알고 있는가? 크리드는 노년이 된 록키가 그의 친우였던 아폴로 크리드의 아들, 아도니스 크리드를 복서로 키워낸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크리드가 VR 게임으로 출시되었다. 게임 크리드를 통해 당신은 직접 록키의 후계자로서 링 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직접 권투 글러브를 끼고 록키의 후계자가 되어보자

▲​노년의 록키가 당신을 직접 지도해준다

▲​당신은 복싱 챔피언의 자리를 차지할 자신이 있는가?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복싱의 대향연

Check Point:

Creed : RISE TO GLORY는 당연하게도 권투 게임이다. 다만 조이패드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버튼을 눌러 적에게 펀치를 날리던 기존의 권투 게임은 아니다. VR기기의 특성에 맞게 당신은 양손에 컨트롤러를 쥐고 직접 상대방에게 펀치를 날리게 된다. 상대방과 주먹을 맞부딪히면 게임 시작. 당신은 열심히 상대방을 때리겠지만, 상대방도 손이 있다. 점점 스테이지가 올라갈수록 매섭게 퍼붓는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공격 기회를 노려야 할 것이다. 그것도 직접 몸을 움직이며. 원래부터 권투는 굉장히 칼로리 소비가 높은 운동이다. 아무리 직접 뛰는 스파링은 아니라고 하지만 계속해서 주먹을 앞으로 내지르다 보면 어느새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쉽게 그만둘 수 있냐면 그건 절대 아니다. 중간중간 화면에 나타나는 일격찬스를 따라 공격을 성공시키고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보자. 당신은 상대방을 자신의 손으로 쓰러트리는 감각을 알게 될 것이다. Creed를 하다가 진짜 권투를 시작하더라도 책임은 못 진다.

김혜지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