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SE ‘디테일’ 하게 살펴보자

기사 입력시간 : 2016.04.08 17:26:21 | 원수연 기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참으로 다양한 루머가 떠돌던 아이폰SE가 드디어 공개되었다. 단지 보급형일 뿐인 제품에 이토록 많은 관심이 쏠리던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미디어에 많이 오르내리던 애플의 새로운 보급형 아이폰인 아이폰SE, 과연 어떤 모습일까?

Return to 4”

아이폰이 다시 4인치로 돌아왔다. 물론 여전히 4.7인치의 아이폰6s와 5.5인치의 아이폰6s플러스가 판매되고 있지만, 아이폰이 크기를 대폭 늘린 이후 꾸준하게 제기되어온 4인치의 필요성에 대해 애플이 결국 응답한 것이다. 애플 최초의 보급형 모델은 아이폰5C였다. 그간 애플의 보급형 제품 공급은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때 바로 직전 모델의 스토리지 용량과 가격을 낮춰 보급형으로 판매하곤 했고, 아이폰5C 역시 아이폰5S의 출시와 함께 바로 이전 모델인 아이폰5와 거의 동일한 사양으로 출시되었다. 하지만 화사한 색상과 둥근 모서리의 플라스틱을 사용해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태어났으며, 명칭도 아이폰5가 아닌 아이폰5C라는 새로운 명칭을 부여 받아 실질적인 최초의 보급형 아이폰이 되었다.

최초의 보급형 아이폰, 아이폰5C

이후 아이폰은 4.7인치와 5.5인치로 나뉘면서 추가적인 보급형 모델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지만, 드디어 아이폰SE가 출시되면서 침묵을 깨게 된 것이다.

두 번째 보급형 아이폰, 아이폰SE(캡션)

5SE도 아니고, 6C도 아니고, 왜 아이폰SE?

새로운 보급형 아이폰에 대한 루머는 사양에서부터 디자인, 명칭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했다. 그 중에서 명칭은 아이폰6S 시대에 나오는 보급형이니만큼 아이폰6C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며, 4인치로 나올 것을 생각해 아이폰5SE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나온 제품은 아이폰5SE도, 아이폰6C도 아닌 아이폰SE였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디자인과 사양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폰SE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이폰SE의 디자인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완전히 달라지고, 완전히 똑같다’라고 할 수 있다. 아이폰6 시리즈와는 완전히 달라졌으며, 아이폰5S와는 완전히 똑같기 때문이다.

아이폰5S(위)와 아이폰SE(아래)

아이폰5S와는 얼마나 똑같을까? 따지고 볼 것도 없다. 그냥 똑같다. 완전히, 완벽하게 똑같다는 뜻이다. 가로 세로 두께도 똑같고, 측면에 있는 절연선도 똑같고, 하단의 라이트닝 포트 양쪽에 있는 스피커 및 마이크 홀 개수도 똑같다. 측면 버튼의 형태도 완벽하게 똑같다. 혹시 버튼의 위치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니, 그대로다. 확신 가능한 이유는 액세서리에 있다. 아이폰SE용 애플 가죽 케이스의 호환성 항목을 보면 아이폰5와 아이폰5S, 아이폰SE 겸용으로 표기되어 있다. 즉, 크기와 버튼의 위치까지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무게도 단지 1g만 무거워졌다.

아이폰5와 아이폰5S, 아이폰SE는 동일한 케이스를 사용할 수 있다

외형적으로 아이폰5S와 다른 점을 찾는다면 뒷면의 iPhone 글자 아래에 SE가 마킹되어 있다는 점과, 아이폰5S에는 없던 로즈골드 컬러가 추가되었다는 정도다. 아이폰6S가 출시되었을 때 아이폰6와 완벽하게 동일한 외형으로 인해 자신의 아이폰이 6S임을 알리고 싶다면 로즈골드 컬러를 선택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아이폰SE를 구입하면서 아이폰5S가 아님을 알리고 싶다면 로즈골드를 선택해야 한다.

로즈골드 색상을 사야 아이폰SE임을 알릴 수 있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

확연히 달라진 내부

외형은 그냥 완전한 아이폰5S지만 내부는 완전히 다르다. 우선 가장 중요한 요소인 AP는 아이폰5S의 A7이 아닌 아이폰6S와 동일한 64비트 A9 칩이 채택되었다. 내부에는 M9 모션 코프로세서가 들어있음을 말할 필요도 없다. 이로 인해 생긴 것은 같아도 CPU 성능은 아이폰5S에 비해 2배, GPU는 3배의 뛰어난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아이폰5S와의 퍼포먼스 비교

배터리 용량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아이폰5S보다 더 긴 사용시간을 제공한다. 음악 재생의 경우 40시간에서 50시간으로, 동영상 재생이나 인터넷 브라우징은 10시간에서 13시간으로, 3G 음성통화는 10시간에서 14시간으로 크게 늘어났다. 카메라는 아이폰6S를 그대로 가져와서 1200만 화소의 메인 카메라에는 포커스 픽셀과 f/2.2의 조리개, 5매의 렌즈군, 최대 6300만 화소의 파노라마 등을 지원한다. 또한 움직이는 사진인 라이브 포토 역시 지원하며, 4K 동영상 촬영까지 지원한다. 즉, 성능과 기능면이나 성능에서는 아이폰6보다 뛰어나고 아이폰6S와 대동소이한 것이다.

1200만 화소의 메인 카메라는 아이폰6S와 동일하다(캡션)

인심 쓴 김에 다 주지 그랬어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아이폰SE는 아이폰5S의 외형에 아이폰6S의 하드웨어 사양을 그대로 갖춘 기기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아이폰6S와 크기만 다르고 똑같을까? 그렇지는 않다. 만일 그렇다면 출고가를 이렇게까지 떨어트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럼 아이폰6S와 다른 점은 뭐가 있을까? 우선 해상도를 들 수 있다. 디스플레이 크기가 4인치로 아이폰5S와 동일하기는 하지만, 해상도는 높아졌을지도 모른다고 예상했지만 해상도까지 동일한 1136x640 픽셀이다. 화소밀도는 326ppi로, 아이폰5S나 아이폰6S와도 동일하다. 즉, 아이폰6S의 디스플레이를 4인치로 잘랐다고 보면 정확하다.

아이폰5S와 동일한 해상도

또 어떤 점이 다를까? 아쉽게도 아이폰6S에 처음으로 채택된 3D터치는 지원되지 않는다. 3D터치가 아직까지는 효용 가치를 크게 인정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못내 아쉽다. 지문인식 기능의 터치ID는 채택하고 있지만, 아이폰6S에 사용된 2세대가 아닌, 아이폰5S와 동일한 1세대 센서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페이스타임 카메라도 비록 레티나 플래시는 제공하지만 아이폰5S와 동일한 120만 화소를 채택했다. 통신 규격도 LTE-A는 지원하지 않는다.

2세대가 아닌 1세대 터치ID

다시 돌아온 잡스의 향기

애플의 정신적 지주이자 아이폰을 탄생시킨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공개된 아이폰은 아이폰4S이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아이폰이라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이폰5S가 잡스의 마지막 아이폰이라고도 한다. 잡스가 죽기 전 이미 아이폰5S에 대한 구상까지 준비해놨다는 이야기는 사실인지 허구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아이폰5S는 아이폰4부터 이어져온 디자인 철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제품임에는 틀림없다. 아이폰5가 디스플레이를 3.5인치에서 4인치로 늘리면서도 가로 폭을 그대로 유지한 점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잡스의 마지막 아이폰, 아이폰4S

애플은 왜 다시 아이폰5S의 디자인을 끄집어내왔을까? 이 디자인의 아이폰이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렸을까? 남은 부품 재고가 많았거나 새롭게 디자인할 여력이 부족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마도 4인치 스마트폰에 대한 충분한 니즈를 장기간 확인해 판매량에 확신을 가졌을 테고, 4인치 크기에는 가장 최적의 디자인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를 들자면, 잡스의 시대를 잊지 못하는 애플 마니아들의 감성을 살짝 건드리기 위함이 아닐까?

사후에도 여전한 잡스의 영향력

아이폰SE의 공개에 혁신이 없음은 물론이고, 전혀 새로운 구석도 없다며 아이폰SE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사용자들도 많다. 항상 새로운 디자인과 큰 화면, 교체 가능한 배터리에 높은 점수를 주는 국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만들어진 디자인에 4인치의 작은 화면, 일체형 구조가 좋게 보이기 힘들 것이다.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다. 씨넷이 작은 아이폰에 관심이 있는가에 대해 진행중인 설문에서 3월 22일 오후 현재 48%의 응답자가 관심 없다고 답했으며, 37%만이 관심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