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평생을 살며 ‘추억’을 원동력으로 산다. 실제로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삶을 살면서 인상 깊었던 기억은 그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소비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세대의 추억은 주로 어떠한 아이템에 새겨지고 있다. 옛날에는 모두가 활발하게 소비하던 아이템들이, 세월이 지나며 만나기 힘들어지고, 또 그것이 소위 ‘추억템’이 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추억을 소장할 수 있는 부활템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추억의 부활템들

우리의 추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친구’다. 어릴 적 함께 큰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즐겼던 모든 것들이 추억이 되어 남는다. 휴대폰이 지금처럼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던 시절에는 친구들과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눌 때 주로 편지를 활용했다. 손글씨로 채운 편지에 마음을 담아 친구들과 주고받으며 서로의 생각을 새삼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지금 사회의 주축을 이루는 세대는 편지 중에서도 재미를 담은 ‘편선지’라는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세대라 할 수 있다.

세기말 열풍의 주역이었던 엠알케이

편선지는 종이라는 재질 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던 과거의 잡지 ‘엠알케이(미스터케이)’를 통해 1990년대 말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아이템이다. 편선지는 선이 그어진 편지지를 뜻하는 말인데, 이보다는 귀여운 캐릭터와 재미있는 패러디를 담아 만든 재미있는 편지지를 칭하는 말로 주로 통용된다. 청소년층이 흥미를 갖는 다양한 정보를 담았던 엠알케이 잡지는 페이지의 많은 양을 위트 있는 편선지로 할당했으며, 이것이 인기를 끌며 가히 ‘시대의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았다.

추억을 소장하려는 니즈

잡지라는 매체의 위상은 예전만 같지 않고, 편지지라는 아이템은 일상적으로 쓰는 물품은 아닌 시대다. 미스터케이가 펼쳤던 재미있는 세상은 이제는 추억에서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편선지를 찾는 이들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당시 편선지에 열광했던 세대는 이제 사회의 주축이 돼, 추억의 아이템인 미스터케이와 편선지 소장욕을 쉽게 해소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근래 화제를 모았던 ‘미스터케이 울트라편지’ 세트의 폭발적인 인기는 이를 입증한다.

최종호를 준비하는 엠알케이

매달 20일 문구점으로 달려가 미스터케이를 찾던 이들을 다시 한번 열광하게 만들 아이템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엠알케이 매거진 최종호’가 바로 그것이다. 본 제품은 편지 세트로만 구성됐던 지난 인기템의 아쉬움을 풀 수 있도록, 예전처럼 잡지의 형태로 출시될 예정이다. 20년 전에 느꼈던 아련함을 모두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열독자였던 이들과 ‘추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형태의 아이템으로 출시되는 것이다. 엠알케이 최종호는 텐바이텐 펀딩 프로젝트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추억이 된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

보고 쓰는 것뿐 아니라, 우리의 추억에는 ‘듣는 것’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K팝의 태동기였던 세기말, 젊은 세대가 가장 열광했던 전자기기는 바로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였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은 물론 실시간 영상까지 쉽게 시청할 수 있는 지금은 실용성을 찾기 힘든 아이템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젊은 세대의 열의 아홉은 각양각색의 유선 이어폰을 꽂고 음악에 집중하며 거리를 활보했다.

시대를 풍미했던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시대가 찾아오기 직전까지 휴대용 음악 재생기기의 주류는 ‘MP3 플레이어’였다. 2000년 삼각 스틱형의 MP3 플레이어를 아이리버가 출시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고, 다양한 기능의 제품들이 여러 제조사를 통해 줄지어 선보였다. 각자가 어떤 플레이어를 쓰느냐가 개인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을 정도로 선택지는 다양했다. 하지만 휴대폰의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되고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MP3 플레이어 시장은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CD플레이어로 출시된 앨범

MP3 플레이어는 현재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그 기능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다. 그렇기에 MP3 플레이어를 복각하려는 움직임은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MP3 플레이어 이전의 세대의 기기들은 현재 복고 열풍을 타고 서서히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개봉 이후로는 소니 워크맨류의 카세트테이프를 찾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났고, 에스파는 아예 자신들의 앨범을 CD플레이어를 동봉해 내기도 했다. 에스파와 손을 잡고 CD플레이어를 제조한 기업은 다름 아닌 ‘그’ 아이리버다. CD플레이어로 출시된 에스파의 정규 1집 ‘아마겟돈’은 출시 5분 만에 품절을 기록한 바 있다.

지지직거리는 감성의 LP까지 거슬러

CD플레이어, 워크맨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 ‘LP 플레이어’도 최근 인기다. LP는 음반 규격의 일종으로, 레코드판이라 불린다. 1948년에 처음으로 발표된 규격으로, 음악을 듣기가 번거롭고 앨범 보관도 쉽지 않아 CD가 출시되면서 빠르게 사라진 규격이기도 하다. LP 생산량은 199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가파른 내리막을 걸었고, 그대로 사라질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CD마저도 편의성과 음질 모두에 스트리밍에게 자리를 내주는 시대가 되자, LP 특유의 지지직거리는 소리의 감성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다시금 부활하게 된다.

인기를 끄는 턴테이블 제품

LP는 이제 복고 열풍을 타면서, CD보다도 더 많은 판매량을 거두는 매체로 자리를 잡았다. 이는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는 전 세계적인 추세로, 2022년 기준 전 세계 LP 판매량은 4,100만 장이었던 반면 CD는 3,300만 장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다. 자연스레 레트로 디자인의 LP 플레이어도 주목을 받고 있다. 자체 스피커를 탑재하고 심지어 블루투스 기능까지 지원하는 최첨단의 가성비 턴테이블 제품이 지금도 추억을 찾는 이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오락실 세대의 추억을 모은 게임기도

오락실의 추억을 공유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에뮬레이터 게임기’가 인기다. 오락실에서 동전을 쌓아두며 즐기던 게임을 어디에서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에뮬 게임기도 추억을 매개체로 삼은 아이템으로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 제조사들이 출시한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기기들이 특히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혹 고전 게임을 즐기고는 싶지만 에뮬레이터가 라이선스 문제로 꺼려진다면 SNK의 ‘네오지오 미니’나 세가의 ‘메가드라이브 미니’ 같은 정식 라이선스 제품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