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7월 13일, 강원도 삼척시 소재 덕산해수욕장에서 두 청년의 익사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숭실대학교 동아리 회원들이 MT차 방문한 덕산해수욕장은 공식적으로 개장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수영한계선이나 안전부표 등 제대로 된 안전시설이 설치되지 않았으며, 사고가 벌어진 시간 역시 안전관리요원이 근무하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마감시간 이전에 미리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구조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물놀이 도중 너울성 파도에 휩쓸린 세 명의 학생 중 두 명이 익사하고 마는 큰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일부 형사 처벌로 이어져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개장된 후 벌어진 익사 사고는 그 뒤에 일어난 일들이 더 큰 문제점을 드러냈다. 관리 주체인 지자체는 덕산해수욕장운영협의회에 운영을 위탁했으며, 운영협의회는 또 다시 도내 한 대학의 해양관광레저스포츠센터에 재위탁하면서 사고 발생 후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센터의 안전관리책임자는 사고 발생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당시 현장에서 자리를 비운 안전관리요원들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

▲​출처 : 삼척시 덕산해수욕장 사망사건(2019.7.13.)의 진실 블로그​

다행스럽게도 이 사건의 경우 일부 안전관리 담당자들이 형사 처벌을 받았다. 이전까지는 이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해도 대부분 민사로만 책임지고, 형사 소송에서는 업무상 과실의 책임을 묻는 판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레저스포츠센터 안전관리책임자에게 내려진 금고 1년 실형과 두 명의 현장 안전관리자에게 내려진 금고형의 집행유예는 책임의 범위를 적시하는 새로운 판례가 된 셈이다.​

관리주체의 책임은 어디로?

일부 형사 처벌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남아있다.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점은 사고의 발생뿐만 아니라 이후의 과정에서도 책임 회피와 법적 처리의 불균형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사고 현장에서 책임을 지는 안전관리요원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이 사건이 발생한 덕산해수욕장의 실질적인 책임 주체인 삼척시와 덕산해수욕장 관련 공무원들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은 채 남아있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유감스러운 일이며, 이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관련 민사 소송에서 삼척시의 책임이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안전관리 시스템의 허점과 법적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진행 상황 주시해야

이와 비슷하게 관리소홀로 일어난 각종 사고의 처벌 사례를 살펴보면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 오송지하차도 참사, 초량지하차도 사고 등은 관리청의 안전관리 부실에 의한 재난이었기 때문에 수사기관과 법원이 담당 공무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은 바 있다. 당시 많은 수의 담당 공무원들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입건되어 조사를 받고 검찰이 기소했으며, 법원에서는 유죄가 선고되었다.

초량지하차도 사고의 경우 사고 발생 직후 관리청인 부산시청을 압수수색했으며, 경찰과 국과수, 민간조사단 합동으로 배수펌프 등을 정밀감식했다. 이후 행안부에서 두 차례에 걸쳐 행정감사를 실시했으며, 국회에서는 책임자 문책을 위해 부산시에 대한 국정감사까지 진행했다. 그 결과 공무원 등 17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입건 조사하고 11명을 기소했으며, 1심 법원에서는 11명 모두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또한 지하차도 점검표를 허위 기재한 담당공무원은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의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이 일부 변경되었으며, 부산지검은 이에 불복해 상고함에 따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덕산해수욕장 사망사고의 경우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관리청의 압수수색이나 사고 현장의 감식 및 영상 촬영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삼척시와 덕산해수욕장운영협의회가 현재까지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결과를 낳고 있다.​​​

▲​피해자 유윤상씨의 유가족이 제출한 엄벌 탄원서 일부​​

대기업이 위험 요소가 있는 업무를 외주업체에 위임한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외주업체의 책임도 있지만, 제대로 된 관리 및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주를 맡긴 대기업도 책임을 피할 수 없으며 실제로 처벌되고 있다. 하지만 삼척시 덕산해수욕장 사망사고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불일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형사사건의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더욱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원수연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