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라는 네이버 카페의 이름은 우리에게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받아들여 진다. 전체 회원 수만 2330만 명에 달하는 중고나라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개인이 아닌 하나의 법인이다. 네이버 카페를 법인이 운영한다는 점에 생소함을 느낄 이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현재 네이버는 공식적으로 법인이 카페 운영의 주축이 되고 거기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중고나라 운영진 또한 방대한 회원 수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휴,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2014년 출범한 법인이다.

중고나라, 롯데쇼핑에 인수되다

새삼 중고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이 카페의 운영사가 이커머스 경쟁의 주된 플레이어에게 인수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3일, 롯데쇼핑은 유진자산운용, NH투자증권 등과 공동으로 중고나라의 지분 약 95%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쇼핑은 여기에 200억 원에서 300억 원 가량을 출자하고, 향후 다른 재무적 투자자들의 지분을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롯데가 중고나라를?

롯데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시장에서는 최대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온라인 분야에서는 오프라인에서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ON)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전략을 펴고 있지만,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다.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그룹사 자체적인 역량 강화와 플랫폼 마케팅과 함께, 효율적인 M&A를 통해 영향력을 키우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중고나라 인수를 읽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롯데는 그룹사 차원에서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 이커머스 플랫폼 M&A를 통한 시장 점유율 상승을 꾀하고 있는 모양새

한편 중고나라 입장에서는

그리고 또 한편, 중고나라 차원에서도 금번 전략적 투자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중고나라는 두 말 할 필요 없이 국내 최대의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회원 수는 물론이고 거래액도 우리나라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시장 1인자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당근마켓, 번개장터처럼 대규모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신흥 플랫폼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계책이 필요해 보인다. 중고나라 입장에서는 앞날을 낙관할 수 없는 위기의 상황에서, 대기업과 손을 잡음으로 네이버 카페를 넘어 또 하나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물론 삐딱하게 보자면 지금 이상으로 회사의 가치를 키우기 힘든 상황이며, 가장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을 때 회사를 넘긴 재무적 판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네이버 카페 기반이라는 한계

시장에서는 금번 투자가 놀라운 소식이기는 하지만, 과연 제대로 된 시너지가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는 이들이 많아 보인다. 우선 첫 번째로 중고나라라는 플랫폼 자체가 어디까지나 네이버 카페를 활용한 인터넷 커뮤니티지, 하나의 독립된 플랫폼이 아니라는 점이 걸림돌이 된다. 롯데가 이를 자사 플랫폼으로 활용하자면 네이버 회원의 이전을 유도해야 할 것이며, 이는 누가 보더라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임이 자명하다.

▲ 롯데는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전에도 뛰어든 상황이다

앞으로 어떤 바람이 불게 될까

중고나라 인수가 당장 롯데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늘리지는 못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구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롯데마트 내에 중고나라와 연계된 중고거래 코너가 들어설 것을 예견한 기사도 나오고 있으며, 롯데온과 연계되는 새로운 중고거래 플랫폼이 들어서고 이것이 중고나라와 연결되는 그림을 그리는 이들도 있다. 2330만 명이라는 회원 수는 매력적이지만 중고나라와 롯데의 시너지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이 기회를 롯데가 어떻게 살려 나갈지, 이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구도는 또 어떻게 바뀌게 될지 관심이 가는 시점이다.

▲ 롯데쇼핑은 과연 의도한 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