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페이가 걸어온 길, 그리고 가야 할 길

하드웨어 기반의 핀테크 솔루션의 시장을 보자면,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삼성 페이가 압도적인 점유율과 이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 페이는 서비스 출시 9개월 만에 누적 결제 금액 1조 원을 돌파하며, 이용자 확보와 서비스 이용의 측면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 페이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실적은 어떨까. 삼성 페이는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스페인, 싱가포르, 호주, 푸에르토리코, 브라질에서 정식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삼성 페이 서비스 출시 국가는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의 가파른 성장세를 글로벌 시장에서는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점차 영향력이 커지는 삼성페이

작년부터 거세게 일고 있는 핀테크 열풍 속에서 가장 실리를 챙긴 업체는 삼성전자로 이야기되고 있다. 삼성 페이는 실물 카드가 없이 갤럭시 스마트폰에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카드 결제 단말기에 가져다 대는 것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신기한 기술이다. 바코드나 QR코드를 디스플레이에 띄워서, 혹은 핀테크 전용 단말기로 결제하는 것보다 보기에도 신기하고 실사용에 있어서도 훨씬 실용적인 삼성 페이는 갤럭시 S 6의 킬러 콘텐츠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삼성 페이 가입자는 어느덧 국내에서 300만 명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삼성 페이에 가입하면 모바일 게임용 쿠폰을 주거나 심지어는 태블릿PC, 블루투스 이어폰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얻을 수 있도록 한 파격적인 마케팅도 물론 빠른 보급에 한몫을 했다.

간편하게 어디서나 결제할 수 있는 기술, 삼성 페이

2015년 3월 공개된 삼성 페이는 세계 최초로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와 NFC(Near Field Communication)를 동시에 제공하는 핀테크 결제 솔루션으로, 삼성전자가 인수한 루프 페이에 NFC 결제 솔루션을 결합한 기술이다. 상황에 따라 NFC, MST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삼성 페이는 별도의 NFC 단말기가 없더라도 결제할 수 있어, 타 결제 솔루션에 비해 결제 편의성 면에서 압도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부 갤럭시 A 라인업에서도 삼성 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

공개 후 약 반년이 지난 2015년 8월 20일부터 삼성 페이의 정식 서비스가 한국에서 시작됐다. 아울러 8월 25일부터는 베타 테스트, 그리고 8월 20일에는 정식 서비스가 미국에서 개시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사, 카드 및 은행사들과 제휴를 맺어 여타 핀테크 솔루션들에 비해 MST는 물론 NFC로도 이용할 수 있는 사용처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 페이는 갤럭시 S6 이후의 프리미엄 라인업의 기기와 일부 중저가 기기(갤럭시 A5, 갤럭시 C5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삼성페이의 경쟁자는 오직 애플페이뿐

그렇다면 삼성 페이의 경쟁 서비스로 꼽을 수 있는 여타 제조사들의 하드웨어 기반 결제 서비스들의 현황은 어떨까.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구글이 구글 월렛의 실패 후, 보다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페이’를 내놓았으며, LG전자는 ‘G페이’라는 명칭의 NFC 기반 하드웨어 결제 서비스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출시되지 않은 G페이는 물론, 구글이라는 사업자가 2015년 9월 야심 차게 내놓은 안드로이드 페이의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논란의 애플 페이, 그럼에도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므로 가장 직접적인 경쟁자로 꼽을 수 있는 서비스는 애플의 ‘애플 페이’가 유일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애플 아이폰 이용자는 안드로이드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이용자들보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으며, 얼리어답터 성향이 두드러지고 구매력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애플 페이는 시장의 예상대로 빠르게 확장돼 나가고 있지만, NFC 기반의 결제방식만 지원하기 때문에 결제를 위해서는 지원되는 결제 단말기가 필요하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애플 페이의 주요 서비스 국가인 미국을 볼 때 NFC 단말기를 보유한 소매점이 전체의 14%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의 오프라인 소매점에서 애플 페이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애플 페이 중국 진출, 큰 성공을 거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시장의 경우에는 NFC 단말기의 보급이 600만 대, 그리고 삼성 페이 결제가 가능한 마그네틱 기반 신용카드 단말기는 2,000만 대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삼성 페이가 애플 페이를 비롯한 경쟁사들의 NFC 기반 결제 방식보다 편의에 있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편의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애플 페이는 삼성 페이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 페이가 서비스 개시 6개월 만에 글로벌 500만 명의 이용자를 모은 것에 대비해, 애플 페이는 중국 서비스 개시 하루 만에 중국 내에서만 3천만 명의 등록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드웨어를 직접 제조하지 않는 구글, 그리고 삼성전자나 애플에 비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여타 제조사들의 하드웨어 기반 결제 기술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삼성 페이와 애플 페이에 버금가는 이용자를 확보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즉 앞으로도 하드웨어 기반 핀테크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페이 사업을 위해 NFC 결제 단말기를 보급하고 있다

삼성 페이는 분명 애플 페이보다 결제의 편의성에 있어서는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술이다. NFC 결제 단말기의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애플 페이의 결제 편의성은 삼성 페이의 그것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편의성의 우위 점유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애플이 결제 단말기 업체인 페이 애니웨어와 협력해 NFC 결제 단말기 보급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구글 또한 안드로이드 페이를 위해 NFC 결제 단말기의 확산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점이 가장 위협적이다. 삼성 페이의 기술적 우위는 NFC 결제 단말기 보급을 통해 앞으로 2년 내에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LG전자의 G 페이는 올해 하반기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

삼성 페이의 기술적 우위가 시장을 점하고 있는 때에 애플 페이는 물론 후발주자들을 견제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결국 핀테크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은 물론 애플 페이를 이용하고 있는 이들을 삼성 페이 이용자로 확보해야 한다. 결국, 하드웨어 기반 핀테크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제품의 보급률과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방법이 제일 유효한 방법이 될 것이다.

갤럭시노트 7, 삼성페이 보급의 첨병

갤럭시노트 7의 발표에 앞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은 미국 내에서 공격적인 삼성 페이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에서도 갤럭시노트 7과 삼성 페이의 동시다발적 마케팅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갤럭시노트 7이 외신의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지금, 단말기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삼성 페이 보급률 상승으로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 삼성 페이 보급에 힘을 실을 갤럭시노트 7

현재 미국에서 삼성 페이 이용자들의 서비스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애플 페이의 그것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리엠마컨설팅그룹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아이폰 6 이용자 중에서 23%는 삼성 페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인당 주간 평균 결제 금액도 애플 페이의 75달러에 비해 삼성 페이가 82달러로 더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아울러 애플 페이의 결제 방법이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31%였던 반면, 삼성 페이의 결제 어려움을 호소한 이용자는 이보다 적은 19%로 나타나기도 했다.

삼성 기어 S3에서는 삼성 페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페이는 분명 기술적으로 애플 페이는 물론 다른 경쟁사들의 그것보다 우위에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삼성 페이를 결제 수수료율 수취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프리미엄 스마트폰 이용자의 결제 편의 제공을 통해 단말기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갤럭시노트 7의 출시에 맞춰 이뤄질 공격적 마케팅, 그리고 단말기 판매가 삼성 페이 가입 및 이용으로 이어지면 지금의 핀테크 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페이는 추후 스마트워치인 기어 라인업에도 적용될 예정이기에, 연내 핀테크 경쟁이 스마트폰을 넘어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펼쳐질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하반기 핀테크 경쟁은 임박한 갤럭시노트 7 대 아이폰 7을 넘어, 2라운드인 삼성 기어 대 애플 워치를 통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페이에게 남은 기간은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을 앞으로 2년. 삼성전자는 그동안 애플은 물론 모든 경쟁사들을 제치고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