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T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분야는 단연 인터넷 방송이다. MCN, 인플루언서 마케팅, 차세대 콘텐츠. 인터넷 방송을 두고 다양한 방향에서 시장을 규정짓고 분석해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정성, 성 상품화, 음란성에 대한 지적 때문에, 여전히 인터넷 방송을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전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방송이, 유독 국내에서는 일부의 음란 콘텐츠로 인해 왜곡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방송은 시장의 성장에 앞서, 시장의 자정이 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인터넷 방송, 시장이 되다

연예인이 아닌 이들이 인터넷 방송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통해 유명인이 되며, 또 이를 통해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이 보편화됨에 따라 이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있는 새로운 ‘스타’들과 소비층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구축되고 있는 생태계는 MCN(Multi Channel Network)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이고, 인터넷 방송의 스타들은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의 ‘준 연예인’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생태계가 생겨난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인플루언서라면 역시 ‘대도서관’

국내에서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구축되고 있는 시장을 ‘아프리카TV’와 BJ(Broadcasting Jockey)가 주도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시장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은 비단 국내만의 현상은 아닌데, 해외에서도 유튜브나 트위치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소비층과 매출 구조가 탄탄히 구축돼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으로,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해 개인이 방송 콘텐츠를 만들어 송출하고 또 이를 통해 매출을 창출해 내는 것은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유튜브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 ‘유튜버’들이 많아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정책 연구소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온라인상의 개인이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방송을 송출하는 인터넷 방송 시장은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179억 달러의 규모였던 인터넷 방송 시장은 오는 2019년에는 554억 달러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의 경우에는 2014년 1,926억 원으로 집계된 시장이 2019년에는 6,345억 원 규모로 약 330%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창출되는 광고 시장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23.8%로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터넷 방송이 바야흐로 하나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내고, 또 빠르게 성장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성의 상품화에 대해서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또 빠르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상품화된 성적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항상 예로 거론되는 사례가 바로 1970년대 후반부터 벌어진 가정용 비디오 규격의 경쟁이다. 이는 소니에서 개발한 베타맥스와 JVC의 VHS의 가정용 비디오 규격 경쟁에서, 성인물을 철저히 규제한 베타맥스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인물을 허용한 VHS에게 시장의 패권을 넘겨준 사례다.

인플루언서를 사업화하다, CJ E&M의 DIA TV

선정적인 콘텐츠는 사람들의 이목을 쉽게 끌 수 있다. 하지만 선정성, 특히 음란성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법적으로 규제되는 대상이다. 성의 상품화는 인간의 인격성의 가치를 교환 가치의 대상으로 만들어, 인간의 존엄성을 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렇기에 허용되지 않은 선정적, 성 상품화 콘텐츠는 법적인 규제와 처벌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선정적 콘텐츠의 무분별한 노출을 막기 위해 국가가 직접 혹은 위임을 받은 단체에서 콘텐츠의 등급을 매기고, 배포를 허용하거나 취소하는 등의 절차를 취하고 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모인 크리에이터 기획사, 트레저헌터

인터넷 방송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당연히 그 시장 안에서는 더 많은 인기를 얻고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인터넷 방송에 선정성을 가미한다는 것은 방송을 제작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목표하는 바에 가장 빠르고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혹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인터넷 방송이란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콘텐츠며 시청자를 끌어들인다는 것이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선정적인 콘텐츠는 규제돼야 함이 마땅하다. 그렇다면 인터넷 방송의 선정성에 대한 조치로 현재 취해지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선정성 + 인터넷 방송 = 최악의 시너지

인터넷 방송의 매출 창출에는 현재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수익 창출의 방법은 ‘광고 수익’이다. 플랫폼을 통해 송출되는 동영상의 재생 전후 혹은 재생 중에 광고물을 노출시키고, 이를 통해 발생되는 수익을 플랫폼 제공사가 동영상 제작자와 나눠 갖는 구조다. 완연히 광고만을 위해 제작된 동영상을 제작하고, 광고주로부터 제작에 대한 대가를 받는 광고물 동영상 제작도 이와 같은 범주에 포함된다. 이런 수익 모델을 취하고 있는 콘텐츠들의 경우 조회가 많이 될수록 보다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으며, 선정성을 통해 보다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동영상 플랫폼 운영사들은 이용자들의 자발적 신고 혹은 운영사의 주기적 모니터링을 통해 선정적인 콘텐츠를 삭제하고 동영상 제작자에게 제재를 가하며, 발생한 광고 수익의 지급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는 해외에서는 양지에서의 음란 인터넷 방송이 크게 퍼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중들에게 회자되는 높은 완성도의 콘텐츠도 많아지고 있지만

또 하나의 인터넷 방송 수익 모델은 아프리카TV를 통해 정착된 시청자들의 ‘기부행위’를 통한 것이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유료 아이템을 인터넷 방송 제작자에게 기부하고, 제작자는 이를 현금으로 환전해서 수익을 거둬들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방송 수익의 다른 말로 통용되는 ‘별풍선’이 이와 같은 형태로 거둬지는 수익이다. 별 풍선은 인터넷 방송 BJ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며, BJ에게 수익을 위한 행위를 강요할 수 있는 가장 주요한 수단이다. 별풍선이라는 수단이 실시간 인터넷 방송의 연결성, 그리고 성의 상품화와 만나게 될 경우에는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아직 많은 인터넷 방송이 성 상품화를 주요 콘텐츠로 삼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인터넷 개인방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심의 건수는 모두 257건으로, 이 가운데 도박 44건, 성매매 및 음란 12건, 욕설 등 25건으로 모두 81건(31.5%)에 대한 시정 요구를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검토 방송의 약 5%라는 높은 비율이 성 상품화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규제가 더 심해지기 전에

아프리카TV와 같은 인터넷 방송이 선정성과 만나게 될 때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바로 이 점이다. 광고 기반의 동영상 콘텐츠는 플랫폼사의 자정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 관리될 수 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인터넷 방송은 사실상 제재가 힘들며, 그 제제도 대부분은 후발 조치가 되고 만다. 최악의 경우 선정적 인터넷 방송은 성매매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며, 또 그것이 실제로 수차례 실현되기도 했다.

그밖에도 선정성, 저작권 등 인터넷 방송은 많은 해결 과제를 가지고 있다

자발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인플루언서들도 많다. 하지만 시장을 이루는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현재 수익성을 고려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으며, 쏟아지는 콘텐츠들을 사전에 모두 규제해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인터넷 방송은 방송법상 방송 서비스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고질적인 문제가 방치되고 있는 상황으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사들은 자체적인 규제의 노력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 방송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며, 인터넷 방송은 끊임없이 성 상품화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성 상품화 논란 근절이 곧 인터넷 방송 시장 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연예인 데프콘의 앨범 ‘Macho Museum’ 7번 트랙 ‘그녀는 낙태 중’이란 노래는 BJ들의 선정성과 성매매 작태를 읊은 노래다. 해당 노래는 실제 사례를 옮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청자들은 그 노래의 가사를 마치 실제처럼 받아들였다. 모두가 있을 법한 이야기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방송의 음란성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제기될 문제며, 시장의 확대에 따른 부작용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제대로 된 근절의 방법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성장이 기대되는 인터넷 방송 시장 자체가 왜곡되고 종국에는 파국을 맞을 것이다. 지금은 당국의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와 서비스사, 아울러 소비자들의 자정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최덕수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