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가락에서 시작된 이모티콘이 거대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초기만 해도 본인의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도입이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스티커가 도입되고 캐릭터성이 강조되면서부터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넘어 초대형 캐릭터 산업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이번 코너에서는 캐릭터 상품, 식품,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진화하고 있는 이모티콘의 변천사를 짚어보도록 하자.

문자를 통한 대화에서 탄생한 이모티콘

▲ 감정 표현을 위한 이모티콘

우리가 매일 같이 사용하고 있는 이모티콘은 PC를 통해 문자로 대화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문자만으로 전달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들을 보다 쉽고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널리 애용되었으며, 쉬운 사용법과 확실한 효과로 인해 금세 보편화 됐다. 이후 휴대폰이 주요한 소통의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통화보다 저렴한 가격, 통화가 곤란한 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인맥 관리를 위한 수단, 통화까지는 바라지 않는 상대와의 커뮤니케이션 등에 강점을 지닌 문자메시지가 주요 대화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이모티콘이 적극 활용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감정 표현만 가능했지만, 이후 문자의 조합으로 보다 다양한 것들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점과 물결표시 하나만으로 본인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친분이 없고 사무적인 상황에서는 단순히 문자만, 가까운 사이일 경우에는 문자에 이모티콘을 섞어 사용하곤 했는데, 때로는 이모티콘을 남발하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 나 -- 와 같은 단순한 형태에서 시작해 (^~^) 나 (-_-);;; 같은 형태로 진화해 갔다.

다양한 형태의 이모티콘 유통

▲ 다양한 형태의 이모티콘

휴대폰 문자 메시지는 140byte, 한글 70자라는 길이 제약이 있었고, 이를 넘어가면 장문 메시지인 MMS로 변형돼 전송되었지만 이 같은 특성에 맞춘 이모티콘들이 대량으로 만들어지면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특수 문자와 일반 문자의 특성을 이용한 이른바 문자로 만든 그림 형태의 이모티콘들이 큰 인기를 끌었으며, 생일, 크리스마스, 새해 등 축하할 일이 있을 때는 이런 이모티콘들을 이용해 일종의 카드처럼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통신사를 비롯한 몇몇 사이트에서는 이 같은 이모티콘을 보낼 수 있는 전용 서비스를 오픈하기도 했는데, 문자 메시지의 사용이 대폭 줄어든 지금까지도 대량 문자 발송 사이트에서는 이 같은 이모티콘들을 서비스 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장 후
단순 아이콘 형태의 이모티콘 인기

▲ 아이콘 형태의 이모티콘

문자 중심의 이모티콘이 스티커 형태로 극적인 변화를 맞게 된 것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부터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데이터 전송 속도가 개선되면서 아이콘과 같은 이미지 파일도 무리 없이 전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앱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이모티콘 팩이 출시되기도 했는데, PC에서 사용하던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문자가 아닌 이미지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중 상당수는 유료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다운로드를 기록해 이모티콘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노란색 스마일리 아이콘을 통한 감정 표현이 대표적이었으며, 감정과 상황을 표현하기 위한 것보다는 사물에 관한 아이콘이 주류를 이뤘다. 기존 문자메시지에서 유행하던 특수 문자 조합의 이모티콘들은 카카오톡이 활성화되면서 일시에 사라졌는데, 글자 수 제한도 없거니와 메시지를 입력하는 창의 크기가 달라진 것이 이유였다. 무엇보다 감정을 대신 전달할 수 있는 아이콘들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이전 것들을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 같은 단순한 이모티콘들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라인 스티커의 등장과 스티커 시대의 개막

▲ 라인과 카카오톡의 스티커

이모티콘이 비로소 스티커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은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에 사용되면서 부터다. 라인이 모바일 메신저 중 최초로 라인 캐릭터를 앞세운 다양한 스티커를 출시했고, 이후 카카오톡, 마이피플과 같은 메신저들도 덩달아 캐릭터 스티커를 앞세워 인기를 끌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끈 것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스티커였다. 상대적으로 두터운 사용자 층을 확보하고 있던 터라 다양한 스티커를 시도해 볼 수 있었고, 이제는 국민 캐릭터로 자리 잡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을 앞세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티커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것은 라인이었지만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의 등쌀에 밀려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고, 네이버 서비스와 연계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며 대표 스티커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스티커의 유료 판매 시작
카카오톡은 압도적인 국내 사용자 수를 바탕으로 상당한 양의 유료 스티커를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과연 누가 돈을 내고 스티커를 구매를 할까 싶었지만 일상생활에서 그 편리함을 충분히 경험했던 사용자들은 자신의 감정과 센스를 보다 잘 표현해줄 수 있는 스티커를 찾아 구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회성 구매가 아니었으며, 기존에 사용하던 스티커가 식상해 질 경우 새로운 스티커를 계속하고 구매하는 양상을 띠었다. 카카오톡 못지않게 스티커 판매로 재미를 보고 있는 메신저는 비트윈이다. 커플 전용 메신저를 지향하는 비트윈은 커플간의 대화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캐릭터들을 무상으로 제공했으며, 이윽고 기존의 스티커들이 지겨워 질 무렵 새로운 상황과 감정을 담은 패키지들을 출시해 수익을 얻고 있다. 특히 카카오프렌즈처럼 자체 캐릭터 라인업을 구축해 스티커 판매 외에도 조심스러운 캐릭터 상품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태다.

▲ 카카오톡과 비트윈의 유료 스티커

움직이는 스티커의 도입

▲ 움직이는 스티커

움직이는 스티커는 유료 스티커 판매를 견인한 중요 포인트 중 하나다.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스티커들이 단순한 이미지로 형태로만 제공되었지만 특정 행동이나 움직임을 반복하는 이른바 움짤 형태의 스티커들이 도입 되면서 사용자들로부터 더 큰 호응을 얻게 됐다. 귀여운 행동부터 익살스러운 행동까지 다양한 매력을 지닌 스티커 들이 출시되었으며, 덕분에 사용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스티커들을 보다 폭넓게 선택해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마케팅에 활용 되는 스티커

▲ 마케팅에 활용되는 스티커

라인은 스티커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로 연예인의 모습을 담은 스티커들을 출시한 것인데, 그 중에서도 상당한 이슈가 되었던 것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열연을 펼쳤던 천송이와 도민준의 모습을 담은 스티커였다. 이후 밴드 게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신규 게임 다운로드 시 유명 연예인들의 모습을 담은 스티커를 제공하기도 했는데, 지금까지도 다양한 마케팅에 스티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반응은 더 뜨겁다. 아시아의 주요 기업들은 라인 스티커를 활용한 마케팅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환경보호 단체, 국가적인 행사, 명절 등에서도 이를 활용한 스티커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카카오톡 역시 국내에서 한정판 스티커를 앞세운 이벤트를 이어가고 있으며, 매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개인의 스티커 판매

▲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

라인은 한 발 더 나아가 개인이 스티커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스 마켓을 오픈했다. 제휴사의 스티커만 유통하던 창구를 일반에게도 오픈한 것이다. 2014년 기준 145개 국가에서 27만 명이 라인 크리에이터로 등록했으며, 약 3만 여 종이 판매되고 있다. 그 인기로 인해 스티커 제작자가 상당한 수익을 얻고 있는데, 매출액 상위 10위 제작자는 평균 6개월 동안 3,680만 엔, 한화로 3억 원이 넘는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이 제작한 스티커는 크리에이터스 마켓이 개설된 이후 6개월 동안 36억 엔 어치가 판매됐다.

팝업 스토어를 통한 상품판매 시작

모바일 메신저는 유료로 스티커를 판매되기 전까지 별다른 수익원이 없었다. 하지만 유료 스티커 판매 이후, 스티커 속 캐릭터들이 대중에게 친숙해지고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캐릭터 IP를 활용한 캐릭터 산업이 바로 그것이었다. 카카오톡과 라인은 팝업 스토어를 오픈해 문구, 생활 용품등 다양한 캐릭터 상품들을 쏟아냈는데, 부산 롯데백화점에 오픈했던 카카오프렌즈 매장의 경우 4일 만에 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판매호조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삼립식품과의 콜라보를 통해 카카오프렌즈 빵을 출시하기도 했는데, 판매 6개월 만에 1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 연령층에게 사랑받고 있다. 국내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카카오톡과는 달리 라인은 뉴욕,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명동에 위치한 라인 프렌즈 스토어는 중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 손꼽히고 있으며, 짝퉁 상품이 존재할 만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밖에도 까사미아, 라미 등의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해 한정판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물론 게임으로까지 등장

스티커 속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까지 제작되기 시작했다. 라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라인타운은 2013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TV도쿄를 통해 방송된 애니메이션으로,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디즈니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다. 라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들 역시 다수 출시되었는데, 라인 레인저스를 필두로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 되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 라인 레인저스는 출시 후 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캐릭터성 뿐 아니라, 게임까지 인정받고 있다.

이모티콘의 무한한 가능성

캐릭터 스티커를 서비스 전반에 적극 활용하며 글로벌 6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라인은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제 8회 크런치 어워드에서 최고 국제 스타트업으로 선정됐다. 구글과 페이스북 역시 지난 2010년 경에 수상한 바 있는 이 상은 매년 20개 부문에 걸쳐 유망한 벤처기업과 창업자를 시상하는 국제적 행사다. 뿐만 아니라 라인은 지난 3월 라인프렌즈 캐릭터 사업을 단독 법인으로 신설하기도 했는데, 가로수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정식 오픈하면서 글로벌 캐릭터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글자의 조합에 지나지 않았던 이모티콘. 하지만 이제는 캐릭터를 등에 업고 그 어떤 산업으로 발전한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어져 버렸다. 이모티콘의 도전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앱스토리 매거진(www.appstory.co.kr) | 최선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