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보험,
과연 내 스마트폰을 지켜주는 안전장치일까?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할 때가 있다. 사고에 의해 뜻하지 않은 손해를 입게 되면 누구나 당황하게 마련이지만, 이러한 때를 대비해 우리는 보험이라는 것을 가입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사용자의 단말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일정 부분 보상해 주는 단말기 보험 제도가 수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단말기 보험은 유명무실, 실제 이용자 수는 극히 적었다. 단말기 보험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부터다. 피처폰과 달리 단말기 자체가 고가인데다, 보통 2년 약정 계약을 기본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단말기를 분실하거나 잃어버렸을 경우 큰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단말기 보험만 가입하면 내 스마트폰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보험 상품, 얼마나 알고 가입할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입하는 보험도 다양한 상품이 있듯이, 휴대전화와 관련된 보험 상품도 통신사별로 몇 종류로 구분되어 있다. 각각 가격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는 범위가 다르며, 일부 통신사에서는 파손과 분실을 구분해 두기도 했다. 가령 분실만 가입했을 경우에는 단말기 파손으로 인한 보상은 일체 받을 수 없게 되니, 보험 상품을 가입하기 전 보상 범위를 꼼꼼히 살펴봐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보험 상품의 약관이나 보상 범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단말기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시장 점유율 1위인 SKT의 단말기 보험은 이동통신 3사중 보상 내용이 가장 좋지 않다. 우선 파손 보험과 분실 보험이 완전히 구분되어 있어, 둘 다 보상을 받으려면 두 개의 보험을 따로 가입해야 한다. 월 1900원을 납부하는 ‘폰세이프19’ 상품이 가장 저렴하며, 스마트폰 전용의 ‘스마트세이프’ 상품은 월 5000원을 납부해야 한다. 스마트 세이프의 보상한도는 85만 원이며, 소비자의 자기부담금은 1차 분실 시 15만 원, 2차 분실 시 30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가령 출고가 90만 원의 스마트폰을 분실했을 경우 보상 최대한도 85만 원 중 15만 원을 자가 부담하고, 보상지원금을 초과한 5만 원을 추가로 부담해 20만 원의 개인 지출이 발생하게 된다.

KT는 피처폰과 스마트폰을 구분한 보험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스마트폰만 살펴보면, 파손형 월 2700원, 보급형 월 3700원, 프리미엄형 470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SKT와 달리 보급형 이상으로 가입하면 분실이나 파손시 모두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자기부담금이 손해액의 30%나 되기 때문에, 단말기 분실 시에는 상당한 비용이 지출된다. 출고가 90만 원의 스마트폰을 분실한다면, 우선 보장한도인 80만 원의 30%인 24만 원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고, 여기에 보장한도를 초과한 10만 원이 추가되어 총 34만 원이라는 목돈을 지불해야 한다. 스마트폰의 출고가가 비싸다는 점을 감안할 때 30%라는 자기부담금은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외면 받는 휴대전화 보험 시스템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형광(40세)씨는 얼마 전 아이폰을 도난당했다. 잃어버린 단말기에 저장된 개인정보가 걱정되긴 했지만, 개통 시 가입했던 보험이 있었기에 단말기 자체에 대한 부담은 덜했다. 상담원과 통화 후 필요한 서류를 구비한 김씨는 보험사에 관련 서류를 보냈지만, 이틀이 지나도록 별다른 소식이 없자 직접 보험사에 연락을 취했다. 상담원은 도난일 경우 경찰서에서 도난 확인서를 발급받아 첨부해야 한다고 알렸고, 김씨는 경찰서 갈 시간이 없다며 분실로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그렇게 접수가 끝난 것으로 생각한 김씨. 그러나 다시 1주일이 지나도 보험사로부터는 감감무소식이었고, 연락을 할 때마다 처리중이라는 답변만을 들어야 했다. 게다가 보상과는 상관없는, 분실 단말기 특징에 적어 둔 손상부위에 대한 추궁까지 당해야 했다. 김씨는 아이폰을 분실한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임시 대여 받은 피처폰을 사용하고 있다.

휴대전화 단말기 보험은 통신사를 통해 가입하지만, 모든 실무 처리는 제휴된 보험사에서 담당한다. 결국 보험사에서는 제대로 자격을 심사하지 않은 수백만 명의 고객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통신사에서는 중계 수수료 1%를 챙기고, 소비자에게 우리는 이러한 고객만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생색만을 낼 뿐, 정작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모든 일처리는 보험회사의 몫이다. 그러다 보니 보험사는 보험사대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분실보험의 연간 손실액은 130%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고의로 단말기를 훼손하거나, 거짓으로 분실신고를 해 보험 혜택을 받아가는 얌체 소비자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은 보상 청구자들을 더욱 까다롭게 심사할 수밖에 없고,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까지는 평균 1~2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보험의 약정 내용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며, 심지어 약정 내용을 변경해도 그 내용을 알기가 쉽지 않다. 휴대전화 보험은 이동통신사와 보험사 사이에 계약된 단체보험으로, 실제 매달 보험금을 납입하는 소비자는 계약 당사자가 아닌 피보험자의 신분이다. 현재 보험 관련 법안에서는 보험계약의 중요 내용에 대한 설명의무는 피보험자가 아닌, 보험계약자로 한정돼 있다. 즉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동통신사에만 설명의무를 이행하면 된다. 결국 이러한 법률적 맹점 때문에 실제 보험금을 납부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정당한 권리를 누리지 못할 뿐 아니라, 모르고 있던 조항으로 인해 생각지 않던 손해를 보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휴대전화 보험 관련 민원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2011년 2분기 25건에서 4분기에는 두 배인 50건으로 증가했다. 올 1분기에는 지난 해 4분기의 두 배가 넘는 116건으로 급증했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이동통신사이기 때문에, 소비자에 대한 책임은 이동통신사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져야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통신업계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보험상품 자체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보험사에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휴대전화 보험의 가입자는 9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가운데, 서로 책임을 떠미는 이동통신사와 보험사의 행태는 소비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휴대전화 보험의 부조리함
출고가 90만 원의 최신형 스마트폰을 SKT로 개통해 사용하다, 3개월 뒤에 분실했다고 가정해보자. 가입시 세이프40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면, 보상한도 60만 원에서 자기부담금 10만 원을 제외한 50만 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자기부담금 10만원과 보상한도를 초과하는 단말기 값 30만 원은 소비자가 직접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총 40만 원의 지출이 발생한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단말기의 실제 거래가는 급격히 하락하는 반면, 출고가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3개월, 6개월 까지는 보험 혜택을 받고 자기 부담금을 지불하는 것이 이득일 수 있지만, 1년 뒤에도 과연 이득일까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다. 출시 당시 90만 원이었던 단말기가 1년 뒤 중고시장에서 30만 원에 거래된다고 했을 때, 과연 40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출해가며 굳이 보험 혜택을 받을 이유가 있을까?

이러한 보상의 부조리함은 기준을 실제 거래가가 아닌 출고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올 초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들에 대해 45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적이 있었다. 통신사와 제조사가 손잡고 휴대전화 출고가를 공급가에 대비 높게 책정하고 할인 혜택을 크게 주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최신 스마트폰의 출고가는 90만 원을 훌쩍 넘어서지만, 실제로 그 가격에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없다. 그러나 유독 보험에서만은 실제 거래 가격과 거리가 먼 출고가를 기준으로 보상금액을 책정하고 있다. 일명 버스폰이라 불리는, 출고가 대비 실 구매가가 빠르게 하락하는 스마트폰들의 경우, 심하면 구입시 단말기 값이나 보험 청구시 지급해야 하는 자기부담금이 큰 차이가 나지 않기도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은 높은 수준의 AS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보증 기간 내라면 명확한 고객 과실이 아닐 경우 무상으로 처리를 해주고 있다. 그런데 괜히 보험금을 받아 보겠다고 멋모르고 청구했다가 자기부담금이 발생해 오히려 돈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정말 휴대전화 보험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스마트폰 보험의 딜레마
지금까지 스마트폰 보험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간단히 짚어 봤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스마트폰 보험은 사실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한정된 상황에서는 분명히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신형,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입할 경우 6개월 이내에 단말기를 분실한다면 보험의 혜택을 충분히 볼 수 있다. 아이폰처럼 중고 시세가 좀처럼 하락하지 않는 단말기라면 1년이 지난 후에도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사용자의 환경에 따라서 보험의 실효성은 크게 달라지게 된다.

최신형의 고가 단말기를 구입해 오랫동안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만약의 상황을 위해 보험을 가입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최신형 단말기를 구입하되, 자주 단말기를 교체하는 사용자라면 어차피 보험 기간 동안 단말기를 사용하지도 않으니 보험은 불필요하다. 최신형이라고 해도 보급형이거나, 빠르게 가격이 하락하는 단말기의 사용자들에게도 보험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어차피 6개월만 지나도 출고가 기준으로 책정되는 보험료 자기부담금보다 중고 시세가 더 저렴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보험에 가입하기에 앞서 자신이 구입하려는 스마트폰이 어떤 성향의 제품인지, 자신의 단말기 사용 패턴이 어떠한지, 또 가입하려는 보험의 자기부담금은 얼마인지, 매월 지출해야 하는 금액은 얼마이며, 보상범위는 얼마인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떠한 시스템이든 서비스 주체는 언제나 불친절하기 마련이다. 결국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소비 주체가 스스로 똑똑해져야만 한다. 스마트폰 보험도 마찬가지. 이동통신사와 보험회사가 당면의 문제들을 서로 떠넘기는 상황에서 시스템이 쉽게 바뀔 것 같진 않으니, 결국 소비자가 스마트해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월간 앱스토리 | 석주원

김준혁 기자 press@app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