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끝나지 않은 신화 속으로…

국내 TOP3의 휴대전화 제조사로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와 2위 싸움에 한창인 팬택. 한때 벤처기업 성공신화의 상징과도 같았던 팬택은 지난 2006년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며 워크아웃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상장도 폐지되고 회사 규모도 크게 축소됐다. 그러나 팬택, 그리고 박병엽 부회장은 좌절하지 않았다. 워크아웃 이후 회사의 구조개선에 성공한 팬택은 2007년 3분기를 기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최근까지 16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등 워크아웃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의 그 어떤 IT기업보다 굴곡 많은 길을 걸어온 팬택이 스마트 시대를 맞아 재도약을 위해 큰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팬택, IT벤처기업의 신화를 만들다

팬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팬택의 설립자인 박병엽 부회장이다. 박병엽 부회장이 팬택을 창업한 것은 스물아홉 살이었던 1991년. 본인을 포함해 6명의 인원으로, 10평짜리 아파트를 처분해 마련한 단돈 4000만 원을 손에 쥐고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 팬택의 사업은 무선호출기, 이른바 ‘삐삐’를 제조해 판매하는 것이었다. 1970년대 설립되어 초창기 국내 무선통신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쌓아왔던 ‘맥슨전자’에서 촉망받는 영업맨으로 활약했던 박 부회장의 수완은 탁월했다. 4000만 원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 팬택은 설립 6년째인 1997년 연매출 762억 원을 달성하는 초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신화는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무선호출기 시장의 한계를 직감한 박 부회장은 새롭게 떠오르는 휴대전화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1997년 5월 LG정보통신(현 LG전자)으로부터 OEM 휴대전화 공급 계약을 따낸 팬택은 본격적으로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1997년 8월에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고, 당시 공모가 6만 5000원을 기록하며 업계에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팬택의 초기 주력 제품은 삐삐였다

1998년에는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삼성전자에게 밀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던 모토로라로부터 인수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때에도 박병엽 부회장의 노련함이 빛을 발했다. 모토로라는 CDMA R&D센터를 만든다는 계획으로 함께할 기업을 찾고 있었고, 한창 성장가도를 질주하던 팬택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병엽 부회장은 모토로라의 인수합병 제의를 거절하는 대신 투자를 제의했다. 투자 후 5년 이내에 박 부회장의 경영이 잘못됐다고 판단한다면 언제든지 M&A에 응하겠다는 조건이었다. 모토로라는 이 조건을 수락해 팬택의 지분 16%를 1500만 달러에 매입했다.

모토로라로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한 팬택은 이를 바탕으로 2000년 2871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팬택의 질주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현대큐리텔을 인수한 2001년에는 매출 1조 원의 넘어서는 쾌거를 이루었고, 2003년에는 매출 2조원 돌파, SK텔레텍을 인수한 2005년에는 3조원의 매출을 넘기며 벤처 신화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 최고의 히트상품 스타택도 팬택에서 OEM으로 일부 생산했다

무모한 도전, 황금알을 낳다

현대전자는 1993년부터 통신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2001년 현대전자가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꾸고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면서, 휴대전화 사업 분야를 현대큐리텔이라는 이름으로 분사시켰다. 수년 동안 적자만을 기록하고 있던 골칫덩어리를 구조조정 차원에서 잘라낸 셈이다. 이후 하이닉스는 현대큐리텔을 매각하려 했지만, 내수 시장 점유율은 1%대로 바닥을 치고 있고 2001년 순손실 1427억을 기록 중인 부실기업에 선뜻 손을 내미는 인수자는 없었다.

현대큐리텔의 매각과 관련해 삼성전자, 도시바 등과 지지부진한 협상이 진행되던 즈음, KTB투자증권은 구조조정펀드 편입 차원에서 현대큐리텔을 눈여겨보았다. KTB는 함께 펀드를 구성하고 경영까지 책임질 인물로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현대큐리텔 인수 제의를 받은 박병엽 부회장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단순 규모만 놓고 보면 현대큐리텔은 매출액이 팬택의 2.5배에 달하는 공룡기업이었기 때문이다. 결심이 선 박 부회장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자격으로 KTB투자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참여했다. 인수금액은 지분매각대금 476억 원을 포함해 1600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현대큐리텔을 인수한 팬택은 부실경영의 원인파악부터 시작했다. 가장 직면한 문제는 자금이었다. 신용이 바닥으로 떨어진 마당이라 부품 구입 시에도 현금으로 지불해야 했고, 판매도 수출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라 납품받는 업체들이 마음대로 가격을 낮춰 받았다. 결국 많은 매출을 기록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박병엽 부회장은 우선 자금 확보에 나섰다. 자신이 보유한 팬택 전지분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1000억 원을 대출 받았고, 이 자금을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했다. 또 부품 구입을 팬택과 통합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부품 단가를 낮추는 방법을 취했다.

현대큐리텔은 2002년 회사명을 팬택&큐티텔로 변경하며, 매출 8500억 원에 영업이익 650억 원을 달성했다. 만년 적자만 기록하던 부실기업이 1년 반 만에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2003년에는 1조 3858억 원의 매출에 708억 원의 영업이익, 403억 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면서 팬택계열은 처음으로 2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내수 시장 점유율도 1%대에서 2년 만에 15%까지 끌어올리며, 2위인 LG전자를 긴장시켰다.

▲ 팬택&큐리텔 큐리어스 소속이었던 인기 프로게이머 이윤열은
모기업의 휴대전화 광고에도 출연했었다

팬택&큐리텔의 성공요인은 발빠른 시장 대응이었다.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빠르게 공급하면서 영향력을 키워 나갔다. 세계최초의 33만 화소 카메라폰을 비롯해 T슬라이드폰, 게임폰, 캠코더폰 등 독특한 기능과 디자인을 도입한 휴대전화를 선보이며,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2004년 팬택&큐리텔은 인기 프로게이머 이윤열이 소속되어 있는 SG패밀리를 인수해 ‘팬택&큐리텔 큐리어스’ 라는 스타크래프트 게임단을 창단하기도 했었다. 큐리어스팀은 이후 팬택EX로 팀명을 변경했다가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2007년 8월 게임개발사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에 매각됐다. 팬택&큐리텔 역시 2007년부터는 브랜드 제품의 생산을 포기하고 OEM 생산에 주력하다, 2009년 팬택으로 완전히 합병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으로 인기를 모았던 팬택&큐리텔의 휴대전화들

모래 위의 금자탑

팬택은 2005년 SKY로 유명한 SK텔레텍을 인수합병한다. 1998년 설립된 SK텔레텍은 SKT 전용 단말기를 생산하는 자회사였지만, SKT가 정보통신부로부터 ‘시장지배적 사업자’ 판정을 받으면서 연간 120만대의 단말기만을 생산하도록 제재를 받았다. SK텔레텍의 생산규모 제한을 놓고 정부통신부와 갈등이 심해지자, SKT는 SK텔레텍을 팬택에 매각하는 선택을 한다. 팬택은 SK텔레텍의 지분 60%를 2940억원에 매입하며 대주주로 등극했다. 이를 통해 SK텔레텍은 2005년 7월 스카이텔레텍이라는 사명으로 팬택 계열사로 편입되었다가 같은 해 12월 팬택과 통합 법인으로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2004년 팬택은 매출 8915억 원, 영업이익 584억 원, 순이익 186억 원으로 역대 최고의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SK텔레텍을 인수한 2005년 팬택계열 전체의 매출은 3조 원을 돌파했지만, 팬택만 놓고 봤을 때에는 매출 6551억 원, 영업손실 423억 원, 당기 순손실 203억 원을 기록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당시 팬택은 매출이 줄어든 이유로 휴대전화 보조금 부활에 따른 대기수요 발생, 통신 사업자들의 재고 관리를 위한 주문 물량 감소, 그리고 새로운 모델의 출시 지연 등을 꼽았다. 또, 실적 부진에 대해서는 스카이텔레텍이 합병 전 중국 등 해외 진출을 하면서 발생한 투자비용과 팬택 역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한 비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2006년에는 보조금 시행에 따른 고가폰 판매 활성화와 생산 라인업 확대, 지속적인 히트상품 출시, 중남미 시장 수출 확대, 슬림 및 멀티미디어 제품 판매 강화 등을 내세우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2006년 팬택은 스카이텔레텍과의 합병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매출 2조 2000억 원, 휴대전화 판매 1200만 대의 경영 목표를 세우고, 중남미 등 신규 해외시장 개척과 주요 거점시장을 중심으로 수출물량을 늘려간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팬택계열은 채권단에게 워크아웃을 신청한다. 15년 동안 쌓아올린 금자탑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당시 팬택계열은 국내 3위, 세계 7위의 휴대전화 생산 업체였다.

▲ 2004년 당시 국내 휴대전화 점유율.(자료 : SK텔레텍)
팬택이 SK텔레텍을 인수할 경우, 2위 LG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었다

화를 부른 ‘지나친 욕심’

팬택은 OEM 생산으로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했다. 2001년 현대큐리텔을 인수한 후에는 자체 브랜드로 휴대전화를 출시하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했다. 사업의 규모도 급격하게 커졌다. 그러던 2005년 휴대전화 시장에 공급과잉 사태가 발생하며 수익악화에 직면하게 된다. 팬택의 선택은 브랜드의 강화를 통해 돌파구를 여는 것이었다. SKY 브랜드를 가지고 있던 SK텔레텍의 인수를 통해 내수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와 함께 해외시장에도 마케팅 비용으로만 2000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내수시장도, 해외시장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팬택은 엄청난 부채만을 짊어지게 되었다.

2006년 9월 기준 팬택의 부채비율은 무려 478%에 달했으며, 분기당 지출되는 이자만 97억 원이나 됐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재무구조개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부채비율을 100% 밑으로 끌어내렸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후발주자로서 선두그룹을 따라잡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연구비용을 쏟아 부었다는 질책도 받았다. 회사가 좋은 실적을 거둘 때는 성공요인으로 칭송받던 경영 방식들이 상황이 악화되자 비판의 대상으로 돌변했다.

수직상승이라고 할 만한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팬택은 거칠 것이 없었다. 그래서 성급했다. 안정적인 내실을 다지기보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의 글로벌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위해 과도한 투자를 계속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다리가 찢어진 꼴이 된 셈이다.

2005년 당시 박병엽 부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일 중요한 건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결국은 그 자신이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만 것이다.

▲ 2004년 이후 팬택계열의 매출 변화 추이.
워크아웃에 돌입한 2007년에 큰 계곡을 만들고 있다

‘부회장’ 박병엽

팬택의 창업자이자, 현재 팬택 계열의 CEO이며, 동시에 부회장의 직함을 가지고 있는 박병엽 부회장은 팬택의 상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빌 게이츠가 있고, 애플에 스티브잡스가 있다면, 팬택에는 박병엽 부회장이 있다. 앞서도 몇 번이나 언급됐듯이 박 부회장은 그 특유의 친화력과 추진력, 돌파력을 무기로 팬택의 성공신화를 만들어 냈다.

박병엽 부회장은 좋은 집안 출신도, 일류대를 졸업하지도 않았다. 1987년 맥슨전자에 입사한 박 부회장은 영업부를 자원해 국내사업부에서 법인 영업을 담당했다. 학교 다닐 때 1등을 하지 못했던 만큼 사회생활에서 만큼은 1등을 하자는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업무 관련 서적을 대학생 때 전공서적보다 더 많이 읽었고, 심지어 접대비를 회장 다음으로 많이 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어느 새 박병엽 부회장은 업계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다른 회사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으면서 동시에 회사 내부에서는 견제를 받기도 했다. 주변 상황이 불편해지기 시작한 박병엽 부회장은 1991년 회사를 박차고 나와 창업을 결심했다. 박병엽 부회장과 함께 맥슨전자를 나온 세 명의 기술자를 포함해 총 6명이 팬택의 창업멤버였다.

박병엽 부회장은 친화력을 앞새워 매우 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부회장이라는 딱딱한 직함과 달리 사적으로 사람을 만날 때는 형 아니면 아우였다. 이 친화력이 맥슨전자 시절 영업맨으로서의 성공을 가능케 했고, 직접 사업을 시작한 후에도 큰 무기가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 박 부회장도 2006년 회사가 위기를 맞았을 때에는 다리가 휘청거렸다. 한강다리를 서성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을 지켜본 박병엽 부회장은 큰 결단을 내렸다. 자신이 보유한 4000억 원 상당의 팬택 지분을 모두 회사의 회생자금으로 내놓은 것은 물론이고 8000억 원의 회사 부채에 보증까지 섰다. 2006년 12월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에는 채권단 설득을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녔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팬택은 2007년 4월 19일 채권단 99.96%의 동의서를 받아내는데 성공하며 워크아웃을 통해 부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팬택에 회장은 없다. 팬택의 창업자이자 동시에 최고경영책임자이기도 한 박병엽의 ‘부회장’ 직함은 스스로가 부여한 것이다. 학벌도 변변찮고, 배경도 없는 자신이 크게 이룬 것도 없이 회장 직함을 달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때문이었다. 어쩌면 자격지심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마음가짐이 누구보다 열심히 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지는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 팬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박병엽 부회장

스마트한 기업으로의 변신

팬택은 워크아웃을 진행하면서 전체 인력의 35%, 임원의 60%를 잘라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해외 수출도 50개국에서 핵심 시장을 중심으로 10개국으로 축소시켰으며, 기술연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워크아웃 기간 중에만 총 1조 원 이상이 연구개발비로 쓰였다. 현재 팬택은 310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7000건의 특허가 출원중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악의 위기를 벗어난 팬택은 경영구조 개선을 통해 2007년 3분기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2009년 매출 2조 1320억 원, 영업이익 1480억 원을 달성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2조 775억 원, 영업이익 839억 원을 달성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1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올해 안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제2의 신화를 써내려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꾸준한 투자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 대비해온 팬택은 2010년 7종의 스마트폰을 국내에 출시하며 총 98만대를 판매했다.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던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스마트폰 판매 2위 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전문 업체로 변신을 선언한 올해에는 야심차게 출시한 ‘베가레이서’가 큰 인기를 얻으며 8월 말까지 64만대를 판매했다. 최근에도 하루 평균 1만대 가량이 판매되고 있어 9월말 경에는 100만대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팬택은 베가레이서의 인기 고공행진에 힘입어 올해에만 202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으며, 지난해와 합쳐 누적 판매량 300만대를 돌파했다.

팬택은 올 상반기 스펙 경쟁에 이어, 다시 한 번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LTE 시장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9월 16일 내수용 LTE폰의 전파인증이 통과되면서 국내 최초의 LTE폰 타이틀을 놓고 삼성전자, LG전자와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또, 팬택의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도 보급형 스펙을 갖춘 LTE폰 브레이크아웃을 이달 중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 팬택이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이후 단일 기종으로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 중인 베가레이서

‘회장 박병엽’으로의 길

갖고 있던 모든 권리와 이익을 포기하고, 전문경영인으로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박병엽 부회장은, 이제 회생이 아닌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채권단으로부터 팬택 전체 주식의 10%에 해당하는 1억 6400만 주를 스톡옵션으로 받았다. 워크아웃 중인 기업의 CEO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 동안 팬택 회생을 위해 모든 걸 바쳐온 박병엽 부회장에 대한 채권단의 신뢰표시와 동시에 동기부여를 위한 당근으로 풀이된다.

박병엽 부회장의 다음 목표는 팬택의 재상장이다. 1997년 화려하게 증권거래소에 데뷔했던 팬택은 10년 후인 2007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상장도 폐지됐다. 현재 워크아웃의 졸업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꾸준히 좋은 영업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재상장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채무를 출자전환으로 해결하면서 지나치게 분산된 지분 비율로 경영권이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과 워크아웃 돌입 이후 상환이 유예된 2500억 원 상당의 비협약 채무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채권단은 기업공개가 불발될 경우 M&A 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 당시 모든 지분을 포기하고, 전문경영인이 되어 최전선에서 묵묵히 일해 왔던 박병엽 부회장. 그의 팬택 CEO 임기는 2014년 3월까지다. 이후 그의 거취가 어떻게 결정 될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떠한 위치에 있던, ‘회장’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영원한 ‘부회장’ 박병엽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다. 그가 진정한 ‘회장’으로 거듭나는 날 또 하나의 신화가 탄생하기를 기대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 박병엽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격하는 날은 과연 언제가 될까?

월간 앱스토리│석주원 기자

김준혁 기자 press@appstory.co.kr